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판에 처음 글 써보네요.
우선 이야기를 하려면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 때는 초4때의 시절, 부모님과 떨어져 남동생과 함께 한창 중국 외가에서 공부하고 있던 때였습니다.
심각한 남아주의사상을 가지신 외할아버지 밑에서 손주도 아닌 외손주이자 여자인 전 큰 관심도 못 받았죠. 밥은 항상 제 손으로 차려 먹어야 했고 제 속옷은 물론 제 남동생 속옷과 옷도 손빨래 해야 했었습니다. 옆에 버젓이 세탁기가 있는데도 말입니다.
거의 식모 취급당했었죠. 당시 외가에는 큰 외삼촌과 밑으로 두 이모가 같이 살고 계셨는데 끝말에는 설거지와 함께 이 분들 뒤치다거리까지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중국어는 이제 갓 배워 내 의사만 전달할 수 있는 11살 아이에게 도로 앞의 슈퍼가서 이것저것 사와라, 택시 타고 가서 이것 좀 전달해주고 와라, 어려운 심부름을 시켰죠.
울기도 참 많이 울었어요. 말도 안 통하는 그 답답한 곳에서 같이 온 동생은 남자인 탓에 사랑도 많이 받고 맛있는것도 혼자 먹고 그랬죠. 특히 새해에 두둑한 돈봉투 받는게 그렇게 부럽더랬습니다. 혹사 당한건 저인데도 돌아오는 거라고는 가득 쌓인 마늘을 빻는 일 뿐이었죠.
특히 유독 이 일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중국으로 온지 막 한 달, 제 동생이 매우 아팠던 적이 있습니다. 금방 중국에 온 탓에 현지 적응을 못하고 한동안 끙끙 앓았었죠. 미친듯이 토하고 애가 눈 뒤집으면서 쓰러지는데 하필 그 때는 집 가족 분들 전부가 시장에 가있던 때였습니다. 구급차를 부르자니 응급번호를 몰랐고 전화를 하자니 번호를 몰랐죠. 게다가 주변지리도 모르는 상태였고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바등바등대며 동생을 침대로 옮겨주는 일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하나뿐인 동생이라고 손도 잡아주며 기도했는데 얼마가 지나자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죠. 전 곧바로 현관문을 향해 달려가 할 수 있는 몸짓, 손짓 다해서 제 동생이 아픈걸 알렸습니다.
엉엉 울며 외할아버지께 매달렸는데 다짜고짜 제 뺨을 내리치시더군요. 생전 처음 맞아 본 매였습니다. 얼얼하고 아파서 얼굴 감싼 채 주저 앉았는데 제게 알 수 없는 말로 뭐라뭐라 야단치셨죠. 그 분위기는 마치 제가 큰 잘못을 한 것 마냥 느껴져서 무조건 제 탓이라 느꼈어요. 분명 난 할 만큼 했는데도 그 외가네 분들은 전부 절 몰아갔었죠.
전 이 사건 이후 동생에게 보상을 받으려는 심리가 강해졌어요. 이건 저 또한 인정하는 부분이고요. 근데 방금 전 아까 부모님께서 한 소리 하더라고요. 넌 왜 니 동생을 못 살게 구냐고. 보상심리가 아무리 강해졌다한들 전 그저 돈 주고 슈퍼에서 뭘 좀 사와라, 거스름돈은 니가 가져라 이런 식일 뿐인데 부모님 말씀에 어찌어찌 반박하다 보니 이 얘기까지 흘러 가게 되더라고요.
근데 부모님이 안 믿어주시는 겁니다. 모두 제 거짓말인줄 알고 있어요. 너무 속상한 마음에 있는 눈물 없는 눈물 다 쥐어짜내며 통곡했는데도 어머니께서는 못 이기는 척 사실 확인을 위해 전화를 거실 뿐이셨어요.
전화가 끝난 후, 절 불러 앉히곤 크게 소리치셨죠.
"그런 것도 못 이겨내면서 넌 그러고 있어? 아직도 그딴 과거일에 집착하는거야? 이럴거면 차라리 남매 때려쳐! 누나가 되어서 뭔 생각을 하는거야? 그런 건 당연한거 아냐? 그리고 말 좀 지어내지 마. 방금 전에 전화로 물어보니까 다 안 그랬다더라."
이런 소리를 하시는 겁니다. 오래 살진 않았으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던 사건이에요. 그 어린 11살에 친척집으로 달려가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곳에서 1년을 버텼다는 얘기입니다. 근데 저걸 아무렇지 않은 사건으로 치부하고 심지어 내게 모든 일들을 시켰던 이모님들까지 나몰라라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제가 이상한겁니까? 정말 제가 미친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