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30대 후반 워킹맘입니다.
현재 두돌 갓 지난 남아 키우고 있구요. 친정 부모님이 저희집에 와서 아이를 봐주시고 계십니다.
얼마전부터는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등하원과 저희 부부 퇴근 전까지 간식 주시는 정도 도와주고 계시구요. 용돈은 많이 드리진 못하지만 친정부모님 병원비까지 모두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용돈을 적게 드리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친정 부모님은 주중에 저희집에 와계시다가 금요일 저녁에 돌아가시고 일요일 밤에 다시 저희집에 오시는 식으로 저희 출퇴근에 무리가 없게 도와주고 계십니다. 최근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친정 아빠만 와계시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제가 글을 쓰는 이유는요. 요즘 위생적인 문제로 시댁이나 남편과 트러블이 있다는 글이 가끔 올라오더라구요. 심할 정도로 비위생적이거나 못된 습관들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제 경우는 그렇게 극단적인 케이스는 아닙니다만, 반대에 해당하는 경우라고 볼 수 있겠네요.
남편이 깔끔을 떠는 사람은 아닌데요. 친정 엄마와 조금 다른 위생관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남편은 어렸을 때 허약체질에 소화력이 약하다보니 유통기한이 하루만 지난 음식을 먹어도 배탈이 났다고 합니다. 지금도 운동으로 인해 건강체질로 보이지만 아직도 심리적인 부분이 작용해서인지 조금만 찝찝하다 생각한 음식을 먹으면 바로 탈이 나요. 그러다보니 유통기한이 하루라도 지난 음식은 모조리 버립니다.
하지만 친정 엄마의 경우는 눈으로 보이거나 코로 냄새를 맡았을 때 이상이 없다 생각되시면 그냥 드세요. 월요일에 만든 부침개를 냉장고에 넣어두면 일주일 후에 아무렇지도 않게 드십니다. 찌개도 한번 끓이면 세균이 다 죽는다고 생각하셔서 그냥 먹고 남은 음식을 냄비에 다시 붓고 한번 끓이신 뒤 다음에 그걸 다시 퍼서 주시구요.
물론 남편은 찌개도 앞접시에 덜어먹고 남은 음식은 모두 버립니다. 수저를 한번이라도 댔던 음식은 다 먹든가 아니면 다 버립니다. 그러다보니 조금씩 덜어먹고 한두번 먹을만큼만 조리해서 싹~ 먹고 치우죠.
문제는 엄마가 손이 크셔서 한꺼번에 많이 하시고 배터지게 먹이셔야 안심을 하시는 정 넘치는(?) 스타일이시다보니 서로 버리기 Vs 안버리기의 조용한 전쟁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주말에 집으로 가시면 남편이 냉장고를 싹~ 청소하고 모조리 버리는데요. 일욜 저녁에 오시면 엄마는 냉장고를 뒤져 뭐뭐 버렸는지 체크를 하시곤 왜 버렸냐고 매번 뭐라고 하세요. 심지어 냉동실 구석에 숨겨놓기도 합니다.
게다가 냉동실은 무슨 철통방어라도 해주는지 알고 계십니다. 냉동실에만 넣어두면 1년이 지나도 괜찮다고 생각하세요. 아무리 말씀드려도 바뀌질 않으시네요. 남편은 보물찾기라도 하듯이 냉장고와 찬장이랑 엄마방을 뒤져서 버릴 것들을 찾아냅니다.
다행히 둘이 사이가 나쁘지는 않습니다. 심지어 남편은 시어머니보다도 저희 엄마랑 친하다며 둘이 손잡고 다닐 정도인데요. 위생 문제만 없으면 진짜 둘이 질투날 정도로 사이가 좋은데 이 부분 때문에 제가 중간에서 곤란할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둘이 사이가 좋다보니 둘다 저한테만 티를 내기 때문이에요.
엄마는 한번 쓴 비닐팩을 닦아서 엄마방에 말려놓고 다음에 또 쓰시는데 좀 민망하더라구요. 아껴쓰시는게 몸에 배어계신 걸테고, 예전에는 비닐이 귀해서 그런 습관이 드신 걸텐데, 남편이 피식 웃으면서 말할 때는 좀 서운하기도 하고 엄마가 왜그러나 싶어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를 위해서 음식 해주시는건데 많이 한다 안깨끗하다 이런 식으로 지적을 계속 강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세상에 그럴 수 있는 딸은 없을 거예요. 그렇다고 남편이 투덜거리며 주말마다 음식 버리는 걸 보고 적당히좀 해라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남편은 실제로 탈이 나니까요. 게다가 주말마다 우리가 싹~ 먹어치우는지 아시는데 매번 다 버린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양이 많다. 진짜 억지로 먹었다. 다음엔 버릴거다 이런 식으로 말을 하는데도 엄마는 꾸준히 많이 하십니다.
