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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바다가들린다 |2015.09.10 18:19
조회 504 |추천 0

 

 2005년 여름. 저는 중견 건설회사에서 현장 관리직으로 일을 했습니다. 그때 회사는 서울 - 춘천 고속도로 건설공사에 참여를 해서 터널공사를 시행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현장 관리자 숙소로 경기도 설악면에 있는 한 저택을 빌려서 생활 했습니다. 숙소는 2차선 도로에 접해 있는  2층 서양식 건물로 꽤 낡아 보였습니다. 숙소 옆 으로는 개울이 흐르고 넓은 마당도 있어 마치 펜션 같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밤이 되면 주위에 민가가 없어서 좀 무서운 느낌이었습니다.
 
 일이 끝나면 각 공구에 파견 나가 있던 회사 직원들 대 여섯명이 숙소에 모여 잠을 자고 아침이면 다시 각 공구로 다시 출근 하고는 했습니다.

 제가 처음 숙소에 도착 했을 때는 이미 먼저 생활하고 있는 직원들이 1층에 있는 방 하나씩을  잡고 사용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여름이라 눅눅한 느낌의 1층 방보다는 2층 방을 이용 했습니다.

숙소는1층은 방이 3개, 2층은 방이 2개 였습니다. 2층은 거실에 있는 원통형 계단으로 올라가는 형태였고 2층 방 중 한 방은 다른 방들과 틀리게 침대 책상 등이 있었습니다. 마치 누가 사용하는 방 처럼 말이죠.

 책상에는 집주인 딸로 보이는 여자 아이 사진과 유치원 졸업 명패 같은게 있었습니다. 유치원 졸업 년도가 1987년도로 내 나이랑 비슷했습니다.

 


 처음 도착한 날 밤 침대에서 잠을 자는데 가위를 눌렸습니다. 침대에서 하얀 손이 올라와 제 머리카락을 잡고 이리저리 흔드는 것이었습니다.


"나가! 내 방에서 당장 나가!!"

누군가 귀에다가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잠에서 깨자 발 밑에 누군가 서서 저를 내려다 보고 있더군요. 또 다시 가위를 눌리고... 그런식으로 밤새 고생 했습니다.

 다음날 같이 일하는 직원들에게 어제밤 일을 말을 했습니다.


"야 , 너 요즘 약해진거 아냐? 난 여기서 자면서 가위 한번도 안눌렸는데..."

"혹시 이 집 수맥 흐르나?  옆에 개울 있는거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직원들은 가위에 대해 별 대수롭지 않은 반응 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낮에 숙소를 잠깐 들렸습니다. 2층 방에 올라가자 내 짐이 문 앞에 나와 있는 겁니다. 방 안에서는 60대로 보이는 아저씨가  나오더니..

"이 방은 쓰지 마!"

"..네?"

"이 방은 쓰지 말라고..."

그 말을 하더니 1층으로 내려 갔습니다. 저는 황당해서 짐을 2층 다른 방에 옮기고 1층으로 내려 갔습니다. 그러나 아저씨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집을 계약한 회사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집 계약을 할 당시 2층 방 하나는 사용 안 하는걸로 계약을 했다는 겁니다. 덕분에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게 계약을 했고 아마 방문이 잠겨 있을텐데 열려 있었냐고 되 묻는 겁니다. 할 수 없이 2층 다른 방으로 짐을 옮겼습니다.


 주말이 되자 숙소 생활하는 직원들은 데이트다 술 약속이다 이유로 다들 서울로 갔습니다. 나는 서울 가기도 피곤 하고 귀찮아서 숙소에서 혼자 있기로 했습니다.

 1층 거실에 티비가 있어서 밤에 치킨을 주문하고 좋아하는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관람 했습니다.  그때 문득 2층으로 연결 된 원통형 계단을 바라 본 순간....


 누군가 계단에서 서서히 내려 오는 겁니다. 숙소에는 아무도 없는데....


 발이 보이고.... 무릎이 보이고... 허리 부근까지 보이는 순간  계단에 멈춰 섰습니다. 옷은 원피스 잠옷 같은 걸 입고 말이죠...남자 밖에 없는 숙소에..


"....누구 세...요?"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계단에 있는 사람이 허리를 숙이고 나를 볼 것 같아 더욱 더 긴장 했습니다.  

 그러나 허리까지 보이는 그 존재는 미동도 없이 그대로 였습니다. 아마 1분 정도를 나는 뚫어지게 그 두 발을 쳐다보고 서 있었습니다. 잠시라도 시선을 돌리면 왠지 내가 위험해 질 것 같은 느낌 이었습니다.

