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한다고 말해줘2
“ 더 이상은 아니지요?? ”
혜영은 다시 한번 대담하게 눈을 반짝거렸다.
승완도 덩달아 대담하게 눈을 반짝였다. 방금전, 어떤 그녀와 말다툼을 하고 끝장을 낸 승완이-> 바 테이블, 가까이 있는 혜영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이었다. 아마, 적당히 아름답고, 남자앞에서 대담하게 말할 수 있는 혜영이 싫지는 않아서였을 것이다.
“ 예쁜! 여자친구께서 주신 선물이 뭐에요? ”
“ 선물이요?
소설책 한권 주고 그러는거에요! ”
(E) “ 와! 하하 하하하!! ”
승완은 유명가문의 어떤 그녀가 소설책 한권 사주고 생색을 내는 것이라고 말하며, 다른 한가지도 강조했다. 첨엔 유명가문의 어떤 그녀를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자꾸 만나다보니 이젠 예뿐줄도 모르겠다고 했다. 만날 때마다, 그녀의 이기심과 포악함만이 각인된다는 것이었다.
“ 그렇게 말랐어도 때리면 아파요.
하긴? 애쉴리는 더 포악하지! ”
“ 애쉴이요? ”
혜영은 승완이 유명가문의 그녀와 끝장난 것이 만세를 부를만큼 좋았다. 하지만, 승완이 미국여자친구도 있다는 말은 좀 부담스러웠다.
‘ 어떻하지?
멋지긴 멋지지만? 이남자가 과연 내 스타일일까??
멋진 만큼, 자유분방하고?
어쩜, 이남자가 여자를 포악하게 만드는 것인지도 몰라!
그럼, 언젠가 나도 포악하지고, 그 유명가문의 그녀처럼 버림받겠지? ’
(E) “ 뭘, 생각하세요? ”
“ Oh, my god! ”
쓸데없는 생각으로 멍한 혜영에게 승완이 냅킨에 그린 그림을 내미는 것이었다. 그림은 너무나 재밌는 카툰이었다. 생각해보니, 모나코에서의 그 카툰도 지금 서울에서 혜영의 손바닥에 있는 냅킨의 카툰처럼-> 폴라로이드 필름만했다. 카툰의 모델은 혜영의 씨쭉빼쭉 멍한 모습! 혜영은 카툰이 너무 황당해서 바스키아의 낙서화가 떠올랐었다.
그때? 카툰이 그려진 냅킨에는 화가의 싸인 대신, 승완의 핸드폰 번호가 적혀있었다.
“ 혜영이 너 그때 왜? 연락 안했니?? ”
그렇다! 혜영은 승완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었다. 모나코에서 승완과 함께 꿈같은 시간을 보낸 혜영이었는데!
그때, 바에서 나온 혜영과 승완은 다음날부터 계속 모나코 해변에서 만났었다. 모나코의 해변은 어떤곳은 손바닥이 닿은 만큼 얕았고 어떤곳은 죠스가 나올 만큼 깊었다. 물은 수면바닥이 그대로 보일만큼 투명했었고! 무엇보다 수면바닥이 산호가 있어 좋았다. 그래서, 승완과 혜영은 어떨땐 산호를, 어떨땐 해변 조약돌을 주워모았었다.
헤어질땐, 똑같이 나누어가졌었고. 그때부터 서로 말도 놓았던 것 같다. 한참을 놀다 두사람은 동갑나기인 것을 알았으니까! 냅킨에 핸드폰번호를 적어주었던 승완은 뉴욕5번가(우리나라로 말하면, 청담동 같은 곳)에서 혜영을 다시 보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혜영은 승완에게 연락처를 주지않았었다.
물론, 승완은 혜영을 기다렸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혜영의 이미지만이 승완에게 남아-> 그것은 승완의 이상형이 되어버렸다. 승완이 ‘하바드 비즈니스 스쿨’ MBA프로그램에서 DOCTOR프로그램으로 넘어가는 시간동안 그렇게 되버린 것이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승완이 이렇게 방학때마다 결혼하겠다고 서울에 나오는 일들까지 발생하고.
어쨌든, 승완에게 잠재된 혜영의 이미지는 모나코에서의 그때의 그시간처럼 부드럽고 달콤한 프렌치바닐라와 같은 것이었다.
“ 그때, 왜 연락 안했어? ”
호텔계단에서 타다닥 내려와 승완은 혜영에게 다가갔다. 지금은 모나코도 뉴욕도 아닌, 예측지 못한 서울에서의 어떤 시간.
“ 그때? ”
혜영은 대답대신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이럴때, 승완은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다. 혜영은 모르지만! 혜영의 대담한 눈동자가 처음에 승완을 사로잡은 것이라면, 혜영의 은은한 미소는 승완이 오랜시간 동안 혜영을 기다려오게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승완은 혜영앞에 두발자국 남겨놓고 다가와 밀착되었다.
“ 혜영아! 좋아한다고 말해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