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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8

|2015.09.06 23:17
조회 3,790 |추천 33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희는 간만에 푸짐한 외식도 하고. 마트도 다녀오고. 오늘은 어디 안나가고 푹 쉬었습니다.

예전엔 주말이면 어디든 가야 된다는. 평일에 열심히 일한거에 대한 뭔가 보상심리? 같은게 있었어요. 그래서 항상 어딜 가고 움직여야 힐링이라 생각 했는데. 요즘은 쉴땐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집에서 가만히 먹고 자고 하는게 진짜 쉬는 거 같고 좋더라고요. 그래도 게을러 지면 안되니까 다음주엔 트레킹이나 갈까 하고 생각중입니다.

오늘은 좀 무거운 이야기를 해볼까 하는데. 어두운 이야기보단 다들 밝은 일상 이야기를 좋아하시더라고요. 사람들이 밝은 면만 알고 싶어하는거 저도 마찬가지고 잘 아는데. 빼 놓을순 없는 이야기라. 무거운 이야기 싫어 하시는 분들은 오늘은 쉬어가셔도..

음 어디서 부터 이야기를 해야할까요. 애인이 전역할 쯤 애인 개인적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여러가지로 자세하게 말씀 드리지는 못하는 점 죄송해요. 그리고 이해해 주실거라 믿습니다.

가장 의지하고 믿었던 형이 갑자기 떠나고. 가정사가 크게 생기고. 부대에서 불미스러운 일도 겪게되고. 이게 모두 한꺼번에 오게 된거죠.

저는 앞에 두가지 상황은 알고 있었지만. 애인의 개인적인 문제나 일들까지는 나중에 듣게 된거라 이 모든게 한 시점에 일어난 일이고 그걸 겪었던 애인이 어떤 심정이었을지. 그때 딱 그걸 다 듣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은 얘 어떻게 지금 이러고 있지. 나같으면 못 견뎠을텐데.

그냥 정말로 가슴이 너무 답답할 정도로. 참 많이 안타깝고 화나고 그랬습니다.

해줄 수 있는건 없었지만 그래도 혼자 두고 싶지 않았고. 챙겨주고 싶었기에 최대한 많은 시간을 같이 있어 주려고 했어요. 나중에 병원을 가게 되서야 알게된 여러가지 질환 중 가장 심했던건 강박장애 와 공황장애. 그리고 가장 심하게 증상을 보였던 것도 이 두가지 질환이고요.

처음엔 저도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같이 있어주려고 노력한다 해도 그래봐야 몇시간 정도 뿐이었으니까요. 거의 확인 하듯 들리기만 했었으니까. 근데 어느날 부턴 좀 이상하더라고요. 심하게 손을 자주 씻고 계속 정리를 하고 치우고. 시간을 몇번이나 확인 하고 문이 제대로 잠겼는지 계속 확인하고.

이런 모습들이 유난히 눈에 자주 띄던 어느날. 바람좀 쐬게 해주고 싶어서 무작정 데리고 나갔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걷다가 서로 좀 멀어지게 됐거든요. 한참 가다가 안보여서 찾아보니 구석에서 땀을 뻘뻘 흘리고 앉아있더라고요. 더운 날도 아니었는데 곧 죽을것처럼 호흡도 제대로 못하고 혼자 쭈그려 앉아있는데 얼마나 가슴이 철렁했는지.

그때 처음으로 심각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병이 생겼구나. 정말로 많이 마음이 아파서 정신적으로도 아프고 몸도 아파지는거구나 하고요. 그러면서도 병원에 가서 도움받자는 말을 쉽게 하질 못하겠더라고요. 저도 참 멍청했죠.

그러면서 불안은 더 커져가고 피해망상도 심해지고. 그러니 쓸데없는 생각으로 밤엔 잠도 제대로 못자고. 소주를 한병이상 꼭 마셔야 잠을 겨우 잤다고 하더라고요. 알콜 의존까지 생기니까 상황은 더 악화되고 그렇게 반복..

얘를 머릿속에 떠올리면 항상 웃고 밝고 맑은 애였거든요. 그런데 더이상 그런 애는 없고 점점 더 말라가고 사람몰골이 아니게 되더라고요. 제가 유난히 밥에 집착을 하는 편인데. 사람이 심적으로 안좋을때 더 먹어야 기운도 나고 생각도 드는거거든요. 근데 먹기를 거부하고 매일 술만 들이 부어대니까. 막막하더라고요.

