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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이랑 어머니 이야기를 하다가 헤어져요.

답답 |2015.12.29 15:40
조회 4,533 |추천 0

 

 

 

안녕하세요 20대 후반 여성입니다.

저에게는 착하고 성실한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장거리 커플입니다. 남친은 서울, 저는 대구, 남친 본가는 부산이라고 하겠습니다. 동생의 아는 지인이었습니다. 

 

 남자친구가 하는 일이 좀 자유로운 편이에요. 한달에 두세번 만납니다. 어른들이 좋아하시는 직업은 아니지만 남친이 저희 부모님께 잘하고, 또 저희 부모님도 제가 좋다는 사람이니 이뻐해주시는 모습이 질투가 나기도 했어요. 저도 어른들께 이쁨받고, 성격도 싹싹하다는 소리듣는 편이라 그런 모습을 볼 때면 나도 남친 부모님께 잘해야지, 다짐하기도 했고요. 

 

 

 

 

 

 남자친구가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남다른데, 저는 좋게 보고 있었어요. 하지만 어머님 문제로 행동하는 모습이 가끔 황당할 때가 있어 다툰 적이 몇 번 있어요. 남자친구 집은 아들만 둘인 집이에요.  어머님이 지금도 고전공부를 많이 하시고, 언어공부에도 관심이 많고, 여행도 좋아하시고, 요가도 하고, 클래식도 들으러 다니시는 우아하고 교양있는 분이시라길래 처음엔 와 대단하시다, 했어요.

 

 

 

   연애 초, 남친이 저를 만나러 내려왔다가 어머님이 서울에 와계시는데 지금 집에 들어오라고 하셨다면서 절 만나고 10분 있다가 바로 다시 서울로 올라간다는 말에 벙쪘었습니다. 그 후에도 저와 만나기로 한 날, 어머님이 영화보러 가자고 했다면서 저한테 약속 미룰 수 있는지 물어보고 나서야 어머님께 약속 있다는 이야기를 다시 하고 하고요. 

 자신이 어머님께 딸같은 역할을 했다고 하면서 여자친구가 있다는 이야기를 쉽게 못하더라고요. 남자친구는 쉬는 날이면 집에 내려가 쉬고 그럽니다. 형한테 안하는 잔소리를 남자친구한테는 더 하시는 것 같아요. 올해 가까운 곳으로 저와 여행 다녀온 이야기를 형과 아버님은 아시는데 어머님께는 절대 비밀이이에요.  

 나중에 남자친구가 절 만나러 대구에 와있다고 말씀드렸던 적이 있어요. 며칠 같이 있었는데 네 여자친구도 너한테 집에 한 번 가라고 해야하는 게 예의가 아니냐는 식으로 제 태도에 대한 이야기 하시는 걸 옆에서 직접 봤어요. 막상 저도 마음을 좋게 먹었지만 저런 이야기를 듣고 나니 속상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이해하려 했습니다.

 

  

 남자친구 부모님께서 저를 보고싶어 하신다고 몇 번 들었지만, 제가 쉬는 날 없이 일하는 중이었습니다. 언제언제 가면 안돼? 라고 제가 의견제시를 해도 넉넉히 하루는 시간을 빼고 가서 뵈어야 한다고 해서 못갔습니다. 남자친구의 태도에서도 하루정도 시간을 내야한다고 하는 모습이 불만스러워 다투기도 했어요. 하루 쉬지도 못하고 일 끝나고 가면 한시간 반은 운전을 해야하는데 남친은 또 운전을 못합니다. 그러다 11월 초에 반나절 비어 이때 빨리 다녀오자고, 내년에는 나도 새로운 일 시작하니 더 바빠질거고, 부모님은 자꾸 보자고 하시고 이때밖에 시간이 없다고 말해서 뵙고 왔어요.  

 첫 대면이니만큼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고 하셔서 식사가 준비될 때까지 아래층에서 기다렸습니다. 어려운 자리기도 하고 제가 낯선 자리에서 낯을 가리는 편이라 말을 많이 못했어요. 격을 많이 차리신다는 게 딱 보였어요. 저한테 말이 없다고 하셨지만 그렇다고 저에게 질문을 많이 하신 것도 아니고 여자친구 데려오면 하고 싶으셨다는 말은 아들에게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앞으로 너는 대학원을 더 가서 뭐 공부를 더 해서 지금 하는 분야에서 더 잘해야한다, 글쓴이 저도 뭘 하려면 가정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한다. 점점 아들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처음엔 나쁘지 않았는데 철철 넘쳐 흐른다는 것을 알겠더라구요.

   

 그 넘치시는 교양과 질서가 이제 제 숨을 막히게 하네요. 지난 여름 남친이 잠시 일을 쉬게 되어 어머님이 여행을 가자고 하셨나봐요. 그런데 남친도 하던 일이 잘 안되니 마음의 여유도 없고 본인이 내키지 않아 했어요.

