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하늘 아래,
운 좋으면 네 얼굴을 볼 수도
목소리도 들을 수 있는 행운이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설레고
기대했던 날들도 있었는데
이젠 그런 섣부른 기대에
초조하고 실망하고
이 얕고도 옅은
'사랑' 이라는 이유만으로 헌신하고 합리화하며
네게는 무지와 무의미함으로 무장한
면죄부와 완전함을 부여하는
내 자신이 정말 싫어진다.
너를 떠나서
내가 왜
너를 좋아하고
너를 기다리고
너를 보고싶어하고
너를 그리워하고
너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너를 사랑하고 있는지
어떤 허상을 품고 있는지
그 사이에서 나는
나의 어떤 정신을 이 시간과 고민의
유산으로 남겨야 할지
지금은 그저
할 수 만 있다면 모두 비워내고
이 헛헛한 시간들에서
멀리
멀리,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