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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키스한 이야기

스푸트니크 |2015.10.05 23:37
조회 28,394 |추천 51

예전 댓글에도 그렇고 어제 쓴 글에도 첫 키스 이야기가 있길래, 아름이 얘기하다가 급 첫키스했던 이야기를 적습니다.

 

처음에 글 적을 때는 굉장히 우울하고 어디든 털어놓고 싶다는 마음이었는데, 어제오늘은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적어요. 신난다는 그런 감정은 아니지만, W가 저에게 추억의 인물이 된 듯한 느낌이랄까요.

 

마지막으로 만난 뒤로 W도 저도 서로 전혀 연락을 하고 있지 않고.. 앞으로 언제 다시 연락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글 적으면서 W 생각하는 건 기분 좋네요.

그게 우울하고 괴로운 기억일지라도. (시작은 좀 상냥한가요)

 

 

 

고2때 기억이 가장 좋았다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가 가장 순수하고 감정에 충실했던 시기 아니었나 싶어요. 아마 우리 둘 다, 각자의 감정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서 그냥 조금 특별한 우정이라 믿었었기 때문에 그 감정에 좀 솔직했던 게 아닌가 싶어요. 물론 단순히 친구로서요.

 

 

저희가 스킨십이 많았던 시기가 고2때랑 2년 전인데. 2년 전은 둘 다 엄청 혼란스러워 했던 시기였어요. 붙어 있다가 스킨십 하고 나면 죄책감을 느끼고 괴로워하고. 내가 왜 이러지, 자책하는 그런 시기였달까.

 

 

근데 고 2때는 전혀 그런 게 없었죠.

체육대회 때 장난스럽게 W를 안고나서 제가 그 뒤로도 터치를 많이 하고 장난도 많이 쳤거든요. W가 먹던 사탕을 먹는다든가. (읽으시는 분은 좀 더러울수도)

 

W랑 있으면 마냥 친구 같은 느낌이 아니라 묘하게 설레는 듯한 감정을 많이 받았었거든요. 그래서 괜히 더 괴롭히고 싶고 건들고 싶고.

 

 

한번은 점심시간에 축구하다가 발목을 밟힌 적이 었어요. 데굴데굴 구를 정도로 심각한 건 아니지만 바로 일어나지는 못하겠더라고요. 한동안 발목 감싼 채로 누워있었죠. 친구들이 보건실 가자며 일으키는데 장난반 진담반으로, 못 걷겠으니까 좀 업혀가야겠다고 그랬죠. 애들 막 서로 안 업어 주려고하고. 제가 체격이 좀 있어서, 무거워서 못 업고 간다며 서로 미루더라고요.

 

그래서 W한테, 너가 나랑 키가 비슷하니까 업어달라고 약간 떼를 썼죠. W가,

 

그 정도로 심각해보이진 않는데,

라면서 내켜하지 않더라고요. 전 그냥 막무가내로 W한테 업혔죠.

 

 

저는 W한테 업힌 채로 보건실로 가고 애들은 뭐 저희 빼고 마저 축구를 했죠.

W한테 업힌 채로, 내가 무겁냐, 물으니, 그럼 가볍겠냐. 대꾸하더라고요. 근데 업혀가는거 생각보다 엄청 불편하더라고요. 누구한테 업힐 일이 없으니까 몰랐는데, TV에서 볼 땐 여자들 엄청 편해 보이던데 실제론 진짜 불편하더라고요.

 

자꾸 떨어질 것 같아서 손으로 W 목을 감싸니까 목 졸린다고 놓으라고 하더군요. 그러다가 W 귀에 바람을 후- 하고 불었는데 진짜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정색하길래 그 반응이 너무 재밌어서 완전 깔깔대고 웃었어요.

 

W 반응이 웃기니까 더 장난치고 싶더라고요. 무슨 장난을 쳐도 리액션도 없고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애가 반응하니까.

