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뜸하였습니다. 방송일을 하고 있는 터라 무척 바쁘기도 하였고, 그동안 털어 놓을 수 없이 슬펐던 일 들도 있고 해서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훈이랑냥멍 판을 사랑해주셨고 유난히 저희 들이가 사랑을 많이 받았는데
들이가 올해 초 봄을 맞이하지 못하고 조용히 저희 곁을 떠났습니다.
그날 왠일인지 녀석이 보고프고 맘이 좀 그랬는데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고, 울고 있었습니다.
그냥 그래서 언니가 말하기 전에 녀석이 갔구나 우리 곁을 떠났구나 알게 되었지요.
(저희 집의 평화주의자이자 영원한 을로 불리던 들이입니다)
저녁 밥을 주던 그 때에도 멀쩡했다고, 평소와 다를바 없었는데 다음날 아침 조용히 그렇게 떠났답니다.
땅이 얼어붙어서 딱딱한데도 다른 동물이 파해칠까봐 언니가 깊이 깊이 파고 나무아래에 잘 묻어주었다고 합니다.
(이제 이 사진속 녀석들은 한녀석도 저희 곁에 없네요. 바닷가 놀러가며 행복해 하던 녀석들을 떠올려봅니다.)
저희에게 참 많은 사랑을 주고 간 들이
제가 집을 떠나 오랜기간 보지 못했는데 제가 다시 집에 가기까지 기다리기가 많이 힘들었나 봅니다.
떠나던 날 안녕하고 다시 돌아올게 인사한 것이 녀석과의 마지막이 되어버렸습니다.
(녀석들이 우리와 살며 행복했었기를... 떠나보내놓고 미안함 마음 뿐입니다)
개구쟁이 마냥 저희 곁을 뛰어다니며 환한 미소를 날리고
누구와도 싸우지 않는 평화주의자였던 들이가 그렇게 저희 곁을 떠났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0여년의 세월이 너무나도 후회되고 아쉽기만 합니다.
(또랑또랑하던 강아지 시절은 이제 너무도 오래전일 같습니다. 녀석이 흔들어대던 엉덩이가 그리워집니다)
더 많이 사랑해 주고 싶었고 더 좋은 주인이고 싶었는데
녀석의 마지막을 함께해 주지 못했던 겁니다.
(강아지였던 녀석들이 벌써 한 녀석은10년을 훌쩍 넘기고 한녀석은 별이 되었습니다)
사실 저희 집의 녀석들은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입양되서 다들 나이대가 비슷합니다.
산이는 이제 12살 정도 솔이는 10살 들이가 11살이 되는 해 봄을 보지 못했고....
(녀석을 데려오며 정말 잘 해주겠다 생각했는데, 그랬었는지....)
그리도 아프고 아파서 매해 겨울 봄을 보지 못할까봐 걱정시키더니, 올해 그렇게 저희 곁을 떠났습니다. 이미 디스크 판정을 받고 밥도 잘 먹지 않아서 마음 고생을 시키고 있어서 어쩌면 우리 곁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는데
현실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도 가기전에 조금이라도 더 맛난밥 먹이고 더 좋은 것을 해주려고 부던히 노력했었기에 마음 한구석 미안함을 조금 쪼개어 내려놓아 봅니다.
우리와 함께 했던 순간순간이 행복했었길 녀석에게 안녕 고마웠어 마음속 인사를 건냈습니다.
(안녕, 고마워, 웃어주고 놀아주고 사랑해줘서)
10여년 녀석과 함께한 세월을 돌아보면 참 녀석에게 받은 사랑이 너무도 컸습니다.
주인에 대한 무한한 신뢰, 믿음, 사랑 들을 돌아보면 녀석에게 해준 저의 보잘것 없는 것들이 더더욱 보잘 것 없어집니다.
(배낭에 휘 넣어서 산책을 나설 수 있었던 그때로 돌아갈 수 있으면 참 좋을겁니다. 지금은 마음 한 구석이 아니면 넣어지지 않습니다. 어디에도)
모든 노묘와 노견들은 그래도 행복한 녀석들일 겁니다. 그동안 사랑받아 왔고, 오랫동안 행복할 수 있었던 것이니까요.
저희 들이도 그렇게 행복하게 떠났겠지.... 마음속 떠나보내지 못하는 미련에게 말해봅니다.
올해 저희 솔이는 혈액종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다리에 조그마한 혹이 생겼다는 연락을 받았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수술을 하면 되는 단순 혹인 줄만 알고 있었습니다.
노견이기도 하고 여름에 수술하면 별로 좋지 않다고 해서 기다려 왔는데 최근 병원에 가서 확인한 결과 혈액종이라는 진단을 받았답니다.
다행이 진행이 느려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합니다.
심해지기 전에 수술을 시키려 했는데 수의사 선생님께서 시키지 말라고 말리셨습니다.
혈액종의 경우 수술후 생존확율이 낮다고, 진행이 느린만큼 살다 가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자신의 아가라면 수술시키지 않으시겠다는 말에 수술을 포기했습니다.
다행이도 이번 추석에 저는 집을 떠난지 처음으로 집에 내려갔습니다.
2년만의 귀향길이었는데, 산이도 솔이도 어제 봤던 것 처럼 안녕하고 인사해 주었습니다.
들이에게도 안녕하고 마음속으로 인사하고, 솔이와 산이와는 오랜만에 산책과 만남을 가졌습니다.