그래서 꺼낸 병원얘기에 말씨름 하고 그 뒤로 서로 더 가까워지고 사귀게 되고 그렇게 된 상황에서. 그러면서도 곧 죽어도 병원은 가기 싫다고 고집 부리고. 사귀면서도 같이 있을땐 좀 나아지는줄 알았었는데. 제가 일때문에 삼일 정도 못만났던 적이 있었는데 삼일 후에 가보니까 술병이 어마어마하게 나오더라고요.

도저히 안되겠어서 그때 엄청 크게 한번 싸웠어요. 불러 앉혀서 조용히 얘기 하려고 했는데 무슨 말만 하면 더 예민하게 받아치고 되려 승질내고. 제가 좀 허당이고 그래도 저도 한번 돌면 아무것도 안보여서요.

애인 된 입장으로 아무리 내가 채우려고 해도 채워지지 않고. 바뀌어지지 않는 부분에 대해 나름대로 저 스스로 많이 지쳐있었던 것 같아요. 전부 나열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일들이 많았거든요. 정말 사이 좋게 잘 지내다가도 갑자기 헤어지자 하고. 언제든 나는 떠날 사람이란 듯 취급해버리고. 항상 끝을 말하고. 그럴때마다 속은 상해도 진심 아니라는 거 아니까 제가 더 빌고 달래고 그랬거든요.

그날 크게 싸우던날 삼일동안 일을 하고 왔는지 뭘 하고 왔는지 알게 뭐냐라는 식의 말로 시작해서. 마지막은 제가 제일 싫어하는 말. 가. 그러니까 가버려 그냥. 다 됐으니까 끝내자. 이런 식으로 말을 해버리는데..

생각하니까 또 눈물날거 같네요. 그때의 기분을 글로 설명하자면.. 낭떠러지에서 얘를 안고 한손으로 지푸라기를 잡고.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어떻게든 버티고 있는데. 한순간에 지푸라기도 얘도 둘다 놓쳐버린 기분이라고 하면 백분의 일이라도 표현이 될까요.

서운하더라고요. 진심 아닌거 아는데 그래서 더 밉고. 그냥 막막했어요. 길을 잃은 기분 아시나요. 어떻게 해야될지 어디로 가야할지. 아무것도 모르겠는 기분.

그냥 정말 그 어떤말도 안나오고 계속 쳐다보다가 그대로 일어나서 후회하지마라 나 진짜 간다. 하고 또 쳐다보다가 그냥 나와버렸죠.

상처는 지가 줘놓고 내가 받아야 될 상처인데. 오히려 애인이 더 상처받은거 같은 표정으로 그러고 있던 마지막 모습이 계속 생각나서. 술을 마시고 핸드폰을 던지고. 며칠동안 여기 저기 온갖 술자리는 다 나가면서 미친놈처럼 지내다가. 술에 취해서 집에 왔는데 거기가 우리집이 아니더라고요. 그게 딱 보름? 정도 였던거 같아요.

나중에 연락 해보니 병원에 있었고. 얘도 술을 많이 마시고 혼자 다 정리하려고 했더라고요. 별일 다 겪고도 독하게 버텼으면서 내가 뭐라고 나때문에. 라는 생각을 하니까 눈물같은거 별로 없던 제가 정말로 눈물이 뚝뚝 나오더라고요. 태어나서 아마 화생방 이후로 제일 많이 울었던 날 같아요.

큰 사고는 없었는데 퇴원수속 하고. 데리고 집에 와서 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니까 너무 고단해 보였어요. 그냥 표정이 말해주는게. 너무 지쳤고 힘들었고. 그러면서 든 생각은 이걸 내가 극복시켜줄 수 있을까. 우리가 함께 웃을 수 있는 날이 있을까. 얘는 언제까지 그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되는걸까. 내가 얘를 어떻게 해야될까. 정말 끝도 없이 머릿속에 물음이 생기면서 앞이 캄캄하더라고요.

얘를 정말로 좋아하는데 너무 좋아하는데. 얘가 행복하길 늘 바라고. 그 행복 안에 나도 있기를 바랬는데. 그럴수 있을까 라는 물음에 자신이 없어지더라고요. 그리고 병원을 가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바뀔게 없다는 생각도 너무 늦게 했고요.