 

그래서 목덜미에 뽀뽀를 했죠. 일부러 쪽- 소리 크게 내면서, 기분 어때? 좋아? 물어보니까, 소름돋는다고 하지말라더군요. 전 혼자 깔깔대면서 일부러 쪽쪽 소리 엄청 내면서 뽀뽀하는 척? 하다가, 너 키스마크 남겨본 적 있냐고 물었죠. 남자애들끼리 키스마크 얘기도 하고 그랬거든요. 세게 흡입하듯이 키스를 하면 남는다고 했던가. 어쨌든 우리 둘 다 그런 건 전혀 몰랐으니까 그냥 궁금하더라고요.

 

 

W가 뭐라고 대답했는지는 기억안나는데, 어쨌든 W 말은 무시하고 제가 W의 목덜미에 키스마크를 남기려고 쪽쪽 거리니까 W가 진짜 정색하면서 하지 말라고, 그럴거면 내리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전 장난을 가장한 성욕이 발동한건지, 오기가 생긴건지 계속 쪽쪽 거리는데 키스마크가 그렇게 생각보다 쉽게 생기는 게 아니더라고요. 계속 목덜미 붙들고 씨름하니까 W가 절 업고있던 손을 풀어버리더라고요. 그러곤 소매로 목덜미 박박 문질러서 닦고.

전 또 재밌다고 혼자 좋아하고.

 

 

실제로 키스마크 남겨본 적도 몇 번 있어요. 키스마크 같은 거, 성인이 된 지금은 해라해도 안할 일이지만 그 땐 그게 왠지 해서는 안 될 발칙한 일 저지르는 느낌이어서 약간 비행하는 느낌 그런 거 괜히 재밌잖아요. 여자랑은 못해서 욕구를 발산할 곳이 필요했던건가 싶기도 하고.

 

 

저희가 키스하기 전까지는 점점 더 가까워져서 갈수록 제가 W한테 심하게 스킨십을 했었거든요.

 

W랑 저랑 서로 집에서 잘 자고 그랬었는데, 저희 집은 아파트고 W집은 2층 주택인데 W방이 2층이라서 W 집에서 주로 자곤 했었죠. W집 2층에 작은 거실?같은게 있어서 TV랑 소파도 있었거든요. 2층에는 작은 거실하고 방이 두 칸 있긴 했지만 가족들은 다 1층 방 쓰고, W만 2층 방을 쓰는 거라서 저희가 놀기가 편했어요. TV 연결해서 게임하고 그랬죠.

 

 

언젠가 2층 소파에서 TV보다가 키스신이 나왔는데, 제가 갑자기 키스마크 한번 남겨보자고 그랬죠. W는 당연히 싫다고 하고. 전 계속 한번만 한번만, 하면서 졸라대고 W는 진짜 싫어했어요.

 

그래서 제가, 지금 딱 핸드폰 봐서 몇 시인지 근접하게 맞춘 사람 소원들어주기 하자고 억지를 부렸죠. 사실 그건 지금도 제가 좋아하는 내기(?)거든요. 간단하고 결과가 바로 나와서. 실제로 제가 시각을 좀 잘 맞추는 편이기도 하고요.

 

내가 그걸 왜 해야 되는데,

라고 하길래,

 

당하기 싫으면 니가 이기면 되잖아,

라고 대답하니까 마지못해 알겠다고 하더라고요.

 

결과는 뭐, 제가 이겼죠. 막상 이기고 나니까 긴장이 되더라고요. W가, 진짜 하려고? 묻길래, 당연하지, 하면서 의기양양하게 굴었는데 손에선 땀이 나고 심장이 쿵쾅거리고 그랬죠. W는 역시나 표정변화도 없더라고요. 긴장이란 긴장은 저 혼자 다 한 듯.

 

 

W가 절 빤히 보길래, 저 혼자 괜히 의식해서는 W의 고개를 옆으로 돌려버렸죠.

