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는 것이 너무 괴롭습니다
민트
|2016.07.25 20:41
조회 412 |추천 1
안녕하세요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24살 여자입니다
어디부터 말을 해야 할지.. 저는 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진 모르겠지만 10년이 훌쩍 넘는 기간 동안 가정에 대해 울화를 품으며 살아왔습니다
가정폭력을 당한 적은 없으나 가족 중 아무도 저를 이해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 상을 받아온 것을 보여주거나 부모님 생신이라고 선물을 마련해오면 아빠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엄마는 어유, 어유 하는 소리를 내시곤 하셨는데 마치 '네까짓게 이런 재주도 있었냐'고 말하는 것처럼 비아냥이 담겨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허접하기 짝이 없었지만 부모님 선물이랍시고 색종이로 꽃을 접고 붙이고 하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만들어서 드렸던 선물이 있었는데 쓰레기통에 보란 듯이 처박혀 있더군요 부모님 생신이었는지 결혼기념일이었는지 무슨 기념일에 편지를 써드렸는데 그 편지도 식탁 서랍에 음식점 쿠폰과 건전지와 함께 나뒹굴고 있기도 했고.. 몇번인가 이런 일을 겪고부터 더 이상 상을 받아도 굳이 얘기하지 않게 됐고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든지 간에 부모님에게 제 얘기를 차츰 잘 하지 않게 됐습니다 그 와중에 뭐 나름 딸이라고 부모님 생신이나 결혼기념일은 며칠 전부터 궁리하고 케익이라도 챙기곤 했지만요 기념일 하나는 챙겨야 한단 의무감 같은 거라도 있었나봅니다
엄마가 본인 얘기하는 걸 좋아하시는데, 본인 얘기하는 게 좋은 나머지 사람이 하는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다 자릅니다 어떻게 해서든 당신이 대화의 중심을 잡아야만 하나봅니다 엄마가 가족, 지인들과 대화하는 걸 보면 정말이지 답답하더라고요 누군가가 말하고 있으면 그걸 기어이 비집고 들어와선 결국 당신의 이야기로 주제를 돌려버립니다 엄마의 그런 행동에 주변 사람들의 표정이 점점 변해가고 있는 걸 옆에서 보고 있으면 참... 엄마의 그런 태도 때문에 가족들 사이에서도 불화가 일곤 했지만 그 불화가 해결된 적은 거의 없습니다 불화가 있을 때마다 엄마가 "그래 내가 나쁜 년이지.." 라는 자기비하 아닌 자기비하를 하곤 했기 때문에 가족들이 불화를 마치 없었던 일인 것처럼 묻어버렸기 때문이었죠 이상하게도 엄마의 이런 행동을 아빠는 늘 감쌉니다 오히려 엄마가 저런 자기비하를 하게 만든 사람에게 화를 내고 책임을 돌려요 누구 잘못이든 간에요
저는 보통 부모님께 제 얘기를 잘 하지 않습니다 얘기해봤자 반응도 없을 뿐더러 엄마의 경우 제가 뭔 얘기를 하면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뚝 끊어먹고 자기 얘길 하시기 때문이죠 어려서부터 엄마가 본인 얘기만 하려는 걸 봐왔기 때문에 엄마가 무슨 말을 해도 대부분 건성으로 듣게 됐습니다 어차피 엄마에게 제 얘긴 전혀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엄마와 대화하는 것을 피하게 됐는데 오로지 제 탓만 하시더라고요 엄마나 아빠나.. 뭐 사실을 얘기해봤자 저만 미친년 되니 억울해도 참을 수밖에요
제가 고등학생일 때까지만 해도 저희 집에선 부모님이 퇴근하셨을 때 저나 동생은 졸고 있거나 잠들어 있으면 죽일년놈 취급을 받았습니다 공부하다 잠깐 존 것이든 티비 보다 소파에서 잠든 것이든 뭐든 간에 부모님이 퇴근했는데 니네가 무슨 대단한 일을 했길래 부모님보다 먼저 잠들어있냐고 윽박을 지르대요 그래서 하교 후 집에 오면 잠들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곤 했습니다 주말에 10시 넘게까지 늦잠을 자는 일이 있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금은 부모님이 일을 쉬고 계셔서인지 늦잠이나 낮잠에 대해서는 터치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뭐하다 잠들었는지 들어볼 가치도 없단 듯했던, 아니 이해할 가치도 없단 듯했던 그 때의 태도는 여전히 상처로 남아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집에서 조금만 뛰어도 조금만 크게 웃어도 어김없이 들어왔던 아빠의 시끄럽다는 고함 또한 지금까지 뼈 속 깊이 남아있습니다
