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올린 글과 관련하여 기존에 작성한 것들을 수정할까 하다가 그냥 두려 합니다.
또한 기존에 말씀드린대로 축약하기 위해 대화체는 가급적 지양하고 맥이 끊기지 않는 수준에서
굵직한 일로 정리했습니다.
또 한가지.. 빠진게 있는데 여장하고 다니던 미친놈은 그 날 이후 본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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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제가 들어가기 전 관장님 실에서 동생이 꺼낸 이야기는
직장 내 종교 강요는 불법이라는 이야기였다고 합니다.
심지어 관장님께 이러다 노동청 등에 민원이라도 들어가면 어떻게 하실거냐 물었다고 들었어요.
관장님께선 제게 동생이 이러이러한 이야기를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시고는
죄송하다는 저의 말에 일단 나중에 이야기 하자며 돌려보내시면서
일주일간 휴가를 쓰라 지시하셨습니다.
차마 관장님 앞에선 화를 낼 수 없었기에 밖으로 나와 동생을 좀 때렸습니다.
맞으면서도 동생은 무덤덤하게 지금은 형이 화를 내지만 나중엔 고마워할꺼라는 말만 했어요.
상황이 이런데도 동생에게 나가라 소린 못했습니다. 갈 곳이 없다는걸 알았으니까요.
강제로 휴가를 보내는 동안 친하게 지내던 복지관 동료에게서는
저와 관련된 관련 회의와 징계위원회가 열렸다는 이야길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사직서를 낼 수 밖에 없었어요. 사실 짤렸죠..하하..
그럼에도 그 날 이후론 그 일과 관련해서만큼은 동생에게 화 한번 낸적이 없습니다.
종교가 완전히 다른걸 알면서도 복지관에 나오라 권한 것도 저였고,
제대로 제어하지 못한 것도 제 탓이였으니까요.
이전에 목사님들에게 옆에서 잘 지켜보라고 했던 이야기가 떠오르면서
그 마귀라는게 지금 저를 건드리고 있다는걸 그제서야 알 수 있겠더라구요.
걱정되는건 저를 동생을 통해서 건드리고 있다는 부분이였습니다.
그래서 동생이 충동적이 되지 않게, 흔들리지 않게 더 잘해주려 많이 노력했어요.
방세와 생활비를 감당해야 하는데 집에는 절대로 손을 벌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가진거라곤 그동안 모아둔 돈 이천만원 가량과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과 MOS,
사무자동화 정도 뿐이였어요.
재취업할만한 곳은 역시나 복지관 밖에 없더군요.
원래 복지 쪽은 워낙 여성이 많기 때문에 26살의 경력이 있는 젊은 남직원은
복지관에서 아주 선호합니다.
간신히 화해한.. 뭔가 좀 어색한 관계가 되어버린 여친과 동생의 강요로
기독교 재단에서 운영하는 복지관을 찾아 몇군데 자소서를 집어넣었는데
서류와 면접은 항상 아주 쉽게 통과하였으나 꼭 마지막에 연락이 안오더라구요.
도대체 왜 그러나 궁금했는데 알고보니 경력란에 적힌 직장에 전화하여
제가 어떤 사람인지 최종 확인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자꾸 떨어졌던 거였습니다.
한동안 쉬거나 어딘가에 입사 하더라도 복지계열이 워낙 좁다보니
이번 일이 귀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반 강제로 공무원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종일반 학원을 끊고 밤 늦게까지 학원에서 공부를 하다보니 동생과 여친에게서
자연히 멀어지더군요. 솔직히 별로 신경을 못썼어요.
공부를 하는 동안 처음엔 몰랐는데 집에 돌아오면 음식이나 반찬 같은게
엄청 푸짐하게 있어 무슨 일인가 했더니 동생이 여친이 다니는 교회로 옮기고
자신이 겪은 일들을 간증(?)하여 많은 교회 분들이 관심을 주고 음식 등을 가져다 주신거라 하더군요.
자꾸 제 집에 사람이 드나드는게 너무 싫었지만...
공부한답시고 여친에게 신경 못써주는걸 조금이나마 동생이 해결해 주는거 같기도 하고,
또 동생에게도 긍정적 일 수 있겠다 싶어 별 말 안했지요.
그렇게 4개월 쯤 지났을 때 일이 터졌습니다.
(종합반 강의 2회독이 끝나던 날이라 정확합니다. 4개월.. 그 과정이 2개월짜리거든요)
살다보면 그냥 괜히 감이 안좋은 날.. 느낌이 이상한 날이 있잖아요..
그 날 따라 자꾸 싱숭생숭하니 공부도 잘 안되고 해서 간만에 동생과 술이나 한잔 할까
싶은 마음에 일찍 귀가 했습니다.
