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얼마전에 백수남편과 살기힘들어요 올린 글쓴이 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읽어주셨더라구요. 댓글들도 잘 봤습니다.
날라간 글 다시 쓰면서 또 그때 상황을 되새기면서
격해진 감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글이었는데
생각보다 딱히 악플이라고 할만한 댓글이 없어서
예상치 못한 반응에 조금 놀라기도 했어요. ...
제 서러움 다 들어주시고 공감해주시고 화끈하게 욕해주신 분들
여러모로 감사했습니다.
후기 부탁하신 몇몇분이 계셔서 올릴게요.
음슴체 고고~
(이번에도 타 사이트에 공유는 자제 부탁드릴게요. 판에서 일어난 일은 판에서만... 지켜주세요)
남편도 나도 본래 고집이 세고 참견받기를 싫어하는 성격이라
지금까지 불평불만들을 꾹꾹 눌러담기만 했지 터놓고 대화한 적이 없었음.
(그냥 서로 최소한의 배려라고 생각했나봄.)
하지만 속이 썩어 죽어갈 지경이라 글 올리고 나서 머지않아 결국 입을 열게 되었음.
지금 생각해보면,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하고 차근차근 이야기 했으면 좋았을텐데,
둘다 대화스킬이 많이 부족해서 내가 짜증이 날대로 난 상태에서 봇물 터지듯이 나왔음
그렇게 다 쏟아붇고나니, 넙죽 엎드릴 줄 알았던 남편이 사과는 커녕
나랑 기싸움을 하자는 건지 잠깐 담배를 피러 나갔다와서는
자기가 차마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는 못하고
그 두글자 단어가 내 입에서 나오기까지 마음의 준비를 하는듯 했음.
흥분한 상태에서 주워담지 못할 말을 하고싶진 않아서
그 상태에서 이혼으로 밀어부치고 싶지는 않았음.
갈라서게 되더라도 서로의 잘못이나 그에대한 책임에 대해
확실히 생각한 다음에 냉정하게 이야기 해야한다는 생각
(여지껏 내가 당한것만 해도 억울한데 서툴게 결정 지어서
받을것도 다 못 받고 헤어지면 안되겠다는 철저히 계산적인 나의 움직임)
무조건 이혼하려는 건 아니다.
하지만 결혼해서 함께사는동안 너무 힘들었고 행복하지 않았다.
이대로 계속 가면 앞으로의 미래도 뻔하다. 뭔가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서로 노력할 의지가 없다면 그때는 갈라설 수 밖에 없다.
무조건 답이 이혼이라고 생각하지 말아달라.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잠시 휴전하기로 함
사람 마음이란게 참 그런게 그렇게 말을 하고나니...
아마도 판톡 사이에서 의견이 반반 갈리겠지만...
냉정하게 이혼! 이렇게 사이다 결단이 있음에도
어떻게라도 다른 고구마 방법을 해보려고 한다는것.
그렇게 부부상담을 받으며 노력해보기로 했고 글 쓰고 나서 첫 상담을,
그리고 어제 두번째 상담을 받았음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 디테일은 컷 하겠음.)
상담을 받다보니 철저히 내 입장에선 내가 힘든게 맞지만
한편으론 남편도 참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음.
사실 지난 글 댓글에도 남편을 걱정해주시는 분들이 있었음.
(내가 미처 보지못한 점들까지 걱정해준 현명한 톡커님들 고마워요 ^^)
이제 내가 힘든거 질리도록 털어놓고
내 편에서 욕해주는 사람도 생기고 하니
그동안 가시방석에 앉혀놓은 남편에게 너무 미안해지기 시작함.
어제 저녁때 외식/외출하고 오니 남편이 힘이 들었는지
오자마자 쓰러져 자는데 여태껏 보이지도 않던 흰머리도 눈에 들어오면서 뭉클해짐.
남편이 자는 사이에 감성 터진 나는 남편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는데
그동안 내가 힘들어 할때 한결같이 곁에 있어준 남편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밀려오는거임... 정말 눈물 콧물 흘려가며 청승맞게 편지를 썼음
그 와중에도 내가 우는 소리가 들리니까 잠결에 듣고 일어나서
무슨일이냐고 하는데... 정말 너무나 미안했음
민망해서 편지 썼다고는 말 안하고 몰래 마무리 해서
남편 컴퓨터 키보드 밑에 놔뒀는데, 밤에 일어나서 읽었나봄.
이 글 시작했을때와 다르게 그렇게 우리는 화해를 했음.
오늘은 출근하려고 일어나니 남편이 먼저 일어나 벌써 모닝 커피도 내려놓음.
커피만으로도 고마운데 처음으로 도시락도 싸줌.
아침부터 계란도 삶고 간 맞춰가며 준비했을 남편 생각하니 맘이 짠해졌음.
지난번 글 베댓 채택된 것 중에 남편이 어마어마하게 잘 나서
글쓴이가 이렇게 사는거 아니냐는 댓글이 있었는데,
사실 내 눈에 콩깍지 + 남편의 성품 중에 높이 산 점이 있어서 그렇지
조건으로 보자면 전혀 내가 부족하지 않음.
(여기에 적자니 구질구질하지만 태클 거시면 나중에 인증해드림)
요즘 한국사회에서 자주 언급되는 말 중 '갑질' 이라는 말 있지않음?
지금 생각해보니 그동안 남편에게 갑질을 해온거임.
많은 경우 결시친에서 톡이 될만한 글에 당당하게 이혼요구를 하라고 하는 이유는
한국사회안에 스며들어있는 선입견과전통(?) 안에서 부당하게 고통받는
여성 피해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 아니겠음?
그냥 남혐 여혐 편가르기 싸움이 아닌 약자를 보호하자는 정의감과 의무감을 가지고
함께 싸워가는 것 이라고 생각함.
어렸을때부터 억울한 '을'이 되지 않기위해 공부하고 치열하게 경쟁한 결과로
지금 내가되어 그 악순환에 참여했다는 것에 깊이 반성을 하고 있음.
사람은 고쳐서 쓰는게 아니라는데...
고쳐야 할 건 남편 뿐 아니라 나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이렇게 크게 일 벌이지 않고
부부간에 서로 잘 조율하며 살아보도록 하겠음.
아, 그리고 시부모님과의 관계는,
그동안 내가 마음이 유하지 못해서 그렇게 느꼈던 게 큰 것 같음.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않기로 마음 먹으니 또 그렇게 받아주심.
그래서 잘 지내게 됨.
닉넴보고 자작같다고 댓글 다신 분 있었는데 ㅋㅋ
오히려 맘이 편하네요.
자작이라고 느껴질정도면 어차피 익명인거
지인들 귀엔 안 들어가겠구나 하고 편하게 마무리 할래요
사이다 후기 기대하시고 온 분들껜 죄송해요.
마무리가 산으로 간 것 같아... 그것도 죄송해요.
제 특기라 그런지 안그러려고 해도 결말은 삼천포 ^^;;;;
아마도 원하시는 결말은 아니지만... 지켜봐야죠.
앞으로도 갑질은 하진 않겠지만 제가 손해본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참고 사는게 아니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베풀수 있는것도 감사한거고
저에게 성장할 수 있는 계기라고 생각하겠습니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