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랬다.
처음 만났을 때 너는 그냥 그랬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아이
그게 끝이었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고1 여름방학무렵.
넌 그때 여자친구가 있었고,
개그코드가 맞았던 우리는 금방 친해졌다.
넌 힘든일이 있으면 내게 말했고,
난 말하지 않았다.
넌 여자친구와 다투면 내게 말했고,
난 그아이의 편을 들어줬다.
고1 겨울방학. 넌 헤어졌다.
넌 슬펐고 화가났고,
난 너의 편을 들어줬다.
고2 1학기.
넌 힘든일이 있으면 내게 말했고,
나도 우울한 일이 있으면
네게 말했다.
고2 중간고사 3주전.
넌 성적이 안좋아 고민이라했고,
너보다 성적이 좋았던 나는
내가 도와줄테니
같이 도서관에 다니자고 했다.
그때 난 떨렸다. 정말.
너가 그러자고 했을때,
난 몰래 웃었다.
같이 도서관에 다닐때,
마주보고 앉아 공부를 하다가
마주쳤던 너의 눈.
잠시 나갔다 온 너의 손에 들려있던
딸기라떼.
집에 갈때 닿을듯 말듯했던
우리 손.
그때 내가 모르는척 너의 손을 잡았다면
어떻게 됬을지 가끔 생각한다.
사실 중간고사 성적은 뚝 떨어졌었다.
너도 그랬던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않았다.
친구로만 놀았던 우리사이는
그때즈음에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고
그 긴장감은 꽤 설렜다.
시험이 끝난 후, 우린 영화를 보러갔고
영화는 너가 좋아하던 히어로물.
너는 슈퍼히어로를 참 좋아했다.
스릴러를 좋아하던 나는
너에게 유치하다고 타박했지만,
사실 너가 귀여웠었다.
그런데 그 날 이후,
내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직 마음이 어렸던 나는
헤어진후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친구로 재밌고 편했던 너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헤어지고 나면 우리사이는
아무것도 아닐거란 그생각에
나에게 다가오려는 너를
뿌리치기 시작했다.
너는 당황스러웠고,
슬펐고, 내가 너를 싫어하는거라 생각했고,
어느날 밤 내게 전화를 걸었다.
난 ..
난 그때 사실 알고있었다.
너가 고백할꺼 같다는.
넌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물어보았다.
나를 싫어하는 거냐고.
난 아니라고 대답했고,
넌 내게 좋아한다고 말했다.
떨리는 목소리로.
난 미안하다고 했고,
친구사이의 너가 더 좋다고했다.
그리고 나중에 내가 너를 좋아하게되면,
그땐 내가 먼저 고백하리라 말했다.
그후로 우리는 멀어졌고, 멀어졌다.
난 정리할 시간을 주는 거였고,
넌 날 잊을 시간이 필요했다.
고2 여름방학.
너가 연락이 왔다.
날 다 잊은거같다고,
이젠 우린 다시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사실 그때쯤의 나는 너가 그립기도,
별 생각없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친구가 되었고,
참 재밌었다. 즐거웠다.
수학여행때 우리가 함께 선택했던 갯벌체험.
난 너에게 다가가 옷 안에 진흙을 수학여행때 우리가 함께 선택했던 갯벌체험.
난 너에게 진흙을 던지고 도망갔고,
넌 날 쫓아다니며 복수를 했다.
대충 씻고 덜덜떨며 숙소로 돌아갈때
너가 준 겉옷.
밤에 함께 치킨을 기다리던 너와 나.
정말 즐거웠다.
그 후 11월. 어느 날 갑자기.
나와 같은 반 여자얘가 입은
그 후드집업이 눈에 들어왔다.
남자애 옷같았다.
너의 옷이었다.
난 갑자기 기분이 안좋아졌고,
뭔가 이상했다.
친구가 왜 그러냐고 했다.
난 그냥 이상하다고 했고,
내 마음을 알아차린건지,
친구는 너와 그아이 얘기를 해주었다.
너가 그아이를 좋아한다고.
그아이도 너를 좋아한다고.
나와 연락이 끊겼었던 여름방학부터,
둘이 연락하기 시작했다고.