솔이는 여전히 예쁘더군요.
여전히 혈기 넘치고, 강아지 마냥 장난치고, 다만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아니면 오랜만에 저를 봐서 그런지 자꾸만 낑낑 거리면서 날 보러와! 하며 울어대서 곤란했습니다.
녀석은 여전히 고양이 마냥 제 곁에 달라붙고, 여전히 엉덩이로 제 다리를 힘차게 치며 산책을 좋아하더군요.
2년 후에 갑자기 나타나면 못알아 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솔이야라고 부르기도 전에 이미 알아보고는 안녕! 안녕! 인사하는데 마음이 참 오랜만에 행복했습니다.
녀석이 혈액종 진단을 받았다는 말을 전해듣고 참 많이 참 많이도 미안했습니다.
혈액종에 걸린 이유가 뭘까 생각하며, 어려운 시절 함께 견뎌나가자며 먹였던 싸구려 사료가 문제일까. 예쁘다고 훈련을 시킨다는 명목으로, 혹은 좋아한다는 명목으로 사다 먹였던 간식이 문제일까 생각하고, 이 나이 되서 이리 되도록 바닷가 한번 데려가지 못했고, 여행 한번 시원하게 시켜주지 못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습니다.
녀석에겐 아직 그래도 시간이 남아있기에, 요리조리 고민하고 고민해서 조금은 무리일 수 있는 가격대의 사료를 주문했습니다. 나이 들어서 먹이기 시작한 영양제도 떨어지지는 않았는지 다시 한번 언니에게 확인하고, 밥을 잘 먹는지, 혹시라도 입맛 없는 날에 먹을 질 좋은 습식사료도 주문해서 보내며 이런다고 뭐가 달라질까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녀석과 약속하고 마치 돈 많이 벌어 올게 하며 자식 때어놓고 서울가는 부모가 된 모양새나 다름 없는 주인인데 녀석은 2년만에 봤는데도 한 순간도 낯설어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없는 시간동안 또 한 녀석 떠나 보낼까 마음 조리며 집에 전화할 때면 솔이는? 어때? 묻게됩니다.
이걸로 나쁜 소식이 끝이났으면 좋을텐데... 참 많은 일이 있었던 2015년 입니다.
저희 산책냥이 산이가 차사고를 당했습니다.
(평소 산책을 항상 잘 다니시던 저희 산이입니다)
언니가 전화를 해서 받았더니 산이가 다쳤다고, 그래도 울진 않기에 다행이다. 다행이다. 생각했습니다.
나이도 들고해서 산책을 가도 금방 돌아오고 집에서 떠날지 않던 녀석이었는데 왠일인지 그날따라 새벽녘 집을 비웠다가 차에 치인 모양입니다.
집을 나선 적 없었던 녀석이 보이질 않고 해가 지도록 밥때가 되도 돌아오지 않아서 언니는 녀석이 흔한 시골 동물들이 그러하듯 산으로 죽으러 갔는줄 알았답니다.
다행이도, 녀석이 다리를 질질 끌며 해질무렵 집에 돌아왔답니다.
이 차도 별로 없는 시골 동내에 어느집에 숟가락이 몇개인지도 다 알만한 동내인데
산이가 저희집 고양이인지 뻔히 아실 분들이 이리 했는지 참 화도 나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들에겐 단순한 고양이 였겠지만, 저희에겐 식구인데....
다행이 다행이도, 놀라서 어디론가 가버리지 않고, 집으로 꾸역꾸역 아픈 다리 끌며 돌아왔습니다.
병원에 당장 데려갔는데 아주 부러져 버려서 핀을 박고 돌아왔답니다.
그래도 다행인게 어찌나 뼈가 튼튼한지 평소 사용하는 핀으로는 도저히 안 들어가서 더 굵은 핀으로 박아 넣었답니다. 뼈가 튼튼하답니다. 우리 영감님이
약도 거부하시고 밥도 거부하시고 난리난리라는데 그래도 요즘은 좀 살만해졌는지 골골송과 꾹꾹이의 행복을 되찾으셨다네요.
당분간 계속 약먹이고 케어하고 핀도 뽑으러 가야하고, 나이든 노묘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래도 다행이 겨울이라 수술한 곳 덧날 걱정도 없고, 언니도 덜 바빠서 녀석을 잘 돌보고 있다고 합니다.
녀석 덕분에 통장이 깜짝 놀랄만큼 공백이 생겼지만, 녀석이 집으로 돌아와서, 녀석이 죽지 않고 돌아와줘서 녀석의 다리를 고쳐줄 기회를 줘서 너무나도 고맙습니다. 녀석에게
녀석이 언제쯤 다시 산책을 나갈 수 있을지...
다음번에 제가 다시 한번 보러 내려갈 때는 다시 같이 산책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2년만에 훌쩍 찾아온 주인도 알아보고 안녕! 인사해 줬던 우리 산이에게 언제쯤 다시 안녕! 하고 인사하러 갈 수 있을지 떨어져 지내는 주인의 마음은 노묘이기에 더더욱 조마조마합니다.
안녕을 언젠가 해야만 하는 녀석들이기에
마음이 참.... 아프지만
한편으로 우리 곁에서 안녕 하게 해 줄수 있어서 참 감사합니다.
잃어버리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이제껏 함께 살 수 있어서 참 행복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녀석들에게 이야기 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