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네이트 판에 글을 쓰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그냥 너무 힘들어서, 그런데 누구한테 표를 내면 그 분들께 자꾸 기대고 말 것 같아서 이렇게 써내려가네요.
제 인생에서 가장 사랑한 남자와 결국 일말상초에 끝이 난 이야기를 쓸 거에요.
최대한 간단히.
제 남자친구 해군이, 아니 전 남친인 우리 단화와는 2012년 초에 학교에서 처음 알게 되었어요. 몇 년 간은 단순히 정말 친하고 좋은 선 후배 관계였어요. 그러다가 2014년 초에 전 남친의 마음이 아픈, 안 좋은 일이 생겨서 저는 위로를 해주었고, 힘을 주고 싶었어요. 그렇게 마음을 주고 받는 새에 서로 좋아하게 되었었나봐요.
사귄 당일 제 전 남친은 살짝 고백을 했다가 취소를 했어요. 그는 곧 군대를 가야했기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그 때에는 덜 좋아했으면서 갑자기 고백을 하게 된건지 취소를 했지요. 그런데 저는 고백을 듣는 순간 사랑에 깊이 빠지게 되었어요. 진짜 마음가는 후배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그게 단순한 연민과 동정은 아니었음을 느꼈어요. 전 남친의 취소를 제가 다시 취소시키고 우린 그렇게 사귀게 되었죠.
연애나 사고방식 모두에서 보수적이었던 저와 달리 전 남친은 모든 부분에서 개방적이었어요.
서로 사귀면서 맞지 않는 부분들이 많았고 하루를 재미있게 놀면 이틀을 싸우고, 그러다가 하루를 싸우면 이틀을 재미있게 놀고.... 477일 동안 기쁨과 아픔의 정도는 정말 극과 극에 달했어요. high risk high return의 관계랄까... 그래도 대화를 하면서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고 서로가 원하는 연애상대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던 것 같아요. 사실 그 친구가 이렇게 변화할 줄은 몰랐어요. 참 고마웠어요.
전 남친은 저를 많이 사랑했어요, 그 친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어요.
제가 해군복이 귀엽다고 한 마디를 했더니 군대 지원 1순위로 해군을 바꾸었지요.
2개월이나 더 복무하는 데 말이에요.....
그런데 그렇게 고마운 친구에게 결국 이별을 고했네요.
이래서 사랑은 타이밍인가요..
사귄 날부터 군대에 입대하기 전까지 우리의 시간은 107일이었어요.
108일째에 훈련소로 입대했는데 학교 수업을 두고 진해까지 내려갈 수가 없어서 울면서 통화를 하고 보낸 기억이 아직도 나네요.
그 시간동안 그 친구는 많은 것을 양보해주었어요.
담배를 피우던 친구가 저와 헤어지기 싫어서 담배를 끊는다고 다짐하였고,
술자리에서 밤을 지새우며 아침을 맞이하기 일쑤이던 그 친구가 저와 헤어지기 싫어서 11시면 술자리에서 일어나기로 다짐했었죠.
하지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아요. 제가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한 탓도 크겠지요.
저는 늘 그의 변화에 대해 고마웠고, 특히나 '군대에 가기 직전이라 마음대로 하고 싶을 텐데' 변화한 모습에 저를 많이 사랑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훈련소에서 나오자마자 그 친구는 몰래 다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고, 술자리에서 연락을 뜸하게 하지 않겠다는 약속들도 점점 버거워하는 듯 했어요.
그에게 너무나 힘들고 갑작스러운 변화였음을 인정해요. 그렇지만 그 스스로 해주었던 약속들을 하나 둘 씩 안 지키는 모습을 보면서 '예전만큼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가'하고 슬프고 자존감이 낮아졌어요. 처음 내게 약속을 할 때에 "못 지킬 약속이면 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 친구도 그 땐 그만큼 많이 사랑했기 때문에 당연히 지킬 거라고 생각했겠지요.
약속이 가끔씩 지켜지지 않을 때마다, 처음보다 작아진 사랑을 확인할 때마다 저는 인정하기 싫었어요. 그래서 더 요청하며 그 친구를 힘들게 했던 것 같네요.
