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가우선 잠깐 눈 붙이고 아침에 일어났다가 많은 관심에 놀라 댓글 하나 하나 정독했네요.
그래도 내 동생이다, 내 가족이다 생각하고 질타해주시고 만류해주신 분들 너무 감사해요.
이미 어제 글을 올려놓고 헤어지기로 마음은 먹은 상태라 다만 몇가지에 말씀만 드릴게요.
제가 스펙도 없고 뭣도 없이 취집을 바라고 있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으신데 저와 남자친구는 학교에서 만났습니다.
그러니까 같은 학교 같은 과에요.
제가 원하는 과까지 포기하면서 들어온 과라 비전도 높고 제가 쌓아놓은 스펙이나 학점도 높은 편입니다.
그 이야기는 제가 맞지 않는 수업을 억지로 들어가며 죽어라 보냈던 4년을 부정당하는 것 같아 속상하네요.
물론 아직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건 맞지만 저 이제 겨우 24살이고 한 1년 제가 하고 싶은 거 노력이라도 해보고 포기하고 싶다 생각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메트로시티가 명품이냐는 글이 되게 많던데 사실 저도 알죠. 명품 축에도 못 낀다는 거.
그치만 제게 그 이상으로 비싼 물건은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평소 씀씀이가 헤프고 남자친구와의 데이트에서 제 돈을 쓰지 않았다는 건 전달상의 오류가 있었던 것 같은데 '밥'을 먹을 때만 남자친구가 돈을 냈습니다.
남자친구는 본인 집에서 용돈을 받아 쓰구요.
그러면서도 밥을 여자가 사는 건 자존심이 상한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예를 들어 어디 놀러를 간다던가 했을 때 남친이 돈을 썼던 건 아니에요.
제가 남친에게 비싼 스테이크를 사달라고 한 적도 없고요.
저희는 밥과 카페 빼고는 공평하게 돈을 부담했습니다.
(이것도 씀씀이가 헤프다고 하시면 네. 제 잘못이네요.)
저희 집이 편부모 가정이고 메트로시티를 명품이라 한다고 해서 저희 집이 찢어지게 가난한 건 아니에요.
원래 저희 아빠가 절대 필요한 것만 사는 검소하신 분이라 지금 지갑도 20년째 쓰고 계세요.
제가 사드린 건 좀 더 나중에 쓰시겠다고 포장 그대로 넣어두시고요.
가난한 집에서 고작 알바 좀 하는 애가 여기저기 선물 퍼주고 그래서 한심해 보이셨을 수도 있지만 남에게 베풀고 살라고 가르쳐오신 저희 아빠 때문이라도 저는 계속 할 것 같아요.
아, 물론 당분간은 저희 아빠에게만 해당되겠지만요.
모든 댓글과 관심 전부 감사드립니다.
오늘 만나기로 했고 만나서 바로 헤어지자고 할 생각이에요.
뭔가 어제 글을 쓰면서 확 정신을 차린 기분이에요.
이 결혼이 불행할 것 같다는 게 제 결론이고 그래서 얼른 깨버리고 싶습니다.
여러분 말씀대로 저는 아직 철없고 어려서 결혼은 너무 성급한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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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잠을 이루지못하다가 결국 글을 쓰게 되었네요.
저는 종종 여기 글 보면서 아 나도 나중에 결혼하면 저렇게 남편 자랑도 하고 와이프 자랑도 하고 시댁 흉도 보고 그래야지 생각하고 있었지 파혼 문제로 이곳에 글을 남기게 될줄은 몰랐습니다.
우선 저는 대학교를 막 졸업한 새내기 백수입니다.
그냥 솔직히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제가 꿈이 만화 작가 (웹툰 작가)인데 원치 않는 학과를 나오다보니 갈피를 못 잡고 있어요.
물론 그렇다고 하는 거 없지는 않습니다.
학교를 다닐 때부터 꾸준히 알바를 해오고 있고 월급은 월 80 정도 돼요.
파혼 이야기를 한 것 치고는 생각보다 나이가 어리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제 나이는 24살이고 제 남자친구는 올해 30살입니다.
20살 때 학교 조교와 학생으로 인연을 맺어 연애를 하게 됐고 남자친구는 지금 대학원 재학중입니다.
저희가 결혼을 서두르는 이유는 가장 우선인 게 내조 때문이에요.
저희 예비 시부모님도 모두 고교 교사셨고 제 남친의 하나 있는 누나도 초교 교사입니다.
그렇다보니까 저희 남편도 자연스레 그 길을 걷게 된 거고 사대를 가지 못해 우선은 박사 학위를 목표로 대학원을 다니는 중입니다.
