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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 #2 .시작

2.시작

 

언제나처럼 선생들은 경주를 위아래로 훑어보고 한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심한 녀석에게 언제나 하는 그런 충고를 던졌다.

"그런 훌륭한 부모님 밑에서 왜 말썽을 피워. 너 같이 사고 치는 놈 한테 그런 부모님 아님, 어디도 못가. 부모님 얼굴에 그만 먹칠하고 조용히 지내라. 알았냐?"

지껄여 대는 선생에 입술을 바라보며 경주는 고개만 끄덕였다.

선생을 따라 들어간 교실은 고3 수험생들이 고개도 들지 못하고 책에 묻혀 있었다.

경주에게 호기심을 보이는 것은 뒷자리에 앉아서 껄렁하게 떠들어 대는 녀석들 뿐이었다. 선생은 헛기침을 하고 말을 이었다.

"잠깐 여기를 봐라. 오늘 전학 온 김경주이다. 고3에 전학 와서 특별 케이스니 뭐니 떠들지 말고 따라 갈 수 있게 많이 도와줘라."

선생에 말에 잠시 얼굴을 들고 경주를 바라보던 시선들은 바로 책 속에 묻혔다.

경주를 보며 선생이 말했다. "너 앉고 싶은데 가서 앉어"

유일하게 비어있는 뒷자리에 앉아 기다리자 체바퀴 돌듯 시간이 흘러갔다.

경주는 참다 못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교실을 나온 경주는 어디로 가야 할 지 몰랐다.

복도를 따라 걷다보니 옥상으로 향하는 문이 열려 있는 것이 보였다.

옥상에 앉아 담배를 한 모금 길게 빨자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렸다.

"처음 보는 새끼가 말도 없이 들어오냐? 놀랐잖아. 선생인줄 알고."

경주 옆에 앉아 녀석은 담배를 빼앗아 던졌다.

"야 이 새끼야 어린 나이에 폐암 걸려서 디지고 싶어? 이런 것 한다고 폼 안나."

녀석은 쉴 사이 없이 지껄여 댔다.

" 이 시간에 수업 안 들고 돌아 다니는 것 보니 너도 일찍 감치 날 셌다. 배고파 미쳐 버리겠다. 너는 배 안고프냐 맛 없는 담배 그만 먹고 따라와 밥이나 먹자."

녀석은  경주가 당연히 따라 올 거란 듯이 먼저 앞 서 가며 한번도 뒤돌아 보지 않았다. 경주는 일어나서 옷을 털었다.

녀석의 뒷 모습을 자세히 보자 경주보다 한 뻠이나 키가 큰 녀석이었다.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걷는 녀석의 모습이 무척이나 즐거워 보였다.

경주는 예전부터 대책없이 즐겁기만 한 녀석이 싫었다.

세상이 자기 위주로 돌아가는 듯 큰소리  치고  아무한테나 말을 건네는 시시한 녀석이 앞서 걷는 것이 갑자기 불쾌했다.

경주는 빨리 걷기 시작했다.

녀석을 뒤로 제치고 운동장을 가로 질러 정문을 나섰다.

"야 어디가 그쪽이 아니야!."

녀석이 황급히 쫓아 온 듯 숨을 헐떡 거리며 경주를 잡았다.

녀석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며 경주가 말했다.

" 나하고 아는 사이냐?"

경주가 뒤돌아 보자 녀석이 웃고 있었다.

" 아니. 하지만 이제 부터 친구 먹으면 되지. 뭐."

머리를 긁적이며 웃는 녀석의 면상을 갈기고 싶었지만 경주는 참으며 말했다.

"난 너하고 친구 먹고 싶읕 맘 없으니까, 꺼져!" 

"야, 보기보다 말 발 세다 너. 더 친구하고 싶은데 그러지 말고 밥이나 같이먹으면서 우정이라는 것 좀 맨들어 보자고."

녀석의 장난기 어린 말투에 더욱 화가 났지만 경주는 녀석 가슴에 시선을 옮겼다.

'박일도' 이름이 적힌 명찰을 읽고서 경주는 차가운 시선으로 녀석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 박일도 나 너랑 말 섞고 싶은 생각 추호도 없어. 제발 날 가만히 내버려 둬라."

일도의 얼굴을 바라며 차가운 말투로 얘기하고 돌아서려는 경주를 다시 일도의 손이 붙들었다.

" 야 이 새끼야! 너 혼자 세상사 다 아는 얼굴 해 가지고  신경 쓰지 말라니, 너무 서운하잖아. 이름도 부른 사이에 너무 그렇게 재수 없게 굴지마라."

일도는 경주의 팔을 놓고 말했다.

" 너 이번에 전학 온 3학년 2반 김경주 맞지. 니 녀석은 전학 오기 전부터 유명한 것 아냐? 그렇잖아 3학년에 전학오는 특별한 케이스에 부모님도 세상이 다 아는  유명인사니 당연히 전학 오기도 전 부터 유명 할 수 밖에 없지. 않그래?"

경주의 주먹이 쥐어지는 모습을 보며 일도가 말했다.

" 치고 싶냐? 그래서 전학오자 마자 다시 전학 가시게? 이번에는 도시는 안될꺼다. 아마 시골로 가서 조용히 처박혀 야지."

일도의 말에 경주는 화가 난 얼굴로 주먹 쥔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으며 학교 정문 쪽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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