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3일차)
오늘은 수익성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함.
"일반유통과 전문유통의 차이가 무엇이고, abc마케팅이 무엇인지 잘 이해한 여러분,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오늘은 본격적으로 우리 회사의 비전성과 수익성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수익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이랬음.
한달마다 한명을 끌어와서 그사람들이 300만pv씩 소비할 경우..(여기서 100만pv는 약 140만원정도를 말함.)
100만pv, 500만pv, 1250만pv 등등 최고의 시나리오부터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하나하나 경우의수를 그려서 '2차 패스'를 하려면 얼마나 걸리는지 계산해줌. (pv단위가 크면 8개월, 적으면 3년가까이도 걸림.)
*이 회사는 세가지 계급이 존재.. 일반회원(가입시) - 1차패스(2만5000pv) - 2차패스(1억 pv)
일반회원 : 자기가 데려오는 사람이 구매한 금액의 50~70% pv로 적립, 구매액의 10% 돈으로 환원
1차패스 : 50~70% pv 로 적립, 20% 돈으로 환원
2차패스 : 고정급 300 + @(약 천만원정도)
pv는 포인트같은 개념인데, 이 pv가 높아야 계급이 오름.
한달에 한명씩 물어오는 경우, 내 밑 사람들은 2의 제곱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그사람들이 소비하는걸 내가 적립받으니 돈이 어마어마하게 불어남..
무한동력따윈 말도안된다는 열역학 제 1법칙으로 다져진 기계과생이었던 나는 의문을 품었음.
이론은 완벽하지만, 가정이 좀 이상하다..한달에 한명씩 어떻게물어오며, 그사람들이 거의 450만원 가까이 소비하는게 가능한가??
이 소리를 회사사람들에게 했다간 맞아뒤질수도 있으므로 일단 잠자코 있었음. 나중에 a에게만 물어봐야겠다..
특강. 드디어 2차패스직급의 회원이 강의를함. 그동안 강의는 1차패스인 사람들이 해왔는데, 이번엔 진짜 2차패스..
연기를 무지하게 잘했음.. 1인 3역은 한것같았음. 특히 우는연기, 슬픈 장면에 몰입감이 장난없었음..
나락까지 내려갔던 유년생활 이야기부터, 소년원, 아프신 아버지, 학교, 왕따, 일진, 사업실패, 교도소, 회개, 경호원 일, 아버지 장례식, 그리고 시작하게된 이 일..
"...그래서 제 밑에는 지금 70명 정도가 저와 같이 뛰고있습니다. 9월에 2차패스 찍고 지금 제 통장에 들어오는 돈 1000만원 봤으니까 이제 제가 그만 둘까요?"
"아뇨, 내가 성공했으니까!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데려온 내 밑에 애들 다 2차패스 찍어줄때까지 나 그만안둡니다.
우리 가족 고생안해도 되게 해줬으니까 남은건 나를 여기까지 있게 해준 내 소중한 동업자들 2차패스 찍는겁니다. 이게 우리 회사의 비전성입니다. 내가 잘되려면 내 동업자도 잘되야 합니다. 짓밟을 필요가 없습니다."
"수익성만 바라보지말고 여러분이 여기서 3일동안 합숙하면서 느낀거, 여러분 소개해준 친구가 어떤 마음으로 이 자리를 보여줬는지 생각해보십쇼.."
보통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나락속의 생활과 우여곡절 끝에 성공한 지금의 모습은 살아있는 비전의 표본 그 자체였음. 나도 최대한 경계하는 마음으로 들었지만 코끝이 찡한건 어쩔수가 없었음.. 이제야 조금 이해가 됐음. 자취방에는 왜 그리 어려운 환경에 착하고 순수한 사람들이 많았는지. 그리고 내 순해빠진 친구가 왜 날 이자리로 데려왔는지..
특강들은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이 회사의 시스템으로 가장 거기에 빨리 다다를 수 있다는 메세지를 주었음.
'얘가 나를 이런 마음에서 데려온거구나.. 역시 a는 착한아이였어.. 흑'
그리고 마음 한쪽엔 여전히 이 혁신적인 시스템과 수익률을 믿기 힘들다는 의문이 커져가고 있었음..
(3일차 저녁)
퇴근하고 가려는데, 특강을 했던 그 2차패스 회원이 날 부름.
