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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죽고 싶다고 올렸던 사람입니다..

ㅇㅇ |2016.04.17 23:01
조회 271 |추천 0

네, 안녕하세요. 저한테 많은 위로를 해주셨던 여러분에게 어떻게 되었는지 말씀은 드려야 할 것 같아서 다시 이곳을 찾게 되었습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전에 엄마가 저를 심하게 차별한다고 글을 올렸던 사람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 이유를 알게 됐어요.

 

그 날 후, 솔직히 많이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꿋꿋하게 버텨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여러 댓글들을 보면서 제가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무리 힘들었더라도 공부는 놓지 말걸, 나 혼자라도 열심히 해서 성공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서 후회는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후회를 하는 대신, 저는 새로운 선택을 했어요.

 

수많은 고민 끝에 저는 아버지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멀리 계시는 데다가 제가 걱정을 끼쳐드리고 싶지 않아서 지금까지 한 번도 말을 꺼내 본 적이 없었는데 여러분들 덕분에 말을 꺼내기로 했습니다.

 

아버지에게 전화를 드렸고, 시간을 내서 직접 그곳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아빠와 상담을 했어요. 말을 하다 말고 우는 저를, 아빠는 위로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제가 들은 말들은 충격적이었어요. 제가 아빠에게 가서 제일 먼저 뱉은 말은, 혹시 내가 아빠의 친딸이 아니냐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아빠는 맞다고, 그러니까 그런 이상한 생각은 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한참을 망설이다 아빠는 말을 꺼내셨습니다.

 

너는 내 딸이 맞다, 하지만 너 동생은 실제로 낳은 딸은 아니다, 라고.

 

네. 저는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말씀하셨어요.

 

너가 3살이었을 때, 너는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엄마는 임신 중이었다고. 그런데 자고 있던 엄마의 배를 너가 가위로 찔렀다고.

 

그때의 충격을 저는 잊지 못합니다. 할수만 있다면 그때로 돌아가서 가위를 멀리 던져버리고 어릴 때의 나를 때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지금은 그나마 시간이 좀 지나서 충격이 많이 가셨지만 솔직히 그 말을 들었을 당시에는 너무 놀라서 몸이 떨리고 시야가 뿌옇게 흐려졌습니다.

 

덜덜 떨고 있는 저한테 아버지는 계속 말씀하셨습니다. 죽을 때까지 말하지 않으려고 했다는 것, 엄마가 지금까지도 그 일로 너를 미워할 줄은 몰랐다는 것, 그리고 그 일로 아이를 잃은 엄마는 결국 아이를 입양했다고 했습니다.

 

그 아이가 바로 지금 제 동생입니다. 아빠의 말로는 제 동생도 이 일을 모릅니다. 그저 엄마가 잘 대해주고, 아버지가 있으니 당연히 자신이 친딸이라고 생각하겠죠. 아버지는 제 동생에게는 죽을 때까지 말할 생각이 없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저한테도 말하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친딸이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하니까 결국 말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군요.

 

할 말이 없었습니다. 엄마가 저를 미워한 것도 이해가 됐어요. 가위로 배를 찌르다니,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믿어지지 않으시죠? 솔직히 저도 이렇게 드라마같은 상황에 제가 처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지금도 약간 넋이 나간 기분입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후 저는 바로 독립했습니다. 엄마에게 미안했어요. 그리고 너무 죄송스럽고, 부끄러웠습니다.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릴 적 일이지만 아이를 잃고 엄마가 얼마나 힘들어했을지, 그리고 그 아이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동생에게 집착한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텐데 싶었습니다.

 

죽어라 엄마를 원망한 제가, 지금도 마냥 원망스럽습니다.

 

네. 저는 정말 충격을 먹었습니다. 제가 친딸이고, 그토록 사랑받는 동생이 친딸이 아니라니요. 저는 엄마의 심정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합니다. 아이를 낳아본 적도, 제 스스로 낳은 아이가 곧 태어날 아이를 죽였을 그 상황도 처해보지 않아서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얼마나 내가 미웠을지는 충분히 상상이 갑니다. 그래서 저는 엄마와 더 이상 마주하지 않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내가 굉장히 미웠을 텐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보살펴 준 것이 그나마 위로가 됩니다.

 

엄마와 묵힌 감정을 풀고 싶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함께 쇼핑을 하고, 영화를 보는 그 모든 일들을, 저는 정말 해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제 저는 알 것 같습니다. 저는 절대 엄마와 그런 일들을 해보지 못할 거라는 것을.

 

제 동생이 매일 엄마와 웃는 걸 옆에서 보느니 저는 차라리 영영 다시는 보지 않는 것을 선택하기로 저는 마음먹었습니다.

 

여전히 엄마는 동생을 사랑하고, 아낍니다. 아마 그것이 저 때문에 빛도 보지 못하고 떠나버린 동생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후기는 이상입니다. 저한테 위로해주신 분들, 그리고 조언해주신 분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가끔 보이던 좋지 않던 댓글들은 솔직히 저한테 많은 상처가 되었습니다만 이제는 괜찮습니다.

 

그리고 저는 진심으로 엄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정말로요. 말이 길어져서 죄송합니다. 마냥 엄마를 미워하던 제가 원망스럽고, 그때의 제가 원망스럽고...

 

글을 마쳐야 하는데 어떻게 마쳐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담담한 척 하려고 하는데 자꾸 엄마 생각이 나네요.

 

먼 훗날이라도 꼭 엄마와 손을 잡고 영화관에 갈 수만 있다면 정말,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긴 글인데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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