  그렇게 여름이 지나가고 저는 지난 일년간 열심히 돈을 모아 일을 그만두면서 부모님께 제가 그 동안 꼭 해드리고 싶었던 가족여행을 선물로 드리고 싶었습니다. 아버지 생신이 있는 날을 끼워 여행 일정을 짜는데 제가 남친에게도 갈래? 하고 물어보니 가겠다고 하더라구요. 하지만 왠지 저는 남자친구 어머님을 뵈었기에 걱정이 되어 남친에게도 어머님께는 말씀 드렸어? 하고 여러번 물었어요. 그때마다 남친은 본인이 알아서 이야기하겠다하고 이야기를 안하더라구요.  

 

   결국 가기 일 이주 전에서야 어머님께 말했다는데 대노하셨답니다. 물론 집안 상황이 섞여 있을 수 있지만, 그 사실을 어머님과 상의하지 않고 통보했다는 것에 화가 나셨고, 가족여행을 가는데 여자 쪽 집안 여행에 먼저 같이 간다는 것에요. 그러고 나서 가기 전까지 남친이 전화를 해도 받지 않으셨대요. 

  저희 부모님도 물론 불편하시죠. 생판 남이 가족여행에 끼는데 마냥 편하기만 하시겠습니까. 제 욕심이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그냥 제가 좋다고 하고 남동생하고도 하는 사이니까 같이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거고 저희는 지금 연애중이잖아요. 상견례한 사이도 아니고. 남자친구도 저희 부모님께 정말 말도 잘 붙이고 가이드 역할도 해주고 짐도 많이 챙겨주고... 너무 고맙고 좋았어요. 

   

 

 

 

 그런데 다녀와서 남친이 저한테 본인 부모님께 연락 좀 드리라고 하대요. 죄송하다고. 내가 왜 죄송하다고 해야하냐니까 싫으면 하지 말래요. 뭔가 기분이 이상해서 왜 그런 말을 해야하냐고 했더니 남친이 우리가족과 여행을 가면서 본인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났다고... 그 말에 남친이 또 짠해지고 안쓰럽고 남친 마음이 이해가 돼서, 그런 거라면 내가 알아서 문자를 해보겠다, 당신도 오해하지 말고 들어라, 하고 제가 그 다음날 어머님께 문자를 드렸어요. 어른들 보시기에 부족하고 모자란 부분이 많겠지만 너그러이 가르쳐주시고 봐주시리라 믿습니다. 하는 내용이었어요.

 

 다음날 전화통화 가능하냐고 연락이 오셔서 전화를 드렸는데 요지는 이거였습니다.

 

 1. 물론 본인도 아들과 해결했어야 했다.

2. 그런데 아들이 못하면 네가 생각을 잘해야지

3. 너희가 그러면 너희 부모님도 잘 가르치셔야 한다. 

 

네네 하고 듣고 있었지만 저희 부모님 이야기를 하시는 것에 기분이 상했습니다. 다른 미사여구가 많이 붙기는 했지만, 저희집이 격없다는 표현을 돌려 하셨으니까요. 왜 아들과의 일을 매듭 못 짓고 우리 부모님이 욕을 먹어야 하나요? 

 "어머님, 저도 걱정이 돼서 이야기 여러번 했습니다. 하지만 OO씨와 어머님 사이의 일이라고 생각해서 더 OO씨에게 맡긴 거였어요" 라고 했더니 

 

4. 나는 큰며느리 될 아이 데리고 여행 가보려고 하는데 그때도 조심스럽게 먼저 의향을 물어봤다. 너희 부모님은 그러지 않으셨다. 첫째아들 결혼할 예비며느리의 할머니가 아들 보고 싶다고 했을 때도 안된다고 하고 이 쪽에 친할머니가 계시니 여기에서 먼저 인사를 드려야한다고 했다. 남자쪽 집안이 일단 우선이어야 한다.

 5. 지금 우리집은 변화의 시기이기 때문에 내가 질서를 잡아야 한다. 그런 패러다임 속에 있다. 이런 선례를 남기는 것은 옳지 않다. 너희집 부모님도 그걸 아셔야한다

   

하는 식으로 계속 이야기를 하시더라구요.

 질서를 잡으려고 한다면 결혼시킬 큰며느리부터 잡으시던지요. 요즘 세상에 어느 딸 가진 부모가 공부 안시키고 애지중지 키우지 않은 집이 어디 있답니까? 조선시대 유교경전을 다시 공부하신 것 같아요. 저도 우리 부모님께 사랑받는 딸이고, 저는 제 앞길 준비하느라 바쁩니다. 남자친구와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해본 적은 있지만 일단 하는 일 열심히 잘하자, 라는 결론이 먼저입니다. 