그 순간

 


"쾅쾅쾅 !! 치킨이요."


 긴장한 상태에서 깜짝 놀라 잠깐 문을 바라 보았습니다. 그리고 황급히 계단을 다시 바라 봤습니다. 그러자 두 발이 계단으로 올라가는 겁니다. 천천히...

 

나는 서둘러 현관으로 가서 문을 열었습니다.


"양념 치킨 시키셨죠?"

"아....네"

"만 사천원이요."

"아...네...여기 돈이요."

"맛있게 드세요."

"저기요...."

"네?"

"혹시 이 집 전에 누가 살았는지 아세요?"

"글쎄요..내가 알기로는 여기 몇년 동안 빈 집 이었는데.. 여기 집 주인이 읍내에서 금은방 하시 잖아요. "

"아...네."

"왜요?"

"아니... 제가 집에서 헛걸 봐서..."

"혹시...그것 때문에 그러시나? 7~8년 전에 이 집 딸이 자기 방에서 목 메달아 자살 했잖아요."

"네?"

"...혹시 집주인이 물으면 제가 얘기 했다는 말 하지 마시고...이 집 딸이 이유는 모르겠는데...2층 자기 방에서 목메달아 죽었다고..그때 여기 읍내서도 난리 났어요."

"2층... 방에서요?"

"네, 2층 저기 저 방이요."

치킨 배달원은 내가 잤던 침대가 있는 방을 가리켰다.


 저는 그날 밤 지갑만 들고서 콜 택시를 불러 시내 모텔을 잡고 잤습니다. 도저히 혼자 잘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주말이 지나고 회사 직원들이 숙소에 왔습니다. 저는 제가 경험한 이야기와 치킨배달원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집에 귀신이 있는게 확실하다고..


 직원들은 처음에는 말도 안된다는 반응이었으나 제가 너무나도 정색을 하자 조금은 동조하는 반응이었습니다.

"부장님, 그러면 저녁에 오랜만에 읍내에 가서 회식이나 한번 하죠. 가는 김에 집주인이 한다는 금은방 들려서 사정도 한번 물어보고..."

 회사 과장님의 제안에 부장님은 수락을 했고 우리는 저녁에 읍내 금은방에 모였습니다. 금은방에는 아주머니 혼자 있었습니다.

 

"자살...이요?"

"제가 어디서 들은게 있어서...집에서 이상한 일도 겪고.."

"혹시 누가....자살 이래요?"

"그거는 말 할 수 없고요..."


아주머니 머리를 잡고 휘청이며 바닦에 털석 주저 앉았다. 그러더니 울기 시작했다.


"아이고.....미영아....."


아주머니의 반응에 우리 직원들은 적잖게 당황 했습니다.


"아이고...여보....."

 

 한참 지난 후 아주머니는 진정을 했고  그 후 아주머니가 들려 주는 말은 놀라웠습니다.

 7년 전 자신은 고등학교 친구들과 해외 여행을 가고 집에는 외동딸과 남편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강도가 침입해서 자신의 딸과 남편을 살해 하는 끔직한 일이 벌어졌다고....

 

 딸과 남편 모두 손이 묶인 채 딸 방에서 목이 졸린 채 발견 됐다고 합니다. 본인도 처음에는 용의선상에 올라 조사를 받았으나 해외 출입국 사실로 알리바이가 증명이 되었고 누구를 사주하거나 그럴 이유도 없어서 용의선상에서 제외 되었다고 합니다. 

 


"야, 너 어디 치킨집에 전화했어?"


"저요? 냉장고..에 붙어 있는....치킨집에..."


우리 일행은 서둘러 집에 돌아와 냉장고에 붙어 있는 제가 주문했던 치킨집으로 전화를 했습니다.


'지금 거신 전화 번호는 결번이거나 착신이....'


"너 분명히 이 번호로 전화 한거 맞아?"

"네 맞아요. 제 핸드폰에 찍혀 있는 번호 맞잖아요....."

"너가 시켰다는 치킨은?"

"치킨이요?...저기 냉장고에..."

 

그러나 냉장고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집주인 아주머니와 회사에는 사정을 잘 이야기해 우리는 다른 숙소를 구했습니다.

 


10년이 지난 후 그때 다녔던 회사를 퇴사했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그 때 숙소 근처를 지날  기회가 있었는데 여전히 그 집은 음침히 도로 옆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마치 다른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출처 : http://novel.naver.com/challenge/list.nhn?novelId=464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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