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있음 추석이고 해서 다들 명절 문화 이야기 많이 하시길래 저도 가끔 눈팅하는 판에 저희 시댁 명절 이야기 써 봐요 ㅎㅎ
저는 결혼 1년 아직 안 된 새댁입니다. 저번 설이 첫 명절이었어요.
시댁 식구가 어머님, 아버님, 남편, 미혼 시누이 한 명 이렇게 있어요.
저번 설에 전날 시댁 가서 당일 점심에 친정 가자고 이야기를 했어요. 그냥 다들 하듯 평범하게.근데 사실 긴장을 좀 했죠. 시집가기 전에 명절 때는 엄마 명절음식 하는 거 도와도 진짜 그냥 돕는 수준이어서 이번에 갔는데 잘 못하고 이러면.. 이런 것도 있고 어느 집은 전을 몇 시간을 부치고... 이런 거 들으면 좀 겁나잖아요?
설 전날 남편이 완전 새벽같이 일어나더군요. 그래서 설마 지금부터 가야 되는 건가 하고 짜증을 좀 냈어요. 근데 남편은 저 짜증내는 것도 눈치 못 챌 만큼 약간 정신이 딴 데 팔린 느낌? 이라 하나... 그래놓고 저한테 "넌 더 자. 나 먼저 갈게." 이러는 겁니다. ?????????? 완전 이해 안 가는 상황이라 그게 뭔 소리냐 했더니 남편이 저더러 점심 쪼금만 먹고, 저녁 먹기 전에 6시 쯤 와. 이러고 완전 비장하게 나가는 겁니다.
뭐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왜 시댁을 따로 가지??????? 이러면서 좀 안절부절 했습니다. 제가 결혼 전부터 시댁이랑 트러블 있는 걸 좀 무서워 해서 남편도 그걸 아니까 커버 아닌 커버 친다고 설마 이러는 건가, 그러다가 괜히 욕 더 먹는 거 아닌가 싶었죠.
결국 5시쯤 나와서 지하철 타고 시댁 갔습니다.
시댁 갔더니, 이미 한 상이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져 있고, 남편이 제 손목을 텁 잡고 바로 상에 앉히는 겁니다 ㅋㅋㅋ 저는 완전 어버버 해서 일단 시부모님한테 인사 드리고 다들 둘러 앉아서 식사 했어요. 밥 다 먹고 나서, 내가 요리를 안 했으니 설거지를 해야겠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릇 치우려는데 남편이 다시 앉히면서 "뭐가 제일 맛있었어??" 하더군요. 좀 생각하다가 가지나물이랑 녹두전이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남편이 약간 동공지진이 오는데 옆에서 시어머니가 (50대 후반이신데..;;) "아싸!"하시는 겁니다. 이건 정말 뭔 상황이고 뭐라고 리액션을 드려야 되나 하고 있는데, 알고 보니 시댁에서 매번 명절마다 시어머니-남편이 요리대결 비슷한 걸 한다고 하더군요 ㅋㅋㅋㅋㅋㅋ
남편 중학교 졸업하고부터 했다는데, 딱 두 번 이겨봤다네요. 고 3 시작하는 설에 한 번, 24살때 추석에 한 번.. 언제인지 까먹지도 않고 있네요.내심 심사위원이 계속 아버지여서 어머니 편든 거 아닌가 싶어서 올 해에 제가 심사위원이니 이길 걸 기대했다고 합니다 ㅋㅋㅋ 시어머니도 이거에 굉장히 진지하시다고...ㅎㅎ
시누이는 고등학교를 요리계열 전문고를 가서 너무 밸붕이라 + 그리고 취업을 하루종일 주방 서 있는 데로 해서 빠지고, 시아버지는 1, 2년 하다가 너무 못하셔서 살짝 삐지신 이후로 심사위원만 한다고 하시네요.
그리고 나서 다음날 친정 갈 때, 요리 남은 걸 종류별로(!!) 조금씩 다 싸서 바리바리 챙겨들고 가면서 저희 부모님한테도 물어보자고? 집착 아닌 집착을 하여, 제가 몰래 카톡으로 남편이 한 잡채랑 고사리나물 맛있다고 하라고 부모님한테 말씀드려 놨습니다.
추석에는 어찌 될까요... ㅋㅋ
별거 아닌데 읽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