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의 의미
엽기라는 말은, 기괴한 것을 수집한다는 사전적인 의미와, 일반적인 상식과 도덕적 감정으로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반인륜적인 범죄 사건이라는 관용적인 의미를 모두 가지고 있다.
엽기의 기본적 이미지는 그로테스크(grotesque)와 많은 부분 겹쳐져 있는데, 인간과 동물의 잡종 내지는 혼합이라는 의미와 흉하고 일그러지고 기괴한 것이라는 의미가 엽기라는 말에 결부되어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요즘 사용되고 있는 엽기라는 말은 학술적인 개념에 의해서는 그 의미를 성공적으로 포착하기 어렵고, 속어나 일상 언어를 우회할 때 보다 명확하게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골 때린다(뽀갠다/꼬집는다). 황당하다, 심하다, 썰렁하다 등과 같은 전통적인 감정 표현들을 통합한 기호가 바로 '엽기'라 보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엽기라는 말은 우리 사회가 수용하고 있는 하위문화(subculture) 양식들과 관련을 맺고 있다. 엽기라는 용어는 심한 부조리를 동반하는 블랙유머, 포토샵을 통한 사진 합성, 패러디, 언어유희, 하드코어 포르노그래피, 사진(예술사진도 상업사진도 아닌, 본인들의 말을 빌리면 삼류사진), 게임, 만화, 이야기(속칭, 야설) 등과 같은 하위문화 양식과 관련된다. 따라서 엽기란 1990년대 이후 컴퓨터 통신망을 통해 확대 보급된 하위문화 양식의 상상력을 대변하는 문화적 기호인 것이다.
엽기의 열풍은 여전히 식을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엽기'란 단어는 인기 검색어 상위권에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이며, 수많은 엽기 사이트들에는 엽기물 을 탐닉하는 '엽티즌'들의 발길이 아직도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엽기는 이제 젊은이들 사이에서 일상적인 유행어가 되어 버렸으며, 그 여파는 인터넷 뿐 아니라 오프라인 세계에까지 불어 닥쳤다.
아기공룡 '둘리' 이후 최고의 토종 캐릭터로 떠오른 엽기토끼 마시마로 인형은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박을 터뜨렸고, 싸이 와 이재수, 자두로 대표되는 엽기 가수가 2001년 상반기 가요계에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공포와 유머라는 공존하기 어려운 양극단의 정서를 동시에 아우르는 엽기란 단어는 우리 사회에서 정상적인 것 또는 일상적인 것이라 간주되는 정서로부터 벗어난 '일탈과 파격'의 상징어가 되어 버렸다.
엽기문화의 근원
어떤 전문가는 엽기바람의 근원지를 일본만화에서 찾고 있는데, 좀더 근원적으로 접근해 볼 수도 있다. 기존 질서에 저항함으로써 자신의 창의성과 창조력을 발휘하려는 것이 동서고금을 망라한 젊은 세대의 본질이라면, 우리의 사회구조는 지금까지 암기식 교육과 획일화된 사고의 답습을 강요함으로써 젊은 세대의 창조적인 욕망과 욕구를 억압해 왔다. 이렇게 억압되어 온 젊은 세대의‘창조적인 에너지가 급기야 과포화상태를 깨고 분출되고 있는데, 엽기바람은 그 한 유형이라는 것이다. 즉, 억압된 본능의 표출이라고도 표현한다.
요컨대 기성세대에 의해 제시되고 길들여진‘모범답안’을 손쉽게 선택하기보다 어려움과 아픔을 무릅쓰고, '또 다른 답안’을 모색하는, 신선하고 참신한 도전과 창조의 정신을 젊은 세대는‘엽기’에서 느끼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현대의 대중문화 역시 고전적인 것보다 개성을 중시한다. 그리고 현실과 동떨어지고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그런 일들을 대중문화와 대중문학 속에서 찾으려고 한다. 보편적인 것을 싫어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려는 생각 끝에, 무엇보다 제각각의 개성을 중시하다 보니 엽기라는 또 다른 장르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된다.
엽기문화는 우선, 인터넷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공간이 활성화되는 과정에서 소위 공식적인 주류문화소통 공간의 틈을 비집고 등장했다는 점에서 소수문화의 형태로 볼 수 있다. 또한 좀더 자극적이고 비정상적이며 관습과 인습을 깨고자하는 대중들의 욕구가 간접적으로 상징적으로 반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엽기문화는 사회가 해서는 안 될 것으로 명명한 규범들과 금기사항들을 조롱하고, 가상의 공간에서 그 금기를 거역하려는 대중들의 욕망이 담겨있다. 요컨대 싸이 의 엽기적 스타일은 비록 상품화된 전략이긴 하지만, 기존 뮤지션과 방송에 대한 통념들을 무너뜨리려는 도발적인 자유분방함이 드러난다. 또한 사람들이 인터넷 에서 너구리같고 곰 같은 이상한 토끼가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하는 행동들을 보면서 따분한 현실에 독특한 자극을 받으려한다.
