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이십대중반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항상 눈팅만하다 이렇게 글을 쓰려니 어색하네요..
제가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너무나 답답해서 누군가에게라도 제 속을 말하고 싶어서에요
본론으로 들어가면
저희 가족은 엄마,아빠,여동생 그리고 저 이렇게 넷입니다
저희 아빠는 정말 드라마에 나오는 가부장적인 아빠,
물 한컵 제손으로 안 마시는 그런분입니다. 심지어 제가 초등학생일때도 늦게까지 일하는 엄마 대신에 제가 밥을 차려드려야했죠.
그당시엔 어려서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아빠는 IMF가 터지면서 직장도 그만두시고 계속 말도 안되는 사업에 도전해서 빚만 쌓여갔어요. 아빤 주위 사람을 너무 믿어서 사기도 몇번 당했구요. 그렇게 몇천만원의 빚을 저희 엄마, 20대중후반의 나이부터 아침 7시부터 저녁 9시까지 매일 공장에서 일하면서 십여년에 걸쳐 다 갚았습니다. 저와 동생 학비대줘가면서 말이죠.
그에 비해 저희 아빠..엄마에게 미안해하긴 커녕 돈 못 벌어온다는 자격지심 때문인지 괜한 고집, 오기로 엄마를 여러 번 힘들게했구요. 말도 안되는 의처증에 툭하면 돈벌러 나가지 말라는 둥..엄마가 그렇게 아등바등 안 했다면 저희 가족 진작에 길바닥에 앉았을겁니다. 지금은 괜찮지만 어릴때 하도 빚쟁이들이 집으로 찾아오기도 하고 저 혼자 집에 있을때 전화로 온갖 욕을 해 전화벨만 울리면 무서울 정도였었죠.
그렇게 산 세월이 이십여년이었습니다. 이 삼년전쯤 드디어 아빠도 나이 오십에 그나마 제대로 된 직장에 취업하고 엄마가 허리띠 졸라매서 빚도 다 갚아 이제는 모아서 네 가족이 6평 짜리 임대 주택말고 아파트로 이사가자라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엄마는 그당시에 조금만 더 모아서 작은평수라도 좋으니 그렇게 빚을 조금이라도 줄여서 이사하자고 했지만 아빠가 또 막무가내 식으로 이왕 갈꺼면 큰집으로가야된다 우겨 어쩔수 없이 구천만원의 은행대출을 받고 이사를 했습니다. 저도 엄마도 막막했지만 아빠가 한번 그렇게 고집을 부리기 시작하면 정말 사람을 말라 죽을때까지 괴롭히시는 분이라서 어쩔 수 없었죠.
큰소리 팡팡 치면서 "내가 정년까지 회사 다닐껀데 무슨 걱정이냐! 그렇게 다 따지면 평생 이집구석에 살꺼다!"
대충 이런식의 논리였죠. 이것보다 훨씬 심한 말이 많았지만 생략하겠습니다. 그래서 작년 초 이사를하고 엄마,아빠 버는 돈으로 대출금 갚아가며 저는 저 나름대로 타지에서 월세 내가며 적금 조금씩 들어가며 제 생애 가장 평화로운 날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아빠가 회사와 갈등을 일으키면서 집안이 또 흔들리기 시작했죠. 자세한건 말씀드리기엔 너무 길고 간략하게 설명하면 노조와 회사에 불만을 너무 표출해 찍혔다고나 할까요? 본인일도 아닌 사항에 말입니다.
엄마는 제발 회사와 등지지말고 그냥 우리집 가장으로서 지금 받는 월급이나마 제대로 받고 살자고 아빠한테 수십번도 더 말했습니다.
그때마다 엄마를 쥐잡듯 잡으면서 "내가 다 해결할 수 있다 회사는 날절대 못짜른다" 거의 그 일에 미친듯이 혼자 흥분하고 또 남일에만 쓸데없는 정의감을 불태웠습니다. 가족한텐 무심하고 남들에게는 참 좋은 사람. 그게 저희 아빠입니다.
알고보니 본인 비상금 몇백 만원을 변호사까지 선임하는데 쓰셨더라구요.엄마는 매달 대출금 이자에 허리가 휘는데 말이죠. 그걸알고 정말....말이 안나왔습니다.
여기까지라면 그냥 저도 평생 저랬던 분이니 어쩔 수 없다라고 생각했을겁니다. 저일에 대해선 반쯤 포기하고 있었죠. 회사는 절대 날 못짜른다고 했던 아빠 말을 반쯤은 믿고 있었던 엄마와 제가 바보였습니다.
며칠전 결국 짤리셨습니다. 뭐 흔히 대기업에서 사람 일 안주고 책상빼서 사람 자르는 뭐 그런 수법으로요..(물론 아빠가 다니는 회사가 대기업은 아니에요.)결국 본인이 못견디고 그만뒀죠.
남은 빚 팔천만원..고스란히 저와 엄마에게 떠넘겨졌습니다. 엄마 사십대 중반 나이에 이미 손목관절은 다닳았고 온몸 골병안든 곳이 없습니다. 저 제가 벌어봤자 제 월세빼고 이거저거 생활비빼면 고작 한달에 몇십만원 적금들던것도 이제 다 물거품입니다. 집에서 저 결혼할때 하나도 못도와줄 거 알기때문에 저 혼자라도 바짝 모아서 결혼자금으로 쓰려고 했던 돈입니다.
며칠전 엄마가 어렵게 엄마가 정 안되겠으면 도와달라고 말하겠다고 말하는데 엄마가 너무 불쌍해 눈물이 나더군요. 얼마나 딸한테 미안했으면 그 얘기 꺼낼때도 몇번을 망설이다가 말하더군요.
정말 이제는 아빠가 너무 밉습니다.
이렇게 가장으로서 집의 식구들은 하나도 생각하지 않고 본인 하고싶은대로 뭐든 본인 원하는 대로만 사는 그 모습..정말 지긋지긋합니다.
차라리 아빠가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는 제가 나쁜건가요?
아무에게도 이런 속사정 다 말할 수가 없어 여기에라도 털어놓으니 맘이 조금은 편해지네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