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글을 남기려고 하니 심장이 두근두근하네요..
오늘 남편과 나눈 이야기를 옮기면서 여자들은 보통 어떻게 생각하는지 남편에게 전해보려구요..
저는 사실 어릴 때부터 평등하지 않은 것 부당한 것에 대해 민감한 편이었습니다. 천성적으로도 좀 그런 편이고 후천적으로도 사회과학쪽 전공으로 양성평등이나 사회 구조 등에 대해 관심 많고 공부도 많이 했습니다. 이런 부분때문에 결혼전에 결혼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너무 따지지 말아야지(?)하는 결심같은 것도 했었구요..
남편은 아주 착하고 성실한 남자였고 여전히 착하고 성실한 사람이에요. 근데 문제는 양성평등에 대해 전혀 교육받은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고 그리고 주변환경도 지극히 남성중심적인 곳입니다. 남편은 착하고 저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는 걸 알았기때문에 양성평등에 대한 지적 접근은 없더라도 많은 부분 채워질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암튼 그렇게 결혼을 하고 아이둘을 낳고 살고 있습니다.
결혼하고 아이 낳기 전까지는 정말 아무 문제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멀리 출근하는 남편이 가까이 출근하는 저를 위해 에그토스트를 만들어주고 본인은 굶고 회사가서 아침 식사를 했고 주말에는 남편이 못했던 집안 청소를 완벽하게 다했었죠. 저도 일하느라 평소엔 집에서 밥먹을 일도 없고 청소도 잘할줄 몰랐는데 남편의 진두지휘하에 청소를 조금 거드는 정도 였어요.
아이를 낳고 나서도 9개월까지는 남편이 집안일을 도맡아서 하고 아이를 씻기고 분유도 먹이고 젖병도 씻고 정말 100점 남편이었죠.
그런데 9개월부터 회사일이 바빠지기 시작한게 지금까지입니다. 그때 그 첫째 아이는 이제 5살 유치원생이에요.
그후로 둘째를 낳고 기르는 지금까지 남편회사는 정말 눈코뜰새없이 바빴습니다. 새벽5시반에 일어나 6시면 출근을 했고 퇴근은 보통 밤 11시에하고 빠르면 8시 늦으면 새벽 2시에 했어요. 그렇다고 남편이 친구들과 놀다가 늦게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회사일때문에 늦게 오는 걸 알기때문에 남편을 탓하거나 뭐라하지는 않았고 한국 회사의 시스템에 분노하면서 여태 독박육아를 해왔습니다.
저는 아이당 3년씩 휴직을 하는걸 법적으로 보장받는 직업이라 주변 도움 없는 환경에서 아이당 각각 2년씩 휴직을 했고.. 지금은 첫째는 유치원 둘째는 어린이집을 다니는 상황이라 조만간 복직을 할 계획입니다..
양가도 멀리 살아 저혼자 오롯이 독박육아를 할때면 좀 서럽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사랑으로 최선을 다해 키우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비록 늦은 시간이라도 남편이 있을 때에는 남편이 애둘 중 한명이라도 봐주면 다른 한명 씻기기라도 편할텐데 애들이 본인한테 안온다며 그냥 놔둡니다. 그럼 남편은 거실 소파에 앉아있고 저혼자 애둘 데리고 지지고 볶고 있을 때면 서럽고 서운합니다.
그래도 남편도 아침에 애들이랑 저랑 다 잘때 소리없이 챙겨서 굶고 출근해서 회사에서 세끼다먹고 회사일때문에 너무 스트레스 받고 힘들어하는 걸 알기때문에 그런 마음을 그냥 꾹꾹 참으며 살았습니다. 남편이 늘 지쳐있었거든요...
어제는 다툼이 좀 있었어요. 추석때 시어머니께서 좋은 음식을 많이 싸주셨는데 많으면 친정서 나눠먹으라고 하시기에 친정에서 어떤 음식은 좀 꺼내 먹고 어떤 음식은 냉장고에 보관해두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인 어제 다시 짐을 싸오는데 엄마가 냉장고에서 싸주셨어요. 근데 그 내용물이 제가봐도 넣을때보다는 확연히 적었어요. 그때 남편이 반찬 A 넣었냐고 저에게 물었고 저는 엄마한테 A넣었냐고 물었어요. 그때 저는 다른 짐을 정리하고 있었고 엄마가 부엌에 있었거든요. 엄마는 글쎄? 보이는 건 다 집어 넣었는데? 라고 답했고 저랑 남편은 약간 석연치 않았지만 그냥 넘어갔어요. 그리고 아침먹고 출발해서 9시간 걸려 집에 도착해서 저녁을 먹으려는데 남편이 반찬 A 있냐고 물어봤는데 열어보니 없었어요. 시댁에서 가방에 제가 분명히 넣은건 확실했거든요. 친정에서 그걸 나눠먹지는 않았는데 냉장고에 따로 들어 있다가 다시 가방쌀때 빠진 거였어요. 저는 친정에 전화해서 확인했고 엄마가 미안하다며 월요일에 얼음팩 넣어 택배로 보내준다고 하셨습니다.
