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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남겨놓고 가버린 너무나 큰 빈자리....

나그네 |2004.01.11 16:52
조회 18,322 |추천 0

“나그네”란 필명을 쓰는 사람이 많으신 관계로.....

전, 작년 말경에 “아내의 휠체어 바퀴에 행복을 싣고....”란 글을 올려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격려 덕분으로 “최고행복상”에 당선된 바 있는

사람임을 먼저 밝혀 둡니다.

그때.... 많은 분들이 “아내와 영원한 사랑을 함께 하라는” 여러분들과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못난 사람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방 주제로는 너무 맞지 않는 글이라 생각됩니다만 가슴 따뜻한 여러분들의

양해를 구하면서 조심스런 마음으로 글을 올려봅니다.


며칠 전....전, 사랑했던 아내를 떠나보냈습니다.

내 인생의 동반자이자 분신과도 같았던 그 사람을 죽음으로부터 끝내 지켜주지 못하고

그렇게 무기력하게 떠나는 모습만 지켜보아야만 했습니다.


당신이 한많은 이 세상을 뒤로하고 눈을 감던 그 날....

아침에 병원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당신이 있는 곳으로 급히 달려갔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좋겠다”라는 의사의 말이

내겐 큰 충격으로 전해졌습니다.

오래가진 못하리란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그 시간이 이렇게 빨리 다가올 줄은 몰랐습니다.

일정하지 않은 심장박동기의 기계음이 멈춰버리던 그 순간..........

난,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잃어버린 듯

내 심장의 고동소리마저 같이 멈춰지는 듯 했습니다.


아니.....

“운명하셨습니다.”라는 의사의 말과 함께 하얀 가운으로 당신의 얼굴을 가리기 전까진

눈앞에 펼쳐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문상객을 맞이하고 한줌의 재로 변한 당신의 유골을....

살아생전 그토록 자주 찾던 팔공산 정상에서 두 아들과 함께 뿌려주면서

명복을 빌던 그때서야 비로소 내곁을 떠났음을 알았습니다.

순간....참았던 설움이 북받쳐 얼마나 오열했는지.....

엄마를 잃은 슬픔에 두 아들 또한 얼마나 울부짖었는지.....

당신은 알고 있나요?


당신이 간 그곳이 그렇게 빨리 가고 싶었나요?

나와 아이들을 두고....그곳이 그렇게 빨리 가고 싶던가요?


내 인생의 동반자였던 사랑했던 당신이여!

난 가진 것은 없었지만 당신과 함께한 시간들이 너무 행복했습니다.

당신은 내가 해주는 건 없어도 행복해 했고.....

난 당신이 내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했습니다.

IMF시절.....부도가 나서 쫒기는 몸이 되었을 때도

부모님과 아이들을 챙기면서 묵묵히 기다려 주던 당신.....

내 가정을 지키지 못한 자괴심에 몸부림 치던 나를

사랑의 힘으로 감싸며 지켜주던 당신.....

삶을 포기할 정도로 자포자기 하던 나를 “힘내라며”.....

“난 괜찮으니, 아이들을 봐서라도 다시 일어서라”며 용기를 주던 당신......

그땐..... 정말 너무 고마웠습니다.


내 인생의 버팀목이었던 당신이여!

재기를 꿈꾸며 열심히 일한 덕분으로 비록 전세방 생활이었지만

그 힘든 삶도 아무런 내색 없이 자리를 지켜주던 당신....

맞벌이를 하면서도 자신을 희생해가며 쓰러지던 날 지탱해주던 당신.....

당신의 그런 헌신적인 사랑 속에서

진정한 삶이 무엇인지....

고귀한 사랑이 무엇인지 난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의 그런 노력으로...작지만 행복한 우리의 보금자리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땐....정말 너무 감사했습니다.


호사다마라 했던가요?

그런 단란한 보금자리 속에서 행복을 꿈꾸며 지내고 있던 어느 날.....

당신을 내곁에서 영원히 떠나게 만들었던 그 끔찍한 사고.....

그땐....정말 힘든 시련이었습니다.


혼수상태로 일주일 만에 깨어난 당신.....

하지만 그 사고는 당신과 나에게서 너무 많은걸 앗아가 버렸습니다.

일어서지도 못하는 척추사고....장파열... 그리고, 언어장애까지......

정말 몸서리 칠 정도의 아픈 기억들이었습니다.

6개월여의 수술과 재수술들....

힘든 고통의 순간이었지만 당신은 잘 참아 주었습니다.


병원생활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당신.....

휠체어에 의지해야만 할 자신의 운명에도 굴하지 않고

당신은 내게 있어서 너무도 당당했습니다.

비록...휠체어에 의지한 몸이었지만 손으로써 할 수 있는 모든 건

다 할려고 애쓰던 그 모습들....

돌이켜 생각해보면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결국....재발을 해 다시 병원신세를 지고 병마와 사투를 벌이며 주어진 생명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애쓰던 그 모습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나와 아이들을 남겨두고 당신은 그렇게 훌쩍 떠나가버렸습니다.


또다시 내게 주어진 힘든 삶의 고통들....

힘든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가는 나에게..... 당신은

당신을 향한 그리움의 짐까지 주고 갔습니다.

하지만.....내 삶의 고통이 아무리 힘들다 한들 당신을 잃은 고통과 아픔에

어찌 비교를 하겠습니까.


내가 힘들어 할때 아무 말없이 버팀목처럼 지탱해 주던 당신.....

당신이 눈을 감던 그 순간.....

당신의 손을 잡고 “그동안 당신과 함께한 시간들이 너무 행복했었다고”....

이 말만은 정말 해주리라 생각했었는데 차마 해주질 못했습니다.

용서하구려.....


지금까지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시간들....

살아생전 당신에게 해주지 못했던 그 사랑을 당신이 내게 남겨 놓고 가버린

두 아들 녀석들에게 당신의 몫까지 모두 주려 합니다.


내 곁을 떠나간 당신이여!

당신과 같이했던 그 소중한 기억들을 마음속 깊이 간직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비록.....기억하는 시간보다 망각하는 시간이 더 빠르다는 이유를 알기에.....

그렇게 하지 않으려 노력할 겁니다.

부디....당신이 가신 그곳에서..... 이승에서 받았던 그 고통과 아픔의 잔재들을

모두 털어버리고 영원한 행복을 누리시길 빌겠습니다.


떠나버린 당신 생각에 잠못 이루는 이 밤......

방안 구석에 돌아올 주인을 기다리며 자리를 지키고 있는 휠체어를 만져보며

살아생전 당신이 남겨놓은 체취를 느껴봅니다.


가끔......“완전한 사랑”을 꿈꾸면서.......




PS) 항상 아내의 건강을 걱정해 주시던 딸기님....홍홍님....오아시스님을

    비롯한 모든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정말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전해 올립니다.

    많은 용기와 격려를 주시는 여러분들이 계시기에 전 힘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 항상 행복하십시오....그리고 건강하시구요.

 

 

클릭, 나그네님의 아내의 휠체어 바퀴에 행복을 싣고....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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