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 20대중반의 평범한 아가씨 입니다. 네이트톡은 한번도 안써봤는데 오늘 너무 뜻깊은 날이라 이렇게 자판을 두드립니다..
방금 전까지 정말 심장이 너무 놀래서 말도못하고 멍하니 눈물만 흘리며 있던 중이었습니다.
결론부터 간단히 말하자면,
1년 전에 실종된 저희집 애완견을 찾았습니다. 아니 찾은 것 같습니다.(아직 얼굴보고 확인은 못해봤어요..)
뭐 이런일 흔한데...이렇게 생각하실텐데 1년만에 만나게될 저희집 애완견 얘기를 해볼까하고요...조금 길어질것 같아요. 제가 원래 말을 잘 요약할줄 몰라서요..
그아이(이제 13살이니 아이는 아니지만 그래도요;) 이름은 주주juju예요.
제가 6학년이 되던해였나...저희집은 3남매인데 누구나 어릴때 한번씩 그랬듯이 그맘때즈음에 부모님께 강아지한마리를 사달라고 몇달동안 조르고있던 중이었습니다.
엄마께서는 이사가면(넓은집으로--)사주신다고 미루고 계셨고..
아빠는 엄마의 눈치를 보고계신것 같았습니다. 저희3남매는 정말 하루도 안빠지고 동네 애견샵에 들러서 강아지들과 놀고 강아지 용품들을 매만지며...(집,목걸이,물통 등등)
넓은집으로 이사갈 날만을 기다리며 살았죠...
그러던 어느날 엄마아빠께서 이사를 간다고 하시더라고요...
기다리고기다리던 이사!
근데 이사를 갔어도 엄마가 강아지를 안사주시는거예요...
조르기도 지쳐서 저희3남매가 포기할때즈음...
어느날 하교하고 집에갔더니 이게왠일!!!!!!!!!!!! 이쁜 강아지집에 요크셔한마리가 있었어요..아주 조그마한.....얼굴을 빼곰히 내밀고 우리를 쳐다보더라고요..
그때 저희 3남매는 난리가 났습니다....요크셔한마리 쟁탈전....상상이 가실겁니다;;
엄마의 선물인줄 알고 기뻐하고있을때..엄마께서 말씀하시더라구요..
친한 친구분이 남편이랑 얼마전부터 키우던 강아지인데 두분이 직장일땜에 너무 바빠서 잘 돌봐주지 못해서 고민하시다가 우리가 사랑 많이 해줄것 같다면서 키우라고 주셨다고요..엄마친구분은 자식이 없으셨거든요..
6개월정도 되었다고 했습니다..
엄마는 너네가 잘키우라고..하시며(똥치우고 밥도주고 등등등등///) 그날부터 주주는 저희 가족이 되었습니다. 주주란 이름은 그분들께서 지어주셨답니다. 첨엔 유치하다고 생각했는데 살다보니까 주주만한 이름이 없더라구요..부르기도 편하고 주주클럽도 있고요.;;ㅋ
첨에는 낯가림도 심하고 조그마한게 으르렁대고 그래서 무섭기도 했는데 한달정도가 지나자 점점 자기도 저희집 식구라고 온집을 뛰어 다니고 날아다니고 그랬답니다.
정말 잘뛰었어요. 저희집에 오기전에 높은가구에서 뛰어내려 한쪽다리를 수술했었다는.......--;;
한쪽 다리를 만지면 몬가가 들어있어요..걸음걸이엔 지장이없어서 다행이었지요..
주주는 저희 친가에도 가고 외가에도 가고 친척집에도 같이 다녔어요. 성격이 정말 극성이어서 아이들이 무서워하기도 하고 그랬는데 그래도 생긴게 참 귀여워서 사랑을 많이 받았죠.
떨어져있는걸 무지 싫어해서 언젠가는 애견호텔에 맡기고 시골에 다녀왔는데 하도 문손잡이를 긁어대서 손톱이 다 헐고 피까지 났었다는...ㅠㅠ
그러던 중 제가 고2때 다시 지금사는 동네로 이사를 오게되었습니다.