근데 집에는 아무도 없었고 덩그러니 동생 휴대폰만 있었어요.
저녁 시간이 지나고 밤 10시가 넘었는데도 들어오지 않자 걱정스러운 마음에
동생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 통화내역과 문자메시지를 보게 되었는데요.
확인안한 메시지 너댓개는 제가 보면 안될거 같아 내버려두고 확인된 메시지부터 봤는데
가장 위는 제 여친이 두세시간 전에 보낸 메시지였습니다.
'지금 데리러 갈께' 라는 문구만 있었던거 아직도 확실히 기억납니다.
그 아래 문자메시지들은 대부분 저장도 안된 각기 다른 폰 번호로 온거였는데요,
무슨 우리가 함께하니 기운내세요.. 이딴 단순한 문자부터 시작해서 성경구절을 적어놓고
함께 이겨나가자는 장문의 문자까지 가관이더라구요.
피처폰이라고 하나요? 여튼 그 당시 휴대폰은 문자메시지 저장 갯수도 200갠가 까지밖에
저장이 안되던 시절인데 가장 마지막에 온 문자도 불과 전날 저녁에 온 문자일 정도로
완전히 도배가 되어 있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바로 여친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몇번을 해도 받지 않았어요.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여친이 왜 동생을 데리러 오나 하는
질투심도 들어 안절부절 못하다가 직접 찾아나섰습니다.
왠지 모르게 어디 놀러간건 아닌거 같고 동생이 저희 집에 있는 동안 나가는 경우가
교회 가는 경우밖에 없어 여친의 교회로 곧장 갔어요.
.....!!
다와가면서부터 기가 막히더군요.
교회 입구에 현수막이 걸려있었는데요.
"OOO형제를 위한 구명 철야기도회"라고 동생 이름이 대문짝만하게 박혀 걸려있었습니다.
날짜는 그날 당일이였고 시간은 오후 7시부터 새벽까지로 적혀 있었어요.
한참 그거 올려다보며 도대체 구명은 또 뭐고 철야기도회는 또 뭐래.. 하다가 들어갔습니다.
예배당엔 한... 100명은 가뿐히 넘고 200명정도?? 되는 사람들이 앉아 예배를 드리고 있었는데요.
입구에 붙어있는 현수막도 기가 막혔지만 거기서 느낀건 수십배는 더했던거 같아요
그 많은 사람들 앞에 동생이 꿇어앉아 있었습니다.
진짜 소름 끼쳤던건 보통 예배라 함은 좀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데 뭐랄까..
본인들 딴에는 동생을 위해 기도하는 거였겠지만 소리지르고, 울며불며 난리더라구요.
교회나 기도원 다니면서 소리내면서 하는 기도인 통성기도 하는 장면은 여러번 봐서
괜찮았으나 그걸 동생을 맨 앞에 꿇어 앉혀놓고 해야 하는 건지 정말 이해가 안갔거든요.
그 와중에 강대상(맞나요? 저번에도 햇갈렸는데..) 옆 PPT 띄워둔 화면에는
동생의 사진, 생년월일, 휴대폰번호 등등 동생 신상이 그대로 떠있었습니다.
보호자 란에 제 이름도 있었다고 하면 믿으실껀가요?;
전 목사님들은 보통 뒤에 앉아계시다가 설교말씀 하실때만 앞에 나오셔서 설교하시는 줄
알았는데,
그 교회 목사님은 사람들이 한참 목청 높여 기도하는 와중에 같이 목소릴 높이시며 힘을..
아니 그 분위기를 돋구고 계셨습니다.
정말 당장에 끌고 나오고 싶었으나 분위기에 압도되기도 했고
지금 이 상황을 누가 어떻게 만든건지 몰라 한쪽 구석에 앉아 돌아가는 상황을
구경하고 있는데 무슨 순서가 됐었던건지 다들 기도를 멈추고 여친이 앞으로 나와
마이크를 잡더군요.
도대체 쟤는 뭐하나 싶어 쳐다보는데 그 친구도 간증이라는걸 하는 거였어요.
참 웃기다고 생각했었는데..
다른 종교에서 운영하는 회사에서 일을 하며 양심의 가책을 엄청나게 받았으나
세상을 이기지 못해 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얼마 전 제 동생이 천사같이 나타나 자신을 지켜주고
믿음을 더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러니 우리도 OOO이를 지켜주고 구원받을 수 있도록 해줘야만 한다..
뭐 대충 이런 내용이였습니다.
그제서야 이해가 갔습니다.
왜 여친이 사직서를 말도 없이 냈는지, 왜 한동안 잠수를 탔는지,
또 왜 제게 시간을 갖자고 했는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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