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를 맞이한지 며칠 안됐지만 자퇴를 생각중이에요. 하지만 제가 아직은 생각이 성숙치 못한 청소년이고 그래서 보다 많은 이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어 글 써봐요.
저는 평범한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이에요.
부모님이 잠 못 이루실 만큼 큰 걱정을 끼쳐드린 적도 없고, 평범한 가정집의 막내딸로 태어난 보통의 학생이에요.
평범한 제가 갑자기 자퇴를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된 건 친구관계 때문이에요.
2학년 때까지 낯을 가리는 제 성격에도 즐거운 친구들을 만나 반 두루두루 정말 재밌게 학교생활을 했어요.
1학년 때 같이 다닌 아이들 성격이 조금 세서 '네 반응이 웃기다'하며 (그 아이들은 장난으로) 놀리는 말들에 휘둘리고, 마음속에 박혀 아직까지 상처로 남아있지만 그래도 재밌었어요.
2학년 때 친구들은 정말 착하고 저와 너무나도 잘 맞아서 지금 이 상황이 배로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해요.
앞서 말했듯이 저는 낯을 가려서 처음 보는 친구와 바로 친해지는 것은 성격상 너무 어려운 일이에요. 또 학원도 다니지 않고, 1,2학년 때 학교지리상 제 반이 맨 끝이나 아래층에 있어서 다른 반 아이들을 많이 만나지도 못하고요. 그래서 핑계일수도 있지만 같은 반이 아니고 친구의 친구 등으로 알게 된 아이들은 얼마 되지 않아요. 얼굴과 이름만 아는 아이들이 수두룩해요.
3학년 반 배정을 받고 나서보니 여자는 1명만 알고지내는 사이이고 나머지는 이름만 익히 들어본 아이들이었어요. 이렇게 말 하는 게 좋지 않게 보일지 몰라도 이름만 들어본 아이들은 소위 말하는 질이 다소 안 좋은 아이들이었어요. 조금 두려웠지만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했어요. 2학년 반 배정을 받았을 때도 절반 이상이 모르는 아이들이었지만 좋은 친구들을 사귀었으니까요.
개학을 하고 보니 이 아이들이 원래 친하게 지내던 사이였는지 이미 모두 같이 다니는 무리가 정해져 있더라고요. 개학날 처음만나 제가 오기 전에 서로 통성명을 했던 거라면 저도 그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을 테지만 얘기하는 걸 보니 그게 아니고 전에부터 절친한 아이들로 무리가 나눠진 것 같았어요. 게다가 개학 첫날 선생님이 번호순대로 자리를 정해주셨는데 공교롭게도 저는 홀로 떨어지고 나머지 여자아이들은 거의 다 붙어 앉게 되었어요. 저와 알고지내는 한명의 친구도 처음엔 저랑 다니다가 다른 한 무리의 몇몇 아이들과 안면이 있어서인지 그 아이들이랑 다니고요.
저와 같이 반에 겉도는 아이가 있으면 제가 먼저 말을 걸 텐데 신기하게도 저 빼고 한명도 혼자 다니지 않아요. 2명씩 다니는 애들도 있고요.
점심을 교실에서 먹는데 줄도 혼자 서고, 급식도 혼자 먹어요. 예전과 다르게 쉬는시간과 점심시간이 오는게 정말 싫어져요. 첫날에는 그 시간이 오면 책상에 엎드려 자는 척을 하거나 화장실 칸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혼자 있었어요. 지금은 다른 반 애들을 만나서 복도에서 놀아요. 지금은 아이들도 '적응하기 힘들다' '작년이 그립다'며 반에서 나와 저와 놀지만 조금 들여다보니 다른 친구들과 어색해도 그런대로 잘 지내더라구요. 지금은 개학한지 얼마되지 않았으니 시간이 지나면 더욱 친해지겠고, 그럼 제가 매 쉬는시간마다 친구들을 찾아가며 3학년 남은 기간을 보내기는 힘들어지겠죠. 제가 용기내서 반 아이들에게 다가가려해도 이미 서로가 끈끈해져서 제가 다가갈 그 어떠한 틈도 보이지 않아요.