그러면 안되는거 알지만. 왜 그런말이 있잖아요. 죽을 용기로 살라고. 그런데 사람이 그 어떠한 일을 겪어보지 않는 이상 그런 말도 함부로 해선 안된다고 생각을 했어요. 제가 늘 뉴스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 보면서 그랬거든요. 왜 죽지 그럴용기로 열심히 살지.

근데 사는거랑 용기랑은 상관이 없더라고요. 용기로만 살수는 없다는걸 알았고. 앞이 없으면 미래가 없으면 그러니까 희망이 없으면 주저 앉게 된다는 것도 알게되더라고요.

며칠을 아무일 없다는 듯이 지냈어요. 그냥 평소처럼 조용히 지냈고. 드라이브를 가자고 하는 말에 따라온 애를 차에 태우고 목적지도 없이 달렸어요. 그리고 어딘지도 모를곳에 차를 대고 정말 많은 얘길 했었어요.

평범했던 내 인생에 니가 들어와서. 내인생 죄다 꼬아놨는데도 세상에서 니가 제일 좋았다고. 그리고 널 보면 늘 마음아팠다고. 왜 그랬는진 모르겠는데 항상 너를 보면 마음이 그랬다고. 니가 그 어떤 말을 해도 진심 아닌걸 알기때문에 다 참았고 받아줬었다고. 그래도 때론 나도 사람이니까 너의 행동 너의 말에 상처 받은적도 있었다고.

그런데 그 많은 말과 행동중 정말로 상처가 됐던건 딱 하나였다고. 니가 나때문에 모든걸 포기하려고 했었다는거. 나같은거 때문에 니인생 놓으려고 했다는게 나한테는 제일 상처였다고. 이걸 어떻게 극복해야 될지를 몰라서 내가 지금 맘이 너무 아픈데 어떻게 해야되냐고.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아주 자세히는 기억 안나도 저런식으로 계속 말을 하면서 따지듯이 묻기도 하고 투정도 하고 제 마음안에 있던 모든것들을 다 얘기했던거 같아요. 안울려고 해도 눈물이 계속 나더라고요. 그냥 막 죽죽 나오더라고요.

우리한테 함께하는 평범한 행복이 없을거라면 그리고 나를 두고 그렇게 니가 떠날 생각을 했던거라면. 그냥 여기서 같이 끝내자고.

저도 그땐 제대로 된 정신이나 마음상태가 아니었기에 저런 짓을 했었겠지만. 오히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다 털고 나니까 후련도 하고 뭔가 차분해지면서 오히려 덤덤해 지더라고요.

그때부터 울고불고 하면서 잘못했다고 아니라고 그러지 말라고 애인이 그러는데. 그냥 들은척도 안하고 제 할일을 하니까 정말 무서웠는지 제팔을 잡아끌어안고 계속 소리지르고 울고 하더라고요.

왜 그렇게 너를 보면 그렇게 마음이 아플까 했었는데 우리의 끝이 이럴려고 그래서 그랬나 보다 라고 하니까. 울면서 계속 빌더라고요.

우는 얼굴을 보는데. 애인의 어릴때 모습부터 쭉 머릿속에 주마등처럼 스치더라고요. 웃고 말 잘듣고 착하고 어느 순간부터 울고 또 울고 그 순간에도 울고있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너와 이런걸 바란게 아닌데. 하는 생각도 들고..

사실 처음에는 진짜 끝낼 생각을 한건 아니었어요. 혼자 남겨지는게 얼마나 무서운건지 애인한테 겁 주려는 것도 있었고. 저만 간다고 하려고 할라 그랬는데. 그러기 전에 속에 있는 얘기를 다 하면서 스스로 너무 참담하더라고요. 제가 얘를 정말로 많이 좋아하는구나 느꼈던게. 내가 얘를두고 가면 얘는 또 그 고통을 혼자 안고 가야되는데 혼자 그러고 있을거 생각만 해도 진짜 미칠거 같아서.

어떤 노래 제목처럼 이렇게해도 저렇게해도 저는 얘가 너무 아프더라고요. 안고 달래면서 다시 얘길 했어요. 나 믿고 내 말대로 해줄수 있냐고. 병원도 다니고 같이 극복해서 같이 웃을수 있겠냐고. 진짜 겁먹었는지 무조건 뭐든지 다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그 일은 애인이 병원치료를 시작 하면서 마무리가 되었죠.

