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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를 당한 이후 저 자신을 잃어버렸습니다

흑흑 |2015.07.20 14:59
조회 169 |추천 0

안녕하세요. 서울 사는 22살 여자입니다. 고민이 있어서 털어놓을 곳은 필요한데, 어디에 털어놓아야 할 지 몰라 익명인 판을 택했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 그러니까 저 열 네 살 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왕따”라는 걸 당했습니다. 이유는 없었어요. 그냥 친하게 그룹 지어 다니던 아이들 중 가장 친했던 아이가 언젠가부터 저를 소외시키기 시작했고 그 그룹에서 떨어져 나오니 어느새 저는 반에서 겉도는 아이가 되었더군요. 하지만 그 때는 한 학년이 끝나갈 때 즈음이었기 때문에, 너무 힘들지만 조금만 참자. 세 달만, 세 달만.. 이라는 생각으로 버틴 것 같아요. 달력을 만들어 하루가 끝날 때마다 엑스를 쳐 가는게 유일한 삶의 낙이었던 것 같아요.

어느 날, 체육 선생님께서 자유 체육시간을 주셨을 때, 다들 너무 좋아하는데 나만 너무 힘들더군요. 그 긴 시간을 뭘 하지, 뭘 하지 멍 때리다가 시간을 보려고 휴대폰을 꺼냈는데 저랑 친했던 친구 두 명이 쪼르르 선생님께 가서 일렀나 봐요. 쟤 휴대폰 사용했다고. 호랑이 선생님께 휴대폰 한 달간 압수 당하고 엄청 혼났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누군가 저한테 쪽지를 던져요. 열어보면 “왕따”라고 써 있어요. 점심 시간에도 그냥 책상에 앉아있어요. 가끔 복도에서 지나가던 애들이 농구공을 던져서 저를 맞추기도 했어요. 아픈 걸 티 내면 자존심이 상할 것 같아 아무렇지 않은 척을 했습니다. 어차피, 이런 생활도 1년 이후면 끝날 거니까. 애들이 저를 이상한 별명을 만들어 불러도, 두 명씩 짝을 지어야 할 때면 같이 할 아이가 없어도, 곧 끝나리라는 생각으로 버텨습니다.

그렇게 1학년이 끝나고, 2학년이 되었습니다. 담임 선생님께서 2학년에는 저를 심하게 괴롭혔던 아이들은 다른 반에 배치 해 주셨어요. 2학년이 된 첫 날, 친구도 새로 사귀고... 그렇게 얼마간은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항상 마음이 불안했습니다. 내가 왕따였다는 걸 애들이 알게 되면 나를 싫어하지 않을까?

그리고 얼마 후 걱정이 현실로 일어났습니다. 누군가가 말을 해서 소문이 퍼진 거죠. 그것도 수학여행 전 날에 소문이 퍼졌습니다. 친한 친구들 6명이서 방도 같이 쓰기로 했고 계획도 다 세워 놨는데 그 아이들은 약속 했던 듯 5명이서만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혼자가 되었습니다. 나는 똑같은데, 내가 왕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이유 하나로 나는 또 혼자가 되었습니다.

담임 선생님도 내가 혼자 다닌다는 걸 눈치를 채셨고, 선생님의 도움으로 저는 친구들과 어영부영 화해를 하게 되지만, 관계가 전 같지는 않았습니다. 눈치 보이고, 알게 모르게 겉도는 느낌도 있고, 무엇보다 억지로든 뭐든 저랑 같이 다니게 된 아이들을 제외한 다른 반 아이들은 저를 “왕따였던 애”로 취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억지로 같이 다니다가도 나중에는 같이 놀러도 가고 했지만, 그 애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특히 남자애들은 저를 못생겼다고 싫어했습니다. 별명도 그런 별명을 지었고, 제 손이 닿으면 더러운 것이 닿은 것 마냥 질겁을 했고, 대놓고 못생겼다는 말.. 나가 죽어라.. 심한 말도 많이 들었습니다. 어떤 남자애한테 친구들이 장난 치는 데 제가 끼어있으면 저한테만 화를 냈어요. 쌍욕을 하면서.. 제 친구들은 (물론 친구는 아니었겠죠) 단 한편도 제 편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제 친구들한테 방학 때 남자애들 여자애들 다 같이 워터파크 가자.. 라고 문자하고 그 뒤에는 근데 저는 부르지 말라고. 걔 가면 나 안 간다고.. 그런 말을 저에게 전해준 게 그때의 “친구들” 이었어요.