그러자 남편이 너는 엄마가 만든 반찬을 소중히 여기지 않아서 그런거라고 좀 했어요. 전 정말 그런 마음이 아니었는데 믿어주지 않았어요. 저는 남편이 내 마음도 몰라주고 엄마까지 쩔쩔매게 만드니 정말 속상했어요...
서운한 마음을 품고 애들을 씻기는데 둘째 다씻기고 내보내고 첫째 씻기는데 남편은 거실에 앉아있고 둘째가 다시 화장실에 들어와 위태롭게 서있었는데 평소 남편이 없을때는 어쩔수 없으니까 아슬아슬하게 씻기고 맙니다만 그때는 밖에 남편도 있고 아이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앞서 반찬 사건처럼 저에게 뭐라할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그래서 둘째한테 야!! 너 저리가!!! 하고 소리쳤어요.
화가 나지 않은 평온한 상황이었으면 안그러는데 저는 이것저것 감정이 겹치다보니 어쩌면 밖에 있는 남편 들으라는 심정이 섞여서 그렇게 말했던것 같아요.
그랬더니 남편이 아이를 데려가면서 엄마가 너 미워한다고 속삭이고는 저한테는 애한테 학대하지 말라고 했어요.
저는 너때문에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그랬다고 했고 남편은 그건 그냥 너의 문제다라고 했어요.
사실 원래 저는 하고싶은 말 다하고 사는 사람이었고 남편은 감정을 잘참고 숨기는 편이었기 때문에 제가 항상 속마음을 표현하라고 말하지 않으면 사람은 알아차릴 수 없는거라고 했는데 남편이 이번에는 저에게 똑같이 말했어요.
불만이 있으면 말하라고 말하지 않으면 알수 없다고요.
그래서 도대체 어디서부터 말해야할지 몰라 고민하다가 저의 첫 의문이었던 점을 이야기했어요.
내가 정말 깜짝 놀랐을 때가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나혼자 이유식을 만들었을때다. 젖을 먹일때는 나에게서만 젖이 나오니 내가 먹였지만 이유식을 들어갈때쯤에는 다는 아니더라도 한번쯤은 만들줄 알았다. 그런데 단한번도 이유식을 만들지도 않고 관심도 없고 전적으로 내 책임이라고 생각하는것에 놀랐다. 했고
남편은 만들줄 모른다고 하기에 나도 만들줄 몰라서 인터넷보고 했다고 답했고 남편은 내가 왜 인터넷까지 보고 만들어야하나. 라고 하기에 아빠니까 한번쯤은 만들수 있지 않냐고 했어요. 그랬더니 아빠가 이유식 만든다는 얘기는 들어본적이 없다. 주변에 있냐. 누구냐. 이름을 말해라.라고 했어요.
두번째 놀랐던 일은 첫째 낳고 첫 외출을 했을때 가방에 뭔가가 없자 바로 저를 탓했던 일이었다. 나는 그 가방을 챙기는게 100% 내책임이고 내 소관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었는데 그때 나한테 없는 물건을 탓했을때 깜짝 놀랐다. 고 했어요.
읽으시는 분들이 보시기에 너무 사소할지 모르는 일이지만 저에게는
아, 남편은 육아를 공동의 책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구나 하고 느끼는 시작점이었거든요. 그래서 굳이 오랜 시간이 지난 일이지만 그 이야기를 꺼낸거구요.
그때 그 순간 이후로 여전히 아이들 식사와 외출가방 챙기기는 제가 도맡아서 하고 있고 그때도 그렇고 그 후로도 그렇고 남편한테는 왈가왈부 하지 않은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기울어지게 잡힌 균형이 복직해서도 회복되기는 어렵겠구나하는 두려움이 있었어요...
여튼 남편은 이 이야기를 듣고 아주 매우 굉장히 어이없어 했습니다.
니가 여태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몰랐다.
니가 좀 그런 줄은 알았지만 이정도인지 몰랐다.
난 너한테 밥얻어먹을 생각없었지만 애들한테 이런 생각할줄 몰랐다.
너랑 나는 너무 다른 것 같다.
조금이라도 빨리 헤어지는게 낫겠다라고 했습니다.
저는 나는 남편이 이렇게 하리라 예상을 좀 하긴 했다.
한국의 평범한 남자이기 때문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너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어딨냐.
주변엔 없다. 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자들은 모두 이렇게 생각한다.
여자의 평균적인 생각이다.라고 답했습니다.
이게 바로 제가 이 글을 판에 쓰게된 이유입니다.
댓글을 달아주시면 남편에게 보여줄 생각입니다.
다수의 의견이 무엇인지 보여주려구요...