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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여행기>>非常시기飛上 #10-쳥두편

황재호 |2004.01.08 01:42
조회 517 |추천 0

 청두에서의 3일째다. 일어나면 몸이 개박살 나있을꺼라는 예상과는 달리, 의외로 가뿐하게 침대에서 이어나졌다. 가볍게 샤워를 하고 오늘은 어디를 갈지 생각을 해보았다. 정말 이렇게 당일날이 되야 생각하는 내가 좀 한심하기도 했지만 으하하 뭐...이것도 배낭여행의 매력아니겠는가.


 '청두의 유명한 곳이라....'

 

 일단 오늘은 청두밖으로는 안나가고 안에 있을 생각이기 때문에 도시안에 있는 유적을 가볼 생각이였다. 책을 찾아보고 홍메이랑 상의해본 결과 몇가지로 압축이 되었다. 두후(杜甫) 초당,우호우쓰(武候祠), 쳥두동물원, 쳥두박물관 등이다. 이중에서 그다지 서로의 거리가 멀지 않아 오전 오후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 같은 두후초당과 우호우쓰를 가기로 결정했다. 두후초당은 유명한 당나라 시인인 두후(두보)가 머무르며 수많은 시를 썼다는 곳이고, 우후쓰는 그 유명한 유비와 제갈공명의 사당은 모신 자리로 거의 뭐 삼국지 기념관이라고 보면 되는 곳이다.
 우리는 우선 츈시루에 있는 유명한 샤오츠가게인 '롱챠오쇼우(龍抄手)'라는 곳에 가서 아침을 먹었다. 참고로, 아침에 매운 음식과 함께 콜라를 마신다는 것은 1시간뒤에 급하게 화장실로 달려가겠다는 예약을 해놓는 것과 같다. 난 제촉하던 대단히 불친절한 아줌마 점원에게 1시간 뒤에 화장실에 가는 메뉴들을 나도 모르게 주문해버렸고, 당연하게도...다시 호텔로 들어갔다 오는 시간낭비를 하고 말았다.
 아직 개운치는 않지만 그런대로 정리한 배를 움켜쥐고 우리는 첫번째 목적지인 '두후초당'으로 향했는데, 가는 길에 이색직업종사자들을 만났다. 그들은 즉!!! '더 삐끼 온 더 로드'으로, 기본적으로는 노멀삐끼와 같으나 차도까지 진입하는 과감성을 보인다. 마치 고속도로에서 오징어와 강냉이를 파는 보자기쓴 아줌마 마냥 차도로 나와 택시창문이 열린 틈을 타서 시크릿메시지페이퍼(즉 삐라)를 퓻 하고 쑤셔넣고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뭐 강남역 어학원전단지처럼 거절하고 자시고 할 수 있는게 아니고, 핫! 하는 사이에 어느새 뒤차쪽로 사라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들의 시크릿메시지페이퍼(즉 삐라)를 읽어보게 되는, 초고난이도 벤처마케팅세일즈맨이다.
 그들이 나눠준 삐라는 '파격초특가 비행기표 세일!'이였는데, 놀랍게도 정말로 파격적인 가격이였다. 이 곳에서부터 시안(西安)까지 겨우 300위안(45000원)인데, 이건! 궤이린에서 여기오던 기차표보다도 싼 어이없는 가격이 아닐 수 없었다. 비행기는 마지막 베이징으로 돌아갈때만 타려고 했던 내 맘조차 흔들릴 정도로, 일단은 지갑에 꼽아놓고 나중에 고민해보기로 했다.
 그러는 사이 두후초당에 도착했고, 난 학생할인으로 티켓을 샀다. 해외여행다닐때는 국제학생증을 꼭 만들어서 다니라는데, 그럴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내것은 국제학생증이 아닌 이번 어학연수때의 학생증이지만, 이거 보여주면 50%쯤 할인받는다. 안되는 데도 꽤 있는데 여기 쳥두는 거의 다 되는 듯 싶다.
