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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쌉싸름한 30살(7)

리드미온 |2004.01.13 11:04
조회 22,536 |추천 0

"같이 가자, 이번 주말에 런던으로...."

"......"

이 상황에선 어떤 말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그저 감동스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릴 뿐이었다.

민준은 이런 나의 모습을 귀엽다듯이 볼을 한번 쓰다듬고는 비행기표와 뮤지컬표 호텔 등을 예약하고 있는지 계속 컴퓨터의 모니터를 들여다 보고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뜰 때만 해도 내 인생 최악의 1월 1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몇 시간만에 최고의 1월 1일이 되고 있었다. 20대의 괴로움과 외로움을 30살부터 보상받는 것일까? 그렇다면 이 30살의 반전에 대한 복선은 3년 전에 만난 민준에게 있었단 말인가....

 

"이제 다 했고....밥 먹을까?"

민준은 전화를 해서 주문을 했고 룸서비스맨이 와서 빠르지만 소란스럽지 않게 저녁 식탁을 준비했다.

이런...방에서 밥도 먹을 수 있구나...룸서비스라면 그저 청소나 하는 건 줄 알았는데....

 

바닷가재요리를 먹으며 나는 민준의 지난 날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간간히 우리가 함께 일했던 날들에 대한 얘기도 있었다.

왜 그땐 몰랐을까.....민준에 대한 마음을.....

하지만 아직도 궁금한 것은 그랬다면 왜 그 날의 키스 이후 연락을 하지 않았는가...라는 것이다.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어느 새 나는 민준의 변한 모습과 이 화려한 스위트룸에 거의 적응해서 민준과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

 

"근데 어째 송별회 이후에 연락 한번도 안했어?"

 

"그런 거 있다. 남자들 머리 복잡하면 여자한테 소극적인 거....네가 날 만나주려나..이런 거지..뭐. 남자 친구도 있었고...."

 

"다 지난 일이야...."

민준이 과거의 남자 친구 얘기를 꺼내자 바로 지난 일이라고 말해 두었다. 이렇게 나는 자연스럽게 내가 '싱글'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하긴 그 남자랑 헤어질 줄 알았어....."

"?"

민준이 그 남자친구와 헤어질 줄 알았다고? 어떻게?

 

"화이트데이였을 거야. 남자친구가 뭔가 사탕이던가...보내줬는데 아주 시큰둥하더만...오래 못가겠군...했다."

 

'텐미닛텐미닛....'

갑자기 이 로맨틱한 분위기를 깨고 내 핸드폰이 울렸다.

온세상의 섹시함을 다 한몸에 갖고 있다는 이효리 노래의 벨소리였다.

아....이럴 때 진동이 필요한 기능이었는데....진동이라면 그냥 안받을 수도 있었는데....

3년 전 그 날처럼 또 중요한 순간에 핸드폰이 방해하고 있었다.

이름을 보니 '정민'이다.

이...김대리.....1월 1일인데 회사에 나왔나? 아님 무슨 일이 있나?

 

"안받아? 남자친군 아니겠지?"

"응...회사...."

일단 한번은 무시했으나 두번째 또 울리기 시작했다...

 

"받아봐...."

급한 일이라고 해도 여기서 한발자국도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너무 무시하는 태도도 민준에게 보기 안좋을 것 같아 받았다.

 

"팀장님! 오늘 생일이죠? 축하해요!"

전화를 받자마자 김대리는 혼자 유쾌한 목소리로 떠든다.

나도 모르는 내 생일을? 이게 무슨 소리지? 생각해보니 1월 11일인 내 생일을 1월 1일로 착각한 거 같았다. 김대리는 늘 이런 식이었다. 남을 생각해서 하는 행동이 이렇게 산통을 깨고 마는....

 

"1월 11일이라니깐...."

"엇..아니었어요? 1월 1일인데 뭐하세요? 그럼? 혼자?"

"데이트중이니깐 다음에 통화합시다..."

"어어어~~~~저어어어엉말~~~~~~"

나는 김대리의 대답이 제대로 끝나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버렸다.

 

"1월 11일? 네 생일이잖아...."

역시 민준은 나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없다!

 

"응."

"그 날도 내가 옆에 있어줄게...."

2개월이면 이렇게 한 사람에 대해서 많이 파악할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 민준이 유령이라서 24시간 먹지도 자지도 않고 내 주변을 맴돌고 있었던 걸까....

 

"기다렸어........."

민준은 나에게로 다가와 내 두손을 모아 쥐면서 말했다.

따뜻하다.....설레인다.....그리고...조금만 더........

나는 그의 어깨에 머리를 묻었다.

죽어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 황홀한 하루다. 인생에 이런 순간이 다시 안온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미련도 후회도 없을 것 같다.

민준은 양손을 벌려 나를 꼭 안았다.

온몸이 녹아서 촛농처럼 부드럽고 뜨겁게 뚝뚝 떨어질 것만 같았다.

민준은 나를 번쩍 들어올리더니 침대로 향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포스터처럼.....

 

"3년이니까 거의 천일을 기다렸다....그 날 얼마나 널 안고 싶었는데...."

3년 전의 키스와 지금이 쭉 이어지는 시간들이었으면 좋겠다. 민준을 재회하기 전 3년은 나야 말로 없는 세월로 치고 싶었다.

민준의 키스는 점점 깊어지고 있었고 나는 3년 전과 하나도 변하지 않은 민준의 입술 감촉을 느끼고 있었다. 몸이 기억한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민준에 대한 기억은 흐릿하지만 이렇게 나에게 키스를 해줬던 입술은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이제 그의 모든 것을 느끼고 싶다고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사랑해왔어.....그날 부터....."

그의 말은 너무나 달콤했고 따뜻했고 또 유혹적이었다. 이대로 이대로 민준의 품에 안긴 채로 시간이 멈추어 버렸으면 좋겠다.

아주 잠깐 아직 섹스는 너무 이르지 않을까 갈등했으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섹스는 언제나 간절한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라 생각했다. 너무 이르다거나 혹은 일방적인 것이라고 느껴지면 그건 사랑이 없는 섹스라고...나도 민준도 서로를 원하고 있다......그래서 서로를 안고 싶어한다.....

 

민준의 품에 안겨 잠들면서.....

영원히 아침은 오지 않기를....아침이 오더라도 눈을 뜨지 않기를....

31일 잠들 때와 또 다른 1일 밤을  보내면서 같은 기도를 하고 있었다.

 

 

---------------------------클릭, 달콥쌉싸름한 30살 8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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