제가 W 목덜미에 입을 가까이 대니까, W가 어깨랑 목을 움츠리더라고요. 제가 가만 있으라고 하고 다시 입술을 살짝 대는데, 막상 하려니까 진짜 자국이 남을까봐 걱정되더라고요. 머리도 짧아서 바로 티가 나니까.

 

목에다 하면 걸릴 것 같은데? 여기 해도 돼?

하고는 W 티셔츠를 약간 잡아당겨서 쇄골 아래쪽을 가리켰죠. W가,

 

그냥 아무데나 빨리 해.

라길래 전 뭐 쇄골 밑에다가.

 

근데 이게 생각보다 키스마크가 안 남더라고요. 엄청 세게 쪽 빨아야 겨우 조금 남더라고요. 자국이 별로 안 남아서 보고 다시 입술을 갖다대는데, 적당히 하라고 한 소리 할 줄 알았는데 W도 가만있어서, 전 음흉한 마음을 품고 집중했죠. 거기 살이 별로 없어서 거의 깨물 듯이 했던 것 같아요.

 

입을 떼고 W를 보는데 인상을 찡그리고 있더라고요. 쇄골 부분에 빨간 키스마크가 남겨진 채로 인상 찡그리고 있는 W가 그땐 좀 도발적여 보였어요.

 

기분이 어때? 라고 물으니까

그냥 아픈데. 라고 대꾸하더라고요. 그날은 그게 다 였죠.

 

 

 

또 한 번은 W방 침대에서 자다가.

W가 저한테 등진 채로 옆으로 누워서 자고 있고, 저는 천장보고 누워있었죠. 잠이 안 와서,

 

야, 자냐,

물었더니 대꾸 없더라고요. 대꾸가 없길래 저도 W 쪽으로 돌아누워서 제 팔로 W 허리를 둘렀죠. 자는 건지 뭔지, 가만있더라고요. 아무 말이 없으니까 더 짓궂게 굴고 싶어지잖아요, 괜히.

 

그래서 제 얼굴을 W 어깨에 갖다 댔죠. 역시나 반응이 없어서, W 목덜미에 입을 갖다대고는, 여기 해도 되냐고 물었어요. 그 당시가 제가 한창 키스마크에 집착? 하면서 W한테 치근덕댈 때라서 여기 해도 되냐는 게, 키스마크 남겨도 되냐는 질문이었죠.

 

W는 역시나 대답이 없었고 W 목덜미랄까, 그 어깨라인에 입을 맞췄는데.

 

그 전까지는 거의 장난 반으로 치근덕댔는데 그 때는 밤이라 어둡고 조용하고 침대 위니까 괜히 야하고. 장난으로 시작한 건데 제 몸에 좀 반응이 오려고 해서 관뒀죠. W가 자고 있었는지 아닌지 모르지만, 혼자 괜히 찔려서 미안, 하고 사과도 하고.

 

 

 

그리고 첫키스 한건.

 

고2 2학기였는데 아마 모의고사를 앞두고 있을 무렵이었을 거예요. 저랑 W는 이과였는데, 저는 이과임에도 유독 수학이 약해서 W 도움을 종종 받곤 했어요. 내신은 괜찮았는데 모의고사 점수는 잘 안 나오더라고요. 야자시간이었는데 제가 W한테 물어보려고 W 옆자리에 앉아서 공부하고 있었어요. W는 공부는 꽤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편이었죠.

 

 

그러다가 W가,

수학성적으로 내기할래? 라고 노트에 적더라고요.

 

W가 저보다 공부를 훨씬 잘했기 때문에 장난치냐고 했죠. 그러니까 W가, 네 성적, 이라고 다시 적더라고요. 무슨 말이냐고 했더니, 자기가 가르쳐주겠대요, 수학을. 그래서 내가 90점을 넘기면 자기가 이기는 거래요. 내 점수가 90이 넘는데 왜 네가 이기는거냐고 했더니, 그래야 재밌는 게임이라고 하더라고요.

