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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ry Chrismas! and You Will DIE... <6>

류민식 |2003.12.31 23:36
조회 72 |추천 0

"니... 기형이... 부검한다고 하면......  동의할끼가?"

 

목소리가 어느덧 갈라지기 시작한 노신사의 물음이 박기자의 고개를 일으켜세웠다.

 

"예. 할겁니다. 해야지요."

 

질문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듯이 튀어나와서 오히려 퉁명스럽게까지 들리는듯한 박기자의 대답.

노신사는 그속의 슬픔을 느끼고있었지만 내심 표현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다시 물었다.


"그럼, 니말은 기형이 부검해서 진실을 알아내겠다... 이말이가?"


"예... 그놈... 그렇게 갔는데 뭣때문에 갔는지 알아야 될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 생각에는 절대 그렇게 허무하게 자살따위를 할 놈이 아닙니다."


"그건 그렇지. 내가 여태 그놈아를 봐왔어도 심성이 좀 여려서 그렇지 자살할놈은 아니었다.

그라믄... 니도 내하고 같은 생각이가?"


"큰아버지도 그렇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그렇다면 말씀드리기가 수월하겠네요.  


......도와주세요, 큰아버지..."

 

박기자의 눈빛이 간절함을 담고 있었다.

 

"흠... 내가 검찰청장 그만둔지가 좀 된거는 알고있제?  알았다. 내도 아는선에서

알아봐주꾸마. 아까 천반장이 하던 말도 좀 켕기는게 있고......"


순간, 박기자의 눈빛에서 빛이 났다. 노신사의 마지막말이 귓가에 걸려든 탓이었다.

 

"저기... 그 천반장이라는 사람이 무슨말을 했습니까? 무슨 말을 했죠?"

 

어느새, 누워있던 박기자는 반쯤 일어서서는 기자로써의 전투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런 박기자의 행동에 노신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기 말이다. 기형이 죽은 자리옆에서 A4지 한장이 나왔는데..."


순간 박기자의 머리속에는 검은 점퍼의 형사반장이 들고있던 피묻은 A4용지가 생각났다.

그리고, 그속에 글을 읽던 반장의 한마디가 기억이 났다.


[양명아. 도망가라. 아무 생각말고 도...]


양명(梁銘).

그건 친할아버지가 지어주신 이형과 기형의 아명(兒名)중에 박기자의 것이었다.

그래서, 아까 죽은 시신이 기형이었음을 알아봤던것인데...

그럼 그 종이에 뭔가가 더 있었다는것인가?


박기자의 머리가 너무나 짧은순간속에서도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럴때도 재빠르게 사태를 파악하고 냉정하게 머리를 굴리는 모습은 영판 지애비를 닮았다고

생각하던 노신사는 이윽고 박기자의 낯빛에 놀라 끊었었던 말을 다시 이어갔다.

 

"거기 쓰여있던 말이..."


"그거 <양명아. 도망가라. 아무 생각말고 도...> 라는 말이 아니었습니까?"


"니 어디서 그거를 알았노? ...하지만, 내가 하려는 말은 그기 아니다."


"그..그럼......?"


"그 글이 피로 써졌다는것도 알고있는 모양인데... 그럼, 그걸 누가 썼다고 생각하노?"


"예? 그..그건, 당연히 기형이 아닙니까? 제 아명을 아는사람도 기형이뿐이고..."


"그건 맞다. 거기 쓰여진 글씨체는 기형이 글씨체로 밝혀졌다더라. 다만, 문제는..."

 

박기자는 순간 뜸을 들이는듯 생각에 잠기는 노신사의 모습에 커다란 불안을 느꼈다.


강찬욱 검찰청장... 혹은 육감귀신이라고 불리는 이 노신사.


어릴때부터 박기자 아버지의 죽마고우이자 여태 두형제의 뒤를 봐준 사람이면서 경찰,검찰

모두를 통털어서 육감수사에는 귀신도 잡아낸다고 일컬어지는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런 강청장의 수사버릇을 여태봐오면서 기억해두었던 박기자로써는 이렇게 말에 뜸을

들이듯이 늦추면서 말할때가 뭔가 큰 단서나 문제가 생긴다는것을 잘 알고있었기에 흘려듣지

않으려고 귀를 바짝 세운채 숨을 죽이고 있었다.

 

"문제는 말이다... 그 피가 기형이꺼가 아니라는기다."

 

그게 무슨...!   내 아명을 아는사람도 기형이뿐이고 필체도 기형이꺼라고 판명이 났다면

자살하기전에, 아니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기전에 나에게 알리려고 자신의 피로 썼을꺼라는게

당연하고도 정황에 맞는 추리가 아닌가?


그런데, 그 종이에 쓰인 피의 주인공이 기형이가 아니라니...

그렇다고 즉사할 높이에서 떨어져 내린후에 채 숨이 끊어지지 않은상태에서 종이에 글을 썼다고

본다는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고...---무려 15층높이다---  그럼, 누구의 피라는거지?

그렇다면 설마 범인의 피라는건가? 그럼, 기형이는 범인과 격투를...?

 


"그렇다면 그 피는 범인의 피라는 겁니까? 그럼, 기형이는 범인과 격투라도 벌였다는

소리가 되는겁니까?"


"그기 아니다. 그리고, 그 종이에 쓰여있던 피는 말이다."


침이 넘어갔다. 그리고, 입술이 말라왔다.

박기자는 순간 너무나 긴장하고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재빨리 자신을 추스리며

냉정해지려고 작게 숨을 들이켰다.


그러나, 다음순간... 박기자는 냉정을 찾을수가 없었다.


그건... 그건 말도 안되는 소리였기 때문이었다!

 

"그 피는 죽은 기형이 아들... 대현이 꺼였다더라. 그것도 기형이 손에 묻은

혈액의 성분과 자국이랑 종이에 쓰인 혈액의 성분과 자국이 일치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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