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이제 21살이 된 대학생입니다. 저한테는 세 살 차이나는 여동생이 있어요.
어릴 때부터 제 동생은 똑똑하기로 유명했어요. 천재까지는 아니지만 그쪽 세계에서 놀 정도? 아무튼 상황이 그러다 보니 엄마는 동생만 아꼈고, 저는 자연스럽게 뒷전이었습니다.
그걸 처음 느꼈던 때가 제가 초등학생이었던 때였습니다. 그 전까지는 제가 워낙 무뎌서 아무 것도 몰랐고, 눈치채지도 못했습니다. 어쩌면 받아들이기 싫었을지도 몰라요.
아빠는 좀 먼 곳에서 일을 하셔서 주말에나 가끔 오시는 편이었고, 주로 엄마가 저희를 돌보셨습니다. 그 날은 소나기가 온 날이었는데, 제 동생과 저는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저랑 동생이 뭘 하고 놀았는지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잘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비가 온 겁니다. 당황한 우리는 허겁지겁 비를 피하려고 했지만 주변에 비를 피할 곳이 마땅히 없어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때 엄마가 우산을 들고 뛰어오셨어요. 저랑 동생은 당연히 어렸으니까 울면서 엄마한테 달려갔죠. 그런데 엄마가 제 동생을 꼭 껴안더니 비 많이 맞았냐고, 많이 젖었냐고 걱정을 하시는 겁니다.
저는 그때 옆에 서있었는데, 기분이 몹시 이상했던 걸 어린 나이에도 느꼈습니다. 엄마는 제 동생 상태부터 살피느라 정신이 없어 저는 안중에도 없었어요. 칭얼거리면서 엄마한테 매달렸지만 엄마는 저를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그때부터 엄마가 제 동생만 눈에 띄게 좋아한다는 것을 알아챈 저는 죽어라고 노력했습니다. 어떻게든 공부를 잘해서, 먼저 설거지를 해서, 먼저 방을 청소해서 엄마의 호감과 관심을 얻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어요.
맛있는 과자, 사소하긴 해도 보고싶은 채널까지 모든 건 제 동생 위주였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동생까지도 틈만 나면 저를 무시하고 부려먹으려 들었어요. 정말 서러웠던 나날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어요. 제가 죽어라 노력해서 얻어온 점수가 제 동생한테는 못 본 편에 속했고, 엄마는 항상 저를 탐탁치 않은 눈으로 쳐다보았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자란 탓인지 저는 크면 클수록 자신감이 사라져갔고, 나중에는 거의 말이 없어지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동생을 따라잡을 수 없고, 엄마는 동생만 좋아한다는 사실은 제 착각이 아닌 분명한 진실이었으니까요.
이 일로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하루종일 운 적도 있습니다. 밤새서 공부를 하며 코피를 쏟아도 엄마는 단 한 번도 저에게 힘내라는 말 한마디 해준적이 없습니다. 늘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저를 보며 혀를 찰 뿐이었어요. 제 동생한테는 힘내라며 응원해주고, 과자며, 과일이며 방에 날랐습니다.
너무 힘들었어요. 아무리 애를 써도 성적은 오를 생각을 하지 않고, 올라도 엄마는 별로 관심도 없었습니다. 네까짓게 올라봤자지, 뭐. 이런 표정으로 제 성적표를 보곤 하셨어요.
결국 고등학교 막바지에 저는 모든 걸 내려놓았습니다. 더 이상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오르지 않는 성적과 엄마의 타박, 동생의 당당한 표정을 볼 때마다 모든 걸 내려놓고 가버리고 싶은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남들은 흔히 말하는 부모님과의 싸움조차 저는 해본적이 없습니다. 저희 엄마는 저와 대화 자체를 하려고 하지 않으니까요. 엄마랑 말을 섞으려고 온갖 시도를 다 해보아도 그때마다 귀찮다는 표정을 짓는 엄마 때문에 우는 날만 늘어갔습니다.
결국 공부를 내려놓은 저는 미친 듯이 놀았습니다. 학교도 빠지고, 하지 말라는 짓은 모조리 다 하면서 놀았어요.
그렇게 해서라도 엄마가 저에게 관심을 보여주었으면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무 소용 없는 일이었어요. 제가 일탈을 하든, 학교에 빠지든, 엄마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습니다.
결국 저는 돈만 내면 누구나 갈 수 있는 흔한 대학교에 입학했고, 하루하루 알바를 하면서 대학 등록금을 마련했습니다.
엄마한테 내달라는 말은 입밖으로 꺼낼 수도 없었어요. 집에 들어오는 저를 보고 짓는 엄마의 표정이 너무 끔찍해서 집에서 나가고 싶어도 돈을 더 마련할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시키지도 않은 설거지를 묵묵히 하고 있는데 갑자기 엄마가 말하시는 겁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 작정이냐고. 대체 왜 그렇게 사느냐고. 너 동생을 보라고. 왜 너는 너 동생의 발톱만큼도 따라가지 못하냐고.
눈물이 났습니다. 이 모든 일을 초래한 건 엄마고, 어릴 때부터 나는 수많은 노력들을 했으며 엄마의 호의와 관심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고 싶은 마음을 애써 꾹꾹 참았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아니, 그냥 제가 딸로도 안보였나 봅니다. 설거지하던 것도 멈추고 가만히 서있는 저에게, 엄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럴거면 왜 태어났냐고.
저는 그 말에 폭발했습니다. 그러게 왜 낳았냐고. 이렇게 무시하고 괄대할 거였다면 대체 왜 나를 낳아서 이렇게 힘들게 하느냐고 미친 듯이 소리지르고 악을 썼습니다. 살면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엄마에게 소리지른 적이 없었던 제가 반항을 하는데도 엄마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습니다.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저를 본 엄마는 그대로 방에 들어가버리셨고, 저는 그대로 땅에 주저앉아 몇 시간을 울었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의 설움, 그리고 분노, 속상하고 답답한 마음을 어디에 풀어야 할 지 알 수 없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제의 일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우울하고 지금까지 제 삶이 너무나도 싫습니다.
엄마와 함께 단 둘이 여행을 간다던지, 쇼핑을 간다던지 하는 일은 저에게 불가능합니다. 저도 제가 왜 이렇게 태어났는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발 알려주세요. 전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엄마가 저를 보는 시선이 달라질지, 어떻게 해야 이 지긋지긋한 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긴 글인데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아직까지도 가슴 한 쪽이 답답하네요. 꼭 조언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