저속하고, 포르노그라피적이며, 비정상적인 엽기문화는 상품화된 과정을 제외한다면, 현실에서 불가능한 상황들을 실현하고 싶어 하는 대중들의 원초적 욕망이다. 엽기문화가 지금 이 시대에 유독 인기를 얻는 것은 한편으로는 집단주의에 혐오감을 갖는 철저한 개인주의 때문이 기도 하면서, 사회의 도덕적 통념들과 규범들에 대해 대중들이 싫증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혹자는 세상이 각박해져가면서 일반인들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의 빈번한 발발과도 관계가 있다고 한다. 정상 또는 보통이라는 일반적인 기준에서 보면 턱없이 이상하고 기괴한 것들 투성이인 것들을 표현하기에 적절함은 역시‘엽기’란 단어의 파생을 불러왔다고 정의하는 사람도 있다. 위에서도 말한바와 같이 그러한 규제로부터 무한대의 탈피-여기서 자유가 시작된다고 느끼는 많은 사람들과 그 표현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엽기바람이 제한된 세대의 하위문화 정도로 치부되는 부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참신하고 새로운, 그래서 창조적인 젊은 세대의 몸부림으로 이해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엽기의 시작과 발달
엽기문화의 시작은 엽기를 추구하는 매니아 집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들은 스너프 를 추구하던 일련의 매니아들로서 이들에 의해 살인 장면이나 사고로 인해 처참하게 훼손된 시체사진들 따위들이 홈페이지에 올라오게 되고, 인터넷에는 이들의 정보물이 유포되기 시작한다. 극한의 감각적 경험을 추구하는 이들의 성향은 당시의 정서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기에 상당히 은밀하고 조용히 그들만의 세계를 인터넷 사회에 틀고 있었다.
현재 상황에서 전통적인 엽기문화라고 칭할 수 있을 만한 이들의 문화는 단지 살인이나 강간 등의 사진과 영상물에 그치지 않고, 구토, 분비물과 부패한 육체 등 일상에서는 쳐다보지 조차 않는 대상의 사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괴한 엽기물들 을 추구한다. 오프라인에서는 개개인이 은밀하게 추구하던 이런 성향들이 네트워크의 이점을 이용해 서로 정보와 의견을 교환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하나의 문화적 흐름을 가졌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발생배경
이런 현상의 배경은 무엇인가. 대중의 관심을 끌어보려는 선정주의와 교묘한 상업주의가 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시각, 선진국과 달리 그동안 엽기문화를 금기시해온 우리나라 사회도 이제 이를 자연스럽게 수용할 만큼 성숙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을 포함해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비정상이 정상으로 행세하며 오히려 정상을 매도하는 사회, 거짓과 위선이 정직과 진실로 둔갑하기 일쑤여서 혼란스러운 사회, 옳지 않은 것을 옳다고 우기는 경우가 많은 세태, 가치의 전도와 혼돈으로 중심과 방향을 잃은 사회, 신세대의 튀는 창의력과 자유로운 상상력을 억압하며 규격화된 모범답안만을 요구하는 풍토 등이 엽기 신드롬의 토양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특히 설득력을 얻고 있는 듯하다.
엽기문화의 확산은 이런 비정상의 사회, 따라서 건강한 꿈과 희망을 갖기 어려운 사회에 대한 혐오감의 뒤틀린 표현이자 극단적 조롱이라는 것이다.
① 전 세계적 문화 현상 엽기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비단 엽기의 유행이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외국에서도 엽기는 예술 문학 광고 등 창작물의 표현 패턴으로 자리 잡았다. 멀리 간다면 고대의 메두사 형상이나 15세기 보슈의 기이한 그림들 그리고 16세기 초반 ‘그로테스크(Grotesque) 신체’라는 개념을 대두시킨 프랑소와 라블레(Francois Rablais)의 소설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도 엽기의 양상을 띠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처럼 엽기가 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주된 흐름을 이어 가는 것은 이미 엽기문화를 소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1960년대부터 10대 20대들을 상대로 심야영화 상연이 성행했는데 이때 엽기영화들이 숭배를 받기 시작했다. 1975년 제작된 ‘록키호러픽쳐 쇼’는 공포 공상과학 뮤지컬 등이 그로테스크하게 혼합된 엽기영화의 대표적인 예이다. ‘이레이저 헤드(1977년)’를 비롯한 ‘블루벨벳’ ‘와일드 앳 하트’ 등 컬트무비의 대가 데이빗 린치(David Lynch)가 만들어 낸 일련의 영화들도 엽기영화의 주된 계보를 형성한다.
