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새벽 신문을 배달하는 신문배달원이다.
얼마 전인가 아마도 새벽 세시 경쯤 되었을 것이다. 배달 코스를 따라 평소와 같이 차도 옆 상가를 지날 즈음, 많이 취한 듯 휘청거리며 우아하게(?) 갈지자 걸음을 걷는 그녀를 보게 되었다. 삼십 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가냘픈 외모의 여자였다. 휴일 다음날이면 거리 주변에서 흔히 보게 되는 광경이라 '훔.. 많이 달렸군..' 하며 태연히 지나쳤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녀가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방향이 내가 배달하는 주행로와 같아, 가다가 자주 마주치곤 하였다. 그녀의 걸어가는 모습이 여전히 위태롭게 보여 다가가 도와줄까 하다가 괜한 오해를 받기도 싫고 귀찮기도 해서 애써 못 본 척 배달을 계속해 나갔다. 그러나 왠지 불안한 마음이 쉬이 가시지 않을 만큼 신경이 쓰이고 걱정스럽게 느껴졌다.
얼마 후, 조금 경사진 오르막 골목길을 지나 다섯 갈래로 나뉘어지는 지점에 다다랐을 무렵, 그녀는 드디어 한계에 다다랐는지 골목길 한 복판에 힘없이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나 또한 애써 외면하며 참고 지나치기에는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곧 오토바이를 세우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괜찮으세요?.. 좀 도와드릴까요?.. 집이 어디세요?.."
그녀는 물 먹은 솜처럼 금방이라도 길바닥에 드러누울 참이었다. 나는 그녀의 한쪽 팔을 부축해 가까스로 상체를 일으켜 세우며 정신차리길 바랬다. 그러나 그녀는 지금 막 마라톤 풀 코스를 끝낸 사람마냥 축 늘어져 몸을 가누기 힘들어 보였다.
주위는 쥐죽은 듯 고요하고 인적마저 없는 골목 한 복판. 괜한 일에 말리는 듯 싶어 난감했지만 때때로 쓸데없이(!) 솟구치는 어설픈 정의감에 그녀를 차마 버려두고 지나칠 수는 없었다. 나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경찰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헉! 밧데리가 없다. 하필 이런 때 먹통이라니.. 점점 난감해졌다. 어찌해야 하나.. 그녀는 여전히 흘러내리는 촛농처럼 몸을 간신히 나에게 붙들린 채 인사불성이었다. 오늘따라 지나는 자동차와 사람들마저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어깨를 잡아 흔들었다.
"저기요, 정신 좀 차리세요! 여보세요! 집이 어디세요?.." 그녀는 횡설수설 뭐라고 웅얼거렸지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저쪽 골목길 끝에서 멀리서 보기에도 건장한 남자 세 명이 이쪽을 이리저리 살피며 다가오려는 모습이 보였다. 얼핏 보기에도 왠지 불온한(?!) 분위기의 사내들이었다.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고 안되겠다 싶어 서둘러 그녀를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아가씨! 집이 어디에요? 아가씨!!"
그녀는 정신이 조금 들었는지 "..저기요.." 라고 작게 말하길래, "어디요?!" 하며 크게 되묻자,"..저기 00 교회요.." 라며 간신히 대꾸했다.
그 곳은 이백 미터 정도 떨어진 지점에 있는 작은 교회였다. 그녀를 이끌고 조금 걷자 그녀는 몸을 가누기가 힘겨운 듯 이내 축 늘어져 더 이상 함께 걷기가 어려워졌다. 하는 수 없이 그녀를 들쳐 업었다. 그리고 바닥에 뒹구는 그녀의 작은 핸드백도 어깨에 걸쳐 맸다. 보기에는 가냘퍼 보였는데 축 늘어진 그녀를 업고 보니 생각보다 무거웠다.
그녀를 업고 경사진 골목길을 걸어 올라가자니 온 몸에 땀이 나고 숨이 가빠왔다. 더구나 축 늘어져 자꾸 나의 등 아래로 흘러 내려오는 그녀를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자주 허리를 굽히고 상체를 푹 숙인 채 걷다 보니 온 몸이 쑤신 듯이 아파오고 발걸음은 천근만근 이었다. 나의 등에 업힌 그녀는 간혹 '욱. 욱..' 거리며 낮은 신음소리를 냈고 나는 구부정한 자세로 비탈길을 오르려니 숨이 턱턱 차올라 죽을 맛이었다. 걷다 보니 등에 뜨뜻미지근한 온기가 느껴졌다. 술 취한 그녀의 몸에서 나는 열기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겨우겨우 교회 앞까지 와서는 그녀를 내려 주었다. 교회 옆 작은 대문 안으로 비틀거리며 걸어 들어가는 그녀에게 핸드백을 건네주며 말했다.
"얼른 들어가세요. 그리고 다음부턴 조심하세요!"
그녀는 엉거주춤 서서 잠시 나를 게슴츠레 바라보며, "..미안하.. 고맙습니다..." 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낯선 사람에게 괜한 폐를 끼쳐 많이 미.안.해.하.는. 표정이었다.
되돌아 비탈길을 내려오다 다리가 순간 휘청거렸다. 온 몸의 힘이 다 빠져버린 기분이었다. 그리고 새벽 공기 사이로 웬 시큼한 냄새가 풍겨왔다.
'괜한 일을 한 건 아닌지 모르겠네..' 그래도 그녀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리라 애써 자위하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배달을 마치고 지국에 돌아와 동료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자, 듣던 도중 모두들 표정이 갑작스레 일그러졌다.
"뭐야?! 이 시큼한(!) 냄새는?.."
"아흑!.. 지독한데.. 무슨 냄새야?!.."
한 동료가 갑자기 나를 돌려 세워 등을 확인하고는 "역시!!.." 라며 찌푸린 표정을 지었다. 그 순간 코를 잡고 한껏 찡그린 모두의 눈동자가 일시에 나에게로 쏠렸다(??).
"자네 등에 훈장 있네. 훈장! ㅇ.ㅗ.ㅂ.ㅏ.ㅇ.ㅣ.ㅌ.ㅡ. 훈장! ㅋㅋㅋ..."
'아.. 그 뜨뜻미지근한 온기(!).. 그 시큼한 냄새(!)...' 헉!!.....
그제서야 문득 깨닫게 되었다.
나를 바라보던 그녀의 마지막 눈빛을..
고맙다는 말을 왜 미안한 표정으로 했을까, 하는...
오 마이 갓!!...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