 여기의 입장티켓은 의외로 종이쪼가리가 아닌 카드식으로, 기념은 되겠지만 '이런 쓸데없는 짓하느니 입장료나 좀 깎어라'라는 생각이 아니들지 않을 수 없게하는 불필요한 것였다. 그리고 조용한 초당에 카드식 입장이란 것도 좀 안어울렸다. 새끼들..센스하고는...
 딱 들어가자 고요하고 운치있으면서도, 세련되고 깔끔한 초당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오오. 발정난 암캐도 여기에 오면 온순해질 것 같은 잔잔한 멋이 있었다. 과연...여기서라면 절로 시상이 불쑥불쑥 튀어나올 법도 했다.                                              (아아아아 막 시 튀어나온다 ↓)
 단아한 느낌이 드는 나무수풀과 돌다리를 지나자 그림을 파는 가게가 나왔다. 예전에는 학교 교육탓으로 서양화만이 멋진 그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커서 보니 여백의 미를 한껏 잘살린 동양화 역시 전혀 뒤쳐지지 않는 예술품이란 걸 알게 되었다.
 홍메이(洪梅)는 자기 이름과 비슷한 붉은 매화(紅梅) 그림앞에서 사진을 찍었고, 난 희한하고도 정교한 그림들을 감탄하며 바라보고 있었다. 보다보니 신기한 공예품이 있었는데, '이면화(裏面畵)'라고 하여 구슬이나 유리병 안으로 가느다란 붓을 넣어 그림을 그린 정말 기예에 가까운 물건이였다. 밖에서 그렸다고 해도 놀라울 것을 안에서부터 그린 것이라니....그것도 전혀 어색함이 없이 말이다.
 이곳에서 장사하는 사람은 이 이면화를 직접 그린 사람으로, 마치 이것이 자기가 엄동설한 속에서 풀뿌리 캐먹으며 폭포속에서 14년간 연마한 독특한 기술인양 건방을 떨며 비싼 값을 불렀는데, 지랄, 나중에 보니 이 공예품은 중국전역 어느 곳에서도 일본에서 도라에몽 찾듯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가장 흔해빠진 공예품이였다. 이것의 예술성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나, 기껏 열라 흥정해서 깎아놓은 가격이 어디서나 불리는 수준이였다는 걸 알았을때는 찝찝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조금 더 안쪽에는 탑이 하나 서있었는데, 그냥 지나칠 뻔 했으나 안에서 사람이 나오는 것을 보고 들어갈 수 있는 곳임을 알았다.   그 탑은 4층짜리로, 각 층 마다 독특한 기술의 명인들이 한두명씩 있었고, 그중 사람의 옆모습을 보고 그걸 그대로 검은 종이로 잘라내는 사람이 인상깊었다. 
그 앞에는 작품이 몇개 붙어있었는데, 원래 모델은 못봤지만 굉장히 비슷할 꺼 깥은 정교함이 돋보였다.
 그러던 와중 두 남자가 와서 그 명인에게 자신의 모습을 오려달라고 부탁을 해서 우리는 그 광경을 지켜보기로 했다. 명인할아버지의 손놀림은 대단히 빨라서 '저거 존나 대충빨리하는 거 아냐?'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짠!!!! 몇분 지나지도 않아서 완성!!! 그러나...
 그러나 그 청년. 맘에 들지 않는다고 다시 부탁한다. 난감한 표정의 할아버지는 얼른 다시 해주겠다고 한다. 전혀....장인답지 않았다-_- 스타일 다구긴 명인은 약간 불안한듯 그 남자에게 작품을 슬그머니 내밀었고 남자는 좀 미심쩍긴 하지만 뭐..라는 표정으로 그냥 자리를 떴다.
 자, 이번엔 내 차례. 나도 한번 부탁하기로 했다. 할아버지는 민망할 정도로 내 옆모습을 꼼꼼히 보면서 검은 종이를 잘라내기 시작했다. 쓱싹쓱싹....쓱싹...한 3-4분만에 완성이다.
 자.......