저는 중학교 입학 후 한 학기가 다 지나도록 친구 하나 만들지 못했을 정도로 내성적인 성격이었습니다 중1 때 2학기가 되고서야 겨우 친구들이 생겼고, 그 중 한 친구와 중2 때 같은 반이 되어 친하게 지냈습니다 그러나 중3 때 반이 갈렸고 다시 혼자 다니게 되자 늘 죽고 싶단 생각에 잠길 정도의 우울증이 찾아왔습니다 중2 때 같은 반이었다던 그 친구에게만 우울증이 있다는 걸 얘기했을 뿐 가족에게는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말해봤자 반응이 없을 테니까요 훗날 고등학생 때였는지 20살쯤이었는지 제가 중3 때 우울증 때문에 죽음을 생각했다는 걸 부모님께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역시 아무런 반응이 없더군요 그랬어?라는 말조차 없었습니다
이런 부모님의 태도에 스트레스를 받은 건 남동생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동생은 중학생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심한 스트레스성 탈모를 앓았지만 부모님은 니가 탈모 올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뭐가 있냐는 핀잔만 늘 줄 뿐이었습니다 많은 걸 바란 것도 아니고 이해해주는 게 그렇게들 어려우셨을까요... 아마 이런 얘길 부모님께 한다면 니네도 우리 얘길 안 들어주고 관심없어하면서 무슨 소리냐는 반응을 보일 겁니다 그래요 부모님이 하시는 얘기에 제대로 귀기울이지 않은 건 제가 분명히 잘못한 부분이지만... 그래도 부모님인데 먼저 이해하려 해보시긴 힘드셨을까요...
제가 울화를 품은 대상은 부모님뿐만 아니라 동생도 포함이 됩니다 사실 동생과는 사이가 좋았지만, 최근에 동생이 저를 한심하게 생각하고 있단 걸 알고 상처를 크게 받았거든요 저는 본디 국문과를 진학하고 싶었지만 성적 때문에 도예과에 진학했습니다 2년제 도예과라 실습 위주로 수업이 이루어졌고, 늘 밤늦게까지 도예 작업을 해야 하는 생활이 이어지자 그 당시의 저는 제가 생각한 대학 생활과의 괴리와 국문과에 대한 미련, 중노동에 가까웠던 잦은 작업에 몹시 힘들어했었습니다 자퇴하고 수능을 다시 준비하거나 학점은행제로 학위를 따 편입할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주변에선 제가 자퇴하려는 것을 만류했습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울화가 치솟았고, 자퇴하고 싶은 마음 또한 컸지만 자퇴한 후의 장래에 대한 자신이 없었던 저는 우선 시간을 두고 생각해봐야겠단 마음으로 휴학을 했습니다 휴학을 하고 1년간 알바도 하고 자격증도 따고 여기저기 다니기도 하고 편입에 대해 알아보기도 하며 지냈습니다 나중엔 결국 복학했고, 졸업까지 끝마쳤습니다 그리고 저는 졸업 후 진로를 편입 준비로 정할지 취업으로 정할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취업도 물론 좋지만 먼저 졸업한 동기들에게서 학력의 중요성을 많이 들어온데다, 4년제 대학에서 좀 더 공부하여 좀 더 좋은 직장을 구하고 싶었습니다 부모님은 제가 휴학을 했기 때문에 남들보다 1년 뒤처졌으니 일단 취업을 하고 생각해보라고는 하셨지만 진로에 대한 문제라 그런지 함부로 말을 꺼내려 하진 않으시더라구요 그런데 동생이 저에게 휴학 시절에 편입한다 설쳐놓고 결국은 허송세월 보냈으면서 무슨..하는 소리를 하며 비아냥댔습니다
아.. 정말 가슴에 대못이 박히더군요 동생과 중학생 정도 때부터 서로 터놓고 깊은 얘기도 많이 나눴고, 함께 시내에도 자주 나가 놀았고, 가끔 부모님이 우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함께 씹기도 했을 정도로 가깝게 지냈던 동생이라 그래도 저를 이해할 줄 알았는데... 휴학 기간 동안 내 결정에 확신을 가지지 못해 끙끙대면서도 할 수 있는 건 다 했던 절 옆에서 봤으면서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는지... 하물며 가장 가까운 친구들마저도 휴학 기간 내내 힘들어하고 방황했던 저를 잘 알고 있는데 왜... 그것도 부모님보다 훨씬 가깝게 지내왔다고 생각했던 가족이.......
