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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 미안해요

삼촌 죄송해요

마지막까지 무심한 조카여서

직접 말하지 못하고 이런 곳에 하소연이나 하는 내가 정말 한심하기 그지 없어요

 

무심한 가족 관계

그냥 형식적으로 명절에나 얼굴보고 돈 주고받고

그래서 사실 저도 귀엽고 어린 사촌 동생들 빼고는 딱히 가족, 친척을 딱히 깊이 좋아하진 않았어요

 

그래도 넷째 삼촌은 삼촌들 중에서 그나마 가장 좋아했던 분이세요.

제 기준으로는 넷째 삼촌이 제일 매력있게 생겼고 털털하고 재밌는 분이셨어요ㅎㅎ

다른 삼촌들한테는 그냥 장난같은 거 치지도 않았지만 사촌동생들이랑 놀다가 넷째 삼촌이 보이면 멧돼지 삼촌~ 멧돼지 삼촌!! 이러면서 놀리고 삼촌은 웃으시면서 다 받아주시고...ㅋㅋㅋ

 

8살인가 9살인가, 하튼 초등학교 저학년 때... 그니깐 약 10년 전(!!) 기억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어요. 삼촌도 기억하고 있었을진 모르겠지만.

 

 서울 올라오셔서 저희 집에 머무르신 적 있잖아요, 그때 봄인가, 가을이었던가. 하튼 아파트 앞에 벚꽃나무에 까만 열매가 맺혀있었는데 그거 저랑 제 친구들한테 하나씩 따주셨었잖아요, 맛 없었어요.... 떫더라고요.. 그래도 신기했어요! 그리고 놀다가 친구들 가고 삼촌은 저 업고(아마 그때 쯤이면 적어도 30kg 넘게 나갔을텐데) 아파트 몇 바퀴 도시면서 제가 노래 불러주세요!하니깐 바로 노래 하나 불러주셨잖아요. 가사 등대 뭐시기 였는데ㅠㅠ 기억이 잘 안나지만 정말 잘 부르셨어요

저 업고 무겁고 힘드셨을텐데 노래까지 부르면서 걸어다니시느라 힘드셨죠..ㅜㅠ

 

 시간이 흐르고 중학생, 고등학생으로 성장하면서 저는 저, 그리고 친구들 빼고는 모든 것에 무관심해지기 시작했어요. 가족의 소중함도 잊혀져가고 그냥 어릴 때의 그 순수함과 모든 것에 대한 사랑이 사라지고 있는 거 같아요.(오글..) 이따금 셋째 삼촌이나 넷째 삼촌한테 전화가 와도 못본척 무시해버리고 그냥 저 할 거 하기에 바빴어요. 정말 후회되요. 한 마디라도 더 나눠볼껄..ㅠㅠㅠㅠ

 

 넷째삼촌, 아직 젊으시잖아요. 50살도 안되셨으면서... 그리고 장가도 안가셨잖아요...

 저는 넷째 삼촌이 어떻게 사시는지 잘 모르기에 하는 말이지만 제주도에서 농사짓고 살아간다는게 썩 재밌는 일도 아니었을텐데.. 아직 여러 재밌는 일도 안해보셨잖아요..

 

 1년 전부터 삼촌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했었죠. 상황이 그리 심각한 줄 몰랐던 저는 지난 설날에 할머니 댁에서 삼촌의 노란 눈이랑 빨간 등 두드러기를 보면서 깜짝 놀라 겁이 났어요. 그래도 술 끊고 담배 끊으면 건강해질 수 있을거라 믿고 삼촌보고 제발 술담배 나쁜거 자제 좀 하라고 했잖아요ㅠㅠㅠㅠ 왜 말을 안들어요ㅠㅠ

 

 삼촌한테 마지막 새뱃돈을 받을 때, 뭔가 정말 받기 싫었어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단 말이예요. 그 돈으로 차라리 삼촌 맛있는 거 사드시지.. 여행이라도 다니든가

 

 한 달전, 2달 시한부 선고를 받으셨단 소식을 듣고 충격먹고 울었어요.

 급하게 삼촌한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으셨어요. 문자도 해봤지만 답장도 끝내 안오고

 

 그리고 이틀 전, 췌장염으로 복통이 심해서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래도 저는 '곧 나으실거야!'라고 생각했죠. 바보같이

 

 그리고 어제, 인공호흡기를 다셨단 소식을 들었어요.

그게 어떤 의민지 물어보고 싶었는데 그냥 입 다물었어요. 못 들을 말을 들을 거 같아서.. 아빠가 술 먹고 넷째 삼촌 원망하면서 절망하시는 모습을 보니깐 대충 어떤 의미인지 짐작 가더라고요.

 

 그리고 오늘 아침, 엄마가 저를 깨우면서 삼촌이 끝내 돌아가셨다고 말해주셨어요.

 사실 약간 충격은 받았지만, 눈물은 안 나왔어요. 그저 삼촌의 살아있는 모습을 보러 새벽에 허겁지겁 제주도로 간 아빠가 많이 슬퍼하지 않길 빌었죠.

 

 삼촌의 장례식에 가는 것 때문에 결석하는 건 그냥 결석 처리로 한데요. 그래서 아빠가 전화로 저는 내려오지 말고 중학생인 남동생과 엄마만 내려오라고 했고, 불안해하며 아빠한테 뭔가 따지려는 듯한 엄마한테 그냥 걱정하지말라고 갔다오라고 하고, 제발 화내지 말라고 하고 바로 학교 열람실에 가서 공부했어요.

 

불길하게 열람실로 가는 화단 앞 길 중앙에 떡하니 비둘기가 한마리 죽어있더라고요. 잠시 박스같은거 구해서 옮겨볼까, 생각했는데 죽은지 꽤 되었는지 파리가 득실대서 비위가 상해서 포기했어요.. 근데 열람실에서 공부하면서 계속 비둘기랑 삼촌이 번갈아가면서 생각나길래 학교 정문 관리소에 계신 분한테 용기내서 소심하게 '열람실 앞에 비둘기가 죽어있어요...'라고 해서 결국 치워주시긴 했어요! 칭찬 받았어요ㅋㅋㅋ 저말곤 아무도 얘기안해줬데요.. 약간 죄책감을 덜은 기분이 들었어요.

 

 열람실에 와있던 친구들이랑 웃으며 인사하면서 내가 웃어도 되는지 의문이 들더라고요

 점심으로 버블티를 사먹으면서 내가 이렇게 잘 먹어도 되는지 의문이 들고

 그냥 내가 즐겁게 웃고 살아도 되는지 의문이 들었어요. 죄책감이요.

 

 자꾸자꾸 생각하니까 눈물이 나왔어요. 이제 명절에 제주도 내려가면 넷째 삼촌은 못 보겠지. 더이상 멧돼지 삼촌이라고 놀리지도 못하겠지.

 

 죄송해요.... 장례식장도 가지 못하고 다 큰 이후로 삼촌한테 사랑표현도 안해드려서...

 

 삼촌 다음에 다시 태어나신다면 잘생기고 똑똑한(물론 지금 생에도 똑똑하고 매력있게 생기시긴 했었지만요) 사람으로 환생해서 술담배 멀리하고 건강하게 오래 사시고 예쁜 신부얻고 귀엽고 재롱많은 착한 아기 낳으셔서 완전완전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게 사세요!!!

 

 저는 열심히 공부해서 삼촌이 못해봤던 거 다해봤다가 시간되면 삼촌 만나러 갈게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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