음-_- 이게 뭐지-_- 

뭔가 이상하다...아까 그남자꺼에 머리스타일만 바뀐듯한. 그리고 보니 여기 붙여놓은 것도 서양사람 말고는 거의 비스꾸리하다. 어쨌든 이건 너무 안닮았다.....

홍메이를 보여주니 저어언~혀 안닮았다면서 심지어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하나도 안닮았죠? 하고 물어대기까지 했다.
 다시무안해진 할아버지는 다시 해주겠다고 하고, 내 옆모습을 보며 다시 종이를 쓱싹쓱싹 다듬었다. 자....으으으음-_- 아까보다 낫긴한데 좀..아직...-_- 그래도 그냥 이걸로 하기로 했다. 어제 술을 퍼마셔서 손이 떨리는갑다.                      (자신의 작품을 황급히 고치던 명인 ↓)
 그 위층에도 아래 층에도 다 수제 공예품을 직접 만들어 파는 곳이였는데, 그당시에는 오오오오!! 하면서 봤으나 나중에 알고 보니 이거..어디가도 다 있다. 단지 관광객이 거기 가서 알고 다시 따지러 올리도 없기 때문에 그냥 여기만의 오리지날이라고 하는거다. 그렇다고 사지 말라는 건 아니고, 그냥 속으로
'좆까고 있네..'하면서 적당한 가격흥정해서 이쁜거 사면 된다. 아무래도 사람손으로 한거니 개인차가 날 것 아닌가. 중요한건 오리지널리티보다 '정교함'이라고 생각하자는 얘기다.
 그 탑을 나와 주욱 둘러보니 정말 어느곳에서나 여유와 운치가 느껴졌다. 그런데 두후(두보)가 여기 있을 당시에는 이런 모습은 아니였다고 한다. 그걸 전시해놓은 전시관이 있었는데, 그가 있을때는 그냥 겨울바람 슝슝들어올꺼같은 초가삼간이였으나 이후 몇번의 재건축(?)을 거치면서 현재의 모습으로 변하게 된거였다. 그리고 그 전시관에는 두후의 모습을 재현해놓은 마네킹도 있었는데, 여러 곳을 유랑하면서 지낸 시인답게 존나 폐인같은 모습이였다. 그렇지만 눈빛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것이 사람의 마음을 꿰뚫는 듯 했다. 뭐 그래봐야 마네킹이지만.                    (두보의 수염을 잡고 ↓)
 초당안에는 찻집이 하나 있어서 홍메이와 나는 좀 쉴 겸 그곳에 들어갔다. 아주 분위기있는 곳이였는데, 그런 분위기에 완벽하게 위배되는 포커치는 아줌마아저씨가 있어서 산통을 산산조각 내놓았다. 칵테일바에서 고스톱치고 있는거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어쨌든 우리는 그 패거리와 최대한 거리를 두고 앉아서 메뉴판을 폈다.

"한동지매" "춘설모란"

.......-_-

이름만 봐서는 대체 어떤 맛인지 알 수 없는 것들이 즐비했다.
"이게 어떤 맛이지요?"
"............걍 녹차예요."
...........음-_- 그냥 등급에 따라서 이름을 붙여놓은 모양이다. 우리는 각자 그중 하나씩을 시켰는데(중상급으로), 오오 차맛을 잘모르는 나지만 확실히 이것은 태평양 설록차와는 격을 달리했다. 깊이가 있달까?
씁씁하면서도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 '이거이 녹차의 참맛이구만'하는 맛이 은은히 입안을 감돌았다. 혹시나 중국여행을 가게 되서 찻집에 들어가면 되도록 좋은 차를 마시라고 권해주고 싶다. 비싸더라도 그래봐야 한국보다는 쌀테니까. 가짜만 아니면 충분히 마셔볼만 하다.
 우리는 잠시 그곳에서 여유를 느끼며 담소를 나누고 다음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다음 목적지가 어디냐면 말했듯이 '우호우쓰'!!                             (우호우쓰 입구 짠!↓)

 삼국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침을 질질 흘릴 제갈공명과 유비의 묘에다가 수많은 무장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옛날에는 왕이였던 유비 중심의 사당이였으나, 지금은 후대인들이 제갈량을 더 받들어 모시는 까닭에, 거의 제갈량의 사당으로 변모했다고 한다. 나도 제갈량을 좋아하긴 하지만, 유비없이는 제갈량도 없었을 것 아닌가!!! 어릴 적 모든 삼국지 만화의 주인공이였던 유비에 대한 홀대에 약간 씁쓸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러쿵저러쿵 해도 제갈량은 유비의 신하인지라 그의 사당이 유비의 그것보다 한단계 낮게 만들어져 있다는 점으로 위안을....내가 왜 위안을!?!!-_-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니 양쪽으로 무장들이 주우우욱 서있었다.(사실 앉아있었다) 실제 사람 크기정도로 만들어 놓았는데, 그 부리부리한 눈하며 등빨하며 실제로 만났으면 머리 조아리고 커피타다 드렸을 꺼 같은 모습들이였다.


