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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데, 결혼은 사치일까요?

고민중 |2016.03.25 18:52
조회 1,655 |추천 0

가난하다는 기준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평균 이하예요.

 

소개팅으로 만나서 2년 정도 사귀고 있어요. 저는 33살, 남자친구는 35살이예요.

 

어릴때부터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서 부모님께 기대하는 거 없이 고1 때부터 아르바이트 하면서 제 앞가림은 제가 해야한다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살았어요.

대학 졸업하고 제 업무분야에서 필요한 자격증 따고 공부하면서 열심히 일하긴 했는데, 학자금 대출 갚고 서울에서 자취하느라고 많이 모으질 못했어요.

전재산이 보증금+적금으로 약 4천 정도 됩니다.

 

지금도 사실 많이 버는 건 아니구요.. 제 앞가림하면서 소소하게 여유있는 정도?

이제 빚은 없고 저축하면서 1년에 한두번 국내나 가까운 해외로 여행은 갈 정도예요. 그래도 어릴때 하고 싶은 거 못하던 상황을 생각하면 이정도도 저는 만족하는 상황입니다. 그래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제 업무 관련 공부는 계속 하고 있어요.

 

남자친구는 개인사업을 하는데, 생각보다 많이 버는 것 같아요. 정확히 매출이 얼마인지 물어본 적도 없는데, 소개시켜 주신 지인에게 들었어요. 연봉으로 따지면 제 5배 정도 될 것 같아요.

일이 잘 풀려 해마다 매출이 늘고 있다고 남자친구가 말은 해줬는데, 그 정도 일 줄은 몰랐어요.

 

원래 저는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연애 초반부터 남자친구는 결혼을 염두해두고 소개를 받았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사람 일 모르는 거니까 우선 부담 없이 알아가 보자고 했었거든요. 물론 다투고 서운해하고 그런 건 서로 있었지만, 크게 싸운 적 없고 성격이나 취향도 잘 맞아서 지금까지 잘 사귀고 있어요.

 

데이트 비용은 남자친구가 7, 제가 3 정도 쓰구요. 서로 선물은 잘하지 않고 가끔 여행을 가면 반씩 부담해서 좋은데 가고, 맛있는 거 먹고 그렇게 지내왔어요.

 

얼마 전 남자친구가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본인이 사고 싶은 집이 있다고.. 빠르면 올 해 8월, 늦어도 올 해 안으로 그 아파트 매입하고 싶다면서요.. 그런데 집값(4~5억)이 너무 비싼 거예요. 제 상황은 남자친구가 모르는 상태여서 저는 그냥 사지 말고 전세로 알아보는 건 어떻겠냐고 이야기 했더니, 왜 그래야하는지 묻더라구요.

그 당시에는 대답을 못했어요..

 

저는 올해안으로 5천까지 모아보고 남자친구도 5천만 결혼자금으로 가지고 오라고 하고 전세자금 대출 받아서 집 얻고 같이 갚아나가면서 시작했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서로 부모님께는 손 벌리지 않는 조건에서 결혼식, 예물, 예단 간소화하고 조금 어렵더라도 그렇게 하고 싶었어요.

 

고민 고민하다가 엊그제 상황을 설명했어요. 사실 내가 나이에 비해 모아놓은 돈이 별로 없다고. 부모님께 도움 받을 수 있는 것도 하나도 없어서 결혼을 구체화 하는 것이 두렵다구요.. 남자친구의 말은 너무 고마운데 제가 미안해서 안되겠다고.. 투정 반, 진심 반으로 결혼 계획 잠시 접어두고 지금처럼 좀 더 만나보면 어떨까? 했더니 남자친구는 그래도 아무리 늦어도 내년에는 결혼하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돈 없어도 괜찮다고 자기가 부족한 부분 채워주면 되고, 어차피 둘 다 자취하는 거 보다는 빨리 합쳐서 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집 문제는 언제가 되어도 사야할텐데 좀 빨리 사는 것 뿐이라고...

 

그래서 매우 진지한 상황임을 깨닳고 마음이 무거워졌어요.

둘 다 아무 말이 없다가 제가 '그럼 다른 사람 찾아야지...' 했어요. 실언인 건 아는데,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기우니까 미안하기도 하고 부담스럽고, 남편과 시댁에 저자세로 행동해야 하는 건 아닌가해서 자신이 없더라구요.

 

남자친구가 정색하면서 화를 냈어요. 그런 말 함부로 하는 거 아니라고.

순간 그 말이 위안이 되면서 고맙고 더 미안하고, 한편으론 내가 더 능력있어서 여유롭지 못한 것에 자책감도 들었어요. 덥썩 받아들이면 욕심부리는 것 같고, 속물 같고 염치없는 사람 같아서 미묘한 감정이 들었어요.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 것을 느꼈구요..

 

지금 드는 생각은 제가 이렇게 자신이 없고 부담스러운데, 결혼 전제로 만나는 건 욕심인가 싶어요. 결혼 자체가 사치 같고 점점 멀게 느껴지는데, 남자친구가 절 만나는 게 시간낭비는 아닐까 싶고.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미안하기만 해요.

 

결혼은 현실이고, 경험해보신 분들이 현실적으로 조언 해주시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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