②한국판 엽기의 배경
2000년 지금은 튀는 시대다. 튀어야 한다는 강박의 시대 그래서 모두 똑같이 튀는 모순의 시대. 다름을 바라는 같음들…. 이러한 대중 소비문화 속에서 엽기가 나왔다.
1990년대 이후 문화의 다양성이 강조되었지만 표준화된 대중매체는 오히려 개성을 막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몰 개성화에 대한 개인들의 반발이 더욱 새로운 것을 찾게 한다. 엽기도 이런 기대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방송 광고 패션 등은 맥락 없는 엽기 이미지만을 빌려 가는 게임을 통해 ‘길들이기’를 만든다.
한편 획일화된 시대에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없다는 심리와 더불어 대중문화에 대한 식상이 나타난다. 더불어 개성을 추구하고 더욱 자극적인 것을 원하는 경향 역시 높아졌다. 그것이 엽기가 반영하는 사회 심리이다. 현대사회의 일상성과 지루함에 대한 감각 후기 산업화를 통해 나타난 여가 시간의 처리 대중매체가 만들어낸 게으름….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자극으로서 고딕 그로테스크 일그러짐 그리고 새롭고 별난 것에 사냥이 시작된 것이다.
토템 신앙의 심리는 히어로 스타를 사냥하고 일원적인 태양으로 숭배하는 것이다. 그런데 엽기에 있어서는 반 영웅 어두운 별이 찬미의 대상이 되는 것만이 다를 뿐이다.
또 1990년대부터는 지역적인 부족문화 다원적인 복수 집단 개성적인 소수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모든 사회가 아니더라도 차이와 다양성을 강조하는 하위문화 중에서 보편적 질서를 일탈하는 엽기를 추구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사례들이 증가하고 있다.
엽기 열풍의 이유
최근까지의 다수가 선호해온 엽기의 전략은 이전의 다른 것들처럼 무겁고 진지하지 않다. 오히려 엽기는 가볍고 유쾌하며 재미를 유발하는 정반대의 전략을 택했다. 또한 엽기는 굳이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고 동의를 얻으려고 애쓰지도 않았다. 그래서 엽기는 N세대들의 정서에 잘 들어맞았던 것이다.
독특하고 자극적인 것으로의 몰입과 향유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 된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고, 나아가 비슷한 정서와 취향을 가진 이들과의 고유한 하위문화를 형성함으로써 주류 문화에 익숙해져 있는 평범한 다수와 스스로를 뚜렷하게 분리하려는 '구분 짓기' 전략이 구사된다. 70년대 이후 끊임없이 이어졌던 주류 문화를 겨냥한 젊은 세대들의 도전과 저항의식이 오늘날의 N세대들에 이르러서는 엽기라는 새로운 문화 코드를 통해 표출된 것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은 설명이 가능하다.
①'엽기(獵奇)’라는 다소 거북하고 불쾌한 어감을 주는 말에 젊은이들이 열광하고 있다. 그런데 한동안 유행하는 엽기는 과거의 엽기와는 뭔가 다르다. 기괴하고 일상의 틀을 완전히 부수어 버리는 재기발랄한 상상력으로 엮어낸 이야기나 구역질을 유발하는 그림들이 모두 엽기에 포함된다. 어떤 사람들은 엽기 속에는 치열한 경쟁에 따른 불안 심리와 중산층의 몰락과 불안, 그에 대한 분노가 숨어 있다고 제법 고상한 진단을 내리기도 한다.
이러한 엽기 열풍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지만 특히 인터넷에서 거세게 불고 있다. 인터넷의 인기 검색어 순위에는 ‘엽기’란 단어가 버젓이 2위에 올라와 있는 정도다. 이제 엽기를 표제어로 내걸지 않으면 영화나 광고도 별로 흥미를 끌지 못할 지경이다. 과거에는 엽기란 말이 상식을 초월하는 기괴한 행동을 지칭하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그것은 ‘엽기적 살인’이나 ‘엽기적 애정행각’처럼 극단적이고 일상의 틀을 뛰어넘는 사건을 가리키는 저널리즘의 용어였다.
요즘 유행하는 엽기물은 구토물 등 일상에서 더럽고 불결하다고 못 본 체하는 현상을 의도적으로 끄집어내거나 금기로 되어 있는 성행위나 살인 등 극단적인 행위를 주요 소재로 활용한다. 사회적 통념과 금기의 벽을 과감하게 뛰어넘는다는 시도 자체는 어떤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사회의식을 속에 담은 엽기는 비판적 패러디와 마찬가지로 고정관념과 편견을 무너뜨리고, 낡은 머리에 새로운 상상력을 불어넣을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극대화하면 부정의 힘으로 거듭날 수도 있다.
