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저만 이렇게 생각하는 건지,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어떻게 대처하시는지 궁금하여 글 올립니다. (이기적이라는 비판도 깨우쳐 주시는 것으로 알고 달게 받겠습니다만, 아직 미혼이신 분들의 댓글은 사양하겠습니다...)
결혼한지 1년 정도 되었고, 두 번째 명절을 앞두고 있습니다.
결혼 전엔 제사도 안 지내내고 최대한 자식들 일정에 맞춰 명절 지내시는, 서울 고향의 부모님과 함께 살다가
제사도 지내고 산소도 가고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시댁 만나니 잘 적응이 안 됩니다.
결혼 전에는 추석 연휴때 몇 일 회사 나가서 일한 적도 있고,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간 적도 있습니다. 결혼 전에 누렸던 자유를 이젠 생각하면 안되겠지만요..
저는 남녀평등주의자이고, 여자들이 결혼 전에 남자의 돈을 따지고 그러는 것을 별로 좋게 보지 않았습니다. 다들 결혼의 조건으로 중점적으로 보는 것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저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심하게 비난하진 않았지만, 남자 집안이나 재력 보는 거.. 여자들이 좀 너무한다, 난 절대 그러지 않는다... 그런 생각도 혼자 많이 했습니다. 실제로 결혼도 시댁 도움 전혀 안 받고 남편과 제가 직장생활 해서 모은 돈으로 했구요,.. 친정에서 조금 도와주신 거 합하면 거의 반반 부담해서 결혼한 것 같습니다.
전 나름 전문직이라 회사에서도 "여자라서..." 일에서 빠진다거나 조금 더 편안한 부서로 가고 싶어하는 사람 있으면 엄청 비난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저도 자연스럽게 그런 분위기에 맞게 여자라서 일을 덜 하거나 편한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결혼을 해 보니 제가 몰랐던 "며느리의 도리"라는 것이 있더군요.
지난 명절에 며느리의 도리를 성의없이 이행했다는 이유로 시댁에서 많이 혼나기도 했구요.
(시댁에서 보기에 제사준비를 미흡하게 했던 모양입니다. 결혼하기 전엔 시댁에서 제대로 된 제사를 안 지내서 저도 좀 쉽게 생각한 면이 있는데, 시댁의 기대치는 그래도 며느리가 들어왔으니 제대로 지내보자 하는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 마음은 지금 '내가 잘못한거야. 누구한테 뭐라 하겠어?' 하는 마음과, '왜 며느리의 도리에 대해 이전에 나한테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지? 왜 학창시절엔 여자니까 공부 적당히 하고 살림도 해야 한다고, 여자니까 집안일의 일차적인 책임을 져야 하고, 사회생활은 집안일에 방해되지 않는 한도에서만 하라고 현실적으로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지?' 하는 사회에 대한 불만 내지 투정 두 가지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명절을 앞두고, 또 뭐 빠뜨리거나 실수하는 거 있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이 앞서는데,
문득 생각해보니 부잣집에 시집가서 살림 열심히 한다는 친구가 조금은 이해되더군요...
남자와 여자가 똑같다고 생각했던 제 생각이 애초부터 잘못이었던 것 같고., 친구가 오히려 현명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제가 지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단계에서 일시적으로 겪는 혼란일까요?
다들 그냥 그렇지뭐,.. 하고 받아들이고 사시는데, 제가 아직 어려서 이런 생각 하는 걸까요?
명절 연휴때 뭐할까 고민하는 회사 남자 동료들 보니, 오늘따라 참 씁쓸한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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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 준비를 오로지 며느리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관련하여 추가하자면,
저는 시어머님이 안 계십니다. 예전에 돌아가셨구요, 시아버님 혼자 남편 동생(도련님_과 함께 삽니다. 그동안 제사 이런거.. 아들들이 챙긴 적 없다고 들었구요, 명절이나 기일되면 아버님이 과일과 술만 준비해서 아들들과 산소 다녀오곤 했다고 합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집안에 여자가 왔으니 한 번 제대로 해보자.. 하고 아버님께서 생각하셨는데, 그 기대치를 잘 못맞춰드린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시아버님께서 뭘 어떻게 하라고 구체적으로 말씀도 안 하셨고 그냥 막연하게 '예전보다는 거창하게'를 원하셨던 거구요.
물론 시아버님께서도 구체적으로 말씀하셨다 하더라도, 제가 직접 할 수 있었던 것은 별로 없었을겁니다. 부끄러운 사실이지만, 전 결혼하기 전까지 밥하고 라면 끓이는 거 외에 요리 해본 적도 없구요. 뭐뭐 준비하라고 하셨으면, 아마도 사가야 했겠지요...T.T
제가 "제사 준비는 오로지 며느리 몫으로 생각하신다"고 한 것은, 시아버님께서 구체적으로 아무런 지시도 안 하시고, 그렇다고 산소에 가는 것 외에 본인이 뭔가를 하시는 것도 아니고(이동시 아버님 아침식사, 간식, 음료수 등등 당연히 제가 다 챙겨드림), 또 나중에 부족했던 점 타박을 오.로.지. 저에게만 (신랑에게는 오히려 "허례허식 너무 챙기지 말고 간단하게 하면 된다"는 말씀만 무한반복....) 하셨기 때문입니다.
뭐 어쨌든 제가 술,과일3종, 전, 북어포, 떡만 준비해간 건 너무 가볍게 생각한 걸수 있겠죠...
제가 처음에 너무 구체적으로 안 쓴 것 같아 추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