저 말에 억장이 무너져 난생 처음으로 방에서 물건을 던지며 울었습니다 제 자신이 한심하고 한심하여 커터칼로 수십 번이고 손목을 그으려 했지만 그마저도 무서워서 커터칼을 쥔 채로 울었습니다 그러나 하필 그날이 외할머니께서 다리 수술을 하신 날이었고, 저는 부모님이 왔는데 집안일은커녕 나와보지도 않고 지 방에서 지 기분대로 처박혀있는 이기적인 년이라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아니 안 그래도 외할머니 수술 때문에 울적해있는 부모님 앞에서 제가 어떻게 억장이 무너져서 엉망으로 울고 있는 얼굴을 들고 부모님 마중을 나가고 싶겠어요.. 거기다 동생도 부모님 오셨는데 방에만 처박혀있었건만 왜 저한테만 이기적이니 뭐니... 후 그냥 아... 그래요 이기적이에요 이기적인 거 맞죠 저 참... 구질구질하네요...
최근 아빠와 갈등이 잦아졌습니다 아빠는 가부장적인 면이 있으시고 자존심도 굉장히 센 분입니다 엄마한테 살 찌면 거들떠도 안 볼 거라는 말씀도 서슴지 않으시고, 가족행사 있을 때 엄마 선약이 겹치면 취소하라고 하면서 당신 선약이 겹쳐있으면 당신 선약은 무조건 가십니다 엄마 몰래 작은아빠께 거액의 돈을 빌려준 적도 있었고 엄마가 고졸, 아빠가 대졸이신지라 엄마한테 무식하단 류의 말도 농담처럼 하곤 해요 아빠가 원래 사업을 하셨고 엄마가 아빠 사무실에서 고객들 전화도 받고 사무처리를 많이 하셨는데, 사무실에 직원분들 다 계신데도 엄마더러 아줌마!(집에서 아빠가 엄마 부르는 호칭입니다 지금은 좀 줄었지만) 라고 불렀습니다 엄마가 몇 번이고 공사 구분 좀 하자고 말씀드렸지만 귓등으로도 안 들으시더군요 엄마가 아빠의 무례한 말을 문제삼으면 그럼 내가 죽어주면 되겠네 라는 황당한 말씀을 하시면서 엄마 입을 다물게 만들어버립니다
아빠가 조카에게 사업을 넘겨준 지 벌써 5년쯤인가 지났고, 지금은 부모님 두 분 다 집에 계십니다 조카에게 공장을 임대해줘서 다달이 나오는 임대료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어요 그러다 제가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국가장학금을 신청했는데 지금의 생활 형편과는 달리 너무 낮은 금액이 나왔습니다 우리 집에 차가 두 대였기 때문이었습니다 한 대는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는 아빠 차, 다른 한 대는 뽑은 지 얼마 안된 엄마 차. 아무래도 차를 한 대 팔아야겠다는 엄마의 말에 아빠는 자기 차는 절대 못 판다, 사회적인 지위와 체면이 있지, 팔려면 당신 차 팔아 라고 대꾸했습니다 사회적인 지위와 체면... 아빠가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 말입니다 아빠가 충분히 버스나 지하철로 갈 수 있는 10-20분 거리 정도의 가까운 곳인데도 무조건 택시를 타고, 형편이 되지 않는데도 비싼 차를 사고 싶을 때마다 부연적으로 따라오곤 하는 말이었어요
근데 저 말을 이제는 집안일에까지 적용을 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집에 계시니 집안일을 예전에 비하면 확실히 많이 하시는 편입니다 그러나 아직 집안일은 당연히 여자가 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있으셔서 집안일을 잘하시다가도 사회적인 지위와 체면이 있지 내가 이걸 왜.. 하시면서 엄마나 제 속을 뒤집어놓으십니다 빨래 걷어서 개는 것도 거실에서 티비 보는 당신이 하시면 되는 걸 꼭 방에서 공부하는 제게 시킵니다 제가 제 방에서 공부하다 식사 준비를 할 시간에 식사 준비 같이 하려고 주방으로 나오면 엄마와 함께 식사 준비를 하던 아빠가 쏙 도망가버립니다 아니 기왕 하는 거 같이 준비하면 더 빨리 식사할 수 있잖아요 뭐 얼마나 걸린다고.. 왜 쏙 도망가냐고 했더니 니가 해야 할 일이잖아 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씀하시고는 스마트폰으로 유투브 영상을 보십니다
