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와 잎새의 터키 자유 여행기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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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에서 일식 요리에 빠지다
전주에 가면 비빔밥이 있고 부산에 가면 밀면과 냉채족발이 있다.
인천엔 신포 닭강정이 있고 춘천에 가면 닭갈비와 막국수가 있다.
작은 나라지만 지역마다 먹거리가 이렇게 다양한 나라다.
헌데 터키는 왜!!왜!!왜!! 이스탄불을 가도 괴레메를 가도 안탈리아를 가도
먹을 거라곤 케밥과 쾨프테냐는 말이다!!!(물론 그 안에도 큰 차이는 있지만)
터키에 온지도 보름여. 우리는 케밥에 슬슬 거부반응을 느끼고 있었다.
한가지 다행인 건 파묵칼레 식당은 현지식보다 한국 음식과 일식을 더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
그만큼 파묵칼레는 아시아권 관광객이 많이 온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첫날 도착하자 마자 일본음식을 파는 라무코's 로칸타로 달려갔다.
우동부터 돈부리, 덮밥, 닭볶음탕까지 없는 게 없었고 음식 맛도 굉장했다.
괴레메에서 먹었던 30리라짜리(1만5천원) 밍밍한 된장국과는 차원이 달랐다.
우리는 파묵칼레에서 머무는 3박4일 동안 매 점심, 저녁마다 이곳에서 식사를 했다.
앙증 맞은 메뉴판
간밤에 내린 폭설, 설마 여기마저?
우리는 파묵칼레에 저녁 늦게 도착해 3박을 하고 페티예로 넘어갈 계획이다.
둘째날 아침 파묵칼레에는 비가 내려 어쩔 수 없이 아프로디시아스를 먼저 다녀왔다.
셋째날 마저 날이 안 좋으면 파묵칼레까지 와놓고는 온천을 못보고 갈지도 모른다.
어쩐지 불안한 마음에 일어나 커튼을 걷었는데 아뿔싸!!!
새벽에 제법 많은 눈이 내렸고 그 순간에도 비에 가까운 눈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망한 것인가... 망연자실... 다행히 오전 10시 무렵부터 날씨가 맑게 개기 시작했다.
가이드북에선 일몰을 보며 석회봉을 내려오라고 추천하길래 히에라폴리스부터 가기로 했다.
목화의 성 파묵칼레로
파묵칼레, 터키어로 '파묵'은 목화, '칼레'는 성, 즉 목화의 성을 뜻한다.
괴레메, 셀축과 함께 터키 3대 여행지로 인기가 높은 곳인데
온천에서 나온 석회 성분이 오랫동안 퇴적돼 계단식 논처럼 층을 이루고 있는 게 특징이다.
석회봉 위로는 히에라폴리스라는 고대도시 유적이 자리하고 있다.
히에라폴리스는 기원전 2세기 무렵 페르가몬 왕국이 세웠고 이 곳을 정복한 로마에 의해
발전, 번성하게 됐다.
연중 따뜻한 온천 물이 나와 당시에도 요양 및 휴양도시로 인기가 높았다.
한가지 섬뜩한 스토리가 있는데 몸이 아파 이곳을 찾았다가 죽은 사람이 상당헀다는 것이다.
고령의 방문객들이 지병을 낫게 하거나 요양하려고 왔는데 이미 기력이 쇠해 이곳에서 생을
거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그때문에 히에라폴리스 입구 앞에는 수많은 석관 무덤들이 있는데 이 곳을 네크로폴리스라고 부른다.
죽음의 무게마저 달라야 할까
예나 지금이나 여행은 누군가에겐 사치일 수도 있는 일.
당시에 여행을 그것도 휴양을 위한 여행을 할 수 있었던 사람들은 한정돼 있었을 터.
그래서일까? 이곳에서 숨을 거둔 그들의 흔적은 대체로 크고 화려하다.
당시 검투사의 무덤. 입구 위쪽에 승리자에게 주었던 토기와 삼지창, 방패 문양이 조각돼 있다.
하지만 이곳의 무덤들은 수차례의 지진으로 무너지고 부서지고 말았다.
신분과 지위에 따라 무덤의 크기와 위치가 달랐겠지만 실상 그것은 부질없는 짓 아닐까?
여러 무덤 중 이 무덤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지붕에 비문을 써서 올려둔 형태다.
비문의 내용은 대강 이렇다.
"이 무덤을 손 대는 사람은 사후에 병에 걸리고 재수가 없으며 큰 벌을 받을 것이다"
그래서 이 무덤은 저주의 무덤으로 불리기도 한다.
눈발 날리는 네크로폴리스의 모습. 1,200여기의 무덤들이 있는 이곳을 가로질러가는 느낌은 꽤 묘하다.
한때 인구 8만에 이를 정도로 큰 도시였던 히에라폴리스.
성스러운 곳이자 휴양도시로 이름이 높았던 만큼 도시 입구엔 큼직한 욕장이 있다.
외지의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몸을 정갈히 씻고 들어가야 했다.
성스러운 도시에 입장하는 일종의 의식이기도 했지만 당시 전염병에 대한
공포감이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도시로 들어가는 입구.
히에라폴리스와 석회봉까지 다 둘러보려면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
식사할 곳이 마땅치 않아 우리는 미리 라무코's 로칸타에서 주먹밥을 사서 올라갔다.
맛은.....(고추장 튜브를 가져간 효과를 톡톡히 봤다!!)
고대에 세워진 대규모 계획도시답게 여러 유적들이 산재해 있다.
1만5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원형극장.
원형극장에서 우측으로 가면 유적온천과 고고학박물관이 나온다.
온천은 생각보다 크지 않고 물이 깨끗하지 않아 패스.
고고학박물관은 일대에서 발굴된 유물들을 모아뒀다. 건물 자체가 옛 유적지를 활용해서 이색적이었다.
드디어 마주한 석회봉. 수로를 따라 따뜻한 온천수가 흐른다.
아래쪽엔 어마어마한 여행객 행렬이...(대부분 한중일 사람들...)
수로를 따라 앉아 족욕을 즐길 수 있는데 물이 꽤 따뜻하다.
석회봉 보호를 위해 맨발로 다녀야 하는데 우리가 간 날은 날도 춥고
아침까지 눈이 내렸던 터라 발 끝이 어는 듯 시렸다.
너무 차가워. ㅠ.ㅠ
아래로 내려갈 수록 온천수는 식어있고 눈도 쌓여 있어 힘들었다.
일몰 시간에 맞춰 한참을 기다렸는데 멀리 구름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끝까지 날씨는 우리 편이 아닌가 보다.
그래도 파묵칼레를 떠나기 전 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인가...
다만 날씨 액땜은 제발 이쯤에서 끝나길 간절히 바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