 '오오오 황충, 오오오오오오오 마초오오!!!!!ㅜㅜ'


하며 감탄에 감탄을 연발하며 마치 실제 무장이라도 만나기라도 한듯 열심히 보았는데, 의외로 아는 장수들이 별로 없었다. 흠....알고 보니 이곳에 있는 무장들은 이곳이 촉(蜀)나라였던 관계로 전부 촉의 장수라고 한다.
 나도 읽는다고 읽었던 삼국지지만 조연급 장수들까지 기억할 순 없었다. 삼국지 5번인가 읽고 서울대간 그새끼 정도 되지 않고서야....그래도 간간히 보이는 장수들에 이름에 오오오!!거리며 사진을 찍어댔는데, 홍메이는 그냥 무덤덤했다.


"왜? 너 안좋아하냐?"
"아니~그런건아닌데~옛날에 봤던거라서 기억도 안나고~그냥~"


.....한국도 그렇듯이 삼국지에는 남자들이 더 빠지는 모양이다. 하긴. 존나 싸나이의 로망이니. 여자들은 '베르사이유의 장미'전시관이나 '캔디'박물관이나 가는게 나을 것이다.
 안으로 들어가 전후로 나눠진 제갈량의 '출사표'의 목판서를 감상하고(물론 읽어내진 못했다...쿨럭) 중앙으로 가니 제갈량이 이쪽을 보며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아아아아아아!!!! 저 팬이예요!!!!!!!
 우리 상상속의 그의 모습과 똑같은 그 롤빵같은 모자와 학깃털 부채를 들고 앉아 있는 그를 보니, 마치 팬미팅하는 빠순이라도 된 듯이 가슴이 벅차왔다. 
 자, 이게 끝이 아니다. 안에 들어가니 사나이의 가슴을 청룡언월도를 들고 휘젓고 다니던 관우와 진짜 더러운 인상의 장비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고찰과 일반적인 이미지를 섞어서 만들었으니 당연히 그렇겠지만, 정말 대춧빛 얼굴에 수염을 기른 떡대좋은 관우와 오리지널 '장비수염'을 기른 장비를 마주하니
아까의 감동은 배가 되고 산이 되고 바다가 되었다. 
 그리고 경건한 느낌마저 들게 하는 유비상. 그의 큰 귀와 인자한 미소는 세상을 다스리던 군주의 위엄이 절로 묻어 났다. 그러나 날 실망시켰던 건. 조자룡(조운)이였다. 일본게임이나 만화, 그리고 심지어 중국 드라마에서도 조운은 절세의 꽃미남으로 나온다. 긴머리 휘날리며 푸른 갑옷을 입고 적군을 향해 돌진하는(심지어 투구도 안쓴다) 멋진 싸나이....그게 우리 머리속의 조운이다. 그러나...이곳에서 날 보고 있는 건 긴 수염이 난 드워프같이 생긴 아저씨에 불과했다. 근방의 다른 무과  별 차이점도 없는 그냥....평범한 무장이였다. 아아아아. 마치 난 'TV는 사랑을 싣고'에 나와 존나 추하게 변해버린 어린 시절의 첫사랑을 만난 연예인같은 기분이였다.
 난 이곳에서 뭐 멋있는 기념품이라도 있을까 해서, 기념품점에 들어갔으나 살만 한건 거의 없었다. '삼국지 무장 금속 책갈피'나 '미니 사진첩' 따위...별로 갖고 싶지 않았다...-_- 그나마 관우의 작은 동상이 멋있었는데 사진 않았다. 관우는 중국에서 신적인 존재로 대접받고 있기 때문에 그의 동상이 있는게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니였다.
 여기서 또 어이가 없던 것은..대체 왜...삼국지 기념관에서...

팬더인형과 짱구열쇠고리를 팔고 있냐는것이다!!!!