"야 너 일로와봐."
방 안에 둘이 앉아서
"너 뭐 되냐?"
"예?"
"너 시발 뭐 되냐고. 회사 알아보러 와놓고 뭘 믿고 그렇게 거만해? 니 친구 그년이 부탁해서, 없는시간 쪼개서 너 알려주는 사람들 그따위로 밖에 못대하냐?"
점심때쯤, 난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데 괜히 내 앞에 앉아선 꿈이 뭐냐느니, 돈 많이 벌면 뭐하고 싶냐느니 하면서 캐묻던 직원이 생각남..
그리고 내 앞에 앉아있는 이 사람은 전직 경호원 팀장, 소년원, 교도소를 들락거린 전과범.. 무서웠음
"분수파악 못하고 이지랄 하고있는게 너 소개시켜준 친구 얼굴에 똥칠하는거라는거 생각 못하냐고. 나이 그만큼 처먹었으면 알아서 주제 알고 행동해야 할거 아니야."
"주의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밖을 보며
"야 너네도 일로와"
k와 a가 들어옴..
"너네가 데려온 이새끼 하나때문에 회사 분위기가 지금 개판이잖아. 뭘 보고 데려온거냐?"
"아가씨, 아가씨가 데려온 이친구때문에 지금 내가 이런말 하고 있어야겠냐고."
특강에서 날 데려와준 친구에게 고마워하고 있던 찰나, 이런 욕을 먹는 모습, 나때문에 이사람들까지 욕먹는걸 보니 미안했음..
"삼겹살 좋아하냐? 내가 잘아는데 있는데 거기 가자."
퇴근하고 가는길에 내 기분을 풀어주려는건지. 고깃집을 향함.
별다른 얘기는 없엇음. 묵묵히 고기 구워먹고, 소주한잔 하고, 여전히 내가 화장실가면 꼭 따라붙어서 감시했음.
먹고 집에 왔는데. 역시나, 또 보드게임..
빙 둘러앉아 게임이 끝나고 어느새 또 등장한 k.
한 명씩 자기 3일차때는 어땟는지, 이 일을 하기로 결정은 어떻게 하게됐는지. 특강 듣고 울뻔했다. 뭐 그런 말들.
3일 내내 내 시간을 못가지니 미칠거같앗음. 생각 정리도 좀 하고싶고, 이 회사 뭔지 검색도 해보고싶은데, 뭐만 하면 감시하고 보려고하니..
그날은 누워서 잠을 자지 않고 머릿속에서만 재빠르게 생각을 정리했음.
'수익성은 좋다. 저렇게만 된다면 지금까지 피땀흘려 고생해 번 돈보다 훨씬 벌지않나..'
'그러나 그게 돼? 분명히 가정에 오류가 있을거야.'
'여기 이렇게 많은 착한사람들이 하는데.. 이상한데는 아니겟지?'
'착한 a도 여기 추천해줬는데..'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모든 스케쥴들이 조작된 시나리오같아서 이상하단말이야..'
'그리고 가정에 오류가 있으면 이건 말도안돼는 사기라는거니까, 그게 해결되면 나도 진지하게 생각해봐야겟다.'
'부모님한테는 뭐라고 말하지.. 지금까지 자동차공장에서 일하는걸로 알고있을텐데..'
'설마.. 여기 내 옆에 자고 있는 착한사람들은 다 지갑에 빨대꽂힌 희생양들 아닐까?'
하다 잠이 들었음..
(회사 4일차)
"오늘은 마지막 타임이라 총 정리하는 시간만 가질거야. 점심 먹기전에 끝나니까, 퇴근하고 a랑 영화라도 보고와라 ㅋㅋ"
엥? 딴생각 죽어도못하게 잡아놓던 얘네들이 갑자기 무슨 심보지?
"예.."
"어, 세미나 시작한다. 들어가 들어가."
세미나 내용은,
강연자의 과거 고생했던 이야기, 그러다 이 회사를 만난 이야기, 처음 결정하기로 했을때의 고민,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뭐 이런거였음.
4일차까지 들으면서,각 세미나들은 구직자들의 심리변화 흐름에 맞춰서 내용이 구성된거 같은 느낌이 들었음.
세미나가 끝나고,
"a가 너랑 둘이 이야기할게 있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