사정 뻔히 다 아시는 시부모님께서 제게 결혼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라 하시면서 몸만 오면 된다고 우리 아들 공부하는데 니가 있는 게 도움될 것 같다고 하셨고 저는 엄마가 어릴 때 돌아가셔서 약간 다정한 예비 시어머니께 되게 정이 많거든요.
어차피 결혼은 남친 나이도 있으니까 당연히 생각하고 있었던 거고 알바하던 거 계속 하면서 집안일도 할 것 없이 들어와 살라는 예비 시부모님 말씀에 혹했어요.
물론 친구들은 못 믿는다 어쩐다 했지만 저희 아버지도 만나보시고 좋은 분들이라면서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셨고 저는 남친의 성실함? 을 믿고 또 적어도 제가 미움 받고 힘들게 살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혼을 결심했어요.
남친에게 제대로 된 프로포즈를 받은 건 아니지만 반지도 선물 받았고 이제 상견례 날짜를 조정하고 있었던 턴데 어제 싸움이 났어요.
저는 마침 알바를 쉬는 날이었고 어제 짜장면이 먹고 싶더라고요.
물론 하루 한 끼에 만이천원을 쓰는 건 저도 무리라는 걸 알지만 제가 워낙 밥을 잘 안 먹어요.
하루 한 끼도 잘 안 먹는 타입이라 먹고 싶을 때 먹는 건 괜찮다고 생각하고 시켰어요.
배달 기다리고 있을 때 남친이 왔고 때마침 잘 왔다 저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어차피 1인 세트 양이 넉넉하니까 같이 점심이나 먹으면 될 것 같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배달이 오고 배달원 아저씨께 계산을 하고 상을 차리면서부터 표정이 안 좋더라고요.
왜 그러냐니까 남친이 대뜸 제게 넌 정말 돈을 헤프게 쓴다. 어려서 그런지 몰라도.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정말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그대로 였어요.
솔직히 화가 났습니다.
그런 소리를 들을 만큼 내가 돈을 헤프게 썼나. 억울하더라고요.
저 집에 명품가방 딱 하나있습니다.
메트로시티 거에요.
저희 아빠가 대학 입학 선물로 사주신 거고 정말 중요한 일 이외에 들지 않아 새 것같아요.
평소에 시내에 나가 옷을 삽니다.
싸고 예쁜 거 많은데 굳이 제 상황에 돈을 쓸 수 없다는 걸 아니까요.
데이트할 때 남자친구가 돈 많이 썼습니다. 저보단 많이 썼을 거예요.
남친 밥 살때 저는 기껏해야 여름엔 빙수 겨울엔 커피 그 정도 샀으니까요.
대신 저는 월급이 나오면 그 월급으로 가장 먼저 월세랑 전기세, 가스비를 내고 아빠, 남친, 남친 부모님 선물을 삽니다.
예전엔 아빠 선물을 샀고 남친을 만나면서는 남친 선물을 함께 샀고 남친 부모님을 알게 되면서부터는 남친 부모님 것 까지 샀습니다.
그리 비싼 건 아니라도 꼭 백화점을 가서 홍삼이나 속옷 정 힘들 때는 넥타이나 손수건이라도.좋은 거 해드리고 싶었고 그건 지금도 제게는 하나의 약속 같은 거에요.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짜장면에 탕수육 있는 세트 하나 시킨 게 그렇게 헤픈 거냐니까 고작 그 정도 월급으로 한 끼를 이렇게 화려하게 먹는 사람이 세상에 너밖에 더 있겠냐고 하더라고요.
저만 보면 안녕하세요 같은 데 나가고 싶대요.
제 여친은 돈을 너무 헤프게 씁니다. 그 문제로요.
저 아무 말 하지 않았습니다.
더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남친은 짜장면을 먹고 교수님이 부른다며 제 원룸을 나갔고 그 뒤로 저는 그냥 침대에 멍하니 앉아있었네요.
그릇 달라는 배달부 아저씨 전화에 그제서야 부랴부랴 정리해서 전해드렸고요.
그냥 문득 현타가 왔다고 해야 할까?
저는 남친의 당당함을 가장 좋아했습니다.
어느 정도의 고집이나 약간 선생처럼 가르치려는? 그런 느낌을 받긴 했지만 가족 특성 상 그리고 제가 나이가 어리니까 또 들어보면 틀린 말이 아니라 늘 수긍하고 넘어갔고요.
다만 걱정이 됩니다.
제가 과연 이 사람이랑 결혼해서 행복할까요?
솔직히 정말 사소한 문젠데 여기서 파혼까지 염두하고 있을 만큼 진지하게 심각해진 제가 저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아요.
근데 차마 이걸 친구들에게는 또 꺼낼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도 아직은 내 사람인데 남한테 밉보이게 하고 싶지는 않은 마음인가 싶기도 해요.
남친이랑 이야기를 하면서 풀어보는 게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