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내려서 술을 사들고
내 자취방으로 갔다.
그새 그친구는 잠을 좀 자서 인지.
술깼다고 저만치 뛰어 다니고 있었다.
' 오늘 날씨 너무 좋다. 꺄하하하 '
미친거라고 제정신이 아닌거라 생각하며.
무시하고 혼자 자취방으로 들어섰고.
그친구는 강아지 마냥 쫄래쫄래 날 따라 들어오며.
' 힝, 왜 나 버리고 가는거야. '
라고 칭얼거렸다.
난 쌩까고 술자리를 펼쳤고.
그친구는 오징어에 맥주. 나는 육포에 소주를 먹었다.
마주보고 앉아 먹으며 얘기하는데.
술취해 쫑알대는 그친구가 귀여워서.
옆에 앉았더니.
그대로 얼음이 되는 그친구가 웃겨서.
왜 얼어붙었냐고 마구 웃었다.
그러고 그친구를 쳐다보니.
나를 쳐다보지도 못하고 안절부절하고 있는게 눈에 보여서.
나는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 왜 불안해해. '
라며 웃었다.
그러자 그친구는.
' 너는 안떨리냐. 반응이 영 그렇다? '
라며 투덜댔고.
나는.
' 너 놀리는게 재밌어. '
라고 말하며 그친구의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렸다.
그친구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고.
나는 그친구를 놀릴 심산으로.
그친구의 볼을 두손으로 잡고 고개를 들게 하고서.
나를 쳐다보게 했다.
그러자 그친구는 눈을 못마주치고.
이리저리 시선을 불안하게 돌리더니.
눈을 감았다.
난 그게 너무 웃기고 귀여워서
볼을 쿡쿡 찔렀고.
그친구는
' 부끄럽단 말이야 '
라며 고개를 돌렸다.
내가 일어나서.
' 그만 자자 '
라며 상을 치우자.
그친구는 쏜살같이 침대로 뛰어들어갔다.
상을 치우고 침대를 바라보니.
이불을 가득 뒤집어쓰고.
미동도 없는 그친구가 보였고.
왜저러고 있나 싶어서.
이불을 들추어보니.
잠.
잔다.
이인간은 술만 먹으면 걍 자는구나.
술버릇 없... 아니 있는데
요새 자는게 술버릇이라 다행인듯.
저도 그냥 옆에서 자다가.
다음날
그친구는 은행업무 볼일이 있어서
(바보같이 카드 비밀번호 계속 틀려서 카드 정지당함)
평일 연차쓴상태였기에.
일찍 보내 주었다.
그리고.
불금날.
뜬금없이 내가 보고 싶다며.
마치고 바로 차를 끌고 독서실로 왔다.
우리는 만나서 술겸 밥겸.
(만날때마다 술먹는듯ㅋㅋ
근데 저녁늦게 마땅히 할게 없네요.)
1차 부대찌개.
2차는 노래방을 가게 되었는데.
그날따라 술이 안받았는지 필름이 끊겼다.
나는 필름이 끊기면 드문드문 기억안나는게 아니라.
아예 진짜 하나도 기억안나는 스타일인데다가.
말투와 성격도 변해서.
누가봐도 아 쟤 술됐구나라고 보인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필름끊긴 상태의 나를 부르는 별명이 다중인격을 줄여 다중이 임.)
그친구에게 들은 얘기로는...
내가.
노래방에서는 강아지처럼 자기 볼과 어깨에 부비대다가.
술됐다고 나가자고 하니.
길거리로 나가서는 막 뛰어다니는거 붙잡으러 쫓아다녔고.
화가나서.
계속 이렇게 굴면 집에 간다니까.
집에 가지 말라고 떼쓰고.
그럼 자취방가자니까.
자취방 가기싫다 떼쓰고.
(이건 이유를 알것 같았음. 요새 자취방 갈때마다 그친구가 집에 들어가봐야 하는데 나때문에 집을 못들어 간다고 계속 투덜거렸음.)
그럼 어쩌자고 ! 화내면서.
혼자 알아서 가든가! 하고 버리고 갔는데.
(술버릇중 하나가 버리면 알아서 집에감. 귀소본능이 있음.
단 말그대로 버려야함. 데려다준다하면 안감.)
가만히 앉아있다가 그친구가 멀어지자.
