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아이디 빌려 적어요.
올해 계란 한판 꽉 채운 처자입니다.
아시다시피 이 나이되면 집에서도 결혼 성화가 많고, 저도 좀 조급해지고 그런때잖아요.
올 설에도 잔소리 엄청 듣겠다 싶어 직장 선배 소개로 소개팅을 하기로 했어요
예전부터 해주겠다 했는데 그땐 시큰둥하다가 해 바뀌고 한번 만나나보자 해서 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소개팅남이 미국에서 일하고 있는데 설 연휴에 한국에 들어온대요.
그럼 그때 보면 되겠다 하고 생각했는데
직장선배 언니가 그 소개팅남 들어오기 전에 그 분 어머니 한번 만나볼래 하더라구요
그래서 소개팅도 하기 전에 어머니를 왜 만나냐 물으니 어머니가 먼저 절 보고 싶어 하셨대요
아니 무슨 선을 보는 것도 아니고 가볍게 소개팅해서 만나 보고 서로 좋으면
계속 만날지 결정하는거 아니냐고 좀 부담스럽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선배 언니도 그건 그렇다면서도 어머니가 너무 궁금해 하셔서 혹시나 해서
말은 전해보라 해서 그랬다면서 신경쓰지 말라 하더라구요.
그러고는 미국에 있는 그분이 한국에 오는 다음날인 명절날 만나기로 했어요.
물론 그분과 직접 연락하거나 카톡을 하거나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 직장선배언니 통해서 서로 사진만 교환하고 서로의 나이와 직업만 아는게 전부에요.
(제가 소개팅을 많이 해본편이 아니라 다 이렇게 하나 보다 했는데
친구는 이것도 좀 그렇다고 하네요;;;)
암튼 그렇게 약속을 잡고 전 잊고 있다가 어제 퇴근하려고 셔틀버스(회사버스)를 기다리는데
버스 정류장 앞에 웬 검정 세단이 한대 서있더라구요.
좀 의아했지만(회사가 시내가 아니라 셔틀을 타고 좀 들어와야 하는 곳이에요. 차 가지고 다니는 분들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시기 때문에 굳이 셔틀버스 정류장에 정차하지 않아요)
그냥 그런가보다 했어요.
땡퇴근하면 셔틀을 좀 기다려야 해서 일부러 30분 정도 늦게 나오는 편이라 정류장이 한산했어요
그런데 세단 창문이 반쯤 내려지더니 누가 절 한참 쳐다보더라구요
이상하다싶어 저도 봤어요. 이어폰 꼽고 음악 듣고 있었는데 음악도 소리 잠깐 끄고
차 안을 봤어요 저도 계속... 어떤 아주머니더라구요
그때까지만 해도 '이상한 아줌마네. 나를 왜 그렇게 쳐다보나 기분 좀 그렇다' 하고는
버스타고 집에 왔죠.
그런데 오늘 출근하니까 직장 선배 언니말이 '어제 ㅇㅇ이(소개팅남) 어머니 봤다면서?'
하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그게 무슨 말이냐고 그런적 없다니까
어제 회사앞에 와서 퇴근할 때 저를 봤다고 했대요.
그 세단 아줌마가 소개팅남 어머니였던가봐요 헐...
그러고는 소개팅을 좀 미루자고 했다네요?
아무래도 설 연휴에 못들어올거 같다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뭔가요? 저 소개팅남 어머니한테 까인건가요?ㅠㅠ
뭐 선배언니 말로는 그건 아니고 진짜 설 연휴에 못들어오니 3월에 보자 했다는데
어제 아주머니가 절 염탐하시고 맘에 안들으셨던게 확실하지 않나요?
이거 소개팅남한테 까인는 것보다 기분이 더 나쁜데...
진짜 살면서 이런 경우 첨이라 화내기도 뭐하고 그렇네요 ㅎㅎㅎ
제가 흔녀이긴해도 못났다는 소린 안들어보고 살았는데...ㅠ
솔직히 좀 창피해서 가족한테 말 못하고 친구한테만 말하고 친구 아이디로 적는거에요
아... 설날에 소개팅 할거라고 엄마한테 큰소리 뻥뻥 쳐놧는데..
전 설날에 어디로 가야 하나요?ㅠㅠ
옆에서 친구는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계속 실실 웃어요...
나쁜년, 이것도 친구라고.... 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