뭐 팬더야 쳥두상징이니 그렇다쳐도...누굴 속여먹으려는건지 모를 이 짱구는 왜 여기 있는걸까.       (다,당신이 진짜 조운이오?!실망이오..↑)
여기서 이걸 사는 사람을 본다면 가서 인터뷰해보고 싶다. 혹시 모르지..어떤 병신같은 서양인이 와서
"오우~챠이니즈 돌!!! 원더풀! 뷰리풀!!!!"하며 사갈지도.
 그걸 보니 신뢰감도 뚝 떨어져서 아무것도 사고 싶은 생각이 안들었다. 우리는 '삼국문화유적박물관'에 들어가서 주욱 둘러보고, 유비의 묘를 보러갔다. 붉은 벽을 쭈욱 따라서 미로같은 길을 지나서 가보면 유비에 묘에 도달할 수 있었는데, 작다고는 할 수 있었으나 동양을 매료시킨 슈퍼스타의 묘치고는 좀 초라한 느낌이 드는 감은 있었다.
 유비의 묘를 다 둘러보고 우리는 '우호우쓰'를 떠났다. 흠. 4시. 오늘 저녁에는 무얼 할 수 있을까. 그때 불현듯 생각난 것이 '천극(川劇)'이였다. 경극과는 구분되는 스촨지방의 전통극으로 그....알잖은가..손으로 가렸다가 떼면 가면바뀌고 그러는거. 예전에 '변검'이라는 영화에서도 나왔던 그게 스촨극이였다는 걸 잠시 까먹고 있었다. 그걸 가면 되겠군!!!!!!......이라고 생각하고 택시기사에게 천극을 하는 극장으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


"훗 요새 그거 하는데 거의 없어요..."
"예?...왜요? 그건 여기 스촨꺼 아닌가요?"
"요새 젊은이들이 그거 보나요..다 영화보고 티비보지. 그래서 지금은 거의 없어요. 포기하는게 나을꺼예요."


그래도 포기할 순 없었다. 난 거사를 졸라서 기어이 극장이 있는 곳으로 갔다. 뭐야. 우리 호텔과 존나 가까운 곳에 하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매일 하는 것도 아니였으며 이상하게도 낮시간의 공연이 많았다. 오늘 공연은 없었으며 내일은 낮 2시였다. 사스 영향인지, 아님 아까 저사람말대로 점점 없어지는 건진 몰라도 내일 아침에 쳥두를 뜨기로 한 나와 홍메이가 볼 수 없다는 건 분명해보였다. 씹.
 그래서 우리는 그냥 포기하고 맛있는 밥이나 먹기로 했다. 스촨요리의 꽃. 오늘을 위해 기다려왔던 음식이 있다. 짠!!!!! 그건!!!!

 마파두부!!!!!!
 뭐야. 씨발...그건 군대 반찬으로도 나와. 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그 '마파두부형 미지의 소스를 사용한 두부무침'과는 차원을 달리 한다. 본고장, 그중에서도 가장 원조집...장충동 뚱뚱이 할매집 족발같은 가게를 찾아갈 생각이다.
"쳔 마포도우후디엔(陳麻婆豆腐店)"
가이드북에선 여기 원조집의 마파두부의 매운 맛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나와 있다. 입안이 타는 듯 하고 머리가 아플 지경이란다. 그럼 그딴걸 왜 먹겠나. 맛있으니까 먹겠지. 자, 싸나이 황재호...지금 뱃속에서 고추요괴들이 탭댄스를 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전하기로 맘먹는다.
 일단 호텔로 가서 잘 나오진 않지만 뱃속에 있는 고추기름을 밀어내고 위통약을 먹고 음식점으로 갔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잠시 기다리니 뭔가 시뻘건게 날라져 왔다. 이,이것은!!!!
 원조 마파두부. 그것은 두부보다도 고추가 많은 보기만 해도 열이 올라오는 무시무시한 음식이였다. 사실 먹음직 스럽다기보다 끔찍하게 생겼다. 그냥...고추장범벅같이 생겼다. '먹고 죽자'라는 말을 술자리가 아닌 두부앞에서도 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옛날에 어떤 할머니가 남편을 위해서 만든 요리가 기원이 됐다는데, 혹시 남편 독살하려고 만든게 아닐까 하는 의문도 생길 정도였다.
 꿀꺽.
으아아아아아아!!.......음? 의외로 그렇게 맵진 않았다. 핫핫하. 역시 많이 단련이 됐군!! 하며 난 자신있게 몇숫갈을 퍼먹었다. 그러나..이건 존나 멍청한 짓임이 잠시후 밝혀졌다.