 

 

 

  저한테 문자를 하라고 해놓고서는 남친도 어머님과 그때까지도 연락안했답니다. 그게 지난주 24일에 있었던 일이에요. 전화통화한 당일은 남자친구한테 연락해서 일단 어머님과 통화했으니 잘 풀어드려라, 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남자친구와 통화하다가 어쩌다보니 어머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요약해서 대화체로 할게요.

 

남친 - 다 이해하고 사는 거야

나 - 그치, 난 이해는 해도 무조건적으로 다 따르지는 못할 것 같아

남친 - 왜?

나 - 저번일도 그렇고 어머님이 질서를 너무 잡으려고 하시는데, 나는 아직 그럴 단계도 아니고

      저번 그 일도 솔직히 그건 자기가 해결을 제대로 하지 못한거야.

남친 - 왜 내가 잘못이야?

나 - 당신이 어머님과 풀어야할 문제를 제대로 이야기 못해서 나랑 우리 부모님이 욕먹은 거지

남친 - 그런 이야기를 왜 지금 하고 있어?

나 -  어머님 이야기가 나오니까 말하는 거야.

 

 하는 식으로 이야기가 됐는데 어머님 이야기가 나오니까 이미 기분이 상했대요. 자기는 어머니가 그런 말을 했다는 게 싫고 믿기 싫대요. 자기가 어머니한테 전화해서 욕하고 때려치면 되겠냐고 그러면서 목소리는 점점 높아질대로 높아지고 짜증과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났더라구요. 저는 화가 났다기보다 이제 어이가 없더라구요. 아무리 화가 나도 하지 않기로 했던 말들 '야, 너' 이런 단어 남친이 싫어해서 하지 말자고 해놓고, 처음만 어렵지 이제 본인이 더 잘쓰네요... 그 모습에서 더 실망했어요.) 그래서 내가 이렇게 화내고 목소리 높이고 그럴 일이 뭐가 있냐고, 앞으로 이런 일이 있을 때 대화 자체가 안될 것 같아 보인다고, 이럴 거면 그만하자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알겠대요.

 

 그러고 전화 끊었는데, 다시 전화왔습니다. 본인 일하고 와서 피곤한데 제가 그런 소리를 한다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화를 내네요. 내가 니편이지 그럼 누구편이야, 하는데 그 말도 목청 터져라 고함쳐가면서, 제가 못돼 쳐먹었대요. 밖에 나와 전화기 너머로 뭘 쿵쿵 치는지 들려오는 소리에 전 황당하기만 한데, 제가 괘씸하대요. 정말 이해가 안갑니다. 괘씸하다니요. 둘 사이에서 잘해주고 한 일은 둘 사이에서 해결을 해야죠. 부모님께 잘하는 것과 제가 잘못하지 않은 일에 미안하다고 엎드려 사죄하는 건 다른 일이잖아요.

 

 자기 부모님껜 목청껏 소리내지도 못할 거면서, 자기 여자한테는 이렇게 행동하는 게 가능한 사람이었네요. 한참을 소리를 질러가면서 저한테 막말을 하는 거 다 일일이 대꾸해줬습니다. 그래서 어떡할까, 내가 뭘 잘못했는데. 뭐 때문에 화났는데? 하면서. 저는 상대방에 소리지르면 톤이 더 낮아지거든요. 나한테 본인이 그렇게 잘해줬는데 이런 거 가지고 그런 말 한다고 그럽니다. 그럼 나는 못해줬나요? 우리 부모님은 본인한테 그렇게 막 대했나요? 

 

소리 지르고, 주먹으로 뭘 내려치고... 한 번 하기 시작한 행동은 두 번 하기 쉽죠. 너무 화가 나서 추운 날씨에 밖에서 저러고 돌아다니는 거 아닌가 싶어 그래도 걱정되는 마음에 다시 전화해봤더니, 저랑 전화를 끊고나서는 조용히 씻으러 들어갔더라고요. 저랑 대화를 하지 않으니 사라졌던 이성이 돌아오나봐요. 거기서 한 번 더 어이가 없고, 실망스럽고......

  

 

 

 

그 상태로 헤어지자고 한 이후로 연락하지 않고 있어요. 본인도 헤어지자고 했으니, 이제 언제가 됐든, 만나온 시간이 있으니 이야기를 한 번 더 하고 정리를 하던 하겠죠... 사랑하고 마음을 줬던 그 사람을 대하기가 이제 막막합니다. 예전에 다투고 연락하지 않을 때와는 달리 머리가 혼란스럽기만 하고요... 앞으로의 현실을 견뎌내는데 든든해야할 그 사람의 변해버린 태도에 믿음이 사라지고 없네요.

 

제가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제가 틀린 말을 한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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