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처가살이 하는 남자입니다. 저희 집은 형편도 마련도 처가에 비하면야 훨씬 적은 수준이고 처가살이라고 해봤자 장인님 장모님 두 분다 아직 일 다니시고 두 분이서 나가 계실때도 많고 집도 넓어서 솔직히 말하면 결혼 전보나 윤택한 생활을 누리고 있습니다. 저도 저희 부모님도 고맙고 미안하게 여겨 아내 처가댁에 더 잘하는 거구요. 하지만 그 정도가 어느정도여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내가 유산을 해서 쉬라고 걱정스러웠어요. 계류유산. 소식듣고 응급실 갔는데 정말 놀랐고 아내는 더 놀랐는지 아이 어떡하냐며 내 책임 때문이라고 엉엉 울었습니다. 괜찮다며 다독여주는데 저도 씁쓸함이랑 슬픔을 느꼈고 아내에게 미안함과 죄책감이 생겼죠. 병원에서는 직장으로 인한 스트레스거나 입덧이 심함으로 인해서 그렇게 된거 일 수도 있다는 거에 장모님 장인님께서 바로 아내 일을 쉬게 하셨구요. 어차피 먹고 살만큼은 충분히 되고 당장 자식이 이리 아프니 속이 상하신 모습에 저 역시 그리 해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유산을 한지 벌써 두달이 되어갑니다. 아내에게 미안하고 속상한고 일 다녀오고 챙겨 주고 자꾸 우울해 하면 아가 빨리 안생기니까 좋은 생각하자며 잘 달랬습니다. 장모님도 아내가 아프니 일 안가시고 아니 곁에 있으시더라구요. 집안일도 다 안한걸로 압니다. 전 왜 추석때 시댁에 안간다고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희 집 제사가 많아도 각자가 정해진 음식 만들어서 가지고 오면 되는거라 그럼 시중에서 판매되는거 사서 가지고 가자 했는데도 그냥 가기 싫답니다. 절은 남자들이 주로 하고 남자들이 절을 할때 여자들은 수다를 떠들고 절 다하고 나서 상차리는건 같이 합니다. 제사는 남자들이 하죠. 그리고 남자들이 먼저 밥을 먹기는 하는데 이거 때문일까요?? 그냥 시댁이 싫답니다. 자신에게 해준것도 보탬이 안된 시댁도 싫고 저희 어머니가 아내 유산 소식 듣고 그러니 잘 좀 몸관리 좀 하지 속상함에 이렇게 말을 하셨는데 제가 여기서 아내가 유산하고 싶어서 한 거 아니고 그만 좀 하시라 말을 했습니다. 어머니 얼굴이 보기 싫답니다. 유산으로 아내가 상처를 깊게 받은 것은 압니다. 하지만 얼굴이라도 비춰달라 하니까 그것마저 싫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자격지심마저 조금 생기더라구요. 못사는 집안이니 어차피 아내가 오면 시키지도 않은데 왜 이럴까. 아내 귀해서 시키지고 않고 수저좀 놓아달라고 부탁하는 정도고 그 정도면 내가 해줄수도 있는데. 결국 왜 그러는 거냐며 답답함에 말을 했더니 아내가 하는 말이 너네 엄마 입이 가벼워 내가 유산한거 시댁 식구들한테 다 퍼트렸다며 그랬는데 추석때 가면 다 나한테 유산 한 이야기 밖에 안할거 아니냐 그럽니다. 보나마나 집도 잘사면서 일다니다가 유산했다고 눈길 줄게 뻔하답니다. 그 말에 입이 턱 막혀 전화를 해서 어머니께 따져보니 안절부절 하시면서 너무 속상해 말했더니 며느리가 기분나빠할 줄 몰랐다며 쩔쩔 거리시며 아내한테 사과하셨어요. 좀 그렇게 살지 말라며 소리를 지르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답답함에 아내 껄로 가입해 글쓰는 건데 욕먹을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유산때부터 아내가 거리를 두고 멀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아침부터 너무 답답하네요. 좋은 남편도 좋은 사위도 좋은 아들도 못되는 거 같아서 하소연좀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