몇 번 뭐라고 했는데 매번 그냥 웃으면서 흘려듣고 또 그러시길래 한번은 화난 표정으로 말했거든요 같이 하면 더 빨리 끝낼 수 있는 걸 왜 하다 말고 자꾸 도망가냐고. 그랬더니 그만하랍니다 그래서 맞는 말만 하니까 또 그만하래지, 찔려서? 라고 대꾸했습니다 그랬더니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시는 겁니다 아빠 나가고 나서 엄마와 동생이 절 매몰차게 비난하더군요 어이가 없었습니다 아빠와 제 옆에서 자초지종 다 들었으면서 도리어 제게 비난을 하는 게 어이없어 또박또박 다시 한번 자초지종을 말했더니 그제야 엄마가 아 아빠가 그렇긴 했지..하더군요 알고 보니 저를 제외한 셋 모두 제가 아빠에게 화를 낸 이유를 '아빠가 집안일을 하지 않아서'로 알고 있었더라고요ㅋㅋㅋㅋㅋ 아니 제가 아빠에게 화낼 당시 가족 넷 다 주방에 있었고, 아빠한테도 아빠 똑바로 보고 또박또박 잘 말씀드렸는데... 그냥 어이가 없어서 방에 들어가버렸습니다 처음엔 제가 분명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뭐 때문에 화낸지도 모르는 게 화가 났고, 그 다음엔 아빠가 먼저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는데도 제가 또 비난을 받아야 한단 게 화가 났고, 종래엔 이 집엔 결국 내 편이 한 사람도 없단 사실에 화가 났습니다
항상 너는 장녀니까 참아야 한다, 양보해야 한다, 의지할 수 있어야 한다, 듬직해야 한다... 제가 장녀로 태어나고 싶어 태어났나요? 장녀라고 왜 참고만 살아야 돼요? 장녀는 아무한테도 의지하면 안 되나요? 왜 나이가 차면 당연히 시집 가서 애 낳아야 돼요? 그동안 부모님이 뿌린 거 거두기 위해 제가 왜 꼭 시집가야 돼요?(실제로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꼭 시집을 가야 뿌린 거 받아온다고. 사실이긴 하지만 제가 결혼을 하는 거지 어디 팔려가는 건가요?)
지금 이 순간에도 가족 중 제 편을 들어주거나,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모든 게 감정조절 못하고 이기적인 제 탓입니다
...정말이지...... 목을 매어 죽든 투신을 하든 죽어버리고 싶습니다 제게 가장 가까운 존재인 가족들이 저를 마치 정신병자 보듯 해요 이젠 뭘 하건 뭘 할 생각이건 가족에게는 말하지 않습니다 가족보다 남이, 남보다 친구들이 더 제 말을 들어주는 실정인걸요 지금은 정말.. 죽어버리던지 아니면 집을 나가 영원히 가족과 연을 끊고 살고 싶어요.. 방에 목을 매어 죽을지 칼로 손목을 그어 죽을지 진지하게 생각하다 화들짝 놀라 정신을 차린 적도 부지기수고, 가족이 저를 베란다에서 떠밀거나 저를 몇십 조각으로 토막내는 등 가족의 손에 아주 끔찍한 모습으로 살해당하는 상상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히기도 합니다(극약처방이라고 제 스스로 이름을 붙인 방식입니다)
긴 이야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저 후... 너무 답답하고 힘들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