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결혼 2년차 29살 새댁입니다.
우리 신랑하고는 7살 차이가 나요ㅋㅋ 저는 시댁하고 그렇게 크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시누이 이야기를 하자면 시부모님과의 작은 트러블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우리 신랑 나이가 많아서 저는 대학원 졸업하고 바로 결혼을 했어요.
남편 나이 34살이고 그동안 모아둔 돈도 있었기에 더이상 미루지 말자고 하더라고요.
저는 당연히 빈털털이 였습니다. 저희집에서도 돈도 없이 무슨 결혼이냐고 했지만 우리 신랑 3달 내내 집에 찾아와서 결혼 허락 받았어요.
사실 집에서는 신랑 나이가 많고 대학원까지 보냈는데 벌써 결혼이냐 좀 그런 생각이셨거든요.
어쨋든 우리집에서는 제 입장이 갑이었지만 시댁은 당연히 달랐습니다.
여기서부터 제가 많이 언짢으셨을 꺼예요.
돈도 하나도 없는 어린애 직장도 들어간지 한달도 안됬었던 상황인데 결혼한다고 하니 눈에 불을 켜고 환영하진 않으셨어요.
사실 연애할때도 신랑한테 걔랑 결혼할껀 아니지? 너한테 맞는짝 빨리 찾으라고 알게모르게 압박 하셨었어요. 이유는 나이도 어리고 또 저는 편부모이기 때문이예요.
엄마랑 아빠 이혼하시고 어릴때부터 아빠랑 둘이 지냈습니다. 엄마는 지금 생사도 모르구요.
얼굴도 기억 안나요.
암튼. 시부모님 나이고 많으시고 되게 고지식하신 분들이세요. 결혼 전부터 저는 엄청나게 긴장하고 겁도먹고 편하진 않았습니다.
그렇게 결혼하기 전에 신랑집에 몇번 인사하러. 가족행사에 참여하면서 우리 시누이의 알게 되었어요. 우리 아가씨는 완전 막둥이 늦둥이 인지라 저보다도 2살이나 어려요.
신랑하고는 9살이나 차이난답니다.
아버님이 거의 50세에 보신 늦둥이랍니다.
그래서인지 말도 거침없고 아주 당차더라고요ㅎㅎㅎ
처음 인사하러 갔을때 저는 꽃과 아버님 좋아하시는 파이 사들고 갔는데 처음 날 보고 한 얘기가 "풉. 무슨 꽃이야" 이였어요......
정말 이때만 생각하면...휴.ㅋㅋㅋ아직 어려서 그런가 보지 했는데 두번째 만남이 신랑 사촌형 결혼식이었어요.
그때 제가 브라운색 원피스를 입고갔는데 저를 처음보고 한말은
"언니 인민공화국에서 온것 같아요" 였습니다.
그때는 저걸 한대 쥐어 박을까 별 생각을 다했어요.
막내라 아주 건방지다고. 우리 신랑은 그런 여동생을 아주 이뻐라 하더라고....참나. 이런 성격을 가진 시누이 입니다
저는 결혼 이야기가 나오고 가장 걱정한 것이 우리 아빠였어요.
제가 결혼하면 우리 아빠만 남는데 너무 고민이 많아지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우리집에서 살기를 원했습니다.
그렇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 신랑도 확실히 답을 안해주더라고요.
연애할때도 이문제에 대해서 말할때마다 나중에생각하자 나중에 생각하자 하더니만 나중되었더니 생각도 안하더라고요.
분가해서 사는것은 밀어보겠는데 처가에서 사는것은 답을 못해주겠다고...정말 이때 오빠가 너무 미워서 결혼 안한다고 협박도 하고 했어요.
근데 우리아빠 나 난처할까봐 같이사는것은 절대 반대하셨어요.
아빠 연애도 하고 이제 동호회 사람들이랑 놀러다닐꺼라고. 우리아빠 저 결혼얘기 나오시고 홀로서기 준비 많이 하셨거든요
모임도 많이 나가시고 낚시 동호회도 찾아서 드시고.
그래도 쥐뿔도 없는 제가 시댁에서 사는것은 너무 싫었습니다. 숨을 못쉴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시댁 방문하면서 명절에 우리집 먼저 들리는 거랑 분가하는거 말씀 드리자고 합의하고 갔습니다. 그날은 분위기가 그래도 좋았어요. 아버님 한잔 하셔서 기분도 좋으시고.
그래서 조심스레 오빠가 분가 얘기를 꺼냈습니다.
그러자 침묵속에 어머님이 한말씀 하셨어요.