아직도 그날을 생각하면 마음이 저 밑으로 가는 것 처럼 씁쓸하고.. 저희 두 사람에게 가장 우울하고 아프게 남은 기억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랑이 밥 먹여주냐고. 사랑이 뭐길래 라는 말. 저도 동감하고 살았었는데. 얘를 만나고 사랑이 밥도 먹여주고 살아갈 이유를 만들어 주기도 하는구나를 참 많이 느꼈습니다.

알아요. 저도 애인도 무모했고 또 아주 나쁜 마음을 먹었었다는 걸요. 그래서 늘 애인한테 미안한 마음도 들고 그래요. 모든건 제 탓이니까. 제가 받아주고 안아주고 더 많이 보듬어 줬다면. 더 많은 믿음을 줬다면 우리에게 그런 아픔은 남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종존 하곤 해요.

제가 지난번에 과거로 돌아갈수 있다면 좋겠다고 한것도. 저때 더 많이 인내해주지 못한게 미안해서. 결국은 나도 애인에게 똑같은 상처를 줘버린게 그게 내내 마음에 남고 미안해서요. 할수만 있다면 아픈 기억은 지워버리고 좋은 기억만 남겨 주고싶은데. 사는게 뜻대로 되질 않더라고요.

저희는 지금 행복해요. 행복하지 않을때도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가능하면 자주 행복하다 라는 말을 해요. 밥을 먹다가도 티비를 보다가도 애인하고 함께 있을때면 버릇처럼 아 행복하다. 라는 말을 자주 해요.

어떻게 매일 좋을 수 있겠습니까. 그럴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말로 행복을 내뱉고 나면 정말로 행복해지는 듯 하고 행복해 질것같아서요.

오늘 아무데도 나가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종일 먹고 누워서 티비만 보고 그렇게 지내는데 문득 정말로 마음 속에 행복이 느껴지더라고요. 제가 바랬던 행복이 이런거였거든요. 아무것도 특별할 일 없는 것에서의 만족감 충만함.

다 채워져있는 기분 같은거 있잖아요. 이 좁은 집에 티비도 있고 밥도 있고 푹신한 이불도 있고 바람도 시원한데. 아까부터 혼자 왔다갔다 하는 저 존재가 저를 완전히 채워주는 것 같아서. 이 기분이 정말 행복인거 같아서요.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욕심내지 않을테니. 아프지 않고 이대로만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노래 가사처럼요.

끝 앞에서 다시 시작을 한 것처럼. 인생은 참 재밌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와 같은 경험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한번쯤 끝을 생각할 만큼의 힘든 일들을 겪게되잖아요.

저도 많은 경험을 하고 산것은 아니지만. 힘들었던 경험을 했봤던 사람으로써 드리고 싶은 말은. 우리가 애써 스스로 끝내지 않아도 언젠가 끝은 꼭 오기 마련이라는것. 그렇기에 끝을 향해 달리면서 끝내고 싶어하는 것 보다는. 항상 마지막이다 라고 생각하고 달리다보면 좋은 끝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저도 다 살아본건 아니라 이게 정답이다. 라고는 말씀 못드려요. 제가 신도 아니고 저도 정답을 모르니까요. 근데 정답도 없는거 같지않아요? 그러니까 우린 모두 열심히 사는 수 밖엔 없는 것 같습니다.

아팠던 날을 되돌아 보면서 나름대로 상처가 잘 아물었는지 확인 하게 되네요. 종종 댓글 써주시는 분들께서 아팠던 경험이 있기에 그걸 발판 삼아 더 잘 살게 될거라고 해주시기도 하는데 정말 맞는 말씀인거 같습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많은 경험을 하게 될테고 언젠가는. 겪지 않아도 될 아픔을 또 겪게 되겠지만 그래도 한가지 바램이 있다면 그때에도 함께이기를. 그래서 함께 또 극복 해 나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래봅니다.

우울한 이야기 죄송해요. 그리고 매일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양화대교의 가사처럼 저희.
그리고 격려 해주시는 모든 분들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추천수33
반대수1
베플개떡|2015.09.07 16:38
사는게 이렇게 좋은거라고 느끼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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