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소리일까 아님 밤새 잠들어 있던 어둠이 지나는 소리일까...소스라치게 놀라 일어났을땐, 이미 태양이 머리 꼭대기에 자리한듯..그리도 밝은 낮이었다..
아무렇게나 나뒹구는 소주 병들과 삶의 무게만큼이나 짖눌린듯한 담배 꽁초들이.재떨이가 아닌 다른곳에서 너부러져 있다..
그리고 밤새, 혼자 깜박이며 지새웠을듯한 컴퓨터의 커서가 아직도 뒷말을 읻지 못한채 깜박이고 있다...
눈은 떳지만 아직 머리가 띵하다.
영수는..그렇게 한참이나 눈을 깜박이며, 방 안을 살피다,일어나.휘청이는 몸을 이끌고 화장실로 향했다.
샤워기의 꼭지를 틀고서는 물이 데펴지기를 기다리며, 속옷을 하나씩 벗기 시작했다.
몇일이나 입었을까.스스로 생각해도 참 지저분하다는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나왔다.
막 몸을 쏫아지는 물줄기 안으로 밀어 넣으려 할때.전화벨이 울렸다...
'젠장...!!'
"뭐해 속을 괜찮아.깨우려다 그냥 나왔어....!!""
그때서야 영수는 지난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생각이 났다.
"나와라 해장이나 해야지??"
"어...나 지금 씻으려고, 씻고 나서 전화 할게..."
"그래, 그럼 나 기다리고 있을테니까.나와서 전화 해...."
"어 그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지난 밤으로 생각을 되돌리려 했지만.쏫아지는 샤워기의 물줄기 소리 때문에 그게 잘되지 않았다. 화장실로 들어가, 적당히 데워진 물에 몸을 밀어 넣자 현기증이 나는듯 했다.
그리고 어제 밤의 기억도 또렷히, 떠 오르기 시작했고.......
""뭐해?? 궁상 떨지말고 나와.다들 술이나 한잔 하려고 모였어, 나올꺼지??"
"아니 나 일이 꽤나 밀려서 오늘은 좀 어려울것 같아..."
한참이나 침묵이 흘렀다 아니 잠시였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알았어.그럼 일이나 열심히 해.."
그렇게 전화를 끊었던 가경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시계를 들여다보니 큰 바늘은 3자를 작은 바늘은 12를 가르키고 있었다.무려 5시간을 꼼작도 않고 자리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휴~~~' 머리가 아팠다. 기지개를 펴고 담배 한대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성냥 한개비를 꺼내 막 불을 붙치려고 심지를 긋는 순간이었다.거보다 아주 조금 빨리...벨이 울렸다...
담배는 입에 물고 현관으로 나가"누구세요" 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너무 오래 앉아 있어서인지 자리에서 일어나기가 그리 쉽지가 않아 그냥 소리만 질렀다.
"누구세요??"
"나야 가경이..."
"뭐해 이리와 술이나 한잔 해." 가경은 어느새 식탁 위에다가 들고 온 비닐봉지에서 이것저것을 꺼내어 놓더니 술자리를 마련 했다...
술생각이 간절하기는 했지만 아직 일이 널려 있는 상태라.쉽사리 술이 입으로 들어갈지가 의문이었다.
"왠 술이냐??"
"네가 하도 나오지 않으니 이 몸이 손수 마련해 왔다, 그러니 주저하지 말고 마셔, 한번 먹고 죽어볼까."
정말 죽기라도 할꺼처럼 가경은 자신의 잔에 가득한 술을 한숨에 목구멍 안으로 털어 넣어버렸다.
왠지 모르게 한순간 스치고 지나는 가경의 눈매가 서러워 보였다.
"무슨 일 있어?"
"...................."
한참이나 시간이 지났을까 아님 그 길이만큼 무거운 침묵이 잠시 흘렀을까.참으로 한참만에 가경은 입을 열었다...
"너 너만 힘들다고 생각해, 너만 아프다고 생각해, 나도 무지 힘들고 아프다......."
".............................."
"그만 잊으면 안될까 벌써 5년이라는 세월이 지났고 그 5년 동안 곁에서 힘들어 하는 널 보며 늘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그건 너만의 아픔이 아니라고 생각해....."
'5년, 그래 벌써 5년이 지났다.'
그때의 수진이의 마지막 말이 생각난다..
"영수씨 나 사랑해?..."
"응........그러니까 힘내 일어나야해. 정말 사랑해...응."
목이 메어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수진이 마지막 말을 한다는걸 직감 할 수있다, 그 짧은 시간을, 숨쉬는 그 순간의 시간도 아까워 숨쉬는것조차 멈추고 말하고 싶다.
"수진아....힘내..그래줄거지 날 위해..일어 날꺼지..?"
"그럼 내가 죽나 난 일어 날꺼야, 근데 영수씨 지금 밤이야 왜이리 캄캄해, 불 좀 켜줘.............."
수진은 몰랐다 지금 얼마나 화창한 햇살이 창으로 들어와 병실을 환희 비추고 있는줄을....
"영수씨..나 죽더라도 영수씨에게 행복하라는 말 따위는 안할꺼야, 그리고 날 잊지말라고도 하지 않을꺼야...."
".........................................................."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하는데 그래야 옳은 것인데 목이 메어와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만큼 영수씨 행복하게 해 준 사람이 없을테니까, 그리고 그런 날 계속 기억하는것도 원치 않으니까."
그리고............
"사랑해...아프지마...."
그것이 수진이의 마지막 말이었다.
아프지 말라고 수진은 내게 말했는데 지금 가경은 내게 너만 아프냐고 하고 있다.
가경은 또 다시 자신의 잔에 채워진 술을 다시 입 안으로 털어 넣고 있다.
뭐일까 이리도 서글퍼 보이는 가경의 모습과 그 모습을 오래도록 지켜 본듯한 나의 의식은...........
"그래 너만 사랑을 했다고 생각해, 아니 아니야 사랑은 나도 하고, 지나가는 강아지도, 철 모르는 꼬맹이들도 사랑을 해, 마치 너만 사랑을 하는냥 굴지 말란말이야...........야 너 잘났다 뭐 그리 잘났다고 내 맘을 이리도 아프게 하냐구......"
"내가 그랬어, 미안하네, 자 한잔 더 마셔, 그리고 날 용서 해주기다,알았지."
"ㅋㅋㅋㅋㅋ".........................
허탈일까, 아님 포기일까 가경은 그렇게 웃어 넘기며, 시시콜콜한 일상의 일들을 두서 없이 늘어 놓으며,술에 취해 갔다,주고 받는 술에 영수도 취해갔다....
둘은 그렇게 만취가 되어서, 영수의 침대에 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