 

전 이과 선택한 뒤로 모의고사에서 수리영역 90을 넘긴 적이 없어서 밑져야 본전이었죠. 90점 못 넘으면 내기에서 이기는 거고, 90점 넘으면 내기에선 지더라도 저한텐 좋은거였으니까. 저도 좋다고 했죠.

 

 

그 날부터 W가 정말 열심히 수학을 가르쳐주더라고요. 숙제까지 내주면서. 저도 열심히 했어요. 가고 싶은 대학이 있는데 수학 때문에 엎어지고 싶진 않았거든요. (모범생까진 아니었지만 공부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어요) 주말에도 만나서 공부하고 그랬어요.

 

너무 잘 가르쳐주길래, 대체 나한테 뭘 뜯어내려고 그러느냐고 물어봤죠. 나 돈 별로 없다고.

 

돈 드는 거 아냐, 그러더군요. 그래서 그럼 쪽팔려게임 같은거 시킬거냐고 물었더니,

뭐, 비슷해

그러더군요. 좀 안심이 됐죠. 사실 전 뭐 옷이라도 사 내놓으라고 할 줄 알아서 그 정도는 뭐 껌이지, 싶었거든요.

 

 

그리고 모의고사를 봤죠. 열심히 한 만큼 생각보다는 술술 풀렸는데, 마지막 문제는 찍어야 했죠. 거의 뭐 종치기 전까지 머리 싸매고 고민하다가 결국 못 풀고 찍어서 냈죠. 그리고 쉬는 시간에 W랑 답을 맞춰봤는데 마지막 문제를 빼고 80점대 후반이더라고요. 저는 생각보다는 점수가 잘 나와서 나름 만족하고 있었죠.

 

W가 마지막 문제 뭐 찍었냐고 묻는데, 너무 순식간에 OMR 카드에 바로 찍고 낸 거라서 헷갈리는 거예요. 두 개중에 고민했었는데. 그걸 맞추면 90점 넘는거였거든요. 그래서 기억안난다고 잘 모르겠다고 했죠. 질까봐 틀린 척 하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90 넘으면 내가 더 좋은거라고 그럴 리 있냐며 막 그랬죠.

 

 

그리고 며칠인지 몇 주인지 있다가 성적표를 받았어요. 번호대로 선생님이 부르면 앞에 가서 받아오는 건데 W는 저보다 약간 빨랐어요. 제 번호를 기다리면서 W를 보고 있는데 W는 자기 성적표를 안 보고 저만 보고 있더라고요. 자기 성적에 자신있다 그건가..

 

어쨌건 제 차례가 와서 성적표를 받았는데 받자마자 수리점수를 봤죠. 90점이더라고요. 그리곤 저도 바로 W를 봤어요. 입모양으로 몇 점이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손으로 브이를 했죠. W가 웃더라고요. 저도 그 땐 진짜 기뻤어요. W한데 내기에서 진 건 안중에도 없었죠.

 

 

조례 끝나고 수업 시작 전에 막 서로 성적 얘기하고 그랬는데 저도 W한테 니 덕이라고, 고맙다고 밥 사겠다고 했죠. 그러면서 뭐 시킬거냐고 물었죠. W가 뭐든 상관없냐고고 묻더라고요. 전 이미 들떠있어서 니가 사달라는것도 다 사준다, 그랬었어요. 그 때 처음 수리에서 2등급을 받았을거예요, 아마. W가 나중에 말하겠다고 해서, 알겠다고 했죠.

 

 

그리고는 시간이 좀 지나서 전 내기했던 건 새까맣게 잊고 있었죠.

고2 2학기 때니까 다들 열심히 공부하는 분위기였어요. 그 날도 야자시간에 W 옆자리에 가서 막 도움을 받고 있었죠.

