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이제 가장이란 짐을 벗어버릴려고 합니다.

아빠다 |2014.11.14 17:03
조회 2,475 |추천 11

20년 넘게 가족을 지키고, 가족을 위해 가장이란 상투를 쓰고 살아왔네요.

 

눈에 넣어도 안아픈 자식들과, 왠수같은 마누라. 알콩달콩 살면서 자식들 다 출가보내고 마누라랑 지방 조그만 농장하나 사서 집짓고 사는게 단하나 꿈이였는데..

 

점점 지치고 힘들고 정작 내가 의지할곳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큰딸은 이제 대학교 2학년인데 남들 다가는 해외연수 안보내주냐고 떼써 결국 보내줬고. 막내딸은 이제 고3 올라가는데 말도 안듣고, 학원비는 더 들어가고.. 마누라는 연신 바가지에... 내 집인데도 내가 쉴곳이 없네요.

 

전 가족에게는 죄인입니다.

더 훌륭한 직장을 가지지 못한 죄인.

더 많은 돈을 벌어오지 못한 죄인.

못난 아빠. 못난 남편이 무슨말이 있겠습니까.

 

그저 술한잔에 억누르고 또 그렇게 전쟁터로 나가는거죠.

 

처남이 미국에서 거주를 합니다. 마누라 막내딸 데리고 거기를 가겠답니다.

 

나보고 이젠 기러기아빠까지 하랍니다.

 

큰딸도 곧 같이 떠나겠죠.

 

연신 담배를 입에 물고 생각해봤습니다. 내 청춘과 내 꿈은 무엇이었을까.

머리가 굳어버려 아무생각도 안나네요.

 

어쩌다 난 이렇게 살게 되었나. 이럴려고 내가 한평생을 전쟁터같은 직장에서 살아남기위해 노력한게 아닌데...

내년이면 고3인데 왜 거기를 가려고 하냐며 대판 싸웠습니다.

내가 무슨 돈 찍어내는 기계냐고.

 

아...우리 마누라 처녀적에는 내눈에 너무 눈부셔 3개월동안 막무가내로 쫒아다녀서 결국 결혼까지 하게 되었는데 참...많이도 늙었네요. 못난 남편만나서 고생하고. 안쓰럽습니다.

 

정년까지 내가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제 위로 올라갈 자리도 몇개 없는데 승진도 무섭더군요. 더이상 올라갈 자리가 없을땐 눈치껏 비워야하니.

 

마누라한테 주말에 막내딸이랑 바람이나 쐬러 가지고 해서 강원도로 갔습니다.

바다를 보면 좀 시원해지겠지..

울 딸이 제일 좋아하는 회도 실컷먹고, 늦은저녁 펜션에서 오랫만에 마누라랑 둘이 술한잔 했네요.

기어코 가겠답니다. 자식들의 미래를 위해서 어쩔 수 없다고 하네요.

더 늦기전에 가야한다고. 생활비만 쓰겠다고.

전 이제껏 용돈받아온 남자인데... 혼자살게 되면 장모님이 가끔 오셔서 먹을거리 다 만들어주고 할테니 걱정말라 하네요.

 

마누라. 나 더이상 비참하게 만들지 말아줘. 이 나이에 기러기아빠 되는게 싫다.

 

자식을 위한 결정이랍니다. 내결정은 안중에 없는듯합니다. 마음이 아프네요.

 

갈꺼면 우리 이혼하자. 제가 먼저 말하고 펜션에서 나왔습니다. 올라오는 내내 아무말도 없었죠.

 

조만간 전 20여년 넘게 써왔던 가장이란 감투를 벗어버립니다.

 

적응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다시 태어난다면...이런삶은 살고싶지 않네요.

.

 

 

추천수11
반대수1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