그렇게 친구들 눈치만 보며, 반 애들한테 상처받아 가면서.. 근데 그 때 아무리 1학년때와는 달리 “친구들”이 있었다 해도, 아침에 제 자리 가 보면 쓰레기통이 엎어져 있고. 아.. 생각하기도 싫어요 매일 아침의 시작을 책상에 있는 쓰레기 치우는 걸로 시작하는 그 기분 모르실 거에요. 번호를 바꿔서 “벌레 년” 이런 문자가 오기도 했고, 아무튼 하루 하루가 지옥이었어요. 애들 눈치 보랴 반 남자애들 피해 다니랴, 정말 힘들었습니다.

학원 가는 게 유일한 낙이었습니다. 학원 가면 친구들이 있고, 맘 편히 공부도 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똑같이 불안했습니다. 내가 학교에서 왕따라는 걸 알면 얘네도 다 등을 돌릴거야..

중학교 3학년 때는 1, 2학년 때보다는 훨씬 나았지만 뭘 하든 욕을 먹었습니다. 난생 처음 남자애들이랑 섞여서 노래방을 간 날에는, “왕따였던 주제에 왜 저렇게 나대냐”. 주제를 모른다.. 제 주제는 그저 왕따였던 걸까요? 그리고 같은 일을 해도 저는 남들의 몇 배로 욕을 먹었습니다. 제가 새치가 있어서 새치 커버 염색을 난생 처음 했었는데, 완전 블랙이 아닌 진한 갈색의 염색을 했습니다. 그걸 가지고 욕 하는 아이들이 있더군요. 처음으로 비비크림 발랐던 날에도, 못생긴 게 저렇게 하면 예쁠 줄 아느냐.. 좋아하는 남자아이가 생겼을 때는 저를 비꼬며 비웃더군요. ㅋㅋㅋㅋㅋㅋㅋ잘해봐ㅋㅋㅋㅋㅋㅋ라면서요.

중학교 졸업 할 때에는 정말 살 것 같더군요. 이제 악순환도 끝이다.. 싶어서요. 지금 중학교 졸업한 지 5년 됐습니다. 5년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네요. 5년 사이에 좋은 친구들도 사귀었고, 다이어트도 많이 했고, 눈과 코도 성형해서 훨씬 괜찮은 외모를 가지게 되었고, 학교도 열심히 해서 원하던 대학교에 진학했습니다. 그 때의 그 “친구들”보다 훨씬 더 잘 갔죠. 물론 연락은 안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후로 저는 자신감 이라는 게 없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자존감이 너무 낮다고나 해야 할까요.. 남의 눈치를 보는 일이 늘었고,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내가 남들에게 어떻게 보여지는지” 너무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외모 이야기가 아닙니다. 좋은 사람 콤플렉스라고나 할까요.

그리고 제대로 된 연애도 못 합니다. 제가 심리학 책을 많이 읽는데, 심리학적으로 자존감 낮은 사람들은 그런 경향이 있대요. 누가 나를 좋아하면 무의식이 “왜 나 같은 걸 좋아하지? 쟤도 별 것 없는 거 아니야?” 이렇게 생각해서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고요. 실제로 저는 저를 좋아해주면 싫어지는 경향이 있었고, 지금도 그럽니다.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서 그렇다네요.

항상 누군가에게 미움 받을 까봐 두렵고, 저 자신이 싫습니다. 엄마에게 예전에 정신병원에 다녀보면 안되냐 했더니 엄마 펑펑 우시는거 봤네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과거에 더 이상 얽매이기 싫지만, 제 마음대로 잘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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