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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3

|2015.09.01 14:01
조회 4,424 |추천 37


날씨가 점점 선선해 지는 것 같네요. 저희는 어제 저녁을 같이 먹고 천변을 따라 좀 걷다가 맥주 한캔씩 하면서 이야기를 했는데 어제 글 쓴거에 대해 이야길 하더라고요

그때 당시에는 자기가 힘드니까 나까지 힘들거란 생각 까지도 못했었다고. 그래서 글 읽는 내내 미안했다고 뒤늦게 마나 미안하단 말을 하고 싶다고. 그러라고 쓴 글은 아니었는데 제가 더 미안해 지더라고요. 말은 나쁘게 할때가 많아도 마음이 여리고 착한사람이라 어제도 괜히 훈훈했습니다.

어제에 이어 쓰겠습니다.

알수 없는 어색함을 가지고도 우리는 계속 평소처럼 만나고 대화하고 가끔 잔소리도 하고 달래기도 해가며 그렇게 지냈습니다. 그러면서도 손을 더 자주 씻어대고 시간을 자꾸 확인하고 뭔가에 쫓기듯 무언가를 계속 해대며 집에서도 가만 있질 못하는 그 애를 보면서 내가 어떻게 해 줘야 되나 싶더라고요.

가만히 데리고 와 앉히고 다 트고 갈라져버린 손을 잡고 로션을 발라주면서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얘를 처음 봤을때가 언제더라. 작은 꼬맹이 였는데 언제 이렇게 컸지.

내가 대학에 합격했을때 자기 일처럼 기뻐 해주고 부러워 해주고 축하 해주던 착한 니가. 군대 잘 갔다 오라고 총 하나 사다 달라던 철없던 니가. 갑작스런 집안 사정에 전문대를 가겠다던 속깊은 니가. 아무 잘못 없는 니가 왜 이렇게 아프게 커야 되는건지. 참 많이 속상해 지더라고요.

나 말고는 받아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때론 저도 감당이 안되서 모른척 했던 적도 많았고. 그러면서도 놓질 못했던 이유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단지 책임감 때문이라면 이렇게 까지 마음이 아플수가 있나 싶더라고요. 제가 오지랖은 넓어도 할 도리 정도만 딱 하고 끊어버리는 경우도 많은데 항상 얘에 관해서는 제가 생각해도 늘 넘쳤던거 같기도 하고. 여러모로 저도 생각이 참 많았고. 고민도 많았습니다.

제가 로션을 자꾸만 발라주니까 그만 하라고 손을 빼더라고요. 구개월 만에 처음으로 병원에 가 보자는 말을 했어요. 진작 그랬어야 할 말을 너무 오래 눈치만 보다가 꺼낸거죠.

병원에 가자 그랬으면 좋겠다. 힘들지 않냐고 너 이상한 사람 아닌거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알고 그렇기 때문에 병원의 도움을 받는게 맞는 상황인거 같다고. 어르고 달래려고 말을 꺼냈는데. 그냥 표정없이 멍 해지더니 웃더라고요.

웃으며 한다는 말이 사실은 형이 힘든거 아니냐고. 책임의식 강한 사람이니까 모른척은 못하겠고 우리 형이랑 의리도 지켜야 겠고 감당하긴 힘드니까 게다가 좋아하는거 아니까 더 소름돋고 싫고 귀찮은거 아니냐고. 그래서 그냥 병원에 데려가서 책임전가 하려고 하는거 아니냐고. 나도 그정도는 다 안다고. 진작 말하지 그랬냐면서 허탈하게 웃으며 비꼬아대는데 그때 딱 마음이 이런게 상처 받는건가 싶더라고요.

사실 저도 조심스럽고 어렵게 그 말을 꺼내면서도 걔한텐 그게 더 상처가 됐을 수도 있겠단 생각도 하긴 했었는데 막상 그 말에 상처 받았을걸 생각하니까 그리고 그 애 또한 저에게 상처주는 말을 하고 또 자기가 그 말에 스스로도 상처를 받았을 거라고 생각을 하니까. 그 상황에서 그냥 딱 눈물이 날거같더라고요. 그렇다고 울진 않았고요.

그냥 저도 그때 솔직히 말 했죠. 니가 감당 안될때도 많았고 솔직히 힘들때도 있다. 조절이 안되면 내가 어떻게 해줘야 되는지를 모르니까 나도 막막하고. 근데 그래도 단 한번도 귀찮거나 싫은적 없었다고. 오히려 회식하고 피곤해 죽겠어도 너 어쩌고 있는지 들여다 보고 가야 잠이 왔다고. 나는 바빠서 끼니 거르게 되더라도 너는 꼭 챙기고 싶었고. 그깟 밥이 뭐라고 안먹으면 전쟁날것처럼 예민하게 굴던것도 그랬고. 저녁마다 약 먹는 모습 생각만 해도 안쓰럽고 울컥했다고.