그 날부터.
난 우울했다. 우울했다. 그냥 우울했다.
그 다음날 넌 그 아이를 좋아한다 내게 말했고 3일 후 고백을 했고
여자친구가 생겼다.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난 내가 널 좋아했던걸 깨달았고,
슬펐고, 내가 너무 병신같았고, 우울했고,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금, 토, 일을 아무것도 하지않고
내사정을 알던 친구들과
밤을 새서 놀았다.
그제서야 너의 생각이,
내 슬픔이
사그라드는 것 같았다.
그렇게 너는 연애를 시작했고,
나는 무뎌지기 시작했다.
넌 크리스마스날 남산에 간다했고,
난 남산에 걸 자물쇠를 골라주었다.
너는 100일때 커플팔찌를 선물한다 했고,
난 센스없는 너대신 골라주었다.
그리고 너의 여자친구는
날 싫어했다.
난 그걸 알게되었고,
넌 몰랐다.
고3이 되었고
너와 난 같은 반이 되었다.
하지만 너의 여자친구는
다른 반 이었다.
그아이를 나는 이해못했다.
많이 걱정되고, 의심되고, 그러진않겠지 그런 사이는 아닐꺼야 하면서도, 또 의심하던 그아이를.
그 아이는 너에게 말했다.
나와 절교하지않으면은
너와 헤어지겠다고.
넌 나에게 잠시 모르는척을
해야한다고 했고,
난 알겠다고 했다.
잠시 절교하는척 해달라는
밤에 걸려온 그 전화.
난 그래도 우리의 우정은
변하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내가 너와의 연애를 포기하고
얻은것이 우정이란 것이었으니까.
난 그다음날 갑자기 서로 아무런말을
하지 않는것이 매우 웃기는 일일꺼라 생각했고, 너도 그렇게 느낄꺼라 생각했고, 점심시간에 반에 너와 나 밖에 없던 그때 이렇게 말했다.
이거 너무 웃긴것 같다고.
넌 미안하다고 하며 교실을 나갔고,
밤에 너의 친구에게 연락이왔다.
너가 내가 아무런 연락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난 슬펐다. 정말 슬펐다. 그냥 슬펐다.
너가 미웠고, 원망스러웠고,
너에게 무시당하는 기분이었다.
너의 번호를 지우고, 문자를 지우고,
녹음을 지웠다. 너가 잊혀질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넌 계속 생각이났고, 슬펐다.
그래도 시간은 갔다.
난 고3이었고 대학에 가야했다.
공부를 했다.
하다가 너 생각이 나면,
노래를 들었다.
괜찮아지면 다시 공부를했다.
두달이 흘렀고,
난 가끔 사실 많이 계속 너 생각이 났다.
어느날 수행평가 시간 이었다.
그날은 선생님이 자리를 새로 지정해주신 날이었고, 난 맨 뒷자리 였다.
수업에 늦게 들어온 너는 새로운 상황에 멀뚱멀뚱했고, 난 너에게 말을 걸었다.
자리표 앞에 있으니까 보고 앉으라고.
왜 그때 내가 너에게 말을 걸었는지
난 아직도 잘 모르겠다.
너가 거기서 멀뚱멀뚱 있는게
안타까워서 그랬는지
아니면..
넌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날 보더니
그냥 날 지나쳤고,
난 화가났다.
그날 난 너에게 할말이 있다고 문자를 보냈고, 난 전화로 너에게 소리치고 화를 냈고, 우린 화해했다.
넌 나에게 말했다.
나도 너가 참 필요했다고.
생각이 많아질때 너가 참 생각났다고.
참 미안했다고.
어쩌면 난 이때 너를 용서하지 말았어야한다.
하지만 난 널 용서했고,
우린 다시 친구가 되었다.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했다.
그 전부터 너와 그아이는
권태기로 힘들어 하고 있었고,
나와 화해한지 얼마 안 되서
너는 그아이와 헤어졌다.
넌 그아이가 계속 붙잡는다고 말했고,
나는 너가 향하는대로 하라고 했다.
넌 흔들린다고 했고,
나는 그럼 다시 사귀라고 했다.