남편이 똑같은거 여러번 먹는걸 싫어하니 제발 조금만 해달라 하면 그말을 곡해해서 두가지 이상의 찌개를 많~이 해놓으십니다. ㄷㄷ 게다가 음식물 낭비가 아깝다고 한마디 했더니 저희가 드린 카드로 장 안보시고 재래시장 가서 꼬깃꼬깃 거리는 얼마 안되는 용돈으로 장을 봐오시는데 정말 죄송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왜 자꾸 다른 오해를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문제는 이 소리없는 전쟁이 일년이 넘었다는 건데요. 엄마도 남편도 양보할 수 있을거 같으면서도 좁혀지지 않는 의견 차이 때문에 매번 버려지는 음식물과 양측의 투덜거림을 달래줘야 하는 제 답답함이 문제입니다.
사실 전 솔직히 남편한테 엄마가 맞춰주시면 좋겠습니다. 음식을 조금만 하면 이 모든 문제는 해결될 테니까요. 그런데 한번은 강하게 말씀드렷더니 서운하셨는지 그럼 니네가 해먹어라 하더니 계속 입을 쭉~ 내미시고 니네 먹이는게 내 낙인데~ 하시며 한숨만 푹푹 쉬시더라구요. 저희 퇴근할 때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밥상 차려놓고 웃으며 반겨주시는 행복감도 무시 못합니다. 정말 감사하기도 하구요.
남편이 너무 낭비를 한다고 생각하시고, 푸짐하게 차려야지 깨작깨작은 못하겠다, 푸짐하게 차려서 니네 먹이는게 낙이고 니네 먹는거 보기만 해도 난 행복하다 하시는 친정 엄마와
음식도 맛있고 정말 감사하지만 제발 음식을 조금만 하시고 한번 먹고 남은건 버렸으면, 그리고 비닐 재사용과 오래되서 기스가 많은 플라스틱은 제발 끼고 있지 말고 버렸으면, 유통기한에 맞춰 조금만 사고 하루만 지나도 버렷으면 하는 남편 사이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뭘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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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해보니 댓글이 엄청 많이 달려있네요. ㄷㄷ 아울러 욕도 많이 먹었구요. ^^;;
일단 제가 이기적인 건 맞는거 같습니다. 아직도 엄마가 차려주는 밥 먹고 아침에 출근할때마다 아빠가 회사까지 차로 바래다주시는, 아직도 막내딸을 못벗어난, 사랑받는거에만 익숙한 나쁜 딸 맞습니다.
음식을 제가 하고, 제가 버리면 된다는 말에 반성 많이 했습니다.
물론 욕이 많다보니까 속상하기도 했지만, 전 너무 당연하게만 받아들였던거 같네요.
저희가 외식을 워낙 많이 하는 편이라 엄마한테 음식 안하셨으면 좋겠다 주말엔 우리가 해먹으면 된다 여러번 말씀드리긴 했는데, 생각해보니 그래도 막상 해주시면 또 신나서 먹으니까 사실 말로만 하시지 말라 했지 진짜 안해야겠다 생각하시도록 만들지는 못했던 거 같네요.
반성 많이 했습니다. 좀더 독립적인 생각과 행동을 해야할것 같습니다.
그런데 설명이 조금 부족한 부분은 설명을 조금 할게요. 핑계대는거 봐라 소름끼친다 뭐 또 이런 댓글이 달릴까봐 무섭긴 하지만, 글이라는게 워낙 톤이나 몸짓이 없다보니까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이 다르게 받아들일 수도 있을것 같아서요.
우선 남편이 엄청나게 참고 있다는 글이 많았는데요. 물론 엄청 참고 있긴 할텐데, 겉으로 잘지내는 척 하느라 더 힘들거다라는 글이 있길래요. 둘의 사이가 진짜로 정말정말 좋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시어머니께서 멋있는 분이긴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사업하시느라 남편을 많이 못챙겨줬다고 합니다. 지금도 냉정하게 미래에 대한 상담을 받기는 하지만 살면서 엄마가 차려준 생일상을 받아본적이 없대요. 오죽하면 결혼하고 첫 생일때 엄마가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려주시니 남편이 울더라구요.