그러나 패러디의 힘이 절반은 주체의 비판 정신에서, 나머지 반은 대상 자체에서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엽기 또한 소재주의의 위험을 안고 있다. 기이함과 괴상한 것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엽기 매너리즘으로 연결될 경우, 그것은 비판 정신과는 정반대인 허무주의의 틀에 빠져버릴 수도 있다. 더구나 그것이 상업화의 추세와 연결된다면 이러한 우려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인터넷 세상은 엽기와 무슨 인연을 갖고 있는가? 그런데 왜 갑자기 엽기인가?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네트 문화가 변형과 따 붙이기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일상생활과 원작을 자신의 시각으로 뒤틀고 딴지를 거는 패러디는 엽기의 큰 형님이다. 수년 전 ‘딴지일보’가 엄청난 조회 수를 보이면서 온라인상에서 큰 인기를 누렸던 이유는 사회 현실을 비꼬고 비판한 패러디 덕택이었다.
최근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엽기물 중에서도 ‘발상의 전환’이나 ‘발랄한 일탈’을 통해 ‘주류를 전복’하면서 ‘왜곡된 상식을 회복’하려는 제법 당찬 의도를 담고 있는 것도 있다. 여기까지는 비판적 패러디의 연장으로서 각종 엽기 현상이 갖는 긍정적인 차원이다. 그러나 패러디는 마약처럼 중독이 강하다. 마약에 중독 되면 점차 약발이 더 센 것을 찾듯이 패러디에 길들면 더 강한 패러디를 찾게 된다. 엽기는 패러디를 형식적으로 더욱 극단화한 형태다. 엽기는 어떤 측면에서 보면 비판성을 상실한 패러디가 재미를 좇아 극단화될 때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소재의 선택이 넓고, 감각적인 문화에 대한 포용력이 우리보다 더 열려있는 일본 문화의 유입도 이러한 엽기 사조에 일조했을 것이다. 제도권 매체는 자기 검열과 사회적 반작용에 민감하다. 그래서 소재 선정에 조심스럽고 사회적 평균인의 가치관을 거스르는 것들을 쉽게 다루지 못하는 데 반해, 인터넷은 소재에서 누리는 자유와 관용도의 폭이 훨씬 넓다. 그리고 상호작용의 열린 매체이기 때문에 변형과 첨가와 왜곡이 손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최근의 혼탁한 사회 정치적인 상황과 문화 개방, 그리고 인터넷의 매체적인 특성들이 어울리면서 엽기가 요원의 불처럼 번져가고 있다.
최근 유행하는 엽기 문화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 따라서 정상적인 꿈과 희망을 키우기 힘든 사회에 대한 혐오감의 뒤틀린 표현이자 이에 대한 극단적 조롱이기도 하다. 그러나 엽기 문화를 우려하기보다 우리가 진짜로 걱정해야 할 것은 우리의 엽기적 현실이다. 왜냐하면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온갖 엽기물이 난리법석을 친 다해도 우리의 일상 현실보다 더 엽기적인 것은 없기 때문이다.
②신세대는 우선 엽기적인 것들에 익숙하다. 이들에게 엽기를 가르친 가장 큰 스승은 일본만화다. 1990년대 초반 일본만화는 사이버 공간을 타고 유입되기 시작했다. 잔혹물의 대표 격인 이토 준지의 ‘공포만화 컬렉션’은 최근 정식 출판돼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로 일본만화는 우리 곁에 와 있다. 만화평론가 이명석(30)씨는 “80년대까지 금기시돼온 것들이 인터넷 통신을 타고 무차별적으로 들어와 그동안 잠재돼 있던 엽기에의 관심을 자극했다.
어려서부터 이런 것들을 보며 자라온 세대들이 엽기적인 것들에 익숙해졌고, 점차 더 자극적인 것을 요구하게 된다.”고 말한다. 신세대가 엽기에 열광하는 데는 보다 원초적인 심리학적 해석도 필요하다. 엽기가 상징하는 광기와 폭력성은 기존 질서에 의해 억압받아온 본능이라는 지적이다. 문화평론가 민경배(34·사이버문화연구실장)씨는 “누구나 일상의 권태로부터 탈출하고픈 욕구와 억압적 질서를 파괴하고픈 욕망이 있다.
기존의 질서에 길들여진 기성세대보다 젊은 세대들의 욕망은 더 강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데올로기적 억압 속에서 자란 386세대들이 현실정치 차원의 공격성을 지녔다면, 사이버 공간의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자라온 이후 세대들은 우리사회의 도덕적 억압에 대해 ‘엽기’라는 이름의 저항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엽기’라는 말이 참신하고 기발한 것들로까지 확산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딴지일보"와 같은 패러디 사이트다.
