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에서는 카드를 마구 사용해 신용불량자가 된다며 연일 시끄럽습니다. 제가 지금 그런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스무 살부터 자취를 하던 저는 작은 식당을 하시는 부모님께 늘 용돈을 받아 쓰며 아르바이트 한번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학교를 휴학하고 직장을 다니면서 이제는 내 힘으로 돈을 버니 집에 손 그만 벌리자, 하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는 부모님께 해 드리고 싶은 대로 선물도 사 드리고 용돈도 드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버는 돈보다 나가는 게 많아졌고, 저축한 것도 없는데 집세를 올려 달라고 하는 통에 카드로 현금서비스며 대출 등을 받았습니다. 갚을 날짜가 되면 카드를 하나 더 만들어 돌려 막고 그렇다 보니 어느덧 카드가 10개로 늘어났습니다.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카드빚이 커져 버렸을 때 동생이 대학에 진학해 제가 있는 곳으로 왔습니다. 나는 못 먹고 못 입어도 하나뿐인 동생에게는 제대로 해 주고 싶어 또 분에 넘치는 소비를 하고 말았습니다.
정말이지 죽을 것 같은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지내던 어느 날 엄마가 전화를 해 울먹이며 말씀하셨습니다. “힘들어서 어떻게 살았노. 엄마한테 말을 하지. 미안하다 엄마가 돈이 없어서 니를 그렇게 힘들게 했다.” 카드사에서 집으로 전화를 했는데, 엄마가 받으신 것이었습니다. 너무나도 부끄럽고 죄스러웠습니다. 며칠 뒤 술을 잔뜩 마시고는 아빠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염려 끼쳐 드려 너무 죄송하다고, 그렇지만 용서해 달라고…. 그러자 평소 호랑이 같은 아빠가 괜찮으니 집으로 들어오라고 하시더군요. 하지만 부모님을 뵐 면목이 없어 차마 집으로 가지는 못했지요.
며칠 전 엄마가 쌀하고 반찬을 택배로 보내셨습니다. 봉지 봉지에 김치와 반찬이 가득했습니다. 하나씩 꺼내 냉장고에 넣고 나니 제일 바닥에 검은 뭉치가 보였습니다. 뭔가 하고 풀어 보니 그 안에 엄마가 어떻게 만들었을지 훤히 보이는 20만 원이 들어 있었습니다. 김칫국물이라도 베일까 몇 겹이나 쌓인 채. 이게 엄마의 사랑일까요? 남의 자식이라면 ‘쯧쯧’ 혀를 차며 나무라지만 당신 자식의 허물 앞에서는 끝없는 사랑으로 안아 주시는…. 엄마아빠, 미안해요. 지금은 못난 자식이지만 앞으로는 더 성실하게 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