 이곳의 음식은 톡쏘는 매운 맛이 아니기 때문에, 먹는 순간 "꺄아아악!!"하며 고질라처럼 불을 뿜진 않는다. 그러나 서서히 입안이 마비되는 감각이 들면서 어느 순간, 눈물을 찔끔흘리면서 전신이 타들어가는 경험을 하게되는, 시간차 공격이 가미된 매움인 것이다.
 난 아주 보기 좋게 그 시간차 공격에 당하고 말았다. 목조르기를 당하는 레슬러같은 시뻘건 얼굴로 땀을 쏟으면서 입안이 마비가 되는 그 감각에 천천히 젖어들고 있었다. 크핰!!ㅜㅜ
 홍메이는 비겁하게 배가 별로 안고프다면서 눈물까지 흘리는 날 재밌다는 듯이 쳐다보면서 입가심으로 시킨 야채요리를 끄적끄적 집어먹고 있었다. 난 대체 왜 이런 병신짓까지 하며 이걸 먹고 있는가. 그건 분명 맛있기 때문이다. 매운 것만 강조했는데, 이 마파두부에는 그 매움을 뛰어넘는 완벽한 재료의 조화와 독특한 중독성있는 맛이 있었다. 스촨에 갈일이 있다면 번지점프하는 심정으로 한번 꼭 먹어보길 바란다. 진정한 매움의 세계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저 무시무시한 음식을 먹고 같은 색깔로 변해버린 내 얼굴)

내 붉게 달아오른 얼굴은 호텔에 올때까지도 가라앉지 않았다. 방에 들어와 위통약을 하나 먹고 침대에 누웠다. 내일이면 나는 홍메이와 헤어지고 쳥두가 아닌 다른 지방으로 간다. 예전에 베이징에 있을때 기숙사 직원들이였던 친구들이 있는 펑샨이란 곳인데, 그다지 볼거리가 있거나 발달된 곳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런 시골지방을 가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았다. 오랜만에 친구들도 만나보고. 그녀들은 내일 내가 간다고 하자, 호들갑을 떨며 기뻐했다. 하긴. 외국인친구가 도시도 아닌 시골 작은 마을에 있는 자기네들을 만나러 온다니 나같아도 기쁠 수 밖에 없겠다. 비록 하루 일정이지만.
 홍메이와 보낸 이 3일을 생각해보았다. 참으로...기이한 인연이다.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던 여자애를 데리고 기차에서부터 지금까지 같이 보내다니 말이다. 혼자 다니는 여행이 더 재밌는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 3일 동안 홍메이가 내게 많은 도움이 되어주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는 3일간이나 같이 밤을 보냈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 흠. 매일매일 피곤하게 다녀서 그런가. 그렇지만 오늘 밤은 뭔가...기억에 남는 일을 만들고 싶었다. 뭐냐고? 알면서 뭘 물어보냐 넌.
 난 평소처럼 안고 있다가 그녀의 가슴에 손을 가져갔다. 홍메이는 흠짓 놀라면서도 그냥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는 한마디 한다.


"니가 뭘 원하는지 알어. 그래도 안할꺼야."


......누,눈치는-_- 방에 단둘이 있는 상황에서 난 반강제로 그녀와 할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FUCK은 모름지기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여자의 몸을 이용한 자위행위같은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바지를 벗기려고 하자 홍메이는 날 밀쳐냈고, 난 그냥 그녀 옆에 가만히 누워있었다. 하고 싶다고 했다. 홍메이는 내가 자기 남자친구도 아니고, 이런 하룻밤의 불장난같은 FUCK은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난 불장난이 아니고 추억거리라고 말했다.
 '굶주려서 하고 싶은게 아니고, 너와 보낸 3일간의 즐거운 시간에 멋진 마무리를 하고 싶다.'는 것을 작문해서 안더듬고 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였다. 좀 설득적 의도가 보이지만 그래도 진심이였다. 이렇게 그냥 헤어지면 뭔가 커다란 아쉬움이 남을 것 같았다.
 FUCK이란게..'니 심장의 동맥과 연결되는 부분의 혈관을 0.5미리만 절단해서 목걸이로 만들어서 주라'같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고, 이런 상황에서 굳이 방어적으로 나올 필요는 없지 않은가.
 홍메이는 내 말에 어느 정도 공감을 한듯, 조용히 불을 끄고 가만히 있었다. 난 남아있는 천조가리를 걷어내고 그녀와의 마지막 추억거리를 만들었다.

(제 10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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