지금 사는 집이 그집인데.. 주주가 온집을 하도 누비고 다녀서 온 가족이 손발을 다 들었죠...
어느날은 아빠가 화가 나셔서 주주를 내쫓았어요.
안방침대에 오줌을 싸놓았기때문이었죠..;;; 사실 몇번 그러기도했지만 눈앞에서 싸다가 걸려서...정말 화가나신 아빠는 "다시는 들어오지말라!!"는 충고와 함께 밖으로 내쫓았습니다...
저희 아빠가 정말 온화하신분인데 한번 화가나시면 아무도 못말리거든요..그때 이틀동안 밖에있었는데 현관앞에서 낑낑대며 문만 긁고있더라고요..
몰래몰래 밥갖다주고..아래층에 사시던 언니는 "어?이거 윗집개 아니야?너 왜 여기있니??"이러시고...
그러다 결국 집에 들어왔어요.. 그래도 한번 그렇게 혼이나니 잘 가리더라구요...;;
나이가 들면서 관심받고 싶었는지 여기저기에 실례를 많이 하고 다녔거든요.. 특히 엄마가 자주 서계시는 싱크대앞이나 제동생과 저의화장대앞,욕실앞...등등;;
혼낼려고하면 어찌알았는지 어딘가로 사라져있고...치우고나면 한참있다나오고...
눈앞에서 발견하고 혼내면 발라당 누워서 불쌍한표정으로 바들바들 떨고있고요...;;;;;
할아버지는 저희 주주보고 영물이라고하셨어요. 개들은 너무 오래키우면 영물이된다나요?
암튼 정말 밉기도했지만 그래도 항상 저희다섯식구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녀석이 어느날 사라졌어요.
딱 작년 이맘쯤이었네요..
주주가 산책을 정말 좋아했었는데...같이 다니면 엄청 빠르게 뛰어다녀서 잡느라 진이빠졌어요.그러다가 혼자 다니기 시작했는데요..어느 여름날부터인가 집에 없어서 한참 찾고 난리쳤는데 어느새 들어와있더라구요;;
첨엔 엄마가 무지 혼내시고 그랬는데..아무리 단속을해도 문을 발으로 밀고 나가서--;;;돌아다니다 들어왔었어요. 현관만 탈출하면 차고의 조그마한 개구멍(사실은 물빠지는곳;)으로 순식간에 사라지거든요..
어느날은 찾으러 나갔는데 동네 개들이랑 싸우고있더라고요...얼마나 사나운지..동네 큰개들이 짓기만하고 다가오지도 않더군요;;
암튼 그날은 그렇게 동네를 누비고 다니던 주주가 어느날 또 혼자 산책을 나갔나보다 했어요.
그런데 돌아오지를 않는겁니다...
1시간정도 기다려도 안오길래 '설마 오겠지~?' 하는 마음에 현관문을 살짝열어놓고 전 약속이 있어 나갔어요..
근데 왠지 그날은 너무 기분이 찜찜하고 안좋아서 집에 일찍 들어갔어요..
그런데 깜깜한 밤인데도 주주가 없는겁니다..
그날 밤 저희집은 난리가 났습니다..엄마와저와제동생은 온동네를 뒤지고 다니고..밤늦게 자정이 다되서 집으로 돌아왔죠..
전단지를 만들어 붙이고 인터넷유기견사이트에 등록하고....아ㅠㅠ;;..길거리에 붙어있던 많은 광고들을 볼때마다 저희 주주가 생각났습니다..
붙여놓은 전단지가 저절로 떨어질즈음까지도 아무에게도..연락이 없었습니다.
엄마께서는 다른 아줌마들이 요크셔는 원래 자존심이 강해서 자기가 죽을때가되면 주인한테보여주는게 싫어서 혼자 어디가서 죽었을꺼라고....했다고 하시며 서서히 잊어가셨어요.
사실 주주가 죽는다는건. 그것도 혼자...죽는다는게 너무 불쌍해서 생각하기도 싫었지만 그래도 내 앞에서 죽는게 싫었나보다...하며 기도했죠..행복하게 가라고요..
그후로 저희집은 조용했습니다.