그 친구는 노력을 했는데, 그게 분명히 눈에 보이고 늘 감사했는데, 그래서 더 사랑하게 되었는데.... 그렇지만 그 친구의 노력의 속도와 정도가 제가 바라는 변화의 속도와 정도와 굉장히 큰 차이가 있었나봐요. 처음부터 가치관의 차이가 컸으니까 당연한 걸텐데.
그 친구는 묵묵히 노력해주었고 제게 늦더라도 변화할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했죠.
고마웠어요. 처음에는 그런 의지도 보이지 않았거든요.
가끔씩 내게 약속한 모습을 아예 저버리는 모습을 봤어요. 그동안의 노력을 생각하면 참 별거 아닌데, 사람이 참으로 간사한 것이.... 그동안 이렇게 노력해왔는데 한 번씩 안 하면 더 아팠어요. 나를 다시 덜 좋아하나보다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보니 내가 이렇게 기다리면 언젠가 그 친구는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하려고 하지 않을까, 지금 그냥 군인이라는 신분탓에 내게 잘해주는 건 아닐까 하는 못된 생각도 문득문득 들었네요.
힘들 때마다 서로 대화를 했어요, 그는 노력하겠다고 했고 저는 그 노력이 늦더라도 기다리겠다고 했어요. 제가 헤어지자고도 몇 번을 말했고, 그도 몇 번을 잡다가 한 두번을 돌아섰고, 돌아선 그를 제가 잡기도 했어요, 둘 다 많이 좋아하는 건 맞아요. 지금도 그렇고요, 근데 그 좋아하는 감정에 대해 책임을 지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둘 다 부족했어요.
결혼하는 상상을 많이 했어요. 지금처럼 같이 노력하면서, 그 친구가 군대를 제대하고 제가 먼저 자리를 잡고 그 친구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그러고 나면 행복하게 결혼생활을 할 상상을 참....참 많이 했어요. 저는 2층 침대를 갖고 싶고 그 친구는 함대 생활을 하느라 그런 침대가 싫어서 갖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하며 참 알콩달콩하게 다툰 적도 있네요. ㅎㅎ 서로 장단점을 보필해가면서 잉꼬부부로, 딸보다 사랑받는 아내로, 아들보다 사랑하는 남편으로 그렇게 살 수 있을 줄 알았어요... 제가 결혼하고 싶고, 또 믿은 첫 남자이기도 했네요.
무얼 적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토요일에 그 친구 부모님께서 면회를 가주셔서 면회외박으로 나와있었고 어머님 폰으로 연락을 하던 도중에 다시금 날 배려하지 않고 자신만 생각하는 모습을 봤지요. 안 그래도 요즘 그런 모습을 보이는 그 친구덕에, 그리고 더하여 군대에 가있는 상황 덕에 원할 때에 이야기를 나누며 감정 교류를 하지 못하는 상황들 덕에.... 복합적인 이유로 저는 꽤 오래 외로웠어요. 그 외로움이 커져서 우리의 관계를 제가 저버릴 까봐 두려워서 늘... 그에게 경고 아닌 경고를 해왔어요. 장난식으로, 진심으로도. 그리고 토요일의 짧은 메신저 대화를 통해서 저는 이제 더이상 그 친구에 대한 노력을 제가 기다리면 안되겠다고 깨달았어요. 우리의 예쁜 사랑이 결국엔 군화곰신이라는 생활로 인해, 산산조각이 날 것이 보였어요. 예전에는 지금 헤어지더라도 더 멋진 사람으로 각자 성장해서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차라리 그 때 헤어질 걸. 지금 헤어지고서는 그냥 이미 부서진 것 같아요. 상처를 많이 주기도 했고, 저도 시간이 지났다 한들 그 친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만큼 성장해 있을지도 두렵구요...
늘 노력과 기다림, 실망스러운 모습과 잘하겠다는 다짐, 잘 기다리겠다는 약속을 반복해왔어요.
다시 약속을 하며 믿게 될 때엔 앞으로는 좋아질거라며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다며 반성하고 기대하는 마음이 늘 생겼어요.
그런데 이번엔 달랐어요, 그 친구에게 제가 느낀 감정과 이유를 설명하려다가 갑자기 이 모든 게 의미 없이 느껴지고 귀찮아졌어요. 어차피 또 그럴 건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또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과정도 싫었어요. 굳이 내가 왜 그런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를 하나 싶었어요. 아니 사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런 거 였나 싶고, 그때는 그냥 무기력해져서 알겠다고 한 거 같네요.