"그건 생각도 못한 일이네"
가슴이 쿵 내려안더라고요. 저는 오빠가 밑밥작업을 해놨을줄 알았는데...너무 차가워서 ..
그런데 오빠가 암말도 못하고 가만히 앉아만 있는거예요. 정말 그날 먹은 불고기가 불로 변해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그때 시누이가 한마디 하더군요.
"나도 생각지도 못한 일이네/
나는 낯선 사람이랑 같이 못살아. 그럼 내가 나갈래 나 자취시켜줘."
저는 저 싸가지가 뭐라하냐 라고 생각했지만 뒤늦게 상황파악을 했습니다. 아버님 껄껄 웃으면서 그건안돼 하시고 왜안돼! 하면서 시누이랑 아버님이랑 장난 비슷한 말들이 오고갔어요.
저는 정말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지만 지금 아니면 명절얘기를 절대 할 수가 없어서 정말 떨리는 목소리로 운을 땠습니다.
"어머님 저 명절에는 저희집에 먼저 들려오면 안될까요? 아빠가 혼자계셔서요. 그래도 아침은 아빠랑 같이 먹고 싶어요."
또다시 침묵이 흐르고 아버님의 한숨과 함께 어머님은 또 한마디 하셨어요
"첩첩산중이구만"
전 정말 서럽고 야속해서 눈물이 핑 돌고 가슴이 철렁하고 했는데 대답은 안해주시고 신랑만 쳐다보시더라고요. 우리 신랑 정말 든든한 남자인 줄 알았는데 왠 불쌍한 고양이 한마리가 눈만 똥그라게 뜨고 앉아있나 했네요.
지금 생각하면 저도 참 어떻게 그런말을 했을까 했는데 그때는 정말 명절만큼은 사수해야 우리아빠 혼자 밥 안먹는다라는 생각때문에 철없이 말했던것 같아요ㅎㅎ
그 순간 시누이가 한마디 또 하더라고요
"아빠 혼자계시면 누가 밥해요?"
저는 그냥 멋적게 웃어넘겼더니 시누이가 하는말이
"명절에 혼자 밥차려 먹을수는 없잖아. 그냥 오지 마요 우리 아빠는 티비보는거 더 좋아하니깐"
그렇게 말하더니 저의 대리인이 되어서 어머니랑 말싸움을 하더라고요. 며느리가 명절에 시댁에 안오면 누가오냐. 그럼 저집은 아빠 혼자있냐. 난 우리 아빠가 그러면 결혼 안하고 혼자산다. 엄마는 잠만자지 않느냐. 나는 약속이 더 많다 와서 모하냐 언니는 재미도 없다 등등 결론은 그래도 설날에는 시댁에서 추석에는 저희 집에서 보내는 것으로 타협했습니다.
정말 생각했던것보다 큰 성과였어요 ㅎ그렇게까지 말하실 줄은 몰랐는데.ㅋㅋ
시댁은 제사도 안지내고 정말 할게 없거든요. 집도 다 서울이어서 명절 아니어도 자주 보고.
저는 그제서야 알았습니다. 나의 천군만마를 이곳에서 얻었다는 사실을.....
며칠전 아버님 생신에 제가 신종플루에 걸려서 먹지도 못하고 일도 못하고 앓아 누워서 상을 못차려 드렸어요 집에서 밥먹기로 했는데. 그때도 우리 아가씨가 나서서 외식하지 촌스럽게 집에서 밥먹자고 해서 엄마혼자 기분상해 하냐고 되려 어머니한테 화를 냈다고 하네요.
정말 말은 거침없고 행동은 더 거침없는 우리 아가씨..... 크고 작은 사건들이 너무 많아서 다 꺼내놓지는 못하지만 그때마다 항상 제 편을 들고 나섭니다. 우리 신랑은 저게 말은 저렇게 해도 하는짓이 얼마나 이쁜줄 아냐며 칭찬에 칭찬을 해요. 내가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둘이 얘기는 안해도 오빠한테 물어봐서 좋아하는 음식이며 생일마다는 꼬박꼬박 정성스럽고 건방지게 쓴 손편지와 선물을 보내옵니다. 편지에는 항상 우리오빠한테 시집와줘서 고마워요라는 말을 덧붙입니다.
어제는 저의 생일이어서 직접 만든 케이크랑 구두랑 편지를 보내왔네요.ㅎㅎ덧붙여 예쁜 조카도 바란다고.ㅎㅎ 때문에 아가씨 생각이 나서 적어봅니다.
다가가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아가씨때문에 시댁에 맘편히 갈 수 있어요ㅎㅎㅎ
아가씨한테 용돈 붙여줘야 겠어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