푸다닥푸다닥 뛰어다니는 주주도없고 어디서 오줌을밟아 화내야할일도 없었으니까요..
그러던 중에. 1년이 흐르고..
오늘따라 너무 피곤했던저는 퇴근하고 일찍 집으로 와서 쉬고있었는데..갑자기 아까 사려고했던 물건이 떠올라 인터넷쇼핑을 하려고 컴퓨터를 켜고 이것저것 클릭을 하던중에 동생이 네이트온으로 말을걸어왔어요.
생뚱맞게 다짜고짜 큰일이났다는 겁니다. 대략 줄이기가 어려워 방금 한 대화내용;;
버들고은류선♥ 님의 말 :
너어디야
*버들고은류선♥ 님의 말 :
왜
/나비/ 님의 말 :
집이야?
*버들고은류선♥ 님의 말 :
ㄷㅇㅇ
*버들고은류선♥ 님의 말 :
ㅇㅇ
/나비/ 님의 말 :
쥬쥬찾았다는데
*버들고은류선♥ 님의 말 :
엥????????????????????????
*버들고은류선♥ 님의 말 :
누가??????????어디서????????????????????????
/나비/ 님의 말 :
몰라 어떤사람이 교총회관쪽에서 찾았는데 들어보니깐 맞는거 같아
/나비/ 님의 말 :
배쪽에 종양같은 동그란거 난거 그것도 있고
*버들고은류선♥ 님의 말 :
너한테연락했어??????????
/나비/ 님의 말 :
언니 사진봤는데 쥬쥬맞아
*버들고은류선♥ 님의 말 :
모야
/나비/ 님의 말 :
사진봐봐 완전 말랐어
/나비/ 님의 말 :
털도 다 빠지고
.
.
.
한참을 대화하다 사진을 봤습니다. 동생이보여준 사진에는 정말 비싹마른 주주가 있었어요.
ㅠㅠ너무 놀랐습니다...
동생이 연락하신분이 보내주신글을 보여줬는데 그순간부터 눈물이 줄줄....................
- 안녕하세요. 아까 전화통화한 사람입니다.
일단 나이가 많다는 것 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연락드린 것입니다.
강아지가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을텐데, 많이 말라있었습니다..ㅇㅇ
많이 배고픈 것 같았고요.
배 아래쪽에 유선종양이 있는 것 같고. 눈에 백내장도 있다고 합니다
의사선생님께서는 나이가 12-13세 같다고 하시고, 이빨은 모두 빠져있었습니다.
사실 작년에 잃어버리셨는데 이렇게 오랜기간 그 작은 아이가 혼자
생존이 가능했을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올해 실종신고 올리신 줄 알고
전화드렸던건데..
아무튼 사진보시고, 설사 아니라도 하더라도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그리고 동생과함께 확인해보자며 대화를 마쳤습니다...
슬프기도 불쌍하기도하고 놀라기도하고 보고싶은마음과 아니면어떡하나하는 마음까지..
벼라별생각이 다들어요..
정말 똑똑하고 건강하던 주주가 어떻게? 혼자1년동안 왜?!돌아다녔을까....
누군가 잠시 키우다가 하도 사나워서 다시 버렸나...??ㅠㅠ
유선종양이며 백내장은 뭔가!?! 그렇게 건강했던 주주가 이빨까지 다 빠졌다니.....
너무 슬퍼서 정말 눈물이 멈추질 않았어요..
저렇게 힘들게 살고있었을 주주를 죽은줄로만 알고있었다니....
암튼 직접 보고 확인해봐야겠지만
주주라면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연락주신분 너무 고맙습니다..
..주주가 저희집에 살던때 사진과 실종후 방금전 본 사진..
2004년쯤일거예요..(털이좀 자랐을때)
...이건 2005년쯤 미용하고난후에 같이찍은..;;
나이는 들었어도 항상 똑같은 모습에 어려보이던 애가
.
.
.
정말 정말...놀랐어요..ㅠㅠ
비싹마른몸과 하얀 눈동자..
사진보니까 또 눈물나네요..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동생과 함께 확인하고 찾으러가야겠어요.. 엄마는 못가시겠다고하시네요...
휴..긴 글 읽어주셨다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