이걸 시작으로 그는 저를 계속 붙잡았지만, 저는 결국 이별을 고했어요.
욱하는 성격 탓에 말한 것 같기도 하지만 그동안 힘들었던 경험이 쌓여서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제가 문제였어요. 너무 많이 사랑해서 그 친구의 말도 쉽게 믿고 더 많이 기대하고 그래서 그 사랑에 흠집이 나면 더 심하게 아파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마음은 사랑하고 다시 시작하고 싶은데, 머리가 그러면 저만 힘들거라고 얘기하더라구요. 마치 천사와 악마처럼 말이죠.
제대까지 11개월도 안남았어요.
저는 12개월을 조금 넘게 기다렸구요.
반을 기다렸는데 나머지 반을 왜 못기다린다고 했을까요.
아마 제가 바라는 사랑의 정도가 너무 크기 때문이겠죠.
헤어지고 나서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 사람과 이렇게 갑자기 관계가 끝난다는 것이 슬프고 허무하기도 하고, 왜 사랑하는데 헤어지자고 했을까하면서 후회하기도 하고, 결국은 돌아선 그가 원망스럽기도 하고, 온갖 감정을 왔다갔다 했네요. 저번처럼 마지막 반전은 없냐고 물을 때, 반전은 있다며 웃으며 뽀뽀해줄걸 그랬다...고 생각도 했지만 다 흘러가는 감정들일 뿐이겠지요.
제가 이기적이었던 걸 잘 알지만, 다시 시작할 용기는 없어요.
늘 그 친구에게 겁쟁이라며 용기를 내라며 말해왔는데, 결국은 제가 겁쟁이가 되어있네요.
다시 시작한다고 해도 어느 한 쪽이 완벽히 다른 상대를 위해 져주지 않는 이상
또 같은 부분에서 부딪힐 거고, 자꾸 반복해서 시작하고 함께하는 시간이 길수록 그 친구에게 상처만 줄 거에요. 저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았을 그 친구에게 미안해요.
그리고 또 저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은 저에게도 미안하고 제가 원망스럽네요.
너무 많이 사랑했고 제대로 된 사랑을 처음 해봤고 아마 앞으로 사랑을 겁내게 될 거에요.
아직도 며칠 뒤 특박에 함께 보낼 시간들을 계획했던 것에 대한 설레임이 남아있는데, 우린 남남이네요. 숙소 예약도 취소해야하고, 저는 그 금토일을 무얼하며 보내야 할까요. 그 친구도 쓸쓸하겠지요. 예전에 힘들어하며 헤어지려 할 때엔 늘 다시 사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있었는데, 이번엔 정말 다시는 없음이 느껴져요. 5년, 10년뒤라도 말이죠. 늘 우리는 헤어져도 다시 만나면 이전처럼 좋을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는데, 이번 이별의 느낌은..... 다시 만나기도 어려울거고, 다시 만난다해도 이번의 상처가 너무 커서 치유되지 못하고 곧 깨질 거란 느낌이 오네요. 지금의 사랑을 이어가려면 둘 중 하나가 다시 붙잡아야겠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 같아요. 제가 그 친구를 사랑하는 마음을 버리지 못한다면요...
내 말에 귀기울이지 않았던 네가 밉고, 네 잠깐의 실수를 감싸지 못하고 크게 받아들여 아파하고 노력을 더 귀중히 여기지 않아 이별을 말한 내가 밉네요.
너에게 기대하지 않고 천천히 오게 기다리고 싶었는데 내가 부족해.
또 이런 부족한 나를 감싸기엔 네가 너무 벅차고 힘들거야.
내게 천천히 가랬지...
나 천천히 가긴 싫어, 최대한 빨리 가고 싶어. 많이 사랑했으니까 빨리 갈게.
잘 지내. 네가 힘든 상황에서 너의 손을 놔버려서 정말 미안해.
놓기 싫었어. 정말 정말. 그리고 고마워. 사랑해.
우리 다음 번에 만날 땐 더 성장해서 만나자.
네가 하고 싶다던 것 모두 하며 즐겁게 살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