그녀가 살고 있는 곳은
서울 변두리의 자그마한 옥탑방(屋塔房)이었다.
그가 그녀의 집을 방문하는 날이면,
그녀는 계단 위 난간에 기대어 거리를 바라보면서
그를 기다리곤 했다.
그녀의 시야에 초록으로 물든 가로수 사이로 걸어오는
그의 모습이 보일 즈음, 그녀의 얼굴에는
감출 수 없는 기쁨이 넘쳐 흐르곤 했다.
그가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그가 취업 준비생 시절의 암울한 터널을 통과할 무렵이었다.
숨 막힐 듯 좁은 고시원 생활,
그리고 그만큼이나 답답해 보이던 자신의 미래로 인해
그가 온통 절망감에 사로 잡혀 있던 바로 그 시절 말이다.
이미 직장을 가지고 있던 그녀는
그런 그만을 바라보며 기꺼이 헌신적인 ‘해바라기’가 되어 주었다.
호주머니가 가벼운 그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월급을 털었고,
그가 힘들어할 때마다 자신의 옥탑방으로 초대해서
그의 가슴을 따스한 온기로 채워 주었다.
그녀의 헌신적인 뒷바라지를 생각한다면,
그가 굴지의 대기업에 취업하게 된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었다.
그의 합격이 발표된 날, 그녀는 그의 두 손을 마주잡고
마치 자기 자신의 일인 것처럼 기뻐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사람이란 환경의 변화에 따라
감정의 변덕이 심한 동물이었다.
대기업의 전도유망한 사원이 된 그에게,
그녀는 점차 거추장스러운 물건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설렘 가득하던 그녀와의 만남은
조금씩 그에게 지루한 의무가 되어가고,
따스한 애정의 온기로 가득하던 그녀의 옥탑방은
그에게 점차 궁상스러운 장소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그즈음 그는 회사에서의 업무 수행 능력을
상당히 인정받고 있었다. 게다가 회사 내에서의 평판도 좋았다.
당연히 그런 그에게 좋은 조건의 혼담과 선 자리도
점점 많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장밋빛 미래를 망치지 않기 위해
그녀와의 관계를 정리하려고 마음 먹었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일이었다.
사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을 뿐
그와 그녀는 이미 부부와도 같은 관계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더 이상 시간을 끌 수는 없었다.
그는 나뭇잎이 온통 가을 빛으로 물들어 가던
어느 주말을 디데이(D-day)로 잡았다.
그날, 그와 그녀는 기차를 타고
서울 근교의 산으로 등산을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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