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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치지 못할 편지

혹한기 훈련 갔다온지가 엊그제 같은데 날씨가 많이 풀린걸 보니 벌써 봄이 온것 같다.

햇살도 따뜻하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도 참 듣기 좋다. 뭔가 평화로운 기분?이 들어서

마음도 안정되는거 같고. 요즘 부대일정이 하도 빡빡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거든.

그래서 그런지 이런 봄이 더욱 반갑게 느껴지네. 옛날엔 봄이면 그냥 봄이구나 했었는데

여기 있으니까 진짜 진짜 나가고 싶다. 나가면 태화강변도 걷고 싶고 울산대공원도 가고 싶다.

바다도 못 본지 꽤 오래돼서 한번 보러가고 싶고. 공부는 잘 되고 있나 날씨 좋으니까 들뜨고

나가서 놀고싶고 그렇제. 그래도 핸드폰까지 꺼놓는거 보니까 공부 진짜 열심히 하나보다.

멋있어^^ 나 사실 그 날 데이트 하는줄 알고 되게 기쁘고 설렜었다. 휴가 내내 월요일만

기다렸었는데. 만나면 하고싶은 말들이 많았는데 막상 보니까 왜 이렇게 말문이 막히던지.

짧은시간이였지만 그래도 얼굴 볼 수 있어서 좋더라. 앞으로도 그렇게 가끔씩 볼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아마 안되겠지 니가 많이 싫어하니까. 니한테 남자친구 있다는 말 듣고 좀 놀랐었다.

부럽더라 그 사람. 아주 근사한 사람일거라고 생각해. 그 사람 만나면서 니가 마음아파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전에도 말했듯이 너는 항상 행복했으면 좋겠거든. 좋은 남자 만나라고 했었는데

막상 니한테 애인이 생기니까 좀 그렇네. 난 왜 이렇게 쿨하지 못하지. 에휴ㅋㅋ

군대오니까 여자친구 있는 애들이 더 부러워졌다. 훈련 끝나면 여자친구가 어디 다친데는

없냐며 걱정해주고 편지랑 먹을거도 보내주고 면회도 와주고. 무엇보다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게 가장 부럽다. 훈련 갔다오고 나면 나도 전화하고 싶고 위로받고 싶을 때가 있는데

막상 전화할데가 없더라구. 그럴 때면 내가 지금까지 참 헛살았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기분 안좋아도 선임들 앞에선 항상 밝은모습 보여야 되고 혼자 있고 싶을 때도 그럴 공간조차

없다는게 아직도 힘들게 느껴진다. 미안 그냥 하소연이야..ㅋㅋ 으아 날씨 진짜 좋다.

요즘 또 벚꽃엔딩이 음원차트에 올라갔더라. 올 봄에 벚꽃보러 갔다왔어? 난 여자친구 생기면

가장 해보고 싶은게 같이 벚꽃보러 가는거랑 바다보러 가는거. 디게 행복할거 같다ㅎㅎ

나 전역하면 혼자 여행 가볼려구. 생각해보니까 수학여행 말고는 여행 가본적이 없어.

나중에 나이들면 여행 많이 안가본게 후회가 된대. 그래서 제대하면 여행 다니면서

보고,배우고,경험하고 오려구. 아참 그리고 나 전투프로 땄디! 중대에 세명밖에 없는데 그 중에

한명이 나야. 잘했지? 내가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약골은 아니라구ㅋㅋㅋ

아마 이게 마지막 편지일거야. 그러니까 혹시 내가 계속 연락할까봐 걱정 안해도돼.

이젠 힘들어도 니 생각 안할거고 보고싶어도 꾹 참을게. 널 보내는데 오랜시간이 걸렸지만

그렇다고 널 만난걸 후회하진 않아. 너와 함께 했던 시간들 나에겐 정말 행복했었고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해둘게. 그 동안 귀찮게 했다고 나 너무 미워하는거 아니지?

항상 아프지말고 잘 지내. 공부 열심히 하고. 난 열심히 나라 지킬게.

우리 서로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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