딴지일보가 표방하는 ‘본지는 한국농담을 능가하며 B급 오락영화 수준을 지향하는 초절정 하이코메디 씨니컬 패러디 황색 사이비 싸이버 루머 저널’이란 모토부터가 기발하며 노골적이다. 문화평론가 선동수씨는 “딴지일보가 시작한 ‘상식과 주류문화를 뒤집는 발상’ 자체가 일종의 악취미며, 엽기다. 기본적으로 이런 전복적인 발상이 재미를 준다는 점에서 엽기적인 것이 참신하고 기발한 것으로 확대 해석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의 엽기문화도 바로 그러한 삶의 현실을 어두운 측면에서 반영하는 사회 현상의 하나임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외재적인 것이 인간 문제의 본질적인 원인이라고는 할 수 없다. 같은 현실에 대해서도 사람마다 반응하는 방식이 다른 것처럼, 근본적인 원인은 각자의 내면에 조응하는 삶의 방식(환경을 수용하고 그에 대응하는 태도)의 다름에 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문화평론가들은 '90년대 들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도권의 통제가 어느 정도 풀어지면서, 이전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대담하고 자유로운 표현이 자본과 만나면서 엽기와 잔혹이라는 금기의 벽도 무너졌다'고 설명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엽기와 잔혹의 표현 방법은 영화, 연극, 그리고 소설에만 머무르고 있지 않다. 일상 생활 속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엽기 애니메이션·동영상을 나눈다는 수십개의 인터넷 엽기 동호회에서 손가락 잘린 모조 손을 파는 엽기 장난감 가게까지 엽기와 잔혹은 우리 대중문화 전체에 하나의 문화코드로 자리를 잡고 있다.
단순히 일부 문화평론가들이 짚었던 표현의 자유에 대한 반발 심리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또다른 평론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문화론의 관점에서 설명을 한다. 곧 우리 문화계에는 '지배, 상위의 중심 문화와 하위, 종속의 주변 문화'가 같이 있는데 그 가운데 '잔혹·엽기와 같은 소수의 주변 문화가 기존 지배 문화가 지닌 사회 통합 기능이 무너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의 현실과 동일한 방식으로 제도화되어가는 주변문화 영역에 대한 불안과 불만을 냉소적인 방식으로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엽기의 대상
현재의 엽기 신드롬은 사회의 정상성에 대한 불만을 육체적 욕망의 가장 극단적인 표현을 통해 방출한다. 엽기 문화에 등장하는 유머는 대부분이 보통의 일상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비정상적인 섹스, 똥, 분비물 등과 관련된 신체 담론이다. 즉 본래의 엽기 문화가 가지고 있는 신체적 잔혹성, 혐오스러움에 일상의 억압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두터운 권력 관계가 덧씌워져 하나의 엉뚱함, 기괴함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기존의 사회적 존엄성에 대한 하나의 문화적 전복 방식의 의미를 가지게 된다.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전략을 통해 사회적 존엄성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존엄성 자체를 저열하고 비정상적인 층위로 끌어내리는 전략을 통해 웃음과 통쾌함을 자아내는 것이다. 따라서 엽기 문화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엄격하고 준엄한 기준을 부여하고 있는 육체적 담론을 주요 타깃으로 삼게 된다.
성, 육체 등과 관련하여 지나치게 보수적인 한국 사회의 도덕, 윤리, 이성 중심주의에 대한 비웃음과 조롱이 엽기 문화라는 이름으로 전파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오늘의 한국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에게 “일상과 정상성 자체가 가장 엽기적인 것이다”라는 것을 한국의 엽기 문화는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엽기의 종류
‘엽기적’ 취미도 다양하다. 대학가에서 흔히 보이는 피어싱도 엽기 취미로 보는 시각이 있다. 귓바퀴는 물론 눈썹, 이마, 코, 배꼽 같은 곳을 뚫고 고리를 끼우는 피어싱은 장신구 치고는 너무도 직설적으로 신체를 훼손한다. 서구에서 들어온 피어싱은 록 가수 등 대중문화에서 출발한 취미. 문신과 마찬가지로, 하층 계급의 반사회적 거친 취미로 출발했지만, 이젠 영국 앤공주 딸도 피어싱 대열에 끼었을 정도로 신세기적 취향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에도 대학가를 중심으로 피어싱 숍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엽기 취미가 가장 뚜렷한 건 영화. 스크린에서 두드러진다. 90년대 중반, ‘헤모글로빈의 시인’으로 불리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성공적 상륙 이래, 아예 ‘하드 고어’(피바다)를 머리 제목으로 앞세운 영화가 환호 받는 게 2000년 한국의 엽기 풍경이다. 94년 ‘펄프 픽션’과 그 앞서 만든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에서 질펀한 피 바다와 극도로 사실적인 폭력-인체가 망가지는- 묘사에 충격 받았던 관객들은 불과 수년 만에, 이제 웬만한 장면에선 눈 깜짝 안할 정도로 엽기 자극에 강해졌다.