벌떡 일어나더니.
자기한테 막 뛰어와서는.
울면서 가지말라고.
하아...
그친구말로는
버리고가면 당연히 집에 갈 줄 알았는데.
막 뛰어와서 백허그를 하더니.
울먹이면서 가지말라고 하는데.
아까까지의 행동이 잊혀지면서.
귀엽고 웃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의 새로운 술버릇패턴이었다며.
나를 놀렸다.
그친구는 우는 나를 쓰다듬어 줬고.
나는 아무말없이 그친구를 따라 자취방으로 갔다.
가지말라고 손 붙잡고 안놓아주는거.
안간다고 여기 있을꺼라고 달래면서 잤다고.
기억나냐고 묻길래.
미안하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너랑 사귀면서 여러사람 사귀는 기분이 들어서 좋긴한데.
너보다 다중이 좀 꼬셔봐야 겠다며.
그아이는 왜 그렇게 말을 안듣는지 모르겠다고.
웃었다.
나는 그말에 살면서 그런 고백은 또 처음이라.
당황했다.
술버릇이 심한 편이라.
왠만해서는 필름끊길때까지 안먹으려고 노력하고.
술버릇때문에 헤어진 경험도 많아서.
다들 고치라고만 말하지.
그런말을 듣는건 처음이라.
고맙고 또 미안했다.
생각해보면 그친구는 사귀기전에도 고치란 말은 안했었다.
그냥 서로 그랬구나 하고 넘어가거나.
내가 미안하다고 사과한게 전부였고.
고치라고 한다던가 그러지 말라고 말하는대신.
먹기전에 항상.
적당히 먹고 취할것 같으면 그만먹으라고.
그 말 한마디만 했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친구중에 술버릇이 엄청나게 심한 친구가 있는데.
몇년째 술버릇을 안보이길래 고친줄 알았단다.
근데 어느날 술을 과도하게 먹고서.
다시 그 술버릇이 튀어 나오는거 보고 알았단다.
술버릇은 고쳐지는게 아니구나.
술버릇이 나오기 전까지만 먹는 양을 조절한거구나.
하고.)
뭐.
주량이 비슷해서.
서로 취해서 둘다 기억못하는 경우도 많긴 하지만.
-
질문에 답변을 드릴께요.
그친구는 글쓰고 있는건 알고 있습니다.
다만 어디서 쓰는지는 모릅니다.
만약 본다고 한다면.
글을 제대로 못쓸것 같아서 알려주지 않았고.
그친구도 딱히 궁금해 하진 않더군요.
20대 초반이냐고 질문하셨는데.
저는 20대 후반.
그친구는 30대 초반입니다.
그친구가 나이가 더 많아요.
하지만 전 존대를 하지 않죠.
그래서 매번 그친구가 짜증냅니다.
자기가 만만해서 저러는거라고 ㅋ
다른 사람들하고 함께 있는자리에선 존댓말을 합니다.
그런 예의는 있어야죠.
연애하기 이전부터 그래왔어요.
처음에는 대학교 선후배로 만났고.
학교다닐 당시엔 존댓말을 썼지만.
졸업한 이후로 쭈욱 반말입니다.
호칭은 사귀기전까지는 (이름)선배였고.
지금은.
...자기라고 부릅니다.
(아직 익숙하지가 않네요)
그친구는 제이름을 부르구요.
자기라고 부르는게 오글거려서 싫다나.
글쓰다보니 술얘기만 잔뜩 썼네요
그친구도 술먹으면 진상입니다만.
저도 그친구도 왠만하면 조절해서 먹기때문에.
자주 취하진 않습니다.
그리고 취하더라도.
좀더 멀쩡한 쪽이 져주는 편이구요.
오늘 아침에는.
목이 아프다고 감기기운 있다더군요.
조퇴할까 물어보는데.
아프면 약먹고 조퇴해서 쉬라고 했습니다만.
목아픈사람이 담배는 또 왜 피고 있는지.
잔소리 한바탕 시전 했네요.
저는 공부&이직을 위해 지금 쉬고 있는 상태고.
그친구는 사는곳에서 차로 1시간 거리 외곽에서 일하고 있습니다.(평일 기숙사 / 주말 본가)
비오는 화요일이네요.
다들 감기 조심하시고 오늘도 좋은하루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