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성추행했던 놈에게 사과받기

두고보자 |2016.05.25 13:10
조회 91 |추천 0
중3때부터 저를 좋아한 남자애가 있었어요.
저는 전혀 아니었던지라 그냥 뭐 너 싫다 좋다 할 것도 아니었고 딱히 사귀자 난 좋은데 넌 어떠냐 물을 적도 없기에 그냥 고3때까지 있었어요.

그런데 고3 2학기 때부터 학교로 이상한 편지가 오더라구요.
널 저주한다, 잘 되나 두고보자, 좋아했던 걸 후회한다...
이런 내용이었고, 저한테는 어릴 때라 엄청난 충격이었어요.
연이어 3~4통 왔던 걸로 기억나는데 그 편지 올 때마다 느꼈던 공포는 잊을 수가 없어요.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나에게 그런 분노를 가지고 있다는 게..
다른 친구로 오해해서 난리도 한 번 있었구요.

그런데 어느날 기숙사로 밤늦게 부모님이 찾아오셨어요.
(학교가 경기도의 미션스쿨이라 지방 기숙사생이 많은 학교였어요) 엄마랑 아빠가 그냥 괜찮냐 묻고 안 좋은 안색으로 돌아가셨었죠.

그러곤 시간이 흘러 대학 2학년 겨울방학이었는데, (당시 99년도) 밤마다 이상한 전화가 오는 거에요.
내용은 낮은 목소리로 성적인 내용으로 희롱하는...
그렇게 성적으로 더러운 내용을 듣는 게 처음이라 엄청난 충격!!
한 이 주동안 겁내며 피하다, 받아 소리치다, 아빠가 받아 난리치다, 그래도 계속 오기에 경찰서에 전화하니 증거가 없어서 안된다기에 통신사로 문의해 녹음본 들고 본사 찾아가니 그 때서야 발신자 번호가 뜨는 서비스를 해줬지요.
(요즘으로선 말도 안되지만 당시엔 진짜 이랬어요)

눈치챘는지 전화가 일주일 정도 꺼져있기에, 연락 안받으면 신고할거란 메세지 남기고, 한참 지났는데... 드디어 연락이 왔더라고요.

미용실에서 머리하고있다가 전화를 받았는데, 생각보다 차분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을 하더라구요.
흥분한 제가 너 누구냐 왜 그랬냐 막 소리치자
착 깔은 목소리로 몰라서 묻냐고 하더군요. 하!!

근데 그 순간 딱!! 느낌이 오는데 바로 그놈이더군요.
중3때 같은 반이었고, 안 좋아해도 착하고 순해보여서 좋은 놈인 줄 알았던... 고딩땐 같은 종교동아리로 활동도 많이 하고 오래봤던 그놈!!!

너 혹시 장**아니냐고 물으니 한 삼 초 있다가 이놈 피식 웃더라고요... 그러더니 내가 인기관리하려고 자길 가지고 놀았다고 하더군요.
(당시 알러뷰 스쿨이 한창이라 그놈과 쪽지로 안부도 묻고 있던 중)

더 말을 하려고 하는데 벌벌 떨리고, 너무 머릿속이 하얘져서 말이 안나오더군요. 그 사이 어떻게 전화가 끊겼는지, 제가 끊었는지, 그놈이 끊었는지 잘모르겠어요.

생각해보니 그 편지들 엄마아빠가 놀라셔 오셨던 일도 다 그놈 짓이었어요.
집으로 전화해서 제가 성폭행을 당하는 것 처럼 소리를 들려줬다고 하더라고요...(나중에 엄마에게 들었어요...ㅠㅠ)
엄마는 충격에 기절까지했었고요.
그래서 그 밤에 그렇게 올라오셨던 거였어요.


그런데 진짜 문제는 이 모든 게 19~17년 전의 일인데도 이놈 생각을 하거나, 성관련 범죄뉴스를 보거나 하면 불현듯 떠오르며 치미는 분노를 멈출 수가 없다는 거에요.

엊그젠 신랑과 제가 중고동창이라 친구가 좀 겹치는데, (신랑이랑도 중3때 같은 반) 신랑만 동창 결혼식에 보냈었어요. 신랑은 말 안 했는데 다른 동창 sns를 보니 그 놈도 거기 왔었더군요.

동창들이랑 웃으며 찍은 그놈 사진을 보는데 순간 소름이 쫙 끼치면서 손이 벌벌 떨리더군요. 그래요. 엄청난 트라우마로 남아 있던 거에요. 위에 모든 일들이....

그래서 며칠동안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제가 그놈에게 "잘못했다" "미안하다"란 사과다운 사과를 한 번도 듣지 못했더군요

지금이라도 동창들 통해 그자식 연락처는 알 수 있는데, 생각같아선 전화해서 나에게 정식으로 사과하고 속죄하라고 당당히 말하고 싶어요.

하지만 지금와서 근 20년이나 흐른 지금에와서 사과를 받아야 뭐하나란 생각도 들고, 그러다가도 사과를 받으면 이 분노와 트라우마가 좀 나아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요.

연락을해서 사과를 받아야 할까요? 말까요?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