스크린을 채우는 엽기는 이야기보다 역시 시각적 표현이다. 토막 난 팔, 다리가 뒹굴고, 냉장고를 열면 도려낸 심장이 굴러 떨어져 나오는 선혈 낭자(텔 미 썸싱), 낚시 바늘을 삼킨 남자의 갈가리 찢어진 입을 벌려 나무토막으로 고정시켜놓고 성행위하는 여자(섬) 내장을 드러낸 닭과 그 안에 가득 찬 구더기(쌍생아)... 위악적일 정도로 구체적이고 선명한 엽기 이미지는 세상의 엽기에 대한 면역성을 키워, 더 엽기적인 세상을 만드는 자양분이 되는 지도 모른다.
‘유쾌한 자극’을 준다는 점은 최근 유행하는 엽기의 가장 큰 매력 중의 하나다. ‘재미’를 최고의 가치로 꼽는 신세대들은 이제 ‘엽기발랄하다’는 말을 최고의 수식어로 즐겨 사용한다. 얼마 전까지 ‘쿨하다(멋지다)’는 말이 가졌던 높은 위치이다.
엽기가 엄청난 세포 분열을 하는 데는 이성의 시대가 아닌 감성의 시대가 다가왔다는 점도 큰 이유다.‘섹스, 똥, 욕’ 처럼 공공장소에서는 감히 입에 담기조차 민망했던 단어들을 인터넷상에서 마음껏 사용하면서 신세대들은 무한한 상상력으로 이를 변주하면서 일상의 유머로 끌어 들인 것이다. 세상이 많이 바뀐 때문에 이런 도발 역시 다양한 문화의 표현 양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세상이 바뀌면서 말의 쓰임도 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엽기’라는 말은 바로 그런 운명을 맞고 있다.
'엽기'의 특징
신세대들 사이에서 유행한 하드 코어(피가 흥건한) 스릴러, 오컬트 소설이나 영화에 이은 또 하나의 유행 문화가 바로 엽기이다. 엽기는 스릴러나 오컬트가 주는 다소의 부담감을 코믹한 분위기로 반전시키는 힘을 갖고 있다. ‘엽기 일본어’ 사이트는 이를테면 야쿠자가 살해한 시체를 처리하는 방법을 통해 일본어를 배우는 과정이 있다. 도덕적인 부담감 같은 것은 아예 배제된다. 기존의 모든 가치나 도덕은 당연히 전도된다. ‘엽기니까’라는 단어 하나로 모든 가치 체계가 부정되기 때문이다.
유일한 미덕은 얼마나 독특한 상상력이냐는 점이다. 상상력이 미덕인 인터넷 문화, 그 문화의 지배자인 신세대들에게 엽기가 인기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엽기는 일본의 오타쿠(매니아) 문화의 한 습성으로 이해하는 평론가들도 적지 않다. 어린이용 캐릭터였던 키티에 집착하는 성인 여성들의 경우처럼 뭔가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문화가 결국 ‘엽기’로 발전하게 됐다는 설명인데, 우리의 엽기는 코믹과 훨씬 더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좀 다르다.
한국에서 통용되는 엽기 사이트를 탐방하다 보면 외국 엽기 사이트와의 상당한 차이를 발견하게 된다.
대부분의 엽기 사이트들이 본연의 임무인 잔혹하고 혐오스러운 이미지나 표현보다는 다소 엉뚱함이나 기발함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즉 한국 사회의 엽기 신드롬에서, 엽기는 호러, 괴기에서 시작하여 기발, 황당 그리고 썰렁함에 이르기까지 매우 포괄적인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이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통용되는 엽기 문화의 중요한 특성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에서 엽기 문화는 굳이 특별한 장르로서의 엽기가 아니라 일상성과 상식적인 것에 대한 도전으로서의 엽기에 가까운 것이다.
이처럼 한국판 엽기 문화의 특이성은 그 형성 과정만 보더라도 잘 드러난다. 한국 사회에서 현재와 같은 엽기 문화가 인기를 끌게 된 가장 큰 기폭제는 각종 호러 사이트나 시체 해부 사이트가 아닌, 바로 ‘딴지일보’다. 이제 한국 사회의 웹진, 게릴라 담론의 신화가 되어버린, 전혀 잔인하거나 혐오스럽지 않은 딴지일보가 아이러니컬 하게도 한국판 엽기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다.
즉 ‘권력에 대한 똥침 날리기’로 대변되는 딴지일보가 보여준 사회적 정상성에 대한 비정상적인 조롱, 저열함을 통해 권력을 끌어내리는 담론 전략 등은 당시 빠른 속도로 각종 인터넷 저널 및 사이트에 전파되었다. 그리고 딴지일보는 현재 목격하게 되는, 비정상적이고 저열한 육체 담론을 통해 사회적 정상성을 비웃고 탈주하는 형태의 엽기 문화, 엽기 담론의 기폭제가 되었다.