 

W는 가르쳐주고 나면 꼭 왼손으로 턱을 괴고는 제가 문제 푸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다 풀고 나서 W를 쳐다보면, 맞췄을 때는 싱긋이 웃더라고요.

 

평소에는 무뚝뚝한 애가, 가르쳐줄 땐 친절하니까 그 괴리감이 좋았어요. 그 순간의 W는 오로지 나에게만 상냥한 그런 느낌이었죠.

 

 

한 날은,

어김없이 W에게 설명을 듣고 문제를 풀고 있는데 종이 치더라고요. 그래서 애들이 가자며 가방을 싸는데, 마음이 급해서인지 더 안 풀리더라고요.

 

W가, 우리가 교실 뒷정리하고 가겠다고, 먼저 가라고 친구들을 보내고 교실에 우리만 남아있던 적이 있어요. 제가 초조해하니깐, 천천히 풀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저도 문제를 끝냈죠.

 

얼른 가자고 일어서는데, W가 제 팔을 잡고 다시 앉히더라고요. 그래서 왜?, 라고 물었죠. 그 때 내기 진거, 지금 벌칙 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여기서? 그래, 시켜. 뭔데?

라고 했죠.

 

몇 초, W가 저를 말없이 쳐다보더라고요. 짧지만 침묵 속에서 서로 보고 있자니 분위기가 좀 이상하게 느껴지더군요.

아, 설마.

이런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의식하기 시작하니까 심장이 벌렁거리고 입술이 괜히 마르더라고요. 전 혼자 당황하면서, 왜 말을 안 하냐고 다그쳤죠. 사실 W가 무슨 말을 꺼낼지 두려웠지만, 그 침묵과 시선은 더 괴롭더라고요.

 

 

키스해, 나한테.

 

딱 이렇게 말했어요.

저는 아직도 그 때 그 표정이며 W가 꺼낸 말이 조금도 잊혀지지가 않아요. 우린 그냥 친구였는데, 그런 말을 듣게 되면 펄쩍 뛰면서 무슨 개소리하냐고 질색해야 되는 게 정상인거죠. 근데 무의식중에 저도 예상하고 있었던건지, 막 황당해하는 연기가 나오질 않고 아무 말도 못하겠더라고요. 그 간의 장난을 가장한 스킨십에 저 역시, 정의는 못 내릴 이상한 감정을 느끼고 있을 때였고.

 

심장은 또 어찌나 크게 뛰는지, W에게도 들릴 것만 같았죠.

 

 

 

잠시 머뭇거리다가, 무슨 바람이 불었던 건지, W에게 다가갔죠. W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한 손으로 W의 눈을 가리고 W에게 입을 맞췄죠. 자세가 엄청 웃기고 불편했는데 그런 건 신경 쓰이지도 않았어요.

 

W 입술에 제 입술을 대고 가만있었어요. 길어봤자 2초 정도였겠지만 엄청 길게 느껴졌죠. 뗄까 말까 고민하다가 입을 벌리고 키스를 했어요. 그 순간이 슬로우 모션처럼 느리게 느껴지고 시간이 멈춘 것 같았는데, 실제론 한 5초 정도 했을 거예요.

 

 

그러고 입을 뗐는데.. 참 어색하더라고요. 허겁지겁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죠. 전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데 W는 엄청 태평하더군요. 태평한 척을 하는 건지.

 

 

대충 뒷정리하고 뒷문 잠그고 교실 불을 끄는데 W가 저를 돌려 세우더니 다시 키스를 하더라고요. 전 놀래서 W를 밀쳤죠. 화를 내지도 못하고 벙 쪄서는 멍청하게 서있는데,

 

W가 다시 저를 잡아당기고는 입을 맞췄어요.

솔직히 말하면 싫지가 않았어요, 처음 키스했을 때부터.

