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많은 분들 댓글과 관심 감사드립니다. 가볍게 조언을 구하고자 올린 글이 뜻하지 않게 사랑하는 사람을 욕먹인 꼴이 되어서 조금 후회가 되기는 하네요.
굳이 변명을 붙이자면, 사랑하는 것 외에도 여자친구가 좀 세상물정을 몰라 어리긴 해도 좋은 사람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에 결혼을 결심했습니다. 여자친구 아버지가 제 대학 선배이시고 고등학교 3학년때 담임선생님의 중학교 동창이시라서 여자친구와 사귈 때 부터 몇 번 자리를 같이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느낀 바로는 '정말 훌륭한 분'이라는 것입니다. 여자친구 아버지가 아닌 대학 선후배로만 만났다면 그 자리에서 형님으로 모시고 싶을만큼 인격적으로도 훌륭하시고 사회적으로도 화려하지는 않지만 당신의 일에 성실하시고 가정에 충실하신 분이거든요. 이런 분 밑에서 자랐다면 왠만해서는 바르게 자랐을 것이고 제가 그동안 봐온 여자친구는 충분히 그 아버지의 딸이라고 할 만큼 곧은 아이입니다.
내일(이미 날이 지났지만) 만나서 이야기를 다시 나눠 보기로 했습니다. 일단 여자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줘야겠어요. 다들 감사했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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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빅펌 감사본부 3년차 회계사고 여자친구는 대학졸업하고 알바+백조 4년차입니다.(본인은 공부한다고 하는데 학위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놀면서 알바하는 걸로밖에 안보이네요.) 제가 고등학교 3학년때 동아리에서 처음 만나서 선배가 오빠되고 곧 아빠가 되게 되었네요.
대학 졸업할 즈음부터 여친과 계속 이야기했습니다. 제가 서른 되기전에 결혼하고 싶기도 하고 군대가기 직전에 결혼하면(경리장교로 중위입대 대위제대_3년복무_입니다.근무지는 높은 확률로 서울이구요) 약 3년간은 집값이나 그런거 걱정 없고 신혼생활도 즐길 수 있지 않느냐고 해서 내년쯤 결혼하기로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문제는 요즘 결혼한 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여기서 의견충돌이 많이 생기네요. 저는 어릴때부터 집안일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어머니가 남자가 집안일 하는거 질색하시기도 했을뿐더러 나가서 산 적도 없어서 집안일이라는거 자체를 뭘 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집안일을 분담하자고 하길래 제가
"네가 전업주부인데 기본적으로 집안일은 네가 다 해야하는 것 아니냐?"
라고 했더니 배신이네 자기는 오빠가 그런 사람인줄 몰랐네.... 잘 이해가 안가더군요. 본인도 사회생활이 있고 하는 일이 있다고 하길래 아르바이트밖에 안하면서 무슨소리냐고 했습니다. 대충 이 즈음에서 감정싸움이 되면서 자기 무시하냐고 여자친구가 울고.. 해서 그날은 달래주다가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다음날에 다시 만나서 제가
"그러면 분담을 해라. 대신에 나는 집안일을 할 생각이 전혀 없으니 내가 맡은 부분만큼은 돈주고 사람을 사서 시키겠다."
라고 했죠. 빅펌 회계사 벌이 그렇게 나쁘지 않습니다. 집안일 절반정도 사람 시킬 벌이는 나와요. 여친도 집안일 절반만 하면 아르바이트나마 돈 벌어와서 집안살림에 보탤거고.... 그랬더니 사람이 돈이면 다인줄 아냐면서 화를 내네요. 아니 제가 하면 효율이 1할도 안나오는 일은 다른사람 돈주고 시킨 다음에 그 시간에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면 들인 돈의 몇 배를 벌 수 있고, 집안일도 완벽하게 되어 있을텐데 윈윈 아닌가요?
군복무를 하는 동안에는 근무시간 외에는 공부에 전념해서 3년간 하고자 계획한 일이 있습니다. 지금 월수입이 평균 400~500정도 되는데(보너스 잘터지는 본부입니다) 3년간 목표한 공부를 마치면 못해도 600이상은 받을겁니다. 운때만 좋으면 월천도 받을 수 있고요. 그것도 자세히 이야기해주고 양해를 구하려고 했는데 자꾸 화만 내네요. 제가 뭘 잘못한건지 모르겠습니다. 남중남고 나와서 경영대를 다녔지만 제가 전공한 회계파트가 성비가 극단적인데다가 업계도 남성적이라 뭐라 물어볼 '면식이 있는' 여자라고는 이사님 여비서밖에 없어요. 근데 물어보기는 쪽팔리고요. 어머니께 이야기하는건 논외인게 안그래도 "비싼돈내고 지방대학나와서 펑청 놀다가 열심히 공부한 내 아들한테 붙어서 평생 편하게 살려고 한다."는 생각이셔서 접점 자체를 최소화하고 있는데 좋은소리 못들을게 뻔하니까요. 헤어지라는 말이 아니라 해결책을 알고싶은거에요.
감정이 좀 안좋은데다가 폰으로 써서 두서없이 썼는데 요약해보겠습니다.
1. 사귄지 8년차인 여자친구와 결혼을 하려고 한다.
2. 집안일에 있어서 전업주부를 할 여자친구가 당연히 다 할 줄 알았는데 그건 싫다고 하길래 양보해서 그러면 내가 맡은 부분은 돈주고 사람시키겠다고 하니까 그것도 싫다고 한다.
3. 어떡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