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어민강사의 허와 실
세계일보 | 김현주 | 입력 2014.11.01 05:03 | 수정 2014.11.25 16:44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에서 '흑퀸시'라는 별칭으로 한국인 여고생과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한 외국인 영어강사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경찰에 따르면 영어강사 C모(29·미국)씨는 지난 2010년 8월 한 인터넷사이트에서 알게 된 A양(당시 15세)과 근무지인 교육센터 내 숙소에서 성관계를 맺으며 동영상을 찍고 유포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C씨는 숙소에 미리 설치해둔 카메라 3대와 손에 들고 있던 카메라 1대를 이용해 여러 각도에서 성교 행위를 촬영한 후 이를 자신의 노트북 컴퓨터와 USB 저장장치에 저장했다.

◆ 문화적 차이로 인한 사건·사고 매년 되풀이
최근 대학가는 영어회화 등 외국어교육을 담당할 원어민강사 채용으로 고민이 깊다. 학기당 수십 명에 달하는 원어민강사를 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이들의 자격을 엄정하게 심사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또 문화적 차이로 인한 사건·사고도 매년 되풀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원어민강사들은 짧게는 한 학기, 길게는 1년간 계약하는 '강사' 신분으로 채용된다. 계약 기간이 길어야 1년이기 때문에 학기 중 갑자기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강의가 끝나는 다음날부터 휴가를 떠나는 강사도 적지 않다. 때문에 학생들로부터 성적 이의신청을 받거나 학생 상담을 하는 원어민 강사는 거의 없다.

또 대학 강사는 아니지만 여성들을 쫓아다니며 엉덩이와 다리를 집중적으로 촬영한 학원 소속의 한 원어민강사가 검찰에 불구속 기소를 당하는 사례도 일어났다. 그는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여성들의 하체를 2주일 동안 무려 306차례나 동영상으로 찍었다.
전문가들은 "학원에서 수업하는 영어회화 강사들도 언제든 대학에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자격 검증,관리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원어민강사 도덕성 검증 쉽지 않아
이처럼 대학 안팎에서 일고 있는 원어민강사 자격시비에도 불구하고 대학의 경우 이들의 자격을 검증하고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 인사·관리 체계가 거의 없다. 대다수 대학들은 원어민강사 채용 웹사이트에 공고를 내거나 지인의 추천을 받는 식으로 채용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 지역의 초·중등학교나 학원가에서 평판이 좋은 사람들을 스카우트하기도 한다. 이땐 경력 보다는 강사의 도덕성, 업무수행 능력 등 '자질 검증'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한 지방국립대 관계자는 "이미 다른 곳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외국인 중 평판이 좋은 사람을 뽑으면 위험을 줄일 수 있다"며 "최소한 학사학위와 테솔(TESOL·영어교사 자격증) 정도는 갖춘 사람을 뽑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학생들과 불미스러운 일을 예방하기 위해 여자 강사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 원어민강사 채용 시 유의점
보통 학교나 학원 관계자들은 외국인 강사를 두 부류로 파악한다. 우선 여행 삼아 돈 벌러 오는 경우로, 지방에 있는 외국인 강사의 대다수가 여기에 속한다고 한다. 가르치는 데 뜻이 있고 실력도 갖춘 강사는 찾기 힘들다는 것.
캐나다나 미국의 젊은이들, 특히 취업하지 못한 이들에게 한국은 대단히 매력적인 나라라고 한다. 영어학원이 급격하게 불어나고 원어민강사 수요가 폭증하다 보니 자질이 모자라도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번졌다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