하지만 결국 너와 그아이는 끝이났고,
나는 내심 기대했던 것 같다.
하지만 달라진건 없었고,
나는 계속 혼자였다.
날 좋아하는 얘들이 연락을 해올때마다
난 너에게 말했다.
넌 관심이없었다.
학교에서 우리는 한마디도 하지않았고,
우리가 나누는 대화는
전화와 문자를 통해서였다.
난 우리가 사이버친구냐고 화를냈고,
넌 그래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내생일때였다.
난 제발 얼굴 좀 보고 얘기하자했고,
넌 돈이 없다고 했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고.
난 지쳤었고,
넌 이해하지 못했다.
난 너와 학교에서 예전처럼 말하고싶었고,
넌 고3인데 말할 시간이 어딨어라고 했다.
하지만 넌 다른 여자얘들이랑은
심지어 전여자친구의 친구들이랑도
말을 했다.
오직 나만 열외였다. 너의 세상에서.
난 그래서 지쳤었고,
넌 이해하지 못했다.
어느날 나는 너의 모든 전화, 문자를 차단했고
너는 내친구를 통해서 연락했다.
나는 또 너를 용서했고,
넌 밥먹으러 가자고 했다.
난 너와 같이 만나서 가고싶었지만,
넌 나를 봤음에도 지나쳐서 혼자갔다.
난 너에게 얼굴보고 말한지 오래됬다라는 말을 하려했고,
넌 게임얘기를 했다.
난 너가 같이 버스정류장에 가리라 생각했고,
넌 혼자 갔다.
그날 이제 모든것이 끝난거라고 생각했다.
내 마음도, 내 감정도.
너에게 너무 실망했기에.
버스를 타고 집에가는데
눈물이 났다.
내가 너무 바보같았다.
수시원서를 쓰는 날이 다가왔다.
내신이 낮았던 너는
적성시험에 모든걸 걸었고,
내신이 어중간했던 나는
논술이었다.
나는 너의 적성시험날 전화를 했고,
시험장에 들어가기 전
너는 나와 통화를 했다.
우린 학교에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시간은 지나갔고 수능날이 가까워졌다.
넌 자주 아팠고 자주 조퇴를 했다.
난 그럴때 너에게 응원문자를 보냈다.
우린 학교에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난 이제 더이상 너에게 학교에서 말 좀 하자라고 말하지 않았다.
수능날이 되었다.
난 수능을 잘봤고,
넌 화학을 망했다.
난 정시로 가기위해 논술을 안봤고,
넌 수능 후 적성만이 희망이었다.
난 이제 너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슬며시 말을 걸었고,
넌 이제 상관없다고 했다.
근데 그때쯤엔 나도 이제 더이상은 상관없었다.
너와 말을 하던말던, 너가 뭘 하던 말던.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가끔씩 너를 보면 속에서 무엇인가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가끔.
그게 난 너무 싫고 답답했다.
난 분명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그 울컥하는 그감정이
날 다른 생각이 들게 했다.
난 아직 다 비워내지 못했다고.
그 오랜기간의 짝사랑이
나를 얽매는 기분이었다.
그걸 끝내고 싶었고,
너와의 그 모든것도 끝내고싶었다.
난 너에게 바보같이 고백을 했고,
너와 난 둘이 낄낄거렸다.
난 너에게 무슨 대답이라도 하라했고,
넌 나에게 왜그러는거냐고 했다.
난 끝내고싶어서라고 했고,
넌 미안하다라고 했다.
난 너를 끝냈고 정말 끝냈다.
넌 내 고등학교 생활의 거의 전부를 차지했고 이제는 아무것도 아니게됬다.
난 고백이란건 언제나 따뜻하고
설레는 그런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처음 한 고백은
그런것이 아니었다.
누군가를 잊기위한 끝내기위한
종지부를 위한 고백.
이상하게 슬프지도 않고
어떤 생각도 들지않는다.
그 긴 짝사랑동안 난 널 잊어가고 있었나보다.
애초에 기대조차 할 수 없던 관계기에,
계속 불타오르기보다는
아프지않게 점점 잊어가고 있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