둘이 성격도 비슷해서 맨날 우린 혈액형이 같아서 그런가 정말 비슷한게 많다~ 이러면서 손잡고 소핑 다니는데요. 둘다 말을 못하고 꽁~하고 스트레스 받는 성격이 아니라 나름 할말을 툭툭 내뱉고 스트레스는 남들보다 좀 덜 받는 성격들입니다. 이게 참~ 말로 하기가 애매한데요. 불만들도 서로 툭툭 얘기하면서 또 애정표현도 서로 과격하고 충만(?)하게 하는 편이라 양가를 통틀어 둘이 제일 대화가 많고 친해요. 어디가면 다 남편이 아들인줄 알고 제가 며느리인줄 알거든요.
어쨌든 툭툭 말 잘하는거 치고 유일하게 서로 말을 안하는게 저 음식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저 문제가 좀 아쉽다~ 생각해서 글을 올렸던 것이지 엄청 심각하게 생각한 건 아니었는데, 심각성이 좀 부풀려진 느낌이구요. 남편이 음식 버릴 때 제가 가만히 있거나 엄마가 차려주신 음식을 싸가지없게 받아먹기만 하는 그렇게까지 심하게 못되진 않다고 핑계를 좀 대고 싶네요. ^^;;
오빠가 속을 좀 많이 썩히면서 제가 상대적으로 굉장히 좋은 딸이라고 생각되셨는지 부모님이 어디가나 제 자랑을 하고 다니시거든요. 고등학교 대학교 장학금 받고 다니고 아르바이트 해서 오빠 학비도 보태고, 결혼도 착한 남자와 멋지고 능력 넘치는 시댁 만났다고 다 엄마아빠한테 잘해서 복받은거다 하시는 부모님이세요. 갑자기 왜 니 자랑이냐 하실텐데요. ^^;; 엄마아빠가 저랑 남편한테 항상 고맙다고 뭐라도 해주시려 하시고 또 많이 이뻐하시고, 남편이랑 저희 아빠도 매일밤 둘이 당구치러 가서 진 사람이 엄마 좋아하시는 아이스크림 사오고, 여튼 그렇게 서로서로 감사한 마음 표현하면서 사는 사이좋은 가족입니다. 시댁하고도 친하고 시어른들께 잘한다고 남편도 항상 저한테 고맙다고 하구요.
그러니까 막 용돈 좀 준다고, 병원비좀 낸다고 싸가지없게 엄마는 밥이나 차려~ 하는 정말 나쁜 딸은 아니고, 결혼했는데도 막내딸을 못벗어난 약간 나쁜 딸 정도로만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 남편도 음식 버리면서 스트레스 받긴 할텐데, 저랑 웃으면서 에이~ 또 이렇게 버리게 되네 하면서 같이 고무장갑 끼고 뽀뽀하면서 같이 청소하고 그럽니다.
아!! 근데 찌개 남은거 끓이는거 사람들이 정말정말 토할정도로 싫어하시네요. ^^;; 네~ 저는 그냥 그렇게 먹고 자라서 그런가 안그랬으면 좋겠다 싶어 아 엄마 좀!!!! 이러고 말거든요. ^^;; 그게 그러니까 조금 설명을 더 드리면(물론 그렇다고 안더러워지는 건 아닙니다만), 찌개를 냄비에 끓이잖아요. 그리고 찌개 그릇 같은거에 덜어요. 저희집은 국만 각자 먹지 찌개는 그냥 같이 먹었거든요. 그럼 다같이 자기 앞접시나 밥그릇에 퍼서 먹기도 하고 여튼 숟가락은 계속 닿죠. ㅡ,.ㅡ;; 그런데 엄마는 엄청 많이 푸시기 때문에 남습니다. 그럼 그 남은걸 찌개 냄비에 다시 ^^;;;; 아~~~ 혐오감 엄청 드실텐데 굳이 또 설명해서 죄송합니다. >.< 여튼 전 그냥 좀 싫은 정도지 막 토나올 정도인지 몰랐네요. >.< 남편이랑 제가 여러번 얘기해서 우리 앞에서는 안그러시는데 엄마아빠 두분이서 드실 때는 아직도 그러실거 같아요. ㄷㄷ
여튼 좀더 적극적으로 제가 움직이고, 남편 스트레스도 덜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