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와 잎새의 터키 자유 여행기 1
여행이 좋은 우리였다.
낯선 곳을 함께 걷는 게 좋았다.
느린 걸음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가 좋았다.
그렇게 길 위에서 우리의 인연은 시작됐고 여기까지 이어졌다.
(참 그 계기는 네이트 판이었지요.
후배의 조언으로 써른둥이+1의 도보여행기를 올렸고
지금의 짝궁과 인연을 맺게 됐으니까요. 고마워요 네이트 판 >0<)
어느 날 우린 전세계를 여행하자고 약속했다.
두 발로 세계 속으로 프로젝트(내 맘대로 붙인)의 첫 여행지는 터키.
지난해 봄 함께 여행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터키의 리키안 웨이 트레킹 코스에 꽂혔다.
걷는 게 좋았던 우리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내 경우만 해도 터키 여행은 오랜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나는 퇴사, 잎새는 방학을 맞아 한 달 정도 여유가 생겼다.
우리의 터키 여행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시작됐다.
하지만 몇가지 문제가 생겼다.
우선 국제 정세상 이라크, 시리아 국경지대는 여행지에서 제외해야 했다.
넓디 넓은 터키를 한 달 만에 돌아보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그럴려면 수박 겉 핥기 식밖에 안 될 것 같았다.
여유있게, 끌리는대로를 모토로 여행 계획을 짰다.
그럼에도 터키는 매력적인 여행지로 넘쳐났다.
일정을 고치고 고치고를 십수차례. 욕심은 끝이 없었다.
한 달은 터키를 온전히 느끼기엔 턱없이 부족함을
여행 하기 전부터 실감했다.
우여곡절 끝에 나온 우리의 여행 계획은 아래와 같다.
짐을 꾸리다가
"우리 안 싸우고 잘 다닐 수 있을까? "
몇 달여 준비했던 한 달간의 터키 여행이 눈 앞에 다가 왔다.
여행 전 날 설레는 마음에 들떠 있는데 잎새는 꼭 김새는 말을 한다.
"에헤이, 초를 치고 있어" 하며 무심히 배낭을 싸다 곰곰히 생각해봤다.
함께 여행을 간다는 것은 내내 함께 있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여행은 서로에게 꾸밈없는 민낯 그 자체를 여지없이 보여줄 첫 순간인 셈이다.
나쁜 습관, 경우에 따라선 꼴보기 싫은 모습을 숨길 수 없음을 의미한다.
한 달은 아주 짧지는 않은 시간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싸우지 말아야지 마음 먹지만 그건 알 수 없는 일이다.
줄이고 줄여도
여행을 앞두고 뿌리는 65리터, 잎새는 50리터 크기의 백패킹용 배낭을 샀다.
이 정도면 여유있겠지 싶었는데 절반도 안 넣었는데 배낭은 벌써 배가 불룩해졌다.
패션쇼 할 것도 아니고 옷을 줄였다. 책도 한 권만 챙기고 침낭도 뺐다.
밤 늦게 시작된 짐 꾸리기는 새벽까지 이어졌다.
비상식량과 동결김치를 빼느냐를 놓고 옥신각신 기나긴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김치는 빼면 안 되는데,,,, 문득 여행 전 바리바리 짐을 꾸리던 어머니의 모습이 그려졌다.
어쩐지 그건 유치한 일이다 싶어 뺐다.(여행 중반 어머니의 짐 꾸리기는 현명했음을 깨달았다)
빼고 줄였음에도 우리의 배낭은 허리춤에서 잠기지 않는 바지를 보는 것 같았다.
우리가 이 어마무시한 걸 들고 다닐 수 있을까? 배낭은 크고 육중해보였다.
문득 우리가 아주 그렇게 청춘은 아님을 깨닫는다. 허나 이젠 돌이킬 수 없다.
출발부터 틀어진 계획
새벽4시40분, 세시간도 못자고 일어나 비몽사몽.
공항까지 제시간에 도착하기 위해 비싼 택시를 탔는데
세상에 기사님이 길을 잘 모르신다.(고도의 술수는 아니겠지??)
직항이긴 했지만 이스탄불까지 13시간의 비행시간은 끔찍했다.
최대한 피로한 상태로 비행기에 타면 푹 자고 일어 날 수 있겠지?는 개뿔....
함께 떠나는 첫 해외, 긴 여정은 설렘으로 다가왔다.
과한 설렘과 후회는 숙면의 최대 적이다. 우리는 13시간 중 2시간도 자지 못했다.
출발부터 계획은 이렇게 틀어졌다.
도착해서도 분명 우당탕탕 우여곡절의 연속일게다.
여행을 다니다보면, 가기 전 어떤 느낌이 온다. 그 느낌은 귀신처럼 맞아 떨어진다.
그렇기에 더욱 설레고 기대됐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잘 헤쳐나오면 그만이니까.
뿌리와 잎새의 여정은 그렇게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