지금 제가 이러한 상황이어서 자퇴를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심한 왕따를 당해보신 분들은 이러한 일로 자퇴를 생각하냐며 한심하게 보실 수 있지만 저는 정말 학교가기가 너무 싫고 무서워요. 찾아보니 중학교는 의무교육이다보니 자퇴란 개념이 없고 2-3달정도 무단결석을 하면 정원외관리자로 신청되어 승인 등의 절차를 밟으면 더 이상 학교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교과서를 다 받았으니까 집에서 인강같은 거 들으면서 혼자 학교처럼 공부하고 검정고시를 틈틈이 준비해서 고등학교를 올라가려고 생각중이에요. 물론 혼자 공부한다는 게 말처럼 쉽진 않겠지만 공부 잘하는 고등학생언니도 있고, 평소 학원을 다니지 않고 혼자 집에서 공부해서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지금 제일 걱정되는 건 부모님이에요. 제가 어젯밤에 너무 우울해서 엄마껜 잔다고 말씀드리고 방에 들어와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서 소리 내지 않고 엄청 울었어요. 울고있는데 아빠가 퇴근하셨더라고요. 제 방에 들어와서 불을 키지 않고 '우리 딸~ 자?'이러셔서 제가 우는 거 들킬까봐 옆으로 누워서 벽을 보면서 자는 척을 했어요. 워낙 아빠랑 저랑 장난을 많이 쳐서 아빠가 저를 멀리서 살살 흔드셨는데 제가 자다가 깬 것처럼 의성어? 소리를 냈어요. 그랬더니 아빠가 '어 왜 이렇게 목소리가 젖어있어?'하셔서 정말 숨긴다고 숨겼는데 알아채셔서 정말 깜짝 놀랬어요. 그래서 제가 막 아니라고 그랬는데 아빠가 왜 그러냐고 자꾸 그래서 막 나가라고 그랬어요. 근데 그러면서 울음이 나와서 그냥 나가라고 막 울면서 그랬어요. 아빠가 알았다고 하시면서 나가시더니 조금 있다가 다시 들어오셔서 무슨 일 있냐 아빠한테만 말해봐라 아무한테도 얘기 안한다 걱정된다 학교에서 애들이 왕따시키냐고 막 물어보셨어요. 그래서 그냥 아니라고 나가라고 계속 울면서 그랬어요. 지금은 너무 미안해요. 아빠한테. 오늘 아침에 아빠 얼굴 보기가 좀 그래서 아빠 출근하실때까지 방에서 자는 척 기다렸다가 아빠 나가시고 나서 학교 갈 준비 했어요. 학교 갔다와서 보니 아빠가 회사에서 엄마한테 전화하셨나봐요. 제가 울었다는 얘기는 하지 않고 간단하게 말하신 것 같아요. 엄마는 제가 작년까지도 친구들이랑 잘 지내서 그냥 반 분위기가 맞지 않아서 학교가기 싫어하시는 줄 아세요. 엄마께 이따 밤에 얘기하자고 하고 방에 들어와서 이렇게 글 써요. 부모님 충격 받으실까봐 걱정되고 또 얘기하기 좀 미안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자퇴같은 거 꿈에도 생각 안 해본 우리 가족들이라 반대할까봐 겁도나고 어떻게 말 꺼내야할지도 모르겠어요.
아무래도 저 혼자 생각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들어보고 생각해보고 싶어요.
처음부터 많은 친구들을 사귀지 못한 네 잘못이라 말씀하시면 할 말이 없어요.
오타나 띄어쓰기, 잘못된 단어 선택 등은 용서해주세요.
두서없고 긴 글 읽어주시는 분들이 많진 않겠지만, 모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