이는 한국 사회의 엽기 문화가 패러디 문화와 공존한다는 점에서 쉽게 발견된다. 별로 개연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 엽기와 패러디라는 단어가 한국의 엽기 문화에서는 일반적인 경향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사회적 상식과 정상성에 대한 불만으로서의 엽기 문화라는 한국적 특수성을 잘 보여준다. 일상의 무거움에 대한 비웃음, 이성과 도덕이라는 준엄성에 대한 비정상적인 도전 등이 엽기 문화의 형태로 분출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요즘 들어 주위에서 종종 듣는 “너 진짜 엽기적이다”라는 말은 한국 사회에서는 거의 칭찬에 가깝다. 이는 “잔인하고 혐오스럽다”는 의미보다 현실의 꽉 짜여진 일상과 천편일률적인 가치관으로부터 자유로운, 그래서 “엉뚱하고 기발한 창의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에 훨씬 가깝기 때문이다.
엽기의 분류
①표면상
사이버 공간상에서 물꼬가 열리고 오프라인의 젊은 세대들에게 급속히 전파되는 엽기의 의미 확장을 21세기의 새로운 바람이라고 해석해도 좋을 듯싶다. 소수문화, 하위문화로 단정 짓기보다는 계속적인 자가발전을 할 수 있는 젊은이들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그래서 결국은 우리문화를 이끌어 나아갈 주인공으로서 그들을 받아들이는 자세도 필요 하는 생각이다.
어차피 우리가 사는 시대는 변하기 마련이고 또 다른 변화를 받아들임으로 인해 발전해 간다고 믿는다면 말이다. 발상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대에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열린사회로의 발돋움이 필요하다면 어느 분야에서든지 여러 분야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문화의 대세에 귀 기울여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엽기는 우리나라 문화 전반에 퍼져 있는데 표현상으로 ① 사진 ② 애니메이션 ③플래시 애니메이션 ④ 동영상 ⑤ 게임 ⑥ 유머, 소설 ⑦ 만화 ⑧ 엽기송 ⑨ 프로그램 등으로 나타나며 이를 간단히 예 들면 영화 '텔미썸딩'과 '섬', 소설 '목화밭 엽기전', 그리고 엽기 연극, 엽기 만화, 엽기 게임, 엽기 유머, 엽기 CD, 엽기 뮤직 비디오, 엽기 DDR, 엽기 인터넷 드라마, 엽기 요리 등이 있다.
②내용상
현재 우리가 접하는 엽기는 내용상 다음과 같이 분류 할 수 있다. ① 명랑 엽기 ② 고전적 엽기 (잔혹엽기). 이렇듯 엽기가 고전적인 잔혹한 부분에 초점이 맞춰진 것에서 현재의 주가 되는 명랑 엽기에 이르기 까지 분류가 다양한데는 이유가 있다.
시대적으로 보면 90년대 이후 우리 사회에서는 이데올로기와 윤리라는 이름으로 치장되어 권력과 권위를 행사하고 있던 수많은 금기들이 하나 둘씩 깨져 나가기 시작했다. 북한, 섹스, 동성애 등 다양한 영역의 금기들이 도전받고 해체되어 가는 흐름 속에 그동안 의도적으로 회피되고 금기시 되어 왔던 이른바 엽기적인 정서들도 이러한 도전과 해체의 흐름 속에 하나의 물줄기를 이루어 합류하게 된 것이다.
엽기문화의 주 활동 무대는 단연 사이버스페이스이다. 사실 사이버스페이스라는 곳만큼 엽기문화의 확산에 잘 부합하는 환경을 가진 곳도 드물다. 먼저 엽기물의 생산적 측면에서 인터넷에서는 누구나 정보의 생산자가 될 수 있다. 디지털 멀티미디어 환경은 손쉬운 엽기적 이미지의 변형, 합성을 가능하게 해준다. 또 자기가 만들어낸 엽기적 이야기, 자기가 알고 있는 엽기적 이야기들을 간단한 타이핑이나 마우스 클릭을 통한 복사와 붙여 쓰기를 통해 손쉽게 인터넷에 올릴 수도 있다.
엽기물의 유통 측면에서도 네트워크 환경은 빠르고 폭넓은 엽기물의 배포를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소비 측면에서 볼 때 인터넷은 사용자가 정보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푸시(push) 방식이 아니라 역으로 자기가 찾아 나서서 가져오는 풀(pull) 방식이기 때문에, 엽기 매니아들에게 친화력 있는 정보의 소비환경을 제공해 준다.
하지만 엽기 문화가 사이버스페이스를 매개로 만연하게 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가상의 세계야말로 인간에게 가장 안전한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일상으로부터의 탈출, 공포와 잔혹 감을 자극하는 원초적 공격성 그리고 주류 문화에의 일탈과 도전은 어찌 보면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모험이요 도박이다.