 

그래서 이런 W의 행동에 화도 못 내고 뿌리치지도 못하고 응했던 거겠죠. 어두운 교실에서 키스를 했던 순간이 참 무모하다고 느껴져요. 누구한테 들키면 어쩌려고 그랬는지.

 

그 땐 둘 다 미쳤었는지 아무것도 안 보였어요. 그저 미친 듯이 키스만 해댔죠.

 

 

 

음, 이게 고2때 W랑 했던 첫 키스이자 마지막 키스예요.

그리고는 다시 또 친구로 돌아갔죠.

 

 

전보다 더 불편한 사이로,

둘만 있으면 괜히 두려워져서 주절주절 아무 말이나 떠들게 되는 그런 어색한 사이로.

그리고 가끔씩 수업시간에 몰래 W를 훔쳐보는, 그런 사이로.

 

어쩌다가 눈이 마주치면 저는 황급히 눈을 피하고

W는 다시 또 뚫어져라 저를 보는, 고1때의 그 순간으로 돌아간 듯한 나날이었어요.

 

 

 

쓰긴 썼는데, 남자끼리의 키스라 혹시 읽다가 불쾌해할 사람도 있을 것 같은데 불쾌하셨다면 미안합니다. 아. 오늘은 두 시간 걸렸네요. 평소보다 더 길어졌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쓴 이야기는 우울하지 않죠?

추천수51
반대수7
베플|2015.10.05 23:48
먼저 꼬신건 스푸트니크 님이었던것 같네요... ㅋㅋ
베플누나야|2015.10.06 10:48
하루키의 스푸트니크의 연인인가요? 전 하루키를 읽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찾아보니 왜 스푸트니크님인지는 알겠어요. 제 생각에 w가 처음 만났을 때부터 글쓴님을 사랑하셨을 거 같은 느낌이네요. 아마 지금 적은 키스가 본인의 감정 확인을 위한 것이었을 거예요. 그냥 사춘기의 과다한 성욕이 불러일으킨 것이 아닌 사랑임을 깨닫고 다가오는 여자와 사귀어서 떨쳐내려 했는지도. 결국은 뭐 번번히 잘 안되었겠죠. 남자가 계속 자길 사랑하지 않으니까 여자가 떠나는 식의 연애만 반복적으로 했을 겁니다. 그래도 글쓴님이 여자를 좋아하면 그건 견디기 힘들어서 글쓴님의 여자에게 접근해서 뺏고.. 글쓴님이 계속 다른 곳만 보고 진짜 감정을 외면한다고 생각하니 지쳤을 쯤 만난 여자는 좀 달랐어요. 친구분들 앞에서 얘기한 그대로죠. 자꾸만 글쓴님에게 기우는 자신을 잡아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결혼 진행하는 그녀를 내버려뒀는데, 막상 구체적인 얘기가 오가니까 글쓴님이 더 많이 생각났겠죠. 그래서 예전에 글쓴님이 그랬던 것처럼 w도 결혼할 여자친구를 보여주고 그 구실로 글쓴님을 불러내서 만났던 거고, 그 자리에서 글쓴님을 오랫만에 만나서 감정이 고스란히 되살아났겠죠. 하지만 글쓴님처럼 글쓴님이 잡아만 준다면 한번만 마음을 보여준다면 하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잡지 못했죠. 너무 혼자만 생각하면 그냥 혼자만의 생각만 하게 되고, 내 생각에만 치중하면 다른 사람의 입장이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답니다. 전 동성은 아니지만 비슷하게 서로 자신의 생각에 치중해 엇갈려버린 인연이 있어요. 지금도 가끔 그때 내가 내 마음에만 집중해 사랑하는 그의 마음을 읽지 못하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면 조금은 달랐을까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 정도의 애절한 마음이라면 저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상실감이 클텐데 한번 정도는 그의 입장에서 이해해볼 자리를 만들어보셨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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