이런 내가 할 수 있는게 뭐겠냐고. 나도 내가 이상한것 같아서 니가 나 좋다고 한 뒤로 많이 고민했다고. 내 친동생같아서 그냥 그저 안타까운 마음이어서 그래서 이질감이 없었나 보다 라고 하기엔 니가 점점 더 궁금해지고 걱정되서 나도 답답하고 미치겠다고. 싫고 미워서 그런게 아니라 내가 할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도움을 받고 같이 해결해 가보자는거 왜 모르냐고.

대충 자세히 기억은 안나지만 언성도 높이고 화도 냈다가 달랬다가 또 혼도 냈다가. 저도 미친사람처럼 막 뭐라고 했던거 같아요. 그렇게 한참 서로 싸우듯이 이야기 하다가 나중엔 제가 꽉 끌어안고 그랬어요. 돌보던 자식에 대한 애착같은 마음인지 아님 이성적인 감정인지 이게 뭔지는 나도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근데 혼자 두기는 싫다고 그건 확실하다고. 그러니까 쓸데없는 걱정하지말고 말좀 들어라. 고 달랬죠.

그래도 끝끝내 병원은 가지 않더라고요. 상담치료를 시작하게 되면 이런 저런 이야길 다 털어놔야 할텐데 아직은 다른 사람에게 꺼내고 싶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고. 준비가 안되었다고. 그래서 그럼 언제든지 마음이 들 때 같이 가줄테니 꼭 말 하라고 했고 자기도 알겠다고 하더라고요.

그 날 이후에 자연스럽게 서로한테 좀 더 애틋해 진거 같아요. 저도 뭐 딱히 애정표현이나 그런걸 남달리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 더 많이 신경 써주고 같이 있으려고 노력하고 관심을 많이 가져주고 좋은 생각이 들게끔 많이 노력을 해주니까 서서히 나아지는 모습도 보이고 그러더라고요.

여기까지가 우리가 만나게 된 계기? 입니다. 뭐 제대로 따지자면 저 날은 아니고 그 이후에 명절에 얘네 형한테 같이 인사 갔다가 제가 oo이는 내가 잘 돌볼거고 내가 평생 데리고 갈거니까 걱정말고 푹 쉬어라. 라고 제가 들으란듯 말 해서 아마 그때 지도 우리가 애인 된거구나 느꼈을 겁니다.

별건 없죠. 연애란게 만남이란게 다 그런거 아닌가요. 좋은 사람들 끼리 만나서 좋은 사랑을 하고 또는 아픈 사람들 끼리 만나서 아픈 사랑을 하고 그속에서 울고 웃고 함께 감정을 나누고 위로하면서. 연애란게 그런 것 이라고 저는 생각 합니다. 저 또한 이성과 진지한 연애도 해 본적 있고. 나름 몇번의 연애를 해 보았지만. 이렇게 까지 애틋해서 아껴주고 싶었던 적은 처음이 아니었나 싶어요.

가끔 제 애인은 형은 내 엄마야 애인이야 구분좀 잘 해. 라고 타박도 하지만 사실 그게 그거 아닌가 싶어요. 부모의 마음도 무조건적인 사랑. 연애의 감정도 무조건적인 사랑. 이런 저런 계산 없이 그냥 다 좋은거. 전부 줘도 아깝지않고 바라는 것도 없는 것. 이 마음을 느끼기 까지도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겪고 나니 그런 마음이 들더라고요. 아무것도 필요 없으니 늘 그 자리에 그대로만 있어주면 좋겠다고.

남들처럼 평범하지도 않고 그렇게 아름다운 사랑이 아닐지 몰라도 저한텐 가장 좋은 사람이고 가장 좋은 사랑이기에 쓰기 시작했던건데 쓰면서 내내 걱정이 되었습니다. 이왕이면 보여지는건 좋은 면 좋은 이야기만 보여드리고 싶고 재미있는 일들만 적어가고 싶은데. 처음부터 쓰다보니 이렇게 우울했던 이야기들만 적게 되네요. 본의 아니게 우울하게 해드렸다면 그것 또한 죄송합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때로는 원망도 하고 후회도 하고 그랬었어요. 내가 왜 하고많은 인연 중 얘랑 만나게 되서 이 고생을 하고 참고 받아주고 이 어려운 길을 가야하나. 나중에 쓰다보면 나오겠지만 그로 인해서 여러번 어긋난 적도 많고 제가 상처도 많이 주고 그랬었어요. 근데 또 그 모든게 나한테만 그런다는 전제 하에 그것 또한 감사하게 되더라고요.

나한테만 짜증내고 나한테만 화를 내고 못되게 굴고 미운말을 하고. 나한테만 까불고 나한테만 이야기 하고. 내 앞에서만 울고 솔직할 수 있다는게. 나에게만 기대고 나만 의지 한다는 게. 어느날 그런 사실들이 오히려 더 감사 하더라고요. 나라서 그게 전부 나 뿐이어서 참 다행이다 라고요.

그리고 앞으로도 그게 나 뿐이었으면 하는 마음도 함께요.

오늘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엔 좀 밝은 이야기를 전할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남은 하루도 좋은 날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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