하지만 사이버스페이스에서는 그렇지 않다. 현실세계 보다도 더 생생한 경험을 제공해주지만 그것은 단지 가상일뿐이다. 그리고 언제든지 접속만 끊으면 다시 현실로의 복귀를 보장해주는 곳이 바로 사이버스페이스이다.
엽기는 결국 가상의 세계를 향한 상상력의 산물이며, 현실세계로부터의 가벼운 일탈과 탈출을 통한 일시적인 대리만족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속성은 엽기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주요한 요인임과 동시에 하위문화로서의 엽기문화가 가질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이기도 하다. 엽기문화에 내재된 일상으로부터의 일탈 그리고 주류문화에 대한 도전과 반란은 가상세계의 영역에 머물러 있을 뿐 더 이상 한 걸음 나아가지 못한다. 오히려 엽기문화는 앞서 나타났던 무수한 하위문화들처럼 점차 일상의 한 영역으로 편입되면서 고유의 엽기성을 상실한 채 상업화의 길로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엽기'라는 단어는 유연한 자기 변신과 무한한 자기 증식을 통해 공포와 잔혹에서부터 재치와 유머에 이르는 폭넓은 스펙트럼을 아우르고 있다. 각기 다른 정서와 색깔을 담고 있는 독자적인 하위문화들을 '엽기'라는 하나의 코드로 묶어버리는 것은 과도한 단순화이며 획일적인 발상일지도 모른다.
'엽기'라는 단어의 해체를 통한 개별 하위문화들의 각개약진만이 엽기문화의 생명력과 엽기성을 보존하는 길이라면 지나친 역설일지도 모른다. 내용상의 엽기를 예로 들면은 '노란국물' 류의 역겨운 동영상과 유혈이 낭자한 끔찍한 시체 사진과 같은 하드코어에서부터 이와는 정반대의 정서라고 할 수 있는 '엽기토끼'나 '엽기적인 그녀' 등의 기상천외한 발랄함에 이르기까지 엽기란 단어를 통해서 표현되고 있는 정서의 폭이란 게 너무나도 넓기 때문이다.
엽기 문화의 영향
①엽기문화의 부정적 영향
엽기문화를 보면 상식을 뛰어넘는 반인륜적이거나 변태적인 행위들로 인해 청소년에게 심각한 폐해를 준다고 지적한다. 즉 이러한 엽기문화의 확산은 비정상적인 사회, 건강한 꿈과 희망을 갖기 어려운 사회에 대한 혐오감의 뒤틀린 표현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정서적 불안감이나 정신질환, 또는 퇴폐적·엽기적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엽기 문화의 부정적인 영향을 간단히 정리 해보면 다음과 같다
2.자극의 둔감화: 순간충격>무감감>극단적 잔혹
3.모방행동: 반사회적 사건-자살, 폭탄사이트
4.범죄유발: 개설자의 의도전달,방문자 통제의 어려움
5.가상과 현실의 혼동: 극단적 엽기중독은 사고 유발
②엽기문화의 긍정적 영향
① 문화를 다양하
- 건전한 비판, 유머, 풍자, 패러디
- 누구나 참여해 모방, 재생산 할 수 있는 기회
② 문화생산자로서 유익한 경험
- 문화소비집단 > 문화생산자로(창작과 운영)
- 꾸준한 투자와 책임
③ 새로운 기회 (필요한 지식정보 분야)
- 아이디어, 기획력, 컴퓨터 그래픽, 플래시 애니메이션, 홈페이지 제작능력
엽기문화에 대한 자세
작년부터 인터넷과 CF를 통해 불기 시작한 엽기신드롬은 이제 여러 가지 소재들을 갈아 치우면서 우리들의 지배적인 문화정서로 자리 잡고 있다. 인터넷상에서 시작되었던 엽기이야기와 동영상들은 얼마 있지 않아 대중들로부터 외면 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신기하게도 지금까지 대표적인 대중문화의 유행형식이 되어 버렸다. 지금은 엽기토끼의 플래쉬 애니메이션과 인형의 인기, 가수 싸이의 혜성과 같은 등장으로 엽기문화가 단번에 사라질 문화유행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시대의 엽기문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엽기문화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수용자의 선택이 필요하다.
엽기문화의 단면은 하드코어적 이어서 강렬하고 비판적인 면이 많이 부각되는 면이 없지 않아 많은데, 반면에 다른 면은 반대성격인 발랄, 경쾌한 면이 부각되어 있어서 우리가 부담 없이 받아들이는 면이 있다. 이렇게 양면성을 지닌 만큼 문화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크고 생명력도 길 것이다. 그러므로 적절히 선택해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엽기'라는 주제의 특성상 서적 보다는 인터넷상의 자료 활용이 용이 하여 위의 6개의 사이트를 주로 참고하고, 그 외의 다수 사이트를 참고 하였습니다.
내용출처 : [기타] '엽기'의 기호학적 해석, 국내 엽기 사이트의 유해정도 조사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