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날라간 판에 달려던 리플입니다. 모연예인의 죽음으로 혹시나 모방의 연쇄가 너무 걱정이 되던 차라.. 혹시라도 그런 생각을 하신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래요.
누구에겐 하찮기 짝이 없는 일도 또 다른 누구에겐 참을 수 없을 만큼의 분노가 되기도 하지. 겪어 본 사람이나, 겪어 보지 않은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은 쉽게 말합니다. 사랑? 그거 또 하면 된다고. 남자 혹은 여자? 또 온다고. 나 역시 그런 말을 자주 했으니까.
하지만 죽음까지 생각하는 당신에게 과연 이런 강박이 도움이 될까 싶습니다. 하여 그나마 말빨이 좋다고들 하니 이번엔 말을 조금 돌려 해 볼게요.
난 예전부터 물건에 대한 집착이 강했습니다. 철 지난 옷, 듣지 않는 씨디, 쓰지 않는 운동기구등등. 이사 다닐 때마다 불어나는 짐이고 또 매번 짜증이 났지만 어느 한순간 깔끔하게 정리되어 제자리에 놓여 있다는 걸 느끼는 순간, 묘한 안도감이 들더군요. 하지만 이사를 할 땐 같은 짜증과 고단함의 반복입니다.
어느 한순간, 난 깨닫습니다. 저 것들의 용도가 뭘까. 하나하나 꺼내 내가 가지고 있어야 할 이유를 찾아 보았지만 대부분 아깝다, 혹은 나중에 쓰일지 몰라서란 이유외엔 없더군요. 하지만 수년이 지나도 대부분은 그 유일한 이유마져 찾지도 못하고.
난 결심을 합니다. 그래, 지금 쓰이지 않는다면 나중에도 쓰일리 만무하고, 필요하면 또 사면 그만이라고. 그리곤 모두 버렸습니다. 머리 속에 그것들의 용도만 남겨둔 채.
사랑도 마찬가지예요. 이미 효력을 다한 사랑, 사랑하지도 않는 사랑을 우린 버려선 안되는 것처럼 품고 다니죠. 사실 그로 인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얼마나 많은데. 우린 여전히 그것을 버려선 안된다고 주문처럼 끊임없이 외우며 자기 암시를 걸죠.
모든 일엔 여백이 필요한 법입니다. 내일은 누구도 알 수 없거든요. 이것은 결코 이기적이거나 이해타산의 알팍함이 아닌, 살아있는 개체로써 응당 수행해야할 자기방어와도 같은 거죠. 그러나 사랑에 이르러선 우린 터무니 없는 소설과 연속극의 말장난에 놀아나고 결국 자기방어조차 하지 못한 채 혼자 쓸쓸하게 남겨지고 맙니다.
사랑이 당신을 버렸나요, 아니면 당신이 사랑을 버렸나요? 누가 버렸는진 중요하지 않습니다. 요는 내가 필요하지 않든 그가 필요하지 않든 일방의 무효선언은 다른 일방에게도 공히 적용되는 사실이니까. 예를 들어 그가 당신이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면 당신은 그가 왜 필요한가요? 도대체 그가 있음으로써 당신에게 득이 될 무엇이 있다는 건가요?
그가 없는 오늘이, 내일과 뭐가 다르겠습니까? 그와 함께 했던 어제가 오늘과 다른게 뭐가 있지요? 여전히 당신은 살아 숨쉬고 있고 당신 주변은 당신을 중심으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데, 도대체 당신 인생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던 그가 없다는 사실이 뭐가 그리 중요한가요?
처음에 말했듯이 당신은 이미 쓸모없어진 사랑을 너무 오랫동안 안고 있었는지도 몰라요. 이젠 말이예요, 그걸 끄집어 내놓고 왜 필요한지 또 그동안 내게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를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요? 정말이예요. 그렇게 해봐요. 당신이 죽어야 할 이유보단 살 이유가, 그를 잡아야 할 이유보단 버려야 할 이유가 떠오를 거예요.
죽지 마세요. 아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